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한눈에 반할 만큼 예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녀석은 어제 봤음에도 불구하고 까먹어 버리다니. 그녀의 존재감이 부족했던 것일까? “어...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어디서 만났었나요?”“어제! 병원에서! 당신이 제 할아버지를 치료했어요! 기억 안 나요?!”여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얘기했다. “아, 생각났습니다. 조선미 씨의 동생이시죠? 이름이... 조나연이었던가?”유진우는 기억을 되짚으며 얘기했다. “조나연이라니? 내 이름은 조아영이에요! 조아영!”여자는 금세 성질이 터져버렸다. 콱 액셀을 밟아 이 사람을 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이런 충격은 처음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못살게 굴다니!“죄송합니다, 조아영 씨.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당연히 일이 있으니까 찾아왔죠! 제가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요?”조아영은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며 얘기했다. “얼른 차에 타요. 언니가 이상한 병에 걸린 것 같아서 당신을 데려가려는 거니까요.”“네? 선미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라도?”유진우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의사인 당신이 알아봐야지. 얼른 타요!”조아영은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유진우는 하는 수없이 그저 람보르기니에 올라탈 뿐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행인의 질투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대략 30분 정도 운전하여 천향원이라는 고급스러운 별장 앞에 도착했다. 별장의 입구에는 24시간 대기하는 경호원이 있었다. “따라와요!”차에서 내린 조아영은 빠른 속도로 유진우를 데리고 한 침실로 들어섰다. 그 시각, 침실의 화장실.정장을 입은 조선미가 얼음으로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시선은 초점이 없이 몽롱했으며 계속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유혹적인 자태로 숨을 크게 쉬니 욕조의 물에 작은 파도가 일었다. “선미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유진우가 나서서 확
“죄송해요, 실수입니다.”유진우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조선미를 밀어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숨길 수는 없었다. 방금의 실수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유진우가 반응할 사이도 없었다. “아니에요, 제 실수입니다. 아마도 약효가 너무 과한 것 같네요. 제가 제어하지 못했습니다.”조선미가 부끄러워하면서 얘기했다. 그러고는 한 쪽에 있는 조아영을 쏘아보았다. ‘모처럼 하늘이 주신 솔로 탈출할 기회인데, 왜 이리도 눈치가 없는지.’‘그냥 나가면 될 것이지 굳이 여기서 소리까지 지르며 방해를 왜 해!’‘한 달 치 용돈을 깎아버릴 테다!’“조아영 씨, 일단 언니분을 침대까지 모셔다드리세요.”유진우가 부탁했다. “흥, 당연히 내가 부축해야지, 아니면 유진우 씨가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조아영은 인상을 팍 쓰더니 낯빛이 어두운 조선미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혔다. “선미 아가씨, 일단 옷을 벗으시고 돌아누워 주세요.” 유진우가 또 얘기했다. “옷을 벗어요? 뭐라는 거야! 이 변태! 이젠 숨길 생각도 없는 거예요?!”그 말에 조아영이 펄쩍 뛰며 반대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은침을 사용해서 몸 안의 독소를 빼내야 해서 그러는 거니까. 아니면 더 괴로울 거예요, 더 나아가서는 정신을 잃을지도 몰라요.”유진우가 급히 변명했다. “진짜예요? 날 놀리는 거 아니죠?”조아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제가 사람 목숨으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합니까.”유진우는 이제 변명할 힘도 없어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알겠어요. 한 번은 믿어볼게요. 대신 돌아서 서주세요. 절대로 돌아보면 안 돼요!”조아영이 경고했다. “알겠습니다.”유진우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언니, 일단 속옷은 입어. 저 자식 좋은 꼴 나는 못 봐.”“하하... 참 배려심 깊은 동생이네... 우리 동생.”조선미는 힘들어서 겨우 입술 사이로 말을 뱉어냈다. “당연하지! 자, 내가 도와줄게.”조아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으
