“현무문의 힘을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었어야 말이죠?”“안타깝게도 유진우가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이 순간 많은 무도 세력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보잘것없이 평범한 출신으로써 그들은 유진우가 이기기를 더욱 바랐다. 결국 현무문은 평소에 제멋대로 세상을 들쑥날쑥하고 다녔으니, 누군가가 나타나 그 기세를 꺾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송호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칼이야말로 비장의 카드였기 때문이었다.“얘야! 네가 정말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야! 오늘, 네가 내 칼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은 네 일생의 영광이라고 여겨!”송호는 구리 고리칼을 휘두르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수백 근에 달하는 무거운 칼이었을 텐데, 그의 손에는 볏짚처럼 가볍게 들렸다. 이로써 사람들은 그의 팔 힘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었다.“쓸데없는 소리는 왜 그렇게 많이 해요? 그냥 덤비세요.”유진우는 도발적인 태도로 손을 까딱했다.“죽을래!”송호는 눈에 핏발이 선 채 곧장 칼을 들고 준비했다. 길고 큰 구리 고리칼이 땅바닥에 닿아 길고 깊은 자국을 냈고, 그와 함께 엄청난 양의 불꽃이 튀어 올랐다.“허리케인 검법 넘버3!”유진우와 가까워지자, 송호는 소리를 지르며 칼을 마구 휘둘렀다. 하늘을 가득 메웠던 칼 그림자가 얼기설기 뒤엉켜 유진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무서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폭발했고 사람들은 숨쉬기가 힘들어졌다.“허리케인 검법이라, 역시 명실상부하군!”“이 칼이 등장하면 신이든 악마든 두손 두발 들고 물러날 수밖에 없어요. 유진우는 틀림없이 죽게 되겠네요!”무서운 칼날을 보고 많은 무사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유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칼 그림자가 내려앉는 순간,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칼 그림자의 칼끝을 움켜쥐었다.“쾅!”유진우의 내력이 폭발하자 온 하늘을 뒤덮었던 칼 그림자가 그 자리에서 산산이 조각났고
유진우의 승리에 환호성이 터졌다. 동시에 많은 사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머나! 이 녀석의 정체는 대체 뭐야? 송호 선배도 상대가 안 된다니!”전세권의 침울한 얼굴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저 사람이 누구든 간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틈을 타서 빨리 도망쳐야 해!”충격도 잠시, 전원중은 감히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급히 사람을 데리고 도망갈 준비를 했다.“거기 서!”유진우의 눈에 곧 수작을 부리려는 몇 사람이 들어왔다.“전원중 씨, 제가 가도 된다고 했나요?”“유진우! 어쨌든 나는 현무문의 오너이니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전원중이 심각한 얼굴로 경고했다. 이럴 때는 현무문밖에 내세울 것이 없었다.“오너? 허허...”유진우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전 당신네 당주조차도 안중에 두지 않는데 하물며 당신 같은 작은 오너가 두렵겠습니까?”“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전원중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무공을 스스로 포기하면, 살려는 드리지요.”유진우는 이처럼 스승의 탈을 쓰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쁜 짓도 스스럼없이 하는 위선자에게 깊은 교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유진우! 작작 하는 게 좋을 거야!”전원중은 얼굴빛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스스로 무공을 내려놓는다면 앞으로 무슨 체면으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살아갈까 싶었다.“작작 하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요? 당신은 그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일을 수없이 저질러왔는데, 오늘 같은 날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건가요?”유진우가 거침없이 쏘아붙였다.“너...”전원중은 이를 악물고 화를 참았다.“유진우, 모든 일엔 한 수 남겨두는 게 상책이야. 훗날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할 날이 올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 없이 밀어붙이다가는 무림에서 공공의 적으로 되는 건 한순간일 것이다. 그렇게 되는 건 두렵지 않으냐?!”“당신 같은 패륜아에 대해서는 도의로 말할 것도 없죠. 당신이 스스로 무공을 내려놓지 않으면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유진
