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식이 제 아버지입니다.”짧은 한마디가 유진우를 잠깐 굳어버리게 했다. 그저 친척이라고만 생각했지 이토록 가까운 혈연관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조훈의 아들은 조천룡이라고 들었는데 너는...?”유진우가 떠보면서 물었다. “저는 조민이라고 합니다. 조훈의 사생아입니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설명했다. “조훈이 제 어머니를 강제로 취하고 추문을 피하고자 제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의아들이라는 명분만 주었죠.”“그래서 조훈이 미웠다?”유진우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당연합니다!”조민은 턱에 힘을 꽉 주고 분노에 차서 얘기했다. “조훈은 저와 어머니를 버렸을 뿐만 아니라 저희가 가난할 때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저 조천룡을 보좌하는 장기 말로 저를 불러들인 것입니다. 조천룡의 시종 짓이나 하는 것,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조훈의 모든 것을 빼앗을 겁니다!”“좋아.”유진우는 만족스러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야망이 있다니 내가 도와주지. 내 말만 잘 들으면 조훈의 모든 것을 네 손에 쥐어 주고 나아가서는 너를 강능의 왕으로 만들어 주마.”“감사합니다, 선생님!”조민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바닥에 꿇어앉아 유진우에게 절을 세 번이나 했다. 조민은 머리가 빨리 굴러가는 사람이었기에 유진우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혼자만의 힘으로 대박 그룹 전체를 해치워 버린 실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할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을 따른다면 앞날이 꽃길일 것이 분명했다. “나는 유 선생이라고 부르면 된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연락해. 너한테 다른 요구는 없고 충심만 있으면 된다.”유진우가 조민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죽을 때까지 유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조민은 고개를 숙이며 충심을 표했다.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지?”유진우는 한 번 더 물었다. “당연하죠! 오늘 일은 유 선생님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저 혼자 한 일입니다!”조민은 재빨리
남자가 한눈에 반할 만큼 예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녀석은 어제 봤음에도 불구하고 까먹어 버리다니. 그녀의 존재감이 부족했던 것일까? “어...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어디서 만났었나요?”“어제! 병원에서! 당신이 제 할아버지를 치료했어요! 기억 안 나요?!”여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얘기했다. “아, 생각났습니다. 조선미 씨의 동생이시죠? 이름이... 조나연이었던가?”유진우는 기억을 되짚으며 얘기했다. “조나연이라니? 내 이름은 조아영이에요! 조아영!”여자는 금세 성질이 터져버렸다. 콱 액셀을 밟아 이 사람을 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이런 충격은 처음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못살게 굴다니!“죄송합니다, 조아영 씨.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당연히 일이 있으니까 찾아왔죠! 제가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요?”조아영은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며 얘기했다. “얼른 차에 타요. 언니가 이상한 병에 걸린 것 같아서 당신을 데려가려는 거니까요.”“네? 선미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라도?”유진우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의사인 당신이 알아봐야지. 얼른 타요!”조아영은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유진우는 하는 수없이 그저 람보르기니에 올라탈 뿐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행인의 질투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대략 30분 정도 운전하여 천향원이라는 고급스러운 별장 앞에 도착했다. 별장의 입구에는 24시간 대기하는 경호원이 있었다. “따라와요!”차에서 내린 조아영은 빠른 속도로 유진우를 데리고 한 침실로 들어섰다. 그 시각, 침실의 화장실.정장을 입은 조선미가 얼음으로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시선은 초점이 없이 몽롱했으며 계속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유혹적인 자태로 숨을 크게 쉬니 욕조의 물에 작은 파도가 일었다. “선미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유진우가 나서서 확