“유 선생님은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조선미가 물었다. “일단은 상황을 알아봐야 더욱 좋은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미 아가씨, 오늘 어디를 다녀오셨고 누구를 만나셨습니까?”유진우가 되물었다. “오늘 강천호를 만났습니다. 사업에 관해 얘기했지만 제가 거절을 했죠.”조선미는 자기의 기억을 되짚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흠, 그럼 그가 주는 음료를 마셨습니까?”유진우가 또 물었다. “당연히 마시지 않았죠. 강천호는 여우 같은 녀석이에요. 항상 우리 그룹을 넘보길래 그가 주는 것은 하나도 먹지 않았습니다.” 조선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니, 그럼 이상하잖아.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그들은 어떻게 독을 먹인 걸까?”조아영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나야 모르지.”조선미도 알 수 없어서 눈알을 굴려보았다. “선미 아가씨, 두 분이 만날 때 이상한 냄새 같은 것은 맡지 못했나요? 혹은 이상한 물건을 만졌다거나?”유진우는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을 다 얘기해 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어요.”조선미는 갑자기 생각난 것에 관해 얘기했다. “처음에 집에 들어설 때 확실히 독특한 향기를 맡았어요. 그냥 디퓨저인 줄 알고 신경 안 썼는데 얼마 안 가서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뜨거워졌어요. 제가 먼저 빠져나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죽었을지도 모르겠군요.”“그렇다면 그 향기가 문제로군요.”유진우는 고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유 선생님은 무슨 대책이 있으십니까?”조선미가 물었다. “방금 검사해 보니 몸에 용침향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용침향을 위주로 다른 미약류 약초들을 배합해 이런 독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유진우가 얘기했다. “그걸 알아서 뭐 해요? 그걸 만든 사람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조아영이 팔짱을 끼고 비꼬듯이 물었다. “용침향은 희귀해서 사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최근 용침향을 산 사람을 하나하나 찾아보면 꼭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진우가 자신감
점심시간, 유진우는 차를 타고 이씨 본가에 도착했다.성중 마을에 있는 본가는 면적이 크진 않았지만 작은 마당이 딸려 있었고 마당에 꽃과 풀이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유진우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이청아를 발견했다. 원래는 못 본 척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들어가기도 전에 이청아가 먼저 그를 불렀다.“거기 서! 할 얘기 있어!”“무슨 얘기?”두 사람은 서로 등을 지고 앞만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요즘 몸이 안 좋으셔서 우리 이혼한 거 아직 얘기 안 했어. 혹시라도 충격받으실까 봐.”“이 일을 계속 숨길 수 있을 것 같아?”“명절이 지나면 기회 봐서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릴 거야.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그래, 알았어. 다른 일 더 있어?”“없어.”이청아는 말을 차갑게 내뱉고는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고 유진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하는 내내 두 사람은 남보다도 못한 사이 같아 보였다.유진우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술을 들고 들어갔다.거실에 들어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이씨 가문 직계 가족들이 거의 다 와 있었는데 전 장인어른 이적은 출장 때문에 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외부인 양의성이 이적의 자리에 앉았다.“흥! 참 건방지기 짝이 없어. 이렇게나 많은 웃어른을 기다리게 하고 말이야!”장경화는 유진우를 보자마자 싸늘한 표정으로 바로 비꼬기 시작했다.“엄마, 그런 소리 하지 마. 쟤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 혹시라도 미쳐 날뛰면 엄마도 때릴지 몰라!”옆에 있던 이현이 아니꼬운 말투로 한마디 보탰다.어제 얻어맞은 후로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붕대는 이미 풀었지만 얼굴의 멍과 붓기는 아직 남아있었다.“됐어. 다 온 것 같으니 그만 식사하지.”이 어르신이 상황을 수습하고는 유진우에게 웃으며 말했다.“진우는 할아버지 옆에 와서 앉아. 이따가 술이나 한잔하자.”“네.”유진우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이 어르신을 부축하여 자리에 앉았다.“흥! 아부쟁이 같으니라고!”이현의 두
