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 의원.유진우는 애꾸눈 노인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유진우 씨! 이 대표님이 위험해요! 얼른 와서 도와주세요!”장 비서는 입을 열자마자 도움을 청했다. “위험이라니 무슨 일이야.”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 당신 때문이에요! 이 대표님이 유진우 씨가 걱정된다고 조훈 어르신과 대화하러 들어갔다가 지금까지 안 나오고 있어요. 위험이 있는 게 분명해요!”장 비서의 말투가 급박했다. “장난쳐? 내 일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거기 가서 뭐 하는 거야!”유진우의 낯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당신 도대체 양심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이 대표님은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요!”장 비서는 울분에 차서 소리 질렀다. “어디 있는데.”“대박 그룹이요.”“금방 갈게.”다른 말도 없이 통화를 끊은 유진우는 그대로 대박 그룹을 향해 갔다. ...한편, 대박 그룹.이청아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있었다. 아까 마신 술의 취기가 확 올라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문제는 들어올 때 가방과 핸드폰을 다 뺏겨버려서 구조 전화를 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떡하지?’그녀가 대책을 세우고 있을 때 사무실의 문이 다시 열렸다. 가운을 입은 조훈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옷은 아직도 안 벗은 거야? 굳이 내가 나서야겠어?”조훈의 시선이 이청아를 한번 훑었다. 지금의 이청아는 마치 잘 익은 복숭아와도 같았다. 온몸에서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듯했다. 얼른 한 입 베어 물어 맛보고 싶었다. “조훈 어르신, 제발 고정하세요. 반 시간 안에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사람을 심어놓았습니다. 지금 경찰이 오고 있을 겁니다.”이청아가 경고했다. “뭐? 네까짓 게 나를 겁박해?”조훈은 차갑게 웃었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으냐. 한 가지 알려 주자면 경찰서에도 내 사람이 가
“그렇게 멀뚱히 서서 뭐 해, 얼른 사람을 놓아줘라!”안병서가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조훈은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낯빛이 흙빛이 되었다. 좋은 말로 사람을 놓아줘라고 했다면 못 이기는 척 들어줄 거였다. 하지만 안병서가 들어서자마자 성을 내며 조훈의 뺨까지 갈겼으니 이제 사람을 놓아준다면 조훈에게는 망신이었다. “안 회장님, 이 자식이 제 아들을 망쳤습니다. 게다가 제 구역에 마음대로 들어왔는데 제가 이 자식을 놓아주면 제 체면은 뭐가 됩니까.”조훈이 애써 감정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네 아들은 얻어맞아도 싼 놈이다!”안병서는 웃음을 작게 흘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네가 오늘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네 대박 그룹이 허공에서 증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야.”“ 회장님, 비록 회장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제게도 배후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쇼!”조훈이 용기 내 소리 냈다. “강천호를 말하는 거냐?”안병서는 그저 시들하게 웃었다. “오늘 강천호가 여기 있다고 해도 넌 사람을 놓아줘야 한다, 알아들어?”그 말에 조훈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두 낯선 이를 위해 강천호의 체면도 세워 주지 않는다니.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일은 제가 하나도 빠짐없이 천호 어르신께 고해드리죠.”조훈은 억지스럽게 웃었다. 강천호는 세 큰 손 중의 한 사람으로 안병서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런 강천호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다니, 이후의 일이 어려워질 것이다. “잔말 말고, 얼른 사람을 놓아줘라!”안병서는 더는 시간을 지체하기 싫었는지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그대로 조훈의 머리를 겨눴다. “얼른!”안병서의 총을 보며 조훈은 턱에 힘을 꽉 주고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홧김에 자기의 목숨으로 도박하고 싶지 않았다. “조훈, 오늘은 그저 경고일 뿐이다. 이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강천수도 널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그 한마디만 남겨두고, 안병서는 유진우와 이청아를 데리고 떠나갔다. 200여 명의 남자들은 그대로 굳어
“알겠어요! 의성 도련님이 도와주신 게 분명해요!”장 비서는 생각이 났다는 듯 얘기했다. ‘제가 경찰에 신고한 후 의성 도련님께도 연락을 드렸거든요! 분명 의성 도련님이 안 회장님께 연락한 거예요!”“양의성 씨가?”이청아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믿지 못하겠다는 어투로 물었다. “틀림없어요. 나서서 우리를 도와주고 안 회장님을 연락할 만한 사람은 의성 도련님뿐이에요.”장 비서는 자기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이청아도 장 비서의 얘기에 동의했다.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사이 붉은색의 페라리가 도로 옆에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더니 멋지게 차려입은 양의성이 걸어왔다. “청아 씨, 괜찮으세요? 전화 받자마자 달려왔어요!” 양의성은 이청아를 엄청나게 관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의성 도련님,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의성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이 대표님이 위험해졌을 거예요.”장 비서가 먼저 감사 인사를 올렸다. “도와주다니?”양의성은 순간 무슨 뜻인지 반응을 하지 못했다. “방금 안 회장님이 다녀가셨어요. 친히 오셔서 이 대표님을 구해주셨는걸요.”장 비서가 환히 웃었다. “어?”양의성은 더욱 알 수 없었다. “의성 도련님이 이토록 인맥이 넓은 줄 생각도 못 했어요! 안 회장님도 친히 모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양의성은 입 주변의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표정이 굳어버렸다. 안 회장이 어떤 사람인데. 양의성이 어찌 그를 모실 수 있으랴.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얼굴을 보기도 쉽지 않은 분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대로 맞춰주기로 했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으니까. “흠흠, 저기... 나도 그저 시도만 해본 건데 안 회장님이 이토록 신경 써주실 줄은 몰랐네.”그 말을 들은 유진우는 그만 소리 내 웃을 뻔했다. 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들킬까봐 걱정은 되지 않나 봐? “유진우 씨, 뭐가