“죄송해요, 실수입니다.”유진우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조선미를 밀어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숨길 수는 없었다. 방금의 실수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유진우가 반응할 사이도 없었다. “아니에요, 제 실수입니다. 아마도 약효가 너무 과한 것 같네요. 제가 제어하지 못했습니다.”조선미가 부끄러워하면서 얘기했다. 그러고는 한 쪽에 있는 조아영을 쏘아보았다. ‘모처럼 하늘이 주신 솔로 탈출할 기회인데, 왜 이리도 눈치가 없는지.’‘그냥 나가면 될 것이지 굳이 여기서 소리까지 지르며 방해를 왜 해!’‘한 달 치 용돈을 깎아버릴 테다!’“조아영 씨, 일단 언니분을 침대까지 모셔다드리세요.”유진우가 부탁했다. “흥, 당연히 내가 부축해야지, 아니면 유진우 씨가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조아영은 인상을 팍 쓰더니 낯빛이 어두운 조선미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혔다. “선미 아가씨, 일단 옷을 벗으시고 돌아누워 주세요.” 유진우가 또 얘기했다. “옷을 벗어요? 뭐라는 거야! 이 변태! 이젠 숨길 생각도 없는 거예요?!”그 말에 조아영이 펄쩍 뛰며 반대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은침을 사용해서 몸 안의 독소를 빼내야 해서 그러는 거니까. 아니면 더 괴로울 거예요, 더 나아가서는 정신을 잃을지도 몰라요.”유진우가 급히 변명했다. “진짜예요? 날 놀리는 거 아니죠?”조아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제가 사람 목숨으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합니까.”유진우는 이제 변명할 힘도 없어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알겠어요. 한 번은 믿어볼게요. 대신 돌아서 서주세요. 절대로 돌아보면 안 돼요!”조아영이 경고했다. “알겠습니다.”유진우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언니, 일단 속옷은 입어. 저 자식 좋은 꼴 나는 못 봐.”“하하... 참 배려심 깊은 동생이네... 우리 동생.”조선미는 힘들어서 겨우 입술 사이로 말을 뱉어냈다. “당연하지! 자, 내가 도와줄게.”조아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으
“유 선생님은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조선미가 물었다. “일단은 상황을 알아봐야 더욱 좋은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미 아가씨, 오늘 어디를 다녀오셨고 누구를 만나셨습니까?”유진우가 되물었다. “오늘 강천호를 만났습니다. 사업에 관해 얘기했지만 제가 거절을 했죠.”조선미는 자기의 기억을 되짚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흠, 그럼 그가 주는 음료를 마셨습니까?”유진우가 또 물었다. “당연히 마시지 않았죠. 강천호는 여우 같은 녀석이에요. 항상 우리 그룹을 넘보길래 그가 주는 것은 하나도 먹지 않았습니다.” 조선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니, 그럼 이상하잖아.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그들은 어떻게 독을 먹인 걸까?”조아영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나야 모르지.”조선미도 알 수 없어서 눈알을 굴려보았다. “선미 아가씨, 두 분이 만날 때 이상한 냄새 같은 것은 맡지 못했나요? 혹은 이상한 물건을 만졌다거나?”유진우는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을 다 얘기해 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어요.”조선미는 갑자기 생각난 것에 관해 얘기했다. “처음에 집에 들어설 때 확실히 독특한 향기를 맡았어요. 그냥 디퓨저인 줄 알고 신경 안 썼는데 얼마 안 가서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뜨거워졌어요. 제가 먼저 빠져나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죽었을지도 모르겠군요.”“그렇다면 그 향기가 문제로군요.”유진우는 고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유 선생님은 무슨 대책이 있으십니까?”조선미가 물었다. “방금 검사해 보니 몸에 용침향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용침향을 위주로 다른 미약류 약초들을 배합해 이런 독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유진우가 얘기했다. “그걸 알아서 뭐 해요? 그걸 만든 사람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조아영이 팔짱을 끼고 비꼬듯이 물었다. “용침향은 희귀해서 사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최근 용침향을 산 사람을 하나하나 찾아보면 꼭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진우가 자신감
점심시간, 유진우는 차를 타고 이씨 본가에 도착했다.성중 마을에 있는 본가는 면적이 크진 않았지만 작은 마당이 딸려 있었고 마당에 꽃과 풀이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유진우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이청아를 발견했다. 원래는 못 본 척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들어가기도 전에 이청아가 먼저 그를 불렀다.“거기 서! 할 얘기 있어!”“무슨 얘기?”두 사람은 서로 등을 지고 앞만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요즘 몸이 안 좋으셔서 우리 이혼한 거 아직 얘기 안 했어. 혹시라도 충격받으실까 봐.”“이 일을 계속 숨길 수 있을 것 같아?”“명절이 지나면 기회 봐서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릴 거야.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그래, 알았어. 다른 일 더 있어?”“없어.”이청아는 말을 차갑게 내뱉고는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고 유진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하는 내내 두 사람은 남보다도 못한 사이 같아 보였다.유진우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술을 들고 들어갔다.거실에 들어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이씨 가문 직계 가족들이 거의 다 와 있었는데 전 장인어른 이적은 출장 때문에 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외부인 양의성이 이적의 자리에 앉았다.“흥! 참 건방지기 짝이 없어. 이렇게나 많은 웃어른을 기다리게 하고 말이야!”장경화는 유진우를 보자마자 싸늘한 표정으로 바로 비꼬기 시작했다.“엄마, 그런 소리 하지 마. 쟤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 혹시라도 미쳐 날뛰면 엄마도 때릴지 몰라!”옆에 있던 이현이 아니꼬운 말투로 한마디 보탰다.어제 얻어맞은 후로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붕대는 이미 풀었지만 얼굴의 멍과 붓기는 아직 남아있었다.“됐어. 다 온 것 같으니 그만 식사하지.”이 어르신이 상황을 수습하고는 유진우에게 웃으며 말했다.“진우는 할아버지 옆에 와서 앉아. 이따가 술이나 한잔하자.”“네.”유진우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이 어르신을 부축하여 자리에 앉았다.“흥! 아부쟁이 같으니라고!”이현의 두
