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규칙을 따라야 한다!”경호원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당지태에게 이야기하는 게 좋겠군.”유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실례 좀 하겠습니다.”그리고는 한 손을 번쩍 들었는데 여러 개의 은침이 날아가 경호원들의 목을 정확하게 찔렀다. 그들은 몸이 굳어버린 채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소리조차 낼 수 없었으며, 단지 눈만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유진우는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경호원 둘을 옆으로 밀어내고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날카로운 시선이 그를 훑었다. 그 시선과 함께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다음 순간, 한 자루의 검은 강철 칼이 날카로운 기운을 뿜으며 유진우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칼날이 그의 목을 스치듯 지나갔고, 차가운 기운이 그의 털끝까지 서게 만들었다. 쾅!열려 있던 방의 문이 칼날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고, 뒤에 있던 벽까지 깊고 긴 자국이 새겨졌다. 이 날카롭고 빠른 일격은 웬만한 고수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칼을 휘두른 이는 의아한 소리를 냈다. 유진우가 치명적인 일격을 피할 줄은 예상치 못한 듯했다. 그녀가 두 번째 칼을 휘두르려던 찰나, 유진우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잠깐! 당지태와 할 얘기가 있습니다.” 쓱!칼을 휘두른 이는 말도 없이 다시 한 번 칼을 휘둘렀다. 이번 일격은 더욱 빠르고, 강하고, 날카로웠다. 그녀는 이미 무도 고수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잠깐...”게으른 듯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검은 강철 칼은 소리를 내며 허공에 멈췄다. 날카로운 칼끝은 유진우의 목에서 불과 10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유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싸우다가는 일이 커질까 걱정이었다. 챙!칼이 칼집에 들어
“특별한 거요?”당지태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유진우는 눈가가 씰룩거리며 머리끝이 쭈뼛해졌다. ‘이 녀석, 설마 진짜로 내 몸을 탐내는 건가?’유진우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당지태 씨, 들어보니 당씨 가문에서 의약 분야로 꽤 성과를 내고 계시더군요. 제가 여기 신기한 외상약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옥로고라고 하는데, 지혈과 상처 치료는 물론 흉터까지 없애주는 약입니다. 이게 세상에 나오면 당씨 가문에서 돈방석에 앉으실 겁니다.”“외상약이라고?”당지태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런 약은 우리 당씨 가문에 수도 없이 많아. 예를 들어 당씨 금창약은 상처 치료와 흉터 제거에 특화된 약인데,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외상약들보다 훨씬 효과가 좋지.”“당씨 금창약에 대해서는 저도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제 옥로고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요.”유진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오? 그렇게 자신만만한가?”당지태는 꽤나 놀란 듯했다. 당씨 가문의 의약 사업은 업계 최고였다. 인수한 약이든 자체 개발한 약이든 모두 최상급이었고, 특히 당씨 금창약은 명성이 자자하고 판매량도 엄청났다. 들어본 적도 없는 외상약이 당씨 금창약에 도전장을 내밀다니, 이 사람이 도대체 어디서 자신감이 나오는 건지 궁금해졌다.“자신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유진우는 진지하게 말했다.“과장 없이 말씀드리자면, 옥로고의 치료 효과는 최소한 당씨 금창약의 열 배는 됩니다.”“뭐라고? 열 배라고?”당지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날 놀리는 건 아니겠지? 내가 바보처럼 보이나?”당씨 금창약은 이미 시중 최고의 외상약이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옥로고가 감히 당씨 금창약보다 열 배나 효과가 좋다니, 그를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았다.“당지태 씨, 진정하세요. 진실인지 아닌지는 한 번 써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유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팔에 상처를 내고 옥로고를 발랐다. 향 한 대 타는 시간쯤 지나
상처를 보니 꽤 깊게 베인 것 같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마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마치 자기 몸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이 여자, 역시 무서운 사람이군.’“약 내놔요!”동이는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고 바지를 반쯤 찢어 하얗고 탄탄한 허벅지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약을 한 움큼 퍼내 대충 상처에 발랐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과 몇 번 숨을 쉬는 사이에 상처에서 피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시원하면서도 얼얼한 느낌에 무표정하던 동이의 얼굴에 드디어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무도 마스터로서 그녀는 당연히 몸의 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약은 정말 범상치 않았다.향 한 대 타는 시간쯤 지나자 동이는 수건으로 상처를 닦았다. 과연 이전의 칼자국은 거의 회복되어 있었고, 희미한 붉은 자국만 남아있었다. 새살이 돋아난 흔적이었다.“동이 양, 이제 믿으시겠죠?”유진우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괜찮네요.”동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칼을 품에 안은 채 조용히 한쪽으로 물러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당지태 씨, 어떠세요?”유진우가 시선을 돌렸다.“정말 대단한 보물이군!”당지태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돈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가문 사업을 위해서라도 좀 힘을 써야겠어. 이 옥로고, 어떻게 협력할까?”“생산 쪽은 이미 은씨 가문과 협력하기로 했어요. 당지태 씨께서는 판매와 홍보를 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씨 가문의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서 옥로고를 대박 상품으로 만드는 거죠. 수익 배분은 4대3대3으로 하면 어떨까요? 당씨 가문이 40%, 저와 은씨 가문이 각각 30%씩 가지는 겁니다.”유진우가 조건을 제시했다.“난 당신이 욕심을 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탐욕스럽지 않군.”당지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당씨 가문의 영향력으로 40%을 차지하는 건 당연했지만, 유진우가 스스로 그렇게 말