“그래서, 할 말은 그게 끝이야?”이청아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믿기 힘들다는 듯 물었다. 처음 보는 유진우의 차가운 표정이 낯설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몰려왔다. “그래, 끝이다.” 유진우는 이청아를 전혀 개의치 않고 얘기했다. “똑똑히 기억해. 내 일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마. 내가 죽든 살든 이제 너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알겠어?”당당한 유진우의 말에 이청아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자신의 배려가 바꿔온 것이 감사와 보답이 아닌 훈계와 원망이라니. 언제부터 두 사람 사이가 이토록 나빠졌던 것일까.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에요?!”옆의 장 비서가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대표님이 도와주려고 했더니만 이게 무슨 태도입니까! 양심은 개나 줘버렸어요?”“그럼 무슨 태도로 대해야 하는데. 혼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호랑이 굴에 걸어 들어가는 사람을 용감하다고 해줘야 하나?”유진우가 차갑게 대꾸했다. “저런 배은망덕한...!”장 비서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됐어, 그만둬.”“오늘부터 더 이상 네 일에 참견하지 않을 거야. 네가 죽든지 말든지 나랑은 아무 관계 없으니까!”이청아는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녀는 뒤돌아 떠나갔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항상 강인했던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신! 오늘 일 똑똑히 기억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지 우리를 찾지 말아요!”장 비서는 분에 차서 유진우를 노려보다가 다급히 이청아의 뒤를 따랐다. “머저리 같은 자식.”양의성은 입을 삐죽거리다가 자연스레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이청아와 유진우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바보같으니라고...”멀어지는 이청아의 뒷모습을 보며 유진우는 복잡한 감정으로 시선을 거두었다. 이청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는 이청아와 싸워 그녀가 직접 떠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유진우가 제때 나서지
빌딩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걸음마다, 층마다 유진우는 난폭하게 사람을 해치웠다. 그 과정에 유진우의 적수가 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나한테 복수할 거라면서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 어떡하나.”유진우는 천천히 다가가며 조훈의 숨통을 조여갔다. “제기랄!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쏜다!”조훈은 갑자기 서랍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조준하기도 전에 유진우가 그의 앞으로 뛰어올라 총구를 잡았다. 그리고 총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철컥.”금속 마찰음이 들렸다. 놀란 조훈은 겨우 시선을 돌려 자신의 총구가 부서진 것을 확인했다. 총을 부수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총을 찰흙 다루듯 마음대로 갖고 논단 말인가! “저, 저기... 그 전의 일은 모두 오해였어. 지금 여기서 떠난다면 앞으로 너를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하지.”조훈은 놀란 나머지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며 백기를 들었다. 이미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괴물과 싸우기에는 승산이 없을 게 뻔했다. 어쩐지 안병서 같은 인물도 유진우 앞에서 존중을 표하더니만. “네가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도 오늘 난 너를 꼭 건드릴 거다.”유진우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조훈의 어깨를 잡아 힘껏 아래로 잡아당겼다. 툭 소리와 함께 조훈의 어깨가 그대로 빠져버렸다. “으악!”조훈은 참을 수없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그렇게 얘기하는 유진우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저 또 한 번 손을 뻗어 조훈의 남은 팔 하나를 더 부러뜨렸을 뿐. 조훈은 너무도 괴로운 나머지 얼굴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렀고 표정은 뒤틀려져 있었다. 방에 남은 몇 사람도 두려움에 벌벌 떨며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기랄! 너 내 배후가 누군지 알아?!”“무려 강천호 어르신이다! 강능 3대 큰 손 중의 일인자!”“네가 오늘 날 죽인다면 강천호 어르신이 널 가만두지 않으실 거다!”구석에 몰린 쥐는 되려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곧 죽을 처지