허름한 포장의 담금주 두 병이 모습을 드러냈다.“하하... 난 또 뭐라고. 고작 담금주 두 병이야?”이현이 하찮은 얼굴로 말했다.“이런 담금주는 비싸봤자 사오십만 정도밖에 안 해. 이것도 선물이라고 들고 온 거야? 의성 도련님이 가져온 로마네 꽁띠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맞아요! 담금주는 너무 체면이 서지 않아요. 아마 개도 안 마실걸요?”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 사실 담금주도 나쁘진 않지만 로마네 꽁띠와 비교하면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흥! 이런 싸구려 술도 선물이라고 가져온 거야? 창피한 줄도 모르고!”장경화가 대놓고 비웃었다.“담금주가 왜 싸구려예요? 수입 술만 비싸고 좋다고 누가 그래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의성 도련님의 술은 한 병에 2천만 원이 넘는데 네가 가져온 담금주는 고작 40만 원이야. 그게 싸구려가 아니면 뭔데?”이현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비싸다고 해서 꼭 좋은 술은 아니야. 자기 취향에 맞게 마셔야지. 그리고 내가 가져온 술이 왜 양의성의 것보다 싸다고 확신하는데?”유진우가 반박했다.“눈앞에 떡하니 보이는데 계속 변명만 늘어놓을 거야?”이현이 싸늘하게 웃었다.“흥! 싸구려를 가져왔으면 가만히 있기나 할 것이지, 입만 살아서는. 정말 역겨워 죽겠어!”장경화가 경멸의 표정을 드러냈다.“됐어요. 물건 볼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더 뭐라 하겠어요.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요.”유진우는 그들에게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저런 사람들과 입씨름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됐다! 술이 비싸든 싸든 뭐가 중요해. 입맛에만 맞으면 되지. 와인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니야. 난 그래도 담금주가 좋아.”이 어르신이 그중 한 병을 따서 자기 술잔에 따랐다.“이 술 왜 이리 누르께해? 원래는 흰색 아니야?”“누렇고 혼탁해. 설마 가짜 술 아니야?”“세상에나! 가짜 술을 선물한다고? 쟤는 대체 무슨 인간이야!”노란 액체를 본 순간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유진우, 너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
“아빠, 지금 장난해? 이게 오래된 담금주라고?”이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그래, 여보! 누렇고 혼탁한데 가짜 술이 아니야?”장경화도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다들 몰라서 그래. 오래된 담금주는 다 이런 색이야. 그리고 오래될수록 그 색이 점점 진해져. 술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상식이야.”이적의 설명에 뭇사람들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가짜 술이라고 떠들어댔는데 바로 망신당하게 생겼다. 만약 다른 사람이 얘기했더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이적이 잘못 판단할 리가 없었다.“전에 임원들이랑 오래된 담금주를 마신 적이 있어서 똑똑히 기억해. 심지어 내가 전에 마셨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하고 부드러워. 적어도 50년은 넘었을 거야.”이적은 아직 여운이 남았는지 입맛을 다셨다.“50년 넘은 술이라고? 그럼 값이 얼마야?”이현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이런 술은 가격을 매길 수 없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몇 년 전 경매 가격에 따라 판단하면 아마 적어도 4억은 할 거야!”이적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4억?!”그 소리에 뭇사람들은 순간 넋이 나갔다. 4억짜리 담금주라니, 마셔보기는커녕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젠 2천만 원짜리 와인도 별거 아닌 술이 돼버렸다.“말... 말도 안 돼!”장경화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여보, 당신이 뭐 잘못 안 거 아니야? 이 술은 유진우가 가져온 거라고. 쟤가 무슨 재주로 오래된 담금주를 구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4억짜리 술이라니! 쟤를 팔아서라도 못 사!”이현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그래, 별 볼 것 없는 유진우가 저렇게 비싼 술을 어디서 구해?’“진우야, 이 술 어디서 샀어?”이적이 떠보듯 물었다.“친구가 줬어요.”유진우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줬다고? 공짜로?”그러자 장경화가 코웃음을 쳤다.“너 같은 애한테 재벌 친구가 있다고? 일단 있다고 쳐. 왜 아무 이유 없이 너한테 이런 비싼
