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어느 고급 클럽에서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용호걸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오늘 저녁에 만나요. 또 한 번 바람맞히면 알아서 하세요.”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의 옆에는 몇 명의 젊은 남녀가 앉아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 후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호걸 씨의 계략으로 미인을 잡으셨네요. 정말 대단해요!”백발의 청년은 감탄으로 가득 찼다.“하하... 동생을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면 별수 있겠어? 말을 들어야지. 정말로 괜찮은 여자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용호걸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그가 눈독을 드린 여자들은 모두 도망칠 수 없었다.조금만 머리를 써서 계략을 피우면 바로 성공했었다.예를 들어 이청아는 순결한 여자로 보였지만, 그녀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접근하기만 하면 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호걸 씨,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왜 굳이 결혼까지 하시려는 거예요? 평소 스타일과 맞지 않은 것 같아서요.”백발의 청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핵심을 물어보네.”용호걸은 시가에 불을 붙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할게. 굳이 결혼하려는 건 강북 이씨 가문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야. 용씨 가문과 이씨 가문이 혼인을 하기로 한건 이미 결정된 사실이고 이청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로 들어갈 거야. 그렇게 되면 그녀의 손을 이용해서 이씨 가문을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거든.”용호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다.“역시 용씨 가문 도련님이네요. 그렇게 멀리까지 내다보다니, 대단해요!”“권력도 장악하고 아름다운 여자도 안고 정말 일거양득이네요!”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아부를 늘어놓았다.“내가 이 씨 가문을 장악하고 나면 그때는 용씨 가문의 가주 자리는 내 것이 될 거야!”용호걸은 자신만만해 보였다.강력한 가문의 내부 경쟁은 치열했고, 그의 형제들도 모두 가주 자리를 탐내고 있었기에 그는 반드시 형제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실력이 필요했다.“그럼 미리 축
첫 번째, 무응답.두 번째, 역시 무응답.세 번째에야 겨우 연결이 되었다.“청아 씨,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하기로 했잖아? 어디야?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유진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게... 미안해. 지금 바쁜 일이 생겨서 갈 수가 없어.”이청아는 말을 더듬거렸다.“그랬구나, 그럼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유진우가 다시 물었다.“고객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미안해!”이청아가 조금은 이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 일이 중요하니까. 먼저 일봐.”유진우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조금 아쉬웠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 다음에 내가 밥 살게.”“알았어.”유진우는 웃으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낯익은 남성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아 씨, 누구랑 전화해요? 빨리 와서 한잔해요.”말이 떨어지자 삐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사장님, 손님은 언제 오세요?”매니저가 물었다.“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못 온대요. 이것도 다 치워요. 모두들 수고했어요.”유진우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남은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는데 헛수고였다니?...같은 시각, 로즈 호텔의 룸 안에서.“호걸 씨, 이제 더 이상은 마실 수 없으니 오늘은 그만해요.”이청아는 건배하자고 다가오는 술잔들을 밀어내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그녀의 얼굴은 이미 술기운에 붉어지고 머리는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청아 씨, 이현 씨 일을 해결하는 데 정말 힘들었어요. 저의 노력을 봐서라도 저랑 한 잔은 해야지 않겠어요?”용호걸은 약간 불쾌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었다.“청아야, 그냥 마셔, 한 잔이잖아. 별거 아니야.”옆에 앉아 있던 장경화가 부추겼다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이현을 구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용호걸을 기쁘게 해줘야 했다.“그건...”이청아는 조금 당황했다.그녀는 자신의 주량을 알고 있었다. 조금만 더 마시면 분명 취해버릴 것 같았다.“청아
프레지덴트 스위트룸 내.장경화는 이청아를 침대에 눕힌 뒤 신발과 양말을 벗겼다.그러고는 뜨거운 물로 이청아의 얼굴과 몸을 닦아주었다.“엄마, 힘들어요, 물 주세요.”이청아는 입이 말라 장경화한테 말했다.“물로는 안 돼. 우유를 사 올게, 좀만 기다려.”장경화가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사모님, 청아 씨 괜찮아요?”장경화가 문을 나서는 순간 뒤따라오던 용호걸과 마주쳤다.“괜찮아요. 한잠 푹 자고 나면 될 거예요.”장경화가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어디 나가세요?”용호걸이 물었다.“우유 먹이려고 사러 가요. 속이 안 좋을 것 같아서요.”장경화가 말했다.“그렇군요. 그런데 이 근처에는 우유를 파는 곳이 없어서 아마 좀 멀리 가셔야 하셔서 좀 늦게야 돌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용호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닌데요? 방금 바로 아래층에 슈퍼가 있는 걸 본 것 같아요.”장경화가 웃으며 말했다.“왜요? 지금 제 말을 의심하시는 거예요?”용호걸의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맹수 같았다.“아니에요. 그런 뜻은 아니에요. 알았어요. 늦게 돌아올게요.”장경화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다행이네요.”용호걸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장경화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장경화가 사라지자 용호걸은 방 키를 꺼내 스위트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엄마, 우유 이렇게 빨리 사 왔어요?”이청아는 침대에 누워 힘없이 물었다.“청아 씨 어머니는 당분간 못 오실 거예요. 그동안은 내가 돌봐줄게요.”용호걸은 거침없이 말했다.“호걸 씨? 당신이 어떻게?”이청아의 안색이 변했다.“어떻게 들어왔어요? 엄마는요?”“당연히 우유 사러 가셨죠.”용호걸은 말 하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호걸 씨, 뭐 하는 거예요?”이청아의 눈에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솔로인 남녀가 한 방에서 뭐를 하겠어요?”용호걸은 넥타이를 풀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의 눈은 뜨거운 욕망으로 가득 찼다.“호걸 씨, 장난하지 말아요. 전 당신이