“저 자식이 제 아버지입니다.”짧은 한마디가 유진우를 잠깐 굳어버리게 했다. 그저 친척이라고만 생각했지 이토록 가까운 혈연관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조훈의 아들은 조천룡이라고 들었는데 너는...?”유진우가 떠보면서 물었다. “저는 조민이라고 합니다. 조훈의 사생아입니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설명했다. “조훈이 제 어머니를 강제로 취하고 추문을 피하고자 제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의아들이라는 명분만 주었죠.”“그래서 조훈이 미웠다?”유진우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당연합니다!”조민은 턱에 힘을 꽉 주고 분노에 차서 얘기했다. “조훈은 저와 어머니를 버렸을 뿐만 아니라 저희가 가난할 때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저 조천룡을 보좌하는 장기 말로 저를 불러들인 것입니다. 조천룡의 시종 짓이나 하는 것,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조훈의 모든 것을 빼앗을 겁니다!”“좋아.”유진우는 만족스러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야망이 있다니 내가 도와주지. 내 말만 잘 들으면 조훈의 모든 것을 네 손에 쥐어 주고 나아가서는 너를 강능의 왕으로 만들어 주마.”“감사합니다, 선생님!”조민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바닥에 꿇어앉아 유진우에게 절을 세 번이나 했다. 조민은 머리가 빨리 굴러가는 사람이었기에 유진우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혼자만의 힘으로 대박 그룹 전체를 해치워 버린 실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할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을 따른다면 앞날이 꽃길일 것이 분명했다. “나는 유 선생이라고 부르면 된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연락해. 너한테 다른 요구는 없고 충심만 있으면 된다.”유진우가 조민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죽을 때까지 유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조민은 고개를 숙이며 충심을 표했다.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지?”유진우는 한 번 더 물었다. “당연하죠! 오늘 일은 유 선생님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저 혼자 한 일입니다!”조민은 재빨리
남자가 한눈에 반할 만큼 예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녀석은 어제 봤음에도 불구하고 까먹어 버리다니. 그녀의 존재감이 부족했던 것일까? “어...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어디서 만났었나요?”“어제! 병원에서! 당신이 제 할아버지를 치료했어요! 기억 안 나요?!”여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얘기했다. “아, 생각났습니다. 조선미 씨의 동생이시죠? 이름이... 조나연이었던가?”유진우는 기억을 되짚으며 얘기했다. “조나연이라니? 내 이름은 조아영이에요! 조아영!”여자는 금세 성질이 터져버렸다. 콱 액셀을 밟아 이 사람을 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이런 충격은 처음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못살게 굴다니!“죄송합니다, 조아영 씨.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당연히 일이 있으니까 찾아왔죠! 제가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요?”조아영은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며 얘기했다. “얼른 차에 타요. 언니가 이상한 병에 걸린 것 같아서 당신을 데려가려는 거니까요.”“네? 선미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라도?”유진우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의사인 당신이 알아봐야지. 얼른 타요!”조아영은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유진우는 하는 수없이 그저 람보르기니에 올라탈 뿐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행인의 질투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대략 30분 정도 운전하여 천향원이라는 고급스러운 별장 앞에 도착했다. 별장의 입구에는 24시간 대기하는 경호원이 있었다. “따라와요!”차에서 내린 조아영은 빠른 속도로 유진우를 데리고 한 침실로 들어섰다. 그 시각, 침실의 화장실.정장을 입은 조선미가 얼음으로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시선은 초점이 없이 몽롱했으며 계속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유혹적인 자태로 숨을 크게 쉬니 욕조의 물에 작은 파도가 일었다. “선미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유진우가 나서서 확
“죄송해요, 실수입니다.”유진우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조선미를 밀어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숨길 수는 없었다. 방금의 실수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유진우가 반응할 사이도 없었다. “아니에요, 제 실수입니다. 아마도 약효가 너무 과한 것 같네요. 제가 제어하지 못했습니다.”조선미가 부끄러워하면서 얘기했다. 그러고는 한 쪽에 있는 조아영을 쏘아보았다. ‘모처럼 하늘이 주신 솔로 탈출할 기회인데, 왜 이리도 눈치가 없는지.’‘그냥 나가면 될 것이지 굳이 여기서 소리까지 지르며 방해를 왜 해!’‘한 달 치 용돈을 깎아버릴 테다!’“조아영 씨, 일단 언니분을 침대까지 모셔다드리세요.”유진우가 부탁했다. “흥, 당연히 내가 부축해야지, 아니면 유진우 씨가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조아영은 인상을 팍 쓰더니 낯빛이 어두운 조선미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혔다. “선미 아가씨, 일단 옷을 벗으시고 돌아누워 주세요.” 유진우가 또 얘기했다. “옷을 벗어요? 뭐라는 거야! 이 변태! 이젠 숨길 생각도 없는 거예요?!”그 말에 조아영이 펄쩍 뛰며 반대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은침을 사용해서 몸 안의 독소를 빼내야 해서 그러는 거니까. 아니면 더 괴로울 거예요, 더 나아가서는 정신을 잃을지도 몰라요.”유진우가 급히 변명했다. “진짜예요? 날 놀리는 거 아니죠?”조아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제가 사람 목숨으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합니까.”유진우는 이제 변명할 힘도 없어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알겠어요. 한 번은 믿어볼게요. 대신 돌아서 서주세요. 절대로 돌아보면 안 돼요!”조아영이 경고했다. “알겠습니다.”유진우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언니, 일단 속옷은 입어. 저 자식 좋은 꼴 나는 못 봐.”“하하... 참 배려심 깊은 동생이네... 우리 동생.”조선미는 힘들어서 겨우 입술 사이로 말을 뱉어냈다. “당연하지! 자, 내가 도와줄게.”조아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으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