허름한 포장의 담금주 두 병이 모습을 드러냈다.“하하... 난 또 뭐라고. 고작 담금주 두 병이야?”이현이 하찮은 얼굴로 말했다.“이런 담금주는 비싸봤자 사오십만 정도밖에 안 해. 이것도 선물이라고 들고 온 거야? 의성 도련님이 가져온 로마네 꽁띠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맞아요! 담금주는 너무 체면이 서지 않아요. 아마 개도 안 마실걸요?”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 사실 담금주도 나쁘진 않지만 로마네 꽁띠와 비교하면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흥! 이런 싸구려 술도 선물이라고 가져온 거야? 창피한 줄도 모르고!”장경화가 대놓고 비웃었다.“담금주가 왜 싸구려예요? 수입 술만 비싸고 좋다고 누가 그래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의성 도련님의 술은 한 병에 2천만 원이 넘는데 네가 가져온 담금주는 고작 40만 원이야. 그게 싸구려가 아니면 뭔데?”이현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비싸다고 해서 꼭 좋은 술은 아니야. 자기 취향에 맞게 마셔야지. 그리고 내가 가져온 술이 왜 양의성의 것보다 싸다고 확신하는데?”유진우가 반박했다.“눈앞에 떡하니 보이는데 계속 변명만 늘어놓을 거야?”이현이 싸늘하게 웃었다.“흥! 싸구려를 가져왔으면 가만히 있기나 할 것이지, 입만 살아서는. 정말 역겨워 죽겠어!”장경화가 경멸의 표정을 드러냈다.“됐어요. 물건 볼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더 뭐라 하겠어요.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요.”유진우는 그들에게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저런 사람들과 입씨름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됐다! 술이 비싸든 싸든 뭐가 중요해. 입맛에만 맞으면 되지. 와인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니야. 난 그래도 담금주가 좋아.”이 어르신이 그중 한 병을 따서 자기 술잔에 따랐다.“이 술 왜 이리 누르께해? 원래는 흰색 아니야?”“누렇고 혼탁해. 설마 가짜 술 아니야?”“세상에나! 가짜 술을 선물한다고? 쟤는 대체 무슨 인간이야!”노란 액체를 본 순간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유진우, 너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
“아빠, 지금 장난해? 이게 오래된 담금주라고?”이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그래, 여보! 누렇고 혼탁한데 가짜 술이 아니야?”장경화도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다들 몰라서 그래. 오래된 담금주는 다 이런 색이야. 그리고 오래될수록 그 색이 점점 진해져. 술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상식이야.”이적의 설명에 뭇사람들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가짜 술이라고 떠들어댔는데 바로 망신당하게 생겼다. 만약 다른 사람이 얘기했더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이적이 잘못 판단할 리가 없었다.“전에 임원들이랑 오래된 담금주를 마신 적이 있어서 똑똑히 기억해. 심지어 내가 전에 마셨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하고 부드러워. 적어도 50년은 넘었을 거야.”이적은 아직 여운이 남았는지 입맛을 다셨다.“50년 넘은 술이라고? 그럼 값이 얼마야?”이현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이런 술은 가격을 매길 수 없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몇 년 전 경매 가격에 따라 판단하면 아마 적어도 4억은 할 거야!”이적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4억?!”그 소리에 뭇사람들은 순간 넋이 나갔다. 4억짜리 담금주라니, 마셔보기는커녕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젠 2천만 원짜리 와인도 별거 아닌 술이 돼버렸다.“말... 말도 안 돼!”장경화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여보, 당신이 뭐 잘못 안 거 아니야? 이 술은 유진우가 가져온 거라고. 쟤가 무슨 재주로 오래된 담금주를 구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4억짜리 술이라니! 쟤를 팔아서라도 못 사!”이현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그래, 별 볼 것 없는 유진우가 저렇게 비싼 술을 어디서 구해?’“진우야, 이 술 어디서 샀어?”이적이 떠보듯 물었다.“친구가 줬어요.”유진우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줬다고? 공짜로?”그러자 장경화가 코웃음을 쳤다.“너 같은 애한테 재벌 친구가 있다고? 일단 있다고 쳐. 왜 아무 이유 없이 너한테 이런 비싼