만약 상대가 강제로 밀어붙인다면 머리를 박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다.“강요하면 뭐? 이미 결혼 한 번 했었던 여자가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당장 옷 벗어!”용호걸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싫어요!”이청아는 이를 꽉 깨문 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도망쳐?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용호걸은 흉악스럽게 웃으며 재빨리 쫓아갔다. 이청아가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 도망치려던 그때 용호걸이 갑자기 그녀를 확 덮치고는 미친 듯이 옷을 찢기 시작했다.“땡!”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갑자기 열렸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두 사람은 순간 멈칫했다. 유진우가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야?”유진우가 살기를 내뿜으며 이를 꽉 깨물었다.통화할 때 얼버무리는 이청아의 모습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이청아 차의 위치를 추적했었다. 그런데 현장에 오자마자 이런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어머, 당신이었군요.”용호걸이 천천히 일어서며 자연스럽게 바지를 올리더니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내가 여자친구랑 애정행각을 하는 걸 몰래 훔쳐보려고 왔어요?”“여자친구?”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청아에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아니야... 진우 씨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이청아는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청아 씨, 이런 일도 저 사람한테 숨길 건가요? 오늘 밤에 나랑 술도 마시고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만났으니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요.”용호걸이 웃으며 말했다.“청아 씨,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 만나야 한다는 고객이야?”유진우의 낯빛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통화할 때 하도 머뭇거려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이런 밀회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게...”이청아는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를 속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왜 아무 말이 없어? 대답 못 하겠어?”이청아가 아무 말이 없자 유진우의 마지막 희망도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그는 그녀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었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대답은 얻지 못했다.“미안해...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이청아는 칼로 마음을 도려내듯 찢어지게 아팠고 호흡마저 가빠졌다.“말 못 할 사정?”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무슨 사정이길래 몸도 팔고 설명조차 못 하는 건데?”“미안해... 정말 미안해...”이청아는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미안하다는 소리 그만해. 우린 이미 이혼했어. 당신이 뭘 하든 나랑 상관없어.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유진우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하지만 앞으로는 날 귀찮게 하지 마. 나도 사람이야, 마음이 아프다고. 그러니까 부탁인데 제발 나 좀 놔줘.”“나...”이청아는 말하려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멈추었다.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면 오히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남동생과 가족, 그리고 유진우를 위하여 용호걸의 뜻대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신혼 첫날밤에 이 세상을 떠날 결심까지 마쳤다.“됐어요, 됐어요. 할 얘기는 다 한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해요.”그때 용호걸이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청아 씨, 먼저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우린 이따가 제대로 즐겨요.”이청아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유진우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여기 서서 뭐 해요? 계속 구경할 건가요?”용호걸은 마치 하찮은 인간을 쳐다보듯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아참, 당신 여자 아주 죽여주던데요? 피부도 하얗고 부드러운 게 정말 최고예요. 이따가 제대로 즐겨야겠어요. 물론 당신만 괜찮다면 옆에서 구경해도 돼요. 하하...”용호걸의 미소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이 자식이 뒤지려고!”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유진우는 용호걸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곧이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용호걸은 벽에 부딪히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유진