양의성이 갑자기 식탁을 탁 치며 목청을 높였다.“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양씨 의약이 요즘 주식을 발행하여 증자하려고 하는데 참여할 의향이 있는 분 계신가요?”“증자요?”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양씨 의약은 꽤 우수한 기업이고 강능의 의학계에서도 손꼽히는 존재다. 전에는 주식 한 주도 사기 어려웠는데 갑자기 주식을 발행한다고 하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의성 님, 주식은 왜 갑자기 발행하는 건데요? 설마 자금이 부족한가요?”이청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당연히 아니죠. 이 결정을 내린 건 곧 상장하기 때문이에요.”양의성이 웃으며 설명했다.“여러분도 저희 양씨 의약의 내막과 실력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 주식을 발행하는 건 회사에 오래 있은 직원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 위해서예요. 인원수 제한이 있어서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거든요. 관심 있는 분이 계시면 제가 몇 명 정도는 참여하게 할 수 있어요.”그의 말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씨 의약의 하루 매출이 엄청나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만약 주식을 갖고 있다면 매년 분배받는 이익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저절로 굴러 들어온 호박을 차버릴 리가 있겠는가.“의성 도련님! 저요! 제가 10억 투자하겠습니다!”“난 16억!”장경화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알겠어요. 일단 두 사람은 참여하는 걸로 할게요.”양의성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의성 도련님, 편애하기 있어요? 저도 살래요, 6억!”“저도요, 저도요... 전 10억요! 저의 전 재산이에요!”많은 이들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앞다투어 빼앗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군중 심리이다. 누군가가 앞장서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여든다.“청아 씨는요? 얼마 살 거예요?”양의성의 시선이 이청아에게 향했다.“청아 씨도 주식을 산다면 기존의 배당금보다 조금 더 나눠줄 수 있어요.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그게...”이청아
잠시 후, 팀원들의 부상은 모두 치료가 완료되었다.하지만 팔이 부러진 탓에 그들의 전투력과 이동 능력은 크게 떨어졌고 이제는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진 대장님, 다친 사람들은 제가 사람을 보내서 돌려보내도록 할까요?”이청성은 블랙스콜피온 팀을 잠시 훑어본 뒤 다시 진이수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들은 오아시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지금 다시 돌아가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더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면 돌아설 길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대장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팔 하나 부러졌을 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맞아요! 우리가 겪어온 위험에 비하면 이런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대장님! 믿어 주세요. 이번 임무, 꼭 완수할 수 있습니다!”“...”블랙스콜피온 팀의 팀원들은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하나둘씩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오아시스에서 얻은 모든 보물은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이번 임무의 보상은 상당했지만 이를 나누면 각자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금액으로는 노후를 준비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특히나 팔이 부러진 지금 그들은 더 많은 보물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불안정한 남은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그래서 그들은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청성 씨, 제 팀원들은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발목을 잡지 않을 거예요!”진이수는 얼굴에 단호한 표정을 띠며 말했다.그는 팀원들의 말 속에서 묻어나는 진심을 눈치챘다.이 오아시스는 위험했지만 그 안에는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큰 부를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그들은 칼날 위에서 살아온 세월이 길어 대부분은 은퇴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임무만 끝내면 그들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만큼
나무에 매달린 블랙스콜피온 팀의 한 팀원이 첫 번째 혈삼과를 따내고, 두 번째를 따려던 순간이었다.갑자기 그의 팔이 움찔하며 떨렸다. 마치 무언가에 찔린 듯했다.고개를 숙여보니 손바닥에 빨간색 벌레 하나가 기어들어 간 것을 발견했다.벌레는 개미만 한 크기였고, 날카로운 입을 지닌 채 피부를 뚫고 빠르게 그의 살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블랙스콜피온 팀의 팀원은 깜짝 놀라 손을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레는 그의 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고 살을 갉아 먹으며 미친 듯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악!”그는 고통이 담긴 비명을 질렀고 그만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의 팔은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빠르게 썩어가고 있었다.썩어가는 살 속에서 빨간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다니며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악몽처럼 공포를 자아냈다.