정오 무렵, 강씨 가문 소유의 어느 클럽 안에서.“쨍그랑!”누군가 와인병으로 강천호의 머리를 세게 후려갈겼고 순간 선혈이 술과 섞여서 금방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강천호! 네가 아주 나를 참담한 신세로 만들어버렸구나!”소파에 걸터앉은 송호는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얼굴 가득 노기를 띠었다.“유진우가 작은 캐릭터라고 하지 않았어? 왜 이렇게 대단해? 설마 일부러 나를 엿먹인 거야?!”스승의 명을 받들어 강준혁을 위해 복수를 하러 왔던 송호는 이 기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렇게 비참하게 패하고 심지어 수행마저도 모두 잃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 당연히 화가 치밀었다.“송호 님, 제가 아는 바로는 유진우는 아무런 배경이 없습니다. 확실히 이름 모를 작은 캐릭터입니다. 실력은 어떤지는 제가 이미 송호 님께 얘기 드렸었습니다. 송호 님께서 몸을 사리지 않았을 뿐이죠.”강천호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지금 내 실력이 형편없다고 탓하는 건가?!”송호가 사납게 되물었다. 만약 중상을 입지 않았다면, 그는 강천호에게 본때를 보였을 것이다.“저는 단지 이런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공명정대하게 결투를 신청할 필요 없이, 죽일 수만 있다면 어떤 수단이라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강천호가 말을 이었다.“뭐야? 지금 나를 가르치려 드는 거야?!”송호는 표정이 굳어졌고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감히 제가요?”강천호는 고개를 약간 숙였다.“나도 너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송호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전에 약신왕의 손에서 귀원단을 구하지 않았느냐? 빨리 물건을 내놓아라,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쓰겠다!”귀원단은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묘약이었다. 단전을 복원하는 데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니 단전이 망가진 후 24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했다. 단전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남아있었다. 다만 귀원단이 너무 귀중했다. 약신궁의 1년 생산량은 겨우 몇 알에 불과했다.
황혼 시각, 평안 의원.유진우가 신약을 개발하고 있을 무렵, 은색 벤틀리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은색 스커트를 입은 매혹적인 조선미가 내려왔다.“진우 씨, 저 왔어요.”그녀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유진우의 팔을 잡았다.“가요, 맛있는 거 사줄게요!”“어디로 가는데요?”유진우는 궁금했다.“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조선미는 아무 말도 안 해주고 유진우를 차에 태웠다.차는 40분 정도 달려서 고급스러운 클럽 앞에 멈춰 섰다.“조 대표님,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가세요!”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여러 명의 직원들이 조선미를 보자 고개를 숙이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그중 한 명이 열정적으로 앞장서서 안내했다.2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올라간 그들은 곧 널찍한 방으로 들어갔다.거기에는 한 무리의 멋지게 차려입은 범상치 않은 젊은 남녀들이 모여 있었다.“선미야, 왔어? 너 너무 바빠서 이번에도 안 오는 줄 알았어!”붉은색 옷을 입은 한 여성이 가장 먼저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키가 크고 가슴과 엉덩이가 풍만하며 타이트한 붉은색 롱 드레스를 입고 섹시한 몸매를 한껏 뽐내고 있는 여성이었다.“하늘아,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네가 오라는데 안 오면 안 되지. 게다가 우리 동창들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당연히 와야지.”조선미가 웃었다.“선미야, 이분은 네 남자친구야?”붉은색 옷을 입은 주하늘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유진우의 위아래를 살폈다.잘생긴 외모에 허름한 옷차림이 아무리 봐도 대가문의 아들로 보이지는 않았다.“맞아, 소개할게. 이쪽은 나의 남자친구 유진우야.”조선미는 웃으며 그녀의 동창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진우 씨, 이 사람들은 모두 저의 동창들이에요. 여기 가슴이 크고 힙이 좋은 얘는 주하늘이고, 짧은 머리에 보조개가 있는 얘는 유여정이고, 여기는 용국의 대스타이자 예능 퀸 현미리에요. 그리고 이 두 남자는 정건우와 나동수예요.”“안녕하세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사