양의성이 갑자기 식탁을 탁 치며 목청을 높였다.“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양씨 의약이 요즘 주식을 발행하여 증자하려고 하는데 참여할 의향이 있는 분 계신가요?”“증자요?”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양씨 의약은 꽤 우수한 기업이고 강능의 의학계에서도 손꼽히는 존재다. 전에는 주식 한 주도 사기 어려웠는데 갑자기 주식을 발행한다고 하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의성 님, 주식은 왜 갑자기 발행하는 건데요? 설마 자금이 부족한가요?”이청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당연히 아니죠. 이 결정을 내린 건 곧 상장하기 때문이에요.”양의성이 웃으며 설명했다.“여러분도 저희 양씨 의약의 내막과 실력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 주식을 발행하는 건 회사에 오래 있은 직원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 위해서예요. 인원수 제한이 있어서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거든요. 관심 있는 분이 계시면 제가 몇 명 정도는 참여하게 할 수 있어요.”그의 말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씨 의약의 하루 매출이 엄청나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만약 주식을 갖고 있다면 매년 분배받는 이익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저절로 굴러 들어온 호박을 차버릴 리가 있겠는가.“의성 도련님! 저요! 제가 10억 투자하겠습니다!”“난 16억!”장경화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알겠어요. 일단 두 사람은 참여하는 걸로 할게요.”양의성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의성 도련님, 편애하기 있어요? 저도 살래요, 6억!”“저도요, 저도요... 전 10억요! 저의 전 재산이에요!”많은 이들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앞다투어 빼앗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군중 심리이다. 누군가가 앞장서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모여든다.“청아 씨는요? 얼마 살 거예요?”양의성의 시선이 이청아에게 향했다.“청아 씨도 주식을 산다면 기존의 배당금보다 조금 더 나눠줄 수 있어요.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그게...”이청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미소를 머금고 있던 양의성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고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었다.“곧 부도나는 회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유진우가 다시 한번 말했다.“부도?”뭇사람들은 넋이 나간 채로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헛소리 지껄이지 마!”화들짝 놀란 양의성이 연신 부정했다.“우리 양씨 의약의 하루 매출이 얼마인지 알기나 알고 이러는 거야? 한창 잘 나가는 기업이 부도나기는 왜 부도나? 그런 허튼소리로 괜히 다른 사람 놀라게 하지 마!”“허튼소리인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아무튼 난 양씨 의약이 가짜 약을 판 바람에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인제 망하는 건 시간 문제야.”유진우가 조곤조곤 말했다.“가짜 약을 팔아? 압수수색?”그 순간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일제히 양의성에게 시선을 돌렸다.“헛소리야, 헛소리라고! 유진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양씨 의약이 얼마나 법을 잘 지키는데 압수수색이라니!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어!”양의성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겉으로는 아닌 척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마음은 큰 물결이 치듯 하염없이 흔들렸다.양씨 의약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도 사실이었고 곧 부도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여 상장한다는 구실로 투자를 끌어들여 돈을 모은 후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물샐틈없이 막아놓았는데 유진우는 어떻게 안 것일까?“유진우, 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양씨 가문의 사업 규모가 얼마나 큰데 망한다는 게 말이 돼?”장경화가 호통쳤다.“그래! 양씨 의약의 자산이 탄탄하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 유언비어를 그만 퍼뜨려!”이현도 따라서 한마디 보탰다.누구 하나 유진우의 말을 믿는 이가 없었다. 어쨌거나 양씨 가문이 강능에서 뿌리가 깊고 칭송이 자자하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니 말이다.“방금 내가 한 말 다 사실이야. 이번에 주식을 발행하여 증자한다는 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