“살려줘! 제발 살려줘!”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서 몸부림쳤다.그의 몸은 급격히 말라갔고 피부는 주름져 들어갔다. 얼굴은 심하게 움푹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근육질의 남자는 이미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해버렸다.그 모습은 마치 말라비틀어진 시체처럼 보였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단 몇 초 만에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그 말라버린 모습은 마치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간 듯한 끔찍한 장면이었다.“저기, 저 사람의 팔 좀 봐!”누군가가 소리쳤고 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그의 팔은 이미 죄다 썩어들어갔고 하얗게 드러난 뼈 사이로 빨간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다니고 있었다.그 벌레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었다. 알을 낳자마자 새로운 벌레들이 그 알을 깨고 나왔다.그 벌레는 한 번에 수십, 수백 마리씩 생겨나며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고 있었다. 벌레들이 살을 갉아 먹을수록 알을 낳는 속도도 빨라졌다.순식간에 그의 몸은 절반이나
그 느낌은 마치 천국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었다.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이청성은 그들 뒤를 조용히 따르며 경계 태세를 한순간도 풀지 않고 주변을 예리하게 살폈다.겉으로 고요해 보이는 이곳은 숨어있는 위험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었다.일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땅속과 거대한 나무들 속에는 독이 있는 벌레와 뱀, 개미들이 고요히 숨어 있었다.하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았기에 그들은 그저 어두운 곳에 잠자듯 숨어 있을 뿐이었다.해가 떨어지면 그들은 사냥의 시간을 맞이할 것이었다.“저기, 저건 뭐지?!”길을 걷던 중, 블랙스콜피온 팀의 한 남자가 놀라며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울창한 풀 속에서 세 그루의 과일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그 나무들은 가지마다 푸르게 자랐고 붉고 탐스러운 과일들을 가득 품고 있었다.모든 과일은 투명하게 빛나며 햇살을 받자 루비처럼 붉은 광채를 뿜어냈다. 그 광경은 평범하지 않은 기이함을 자랑했다.“저게 혹시 혈삼과인가?!”누군가 놀라며 속삭였다.“뭐? 혈삼과? 먹으면 수련이 촉진되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전설의 보물이잖아!”“세상에! 이렇게 많은 혈삼과가 있다니, 우리가 대박 난 거 아니야?”“...”나무에 열린 붉은 열매를 본 사람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알다시피 혈삼과는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이 비쌌고 무사들에겐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한 것이었다.그 안에 담긴 영기는 오령정과 비슷한 정도로 뛰어났으며 신체를 강화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까지 있었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하고 값졌다.등장하기만 하면 그 값에 상관없이 반드시 사려는 자들이 나타났었다.하나만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자랑하는데 지금 눈앞에는 수백, 수천 개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서! 빨리 혈삼과를 따자!”진이수가 곧장 반응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그들은 본래 재물을 얻기 위해 이곳에 왔으나 이 과일들을 모두
길을 따라 끊임없이 걸어온 그들이 그동안 눈에 담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함 뿐이었다.지나가는 곳마다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엔 푸른 생명이 가득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꽃과 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치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요람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 그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만약 이런 풍경이 열대우림에서 나타났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막, 그 불모의 땅에서 갑자기 펼쳐진 이 푸른 오아시스는 그들의 마음을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과 그 앞의 오아시스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계 같았다.한쪽은 황량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나는 초록의 세계였다.“세상에, 죽음의 사막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이게 무슨 오아시스야? 이건 그냥 숲이라고 해야지!”“푸른 나무들, 향기로운 풀밭, 떨어지는 꽃잎들…무릉도원이 다름없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오아시스는 대부분 작은 숲이었다.그 안에는 작은 연못과 몇 그루의 나무, 동물 몇 마리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 펼쳐진 이 오아시스는 거대한 숲 그 자체였다. 나무와 풀이 끝없이 가득 차 있었다.그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대장님, 작년에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을 때는 이 오아시스가 없었죠? 단 1년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블랙스콜피온 팀의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감탄했다.그들이 보고 있는 이 무성한 꽃과 나무들은 정상적으로는 수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아마도 지각의 변동으로 지하수가 범람하면서 이런 변화가