정건우는 과한 표정을 지었다.명문대는 물론이고 아예 대학에 다니지 않은 사람이 어찌 조선미의 남자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는 거지?“선미야, 무슨 일이야? 너 아무 사람이나 데려온 거 아니야?”주하늘은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작은 의원의 의사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할 수 있단 말인가?“별것도 아닌 일에 그러지 마. 진우 씨의 의술과 무술 모두 강력해. 나중에 너희들도 알게 될 거야.”조선미는 자랑스럽게 웃었다.“선미야, 이 작은 의사보다는 내가 더 나은 거 아니야?”옆에 앉아 있던 나동수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입을 열었다.옛날에 그 역시 조선미에게 구애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방에게 처참하게 거절당했었다.이제 조선미가 작은 의사도 맘에 들어 하는 걸 보더니 본인이 의사보다 백배는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며 그의 마음은 다시 움직였다.나씨 가문도 강남에서는 귀족이기 때문이다.“그래 선미야, 내가 봐도 나동수가 더 나은 것 같아. 너를 기다리느라 오랜 시간 동안 여자 친구가 없었어. 잘 생각해 봐.”주하늘은 눈을 깜빡거리며 조선미를 설득하려고 했다.“나동수는 됐어, 내 취향 아니야.”조선미가 단호하게 거절했다.“선미야, 너무한 거 아니야? 나동수는 명문대를 졸업했고 수십억대의 회사를 경영하는데 자그마한 의원보다 낫지 않아?”주하늘이 말했다.“나동수가 어떻든 나랑은 상관없어. 내 남자친구는 진우 씨야. 앞으로 이런 농담 더 이상 하지 마.”조선미가 불쾌해하며 말했다.“그리고 우수한 거로 치자면 내 눈에는 백 명의 나동수라도 우리 진우 씨와 비교할 수 없어.”그녀의 말에 여러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정말로 연애 중의 여자는 바보가 되는 건가?“흠! 내가 능력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1년에 수익이 몇억은 되는데 나보다 백배가 강하다고 하면 1년에 수백억을 벌 수 있다는 거야?”나동수가 괴이한 표정으로 말했다.확실한 건,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돈 많이 버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진우 씨가 한 푼도
“얘들아, 데려가!”중년 남자의 명령과 함께 뒤에 있던 두 명의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와서 현미리를 데려가려고 했다.“잠깐!”이때 정건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현미리는 안 가니까, 당신들이 누구든 지금 당장 나가. 안 나가면 좋은 꼴 못 볼 거야!”“맞아! 감히 우리 눈앞에서 사람을 잡아가려고? 무슨 배짱이야?”나동수도 테이블을 치며 분노했다.현미리는 인기 스타이자 예능 퀸이었고 또한 외모든 몸매든 모두 조선미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기에 미녀를 구할 기회를 당연히 놓칠 리가 없었다.“두 사람은 이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중년 남자가 냉정하게 경고했다.“흠! 오늘 우리는 꼭 참견해야겠으니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정건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내 경고를 무시하다니? 이 두 사람 당장 끌어내!”중년 남자가 화를 내며 소리치자, 두 경호원은 곧바로 움직였다.이를 본 정건우와 나동수는 한 사람이 경호원 한 명씩 맞섰다.정건우는 조폭처럼 무자비하게 바로 술병으로 경호원의 머리를 내리쳤고 반면 나동수는 주먹과 발차기로 활기 넘치게 싸웠다.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경호원 두 명은 순식간에 쓰러졌다.“당신들 대체 뭐야? 왜 꼭 참견하려고 해?”중년 남자의 얼굴이 차가워졌다.“잘 들어, 나는 정씨 가문의 정건우다!”“나는 나씨 가문의 나동수야, 오늘 결과에 불복하면 언제든지 우리를 찾아와. 남자가 돼서 여자를 괴롭힌다는 게 말이 돼?!”두 사람은 활기차고 의기양양했다.많은 미녀 앞에서 남성미를 뽐내니 속이 시원했다!“좋아! 기억할게, 기다려!”중년 남자는 악의적인 눈빛을 보낸 후, 즉시 돌아서서 떠났다.“흠! 더 늦었다가는 다리를 부러뜨릴 거다!”정건우는 술병을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닌 놈들이 감히 우리 앞에서 나대다니?”나동수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너희 둘 이렇게 싸움을 잘해? 방금 너무 멋있었어!”주하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허허, 별거 아니야. 예전에 나랑 동수가 술집에서 십여 명을