의원으로 돌아온 유진우는 한참이 지나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이청아의 말은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녀가 이런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단지 복수하려고 일부러 가까이하고 그를 손아귀에 놓고 가지고 놀았다. 분명 좋게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왜 적이 되지 못해 안달 나 하는지 도무지 이해 되지 않았다.‘대체 왜일까?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은인님, 무슨 일 있어요?”그때 왕현이 객실에서 걸어 나오며 떠보듯이 물었다.“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며칠 동안의 치료를 거친 결과 그의 단전도 꽤 회복되었다. 비록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만족스러웠다.“술 한잔할까요?”유진우가 진열장에서 술 두 병을 꺼냈다. 주정뱅이 영감이 있는 한 술이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좋죠.”왕현도 흔쾌히 동의하며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술잔만 기울일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침울했다.술을 몇 잔 들이킨 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다친 데는 어때요?”“이젠 괜찮아요. 이틀 후면 다 나을 것 같아요.”왕현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다 은인님 덕분이에요. 안 그러면 전 진작 폐인이 됐을 겁니다.”“어색하게 은인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진우 씨라고 불러요.”유진우는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어찌 감히 그렇게 부르겠어요... 그럼 그냥 형님이라고 부를게요.”왕현이 멋쩍게 웃었다.“마음대로 해요.”유진우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마셨다.“지금 형님의 모습을 보아하니 혹시 여자 때문인가요?”왕현도 한 잔을 들이켰다.“어? 어떻게 알았어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하하,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 당연히 알죠.”왕현이 자신을 비웃었다. 자신의 스승과 약혼녀가 그렇고 그런 짓을 했는데 이보다 더 비참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하긴.”유진우는 왕현의 처지를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는 술을 마시며 일의
남자는 사납고 포악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렸다.“제가 유진우인데 무슨 일로 오셨죠?”유진우는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보고는 계속하여 술을 마셨다.“전 현무문 건당의 제자입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온 건 민간의 룰대로 도전장을 건네러 온 것입니다. 우리 일곱째 형님인 준혁 형님을 죽였으니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큰형님이 당신이랑 끝장을 보려고 친히 강능으로 오셨어요!”남자는 기고만장하며 선전 포고서를 던졌다. 복수해도 당당하게 해야 했고 또 이 기회를 빌려 현무문의 위엄을 선보일 생각이었다.“그냥 돌아가요. 전 관심 없으니까.”유진우는 선전 포고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왜요? 두려워요?”남자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준혁 형님을 죽일 땐 미쳐 날뛰더니 큰형님이라는 소리에 바로 쫄았어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난 당신네 큰형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그럼 지금 알려줄게요. 우리 큰형님은 스카이 랭킹의 고수이자 현무문의 8대 천재 중 한 명인 송호예요. 다들 죽음의 칼잡이라고 부르기도 하죠.”“죽음의 칼잡이 송호?”왕현의 낯빛이 확 어두워지더니 두려움이 조금 짙어졌다. 현무문 제자인 그는 당연히 송호의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현무문에 여덟 개의 파벌이 있었는데 각각 건, 곤, 이, 감, 태, 진, 손, 간이다. 매개 파벌마다 최고의 고수가 있었고 그 고수를 수석이라고 불렀으며 당주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권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현무문의 오너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송호가 바로 건당의 수석제자였다.그는 30대 초반밖에 안 된 나이에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린 천재이다.“죽음의 칼잡이는 무슨. 들어도 못 봤어요. 죽고 싶지 않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예요.”유진우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흥! 오만하기 짝이 없는 놈!”남자는 더는 예를 갖추지 않고 하찮은 인간을 쳐다보듯 그를 쳐다보았다.“이 자식아, 지금까지 우리 현무문이 보낸 선전 포고서를
어느덧 이틀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현무문의 최고 고수인 송호가 유진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문이 세간에 쫙 퍼졌다. 이 소식을 들은 무사들은 재미난 구경을 놓칠세라 곳곳에서 모여들었다.한 사람은 현무문 건당의 수석이자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린 죽음의 칼잡이 송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요즘 명성이 부쩍 높아진 다크호스 유진우이다.두 사람이 대결을 벌인다는 소식에 세간이 시끌벅적해졌다. 수많은 구경꾼들이 아직 해가 뜨기도 전에 벌써 기운산에 도착했다.그 시각 기운산 아래.“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왔어요?”빼곡하게 늘어선 차량을 본 순간 유진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는 그냥 일반적인 대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로 일이 커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현무문이 이래요. 명성이 자자한 제자가 누군가와 링 위에서 싸울 때마다 위세를 펼치거든요. 이젠 각 파벌 사이에 암암리에 정해진 규정이 돼 버렸어요.”왕현은 조금도 놀란 기색이라곤 없었다.“그래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었다.“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놓고 혹시라도 지면 얼마나 창피해요?”“진다고요?”왕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상대는 죽음의 칼잡이 송호예요. 현무문의 젊은 세대 중에 송호의 상대가 될만한 자가 거의 없는데 진다는 게 말이 돼요?’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이 있기에 현무문이 대대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었다. 공증인을 모셔 왔을 뿐만 아니라 각 파벌의 엘리트 제자도 불러 모았다. 현무문의 위상을 과시하여 명성을 떨칠 계획이었다.“형님, 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았어요. 정말 올라갈 거예요?”왕현이 떠보듯이 물었다.“여기까지 왔는데 왜 그냥 가요? 올라가서 송호인지 뭔지 한번 만나봅시다.”유진우는 기지개를 켜고는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산 중턱까지 다다랐을 무렵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도로 옆쪽의 울창한 숲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건장한 사내 십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