”아가씨, 야영지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막 쥐들을 유인했을 겁니다.”왕 아저씨가 검은 물체를 한 움큼 쥐고 이청성에게 말했다.그 물체는 대략 콩알 정도인 크기였는데 마치 어떤 미끼처럼 보였으며 독특한 비린내가 났다.“이게 무엇인가요?”이청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자극적이었다.“아마도 음식과 약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방금 실험을 해봤는데 이 물체에서 나는 냄새가 사막 쥐를 빠르게 끌어모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왕 아저씨가 설명했다.“그렇다면 물자가 파괴된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요?”이청성은 빠르게 답을 내렸다.이 사막 쥐를 끌어들이는 물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왕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검은 물체들이 우리가 보관한 물자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막 쥐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물자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잠들었고요. 아마 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를 따라오며 우리가 방심할 때를 틈타 물자를 파괴해 우리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군요. 이 상황을 만든 배후가 있다니, 잔인하기 그지없네요.”이청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빛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처음에는 여관에서 누군가가 푼 독에 중독될 뻔했고 그 뒤엔 물자가 파괴되었다. 물러설 길도 주지 않았다.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 해도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들! 누군지 알게 되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진이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터뜨렸다.“세상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사람의 마음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요. 우리는 굉장히 은밀한 경로로 이동했는데 외부인들이 어떻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청성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막 쥐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진이수가 다가가서 물었다.“진 대장님, 그 질문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이청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진 대장님은 여러 번 죽음의 사막을 오갔고 이곳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젯밤 야영지도 진 대장님이 고른 곳인데 그곳에 사막 쥐 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몰랐나요?”“청성 씨,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이수는 황급히 해명했다.“일반적으로 사막 쥐 떼는 죽음의 사막 외곽에서만 나타나며 일정한 활동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고른 장소는 그 범위 밖에 있었으므로 이런 공격을 받을 리가 없습니다.”“청성 씨,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는 법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죠. 우리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도 이곳에 사막 쥐 무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 불만을 품어야 할 겁니다.”블랙스콜피온의 한 짧은 머리 여자가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큰 덩치의 대머리 남자가 맞장구쳤다.“물자를 지키는 사람들은 전부 청성 씨 사람들이잖아요. 괜히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왕 아저씨, 물자를 지킨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모두 다 데려오세요.”이청성은 차갑게 말했다.“네!”왕 아저씨는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청성에게 보고했다.“아가씨, 어젯밤 보초는 이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런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죠?”이청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냉정했다.이번 임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절대로 부하들이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 됐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소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잠이 들었다고요?”이청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