선배들의 보호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오래전에 심연으로 떨어졌을 것이다.“이 개자식들! 그런 더러운 거래를 강요하다니 정말로 파렴치한 놈들이구나!”정건우는 상당히 분개했다.“흠! 고작 연예 기획사가 감히 횡포를 부리다니,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나동수 역시 화를 내며 말했다.“미리야, 걱정하지 마. 이 일은 우리가 해결해 줄게. 대표가 누구든 혼쭐을 내줄게!”“그래, 맞아! 너의 분노를 반드시 풀어줄게!”여러 명이 함께 입을 모았다.“고마워.”현미리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미리야, 그 대표 이름이 뭐야?”조선미가 갑자기 물었다.“성은 용씨인데, 이름은 몰라.”현미리가 대답했다.“성이 용씨라고?”몇몇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뭔가 생각난 듯 순식간에 표정들이 바뀌었다.“설마? 혹시 그 용씨 가문?”중주의 거물은 강남의 귀족이라고 할지라도 비교할 수도 없는 정도였다.천자의 발치에서 자리잡을 정도의 가문이라면 수백 년의 전통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만약 기획사의 주인이 정말 중주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미리야, 기획사 이름이 뭐야?”조선미가 다시 물었다.“드래곤 엔터테인먼트야.”현미리가 말했다.그녀의 말에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렇다, 드래곤 엔터테인먼트는 다름 아닌 용씨 가문의 회사였다!방금 그 사람들이 그렇게 거만하게 중주에서 강능까지 쫓아온 것은 바로 뒤에 용씨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왜들 그래?”현미리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그녀는 드래곤 엔터테인먼트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모르고, 다만 회사가 큰 힘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미리야, 너 정말 큰 일이다. 드래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조선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선미야, 겁주지 마. 건우랑 동수가 있는데 그깟 기획사 대표가 얼마나 대단하다고?”주하늘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반면 정건우와 나동수는 서로를
“팍!”중년 남자가 정건우의 뺨을 때리자 곧바로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당신...”정건우는 이를 너무 꽉 깨물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친구들 앞에서 뺨을 맞는 것은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었다.하지만 상대의 배후가 세력이 막강한 용씨 가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이봐요, 서로 한발씩 물러나죠? 이렇게까지 공격적일 필요는 없잖아요.”나동수가 눈살을 찌푸렸다.“저리 꺼져!”중년 남자는 갑자기 와인병을 집어 들어 나동수의 머리를 내리쳤다.순간 나동수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그만해! 당신, 얘가 누군지 알아? 나씨 가문의 아들 나동수야!”주하늘은 나동수가 맞는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나씨든 개씨든 난 몰라. 우리 용씨 가문을 건드리는 자는 다 죽을 거야!”중년 남자의 얼굴이 사나워졌다.“당신... 너무 나대지 마.”주하늘은 분노했다.“나대면 어쩔 건데? 오늘 누구든 감히 나선다면 바로 죽여 버릴 거야!”중년 남자가 손짓하자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차례로 칼을 뽑았다.그 사나운 모습에 주하늘도 겁에 질려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야! 너 방금 그렇게 소리를 지르더니, 왜 찍소리 안 해?”중년 남자는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어 나동수의 뺨을 때리며 굴욕감을 주었다.“이봐요, 돈을 원하는 거면 협상해요.”나동수는 굴욕감을 무릅쓰고 물었다.“협상을 좋아하고 있네!”중년 남자는 나동수를 발로 걷어차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네가 협상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내 말 한마디면 너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그의 말에 나동수는 표정이 변하더니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흠! 쓰레기 같은 놈들이 감히 내 앞에서 행세를 부리다니! 주제도 모르고!”중년 남자는 경멸하듯 입을 훑더니 현미리 쪽으로 시선을 돌려 웃으며 말했다.“현미리 씨, 아무도 당신을 구해줄 수 없어요. 우리와 같이 가시죠.”현미리는 입술을 깨물며 간절한 눈빛으로 정건우와 나동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지금의 두 사람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조무진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무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완전 무장을 한 군부가 보였는데 족히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았다.검은 갑옷을 입고 긴 칼을 허리에 찬 병사들은 기세가 매우 위풍당당했다.얼핏 보면 마치 강철로 되어 있는 호수 같았는데 멀리서부터 강한 압박감을 주는 이 부대는 바로 서경의 최강 정예 부대 흑용군이었다.“보아하니 사철수는 이미 체포된 것 같네요.”이청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흥용군의 리더는 바로 유천우였다.당시 유천우는 명령에 따라 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호룡각의 정예 부대를 미리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만든 뒤 절대적인 병력 우세로 오천여 명의 적을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포로로 체포했다.쿵 쿵 쿵!수만 명의 흑용군이 가까워질수록 그 압박감은 점점 더 강해졌다. 성벽 위에 있던 백호군들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소문에 의하면 흑용군은 용국의 최강 군부로서 창시 이래 백전백승을 이뤘고 여러 차례 뛰어난 공을 세웠으며 어떠한 군부도 흑용군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없다고 했다.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소문은 거짓이 아닌듯했다. 흑용군의 강렬함과 살벌함은 충분히 다른 군부를 경시할 만했다.“형! 임무를 완성했어요. 호룡각의 남은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잡아들였어요.”유천우가 먼저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잘했어.”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은 어떻게 됐어요? 채원진은 죽었어요?”유천우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머리가 잘렸는데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조무진은 발로 채원진의 머리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채원진의 머리는 축구공처럼 땅바닥에서 굴러 유천우의 발밑에 멈추었다.“뭐야! 이렇게 못생겼다고? 어쩐지 맨날 가면을 쓰고 다니더라니.”유천우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고 서경을 해친 놈을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채원진은 이미 죽었고 밑에 있던 정예들은 모두 체포되었으니, 호룡각은 이제 완전히 멸망한 셈이에요.
채원진은 죽고 호룡각 기지는 함락되었다. 이로써 호룡각은 조직 전체가 완전히 멸망했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흩어져 있는 병사들뿐이라 크게 위험이 되지는 않았다.하지만 유진우는 방심하지 않고 호룡각이 관련된 모든 사람은 전부 체포하라고 명을 내렸다. 만약 그들이 자진해서 항복한다면 죽음을 면할 수 있지만 끝까지 저항한다면 남은길은 죽음뿐이었다.“형, 드디어 이 재앙 같았던 놈을 처리했네. 축하해!”조무진은 앞으로 걸어가 채원진의 시신을 발로 차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다 네 덕분이야. 네가 20만 명의 백호군을 데리고 채원진의 퇴로를 끊어놓지 않았다면 채원진은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연명했을지도 몰라.”유진우가 말했다. 그는 채원진을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결국 채원진은 죽었고 그는 승리했다.“난 별로 한 게 없어. 고마워할 거면 공주마마께 고마워해야지.”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이청성을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공주마마께서 형을 돕는다고 엄청 바쁘셨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독촉하느라 발등에 불이 붙을 뻔했다니까.”“조무진 씨!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이청성은 앞으로 걸어 나오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공주마마께서 학식과 도리가 깊고 외모와 지혜가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요.”조무진은 아첨하며 웃음을 지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네요.”이청성은 조무진을 흘겨보며 말했다.“공주마마, 감사합니다.”유진우는 공수하며 말했다.“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요?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도와줬을 뿐이에요.”이청성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게다가 채원진은 우리 공공의 적이잖아요. 유진우 씨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백성을 위해 나쁜 놈을 제거 한 거죠.”“공주마마의 대의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이 얘기는 그만하죠. 비록 채원진이 죽었다고 하
반면 채원진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팔 전체가 파열되었고 용담적염창도 튕겨 나갔으며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누워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홍복홍은 재빨리 달려가 떨고 있는 유진우를 부축했다.“괜찮아요.”유진우는 몸에 기혈이 들끓고 팔이 저리고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았다.비록 채원진이 중상을 입기는 했지만 방금 전력으로 내뿜은 일격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고 결국 유진우도 피를 토하고 말았다.채원진의 몸에 있는 멸신독이 퍼지지 않았다면 오늘 그를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왜? 이럴 수 없어. 절대 이럴 수는 없어...”땅에 엎드려 맥 빠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채원진의 두 손은 긴 손가락 자국을 남긴 채 땅바닥에 푹 꺼져 있었다.안 그래도 흉측하던 얼굴이 더욱 흉측해 보였다.“남길 유언이라도 있나?”유진우는 창궁검을 손에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채원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한 세대의 효웅이었던 채원진은 마치 죽음을 앞둔 늙은 개처럼 낭패와 처참함 그리고 빨리 죽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유진우! 이 비열한 새끼야! 네가 이런 모함을 꾸미지 않았다면 내가 패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고 이 지경까지 되지도 않았을 거야. 인정 못 해. 죽어도 인정 못 해!”채원진은 미친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의 상대는 용국의 지존인 서경 왕 유만수처럼 천하를 뒤흔든 거물이었는데, 젖비린내 나는 아이들 몇 명에게 패했다는 사실을 채원진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비열?”유진우는 콧방귀를 뀌고 말을 이었다.“이런 단어가 네 입에서 나오니까 정말 어이없구나. 사람을 시켜서 내 아버지를 암살하고 이간질로 삼촌을 유혹하여 반역을 도모해 서경을 혼란에 빠뜨리고. 네가 했던 일 중에 어느 하나 비열하지 않은 일이 없어. 죽을 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도리를 따지는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 그리고 네가 인정하든 못하든 난
“채원진, 나라와 백성을 해친 네 죄가 극악무도하니 인제 그만 포기하고 꼼짝 말거라. 반항한다면 사살할 것이다.”이청성은 손에 황권을 상징하는 금색 영패를 쥔 채 차가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청성이 이번에 유진우를 따라 서경에 온 이유는 바로 호룡각에 남아있는 잔당을 대처하기 위해서였고 여러 가지 경우를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두었다.병력을 이동하라는 칙령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성민이 직접 내린 거였고 그 덕분에 20만 명의 백호군을 움직여 이번 작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이청성을 본 채원진은 절망하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그의 입과 코에서는 검붉은 피가 더욱 많이 흘러내렸다.“채원진, 넌 이제 끝났어. 판을 뒤집을 가능성은 절대 없으니 그만 포기해. 오늘이 지나면 호룡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어둠 속에 숨어 살던 추악한 놈들은 자기가 했던 행동에 책임지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유진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난 아직 패한 거 아니야! 절대 그럴 수 없어!”채원진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제 겨우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너희 같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들 때문에 무너질 거 같아?”오랜 세월을 참고 견뎌 호룡각의 각주가 된 채원진은 이제 곧 막강한 권세를 누릴 줄 알았는데, 겨우 며칠도 안 돼 큰 타격을 입고 궁지까지 내몰리고 말았다.채원진은 단념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어린 녀석들을 감당하지 못해 실패하고 죽는다는 게 달통 되지 않았다.“채원진, 아직도 모르겠어?”조무진은 담담하게 말했다.“용맥이 잘려서 사라질 때부터 호룡각 말살은 시작된 거야. 그때 너희들은 이미 대세와 기운을 잃었어. 만약 너희들이 어둠 속에 숨어서 연명한다면 몇 년 더 살 수는 있겠지만 그런 탐욕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니까 서경왕부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지. 그 결정을 내리는 순간부터 넌 이미
“무슨 헛소리야! 호룡각의 사람이 아니면, 서경왕부의 사람이라도 된다는 거야?”채원진은 눈이 시뻘게져 소리쳤다.“맞아. 내 사람들이야.”유진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네가 부대를 이끌고 우리를 매복시키려 할 때 내 병마들은 그 허점을 틈타 이미 너의 기지를 점령했어. 그러니까 이제 이곳은 내 소유야.”“유장혁! 그런 헛소리를 내가 믿을 거 같아?”채원진은 험악한 얼굴로 소리쳤다.“아무리 내가 많은 정예병들을 데리고 나갔다고 하지만, 기지 내에 적어도 3만 명의 병마가 있었고 각종 방어 조치까지 더해져 10만 명 이상의 병력이 없다면 감히 공격도 못해. 서경의 흑용군은 모두 내 감시하에 있었는데 만약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했다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잖아.”“누가 그래? 내가 흑용군을 호출했다고?”유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걸 나라고 생각 못 할 것 같아? 너의 잔당들을 토벌하기 위해 이번에 특별히 지원군들을 불렀지.”어젯밤, 유천우한테 최대한 빠른 속도로 서신을 전하게 한 이유가 바로 구원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구원병이 제때 도착해 유진우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 수 있었다.“지원병? 무슨 지원병?”채원진은 왠지 불안한 마음에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서경과 가장 가까운 부대는 서남 지역에 있는 백호군이고, 백호군의 사령관은 전쟁의 신 조무진이야.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무진은 나와 아주 친한 사이라 도움을 좀 받았지.”유진우의 담담한 대답에 채원진은 못 믿겠다는 듯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백호군? 조무진? 그럴 리가 없어. 헛소리 하지 마!”“못 믿겠으면 뒤돌아봐.”유진우는 설명 대신 채원진의 뒤를 보며 턱을 치켜들었다.뭔가를 느낀 듯한 채원진이 뒤를 돌아보니 성벽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은색 갑옷을 입은 준수한 외모의 한 젊은 남자가 정예 장병들과 함께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젊은 남자는 다름 아닌 전쟁의 신 조무진이었다.“채원진, 어때? 이제 현실이 좀 받아들여져
“거의 거의 다 왔어. 곧 도착이야.”채원진은 정혈을 끌어 연소시키며 겨우 도망쳤다. 도중에 끊임없이 피를 토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한바탕 전력 질주 끝에 드디어 채원진의 눈에는 기지 앞의 높은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성벽만 넘으면 그는 안전할 수 있었다.채원진은 기지 안에 많은 영단 묘약이 있으니, 그의 독을 치료할 약이 기필코 있을 거로 생각하며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성문을 열어라! 어서 빨리 성문을 열어!”성벽 지하까지 돌진한 채원진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얼굴은 짙은 보라색으로 변해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여전히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슝 슝 슝.채원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벽 위에서 갑자기 팔뚝 굵기의 쇠뇌가 몇 대 발사되었는데 10만여 근의 힘을 숨기고 있는 쇠뇌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놀란 채원진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팡 팡 팡.몇 대의 쇠뇌는 채원진의 눈앞에 떨어지며 엄청난 위력과 함께 뒤쪽 끝을 조금 남긴 채 반이 넘게 땅바닥 깊이 박혀 들어가며 굉음을 냈다.“야! 너희들 미쳤어? 나 호룡각의 객주야! 눈 똑바로 뜨고 잘 봐!”채원진이 성벽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오히려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무기를 들어 채원진에게 겨누었다.각종 중화력 무기도 가동되었고 수많은 포구와 총구가 동시에 성벽 아래에 있는 채원진을 겨누었다.누군가의 명령이 내려지기만 하면 채원진은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었다.“눈은 멋으로 붙이고 다니는 거야? 나도 못 알아봐? 당장 성문을 열어! 안 그러면 전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화가 치밀어 오른 채원진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되려 집 문 앞에서 막힐 줄이야.‘이 녀석들, 도대체 무슨 수작인 거야?’채원진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채원진, 너한테 남은 건 죽음뿐이야.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면 고통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