“왜 그렇게 긴장해? 내가 당신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아?”당지태가 유진우의 넓은 어깨를 꽉 쥐며 칭찬했다.“보기엔 마른 것 같은데 만져보니 꽤 단단하네. 옷 입으면 마르게 보이고 벗으면 탄탄한 타입이구나? 좋아, 정말 좋아.”유진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황급히 당지태의 손을 떼어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업 얘기는 사업 얘기고, 다른 요구가 있으시다면 제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진우 씨, 다 너를 위해서야. 당씨 가문을 배경으로 삼으면 앞으로 연경에서 거의 마음대로 살 수 있을 텐데. 조금 희생하는 게 뭐 그리 대수겠어? 보통 사람들은 이런 기회조차 없다는 걸 알아야 해.”당지태가 진지하게 말했다.“됐습니다. 그런 혜택은 제가 감당할 수 없어요.”유진우가 연신 손사래를 쳤다. 자신의 몸을 팔라니, 이건 죽으라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아이고, 정말 모르는구나. 네가 잘생기고 재주 많은 걸 보지 않았다면 내가 왜 너한테 이런 기회를 주겠어?”당지태가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다.“내 매형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여기서 성 동쪽까지 줄을 설 정도야. 난 네게 기회를 주고 있는 거라고!”“잠깐만요!”유진우가 갑자기 멍해졌다.“지금 뭐라고 하셨죠? 매형이라고요?”‘내 몸을 탐내는 게 아니었어?’“그래.”당지태가 진지하게 말했다.“난 모두 열일곱 명의 누나가 있어. 지금 네 명은 시집갔고 열세 명이 아직 집에서 시집갈 날만 기다리고 있어. 다들 나이가 적지 않아서 동생인 내가 걱정이 많아.”세상 사람들은 그가 좋은 집안에 태어났다고 하지만, 그의 고민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집안의 유일한 후손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큰 기대를 받았기에 그저 놀고먹을 순 없었다. 매일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았지만 다행히 머리가 좋아서 여러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누나들의 혼사 문제만큼은 그에게 가장 골치 아픈 일이었다.첫째로 문벌이 맞아야 하고, 둘째로 용모가 훌륭해야 하며, 셋째로 재능이
“진우 씨, 다시 말하지만 내 매형이 되는 걸 고려해보지 않겠어?”“우리 누나 중 한 명만 골라도 앞으로 당씨 가문이 당신 뒷배경이 될 거야. 원하는 건 뭐든 다 얻을 수 있고, 매일 집에서 편하게 살 수 있어.”“게다가 우리 열세 명의 누나들은 모두 아름답고 재능도 뛰어나. 절대 손해 보는 일 없을 거야.”당지태는 열심히 설득하며 중매쟁이 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농담하시는 거겠죠.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당씨 가문의 귀한 따님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유진우가 정중히 거절했다.“괜찮아,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내가 마음에 들어 한다면 당신은 내 매형이 될 수 있어. 우리 누나들도 거절하지 않을 거야.”당지태가 말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자, 이리 와봐... 이게 다 우리 누나들 사진이야. 좋아하는 사람 골라. 누구든 상관없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네...?”유진우는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이 녀석, 마치 상품 홍보하는 것 같잖아?’그것도 공짜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가라니.‘이렇게 조급해 하다니.’“어때? 우리 누나들 다 예쁘지?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 싶으면 두 명도 괜찮아. 체력만 된다면 난 상관없어.”당지태가 신이 나서 말했다.“당지태 씨,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이미 약혼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는 그만두시죠.”유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약혼녀가 뭐 대수야? 결혼만 안 했으면 돼. 설마 그 약혼녀가 우리 누나들보다 더 예쁘다는 건 아니겠지?”당지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실제로 당신 누나들보다 더 예쁩니다.”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어...”당지태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할 말을 잃었다.‘이 녀석, 말을 할 줄 아나?’“에휴, 당신이 관심 없다면 강요하진 않겠어. 우리 사이에 인연이 없나 보다.”당지태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치 ‘네가 큰 손해를 봤어’라는 표정이었다.“당지태 씨, 그
유진우는 당지태와 협의를 마치자마자 건너편 방에 있던 은도를 불러들였다. 세 사람은 자세히 의논을 나누고 관련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삼자 연맹이 정식으로 결성되었다.이후 이틀 동안 유진우는 한편으로는 약사들에게 옥로고 제조법을 가르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세당 재건에 착수했다. 혼자서 두 곳을 오가며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즐거운 마음이었다. 다행히 은도의 도움으로 일은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 쪽은 진전이 더 빨랐다. 생산된 옥로고는 이미 판매 단계에 들어섰고, 이름도 ‘회춘약’으로 바꾸었다. 묘수로 젊음을 되찾는다는 의미였다. ‘회춘약’의 약물 함량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돈의 힘 앞에서는 그런 것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대대적인 홍보 후,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회춘약’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다. 가격이 꽤 비쌌음에도 반응이 매우 좋았다. 특히 놀라운 치료 효과 때문에 수많은 의약품 유통업자들이 앞다투어 찾아왔다. 심지어 군 고위층의 관심도 끌었다.빠르게 지혈하고 상처를 치료하는 ‘회춘약’은 자주 부상을 입는 군인들에게는 정말 귀중한 보물이었고, 위급한 순간에는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군 각 부서에서도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고, 주문도 밀려들었다. 불과 이틀 만에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은 엄청난 양의 주문을 받았고, 사업은 전례 없이 호황을 누렸다. 여러 의약 전문가들은 이 갑자기 등장한 회춘약이 전례 없는 대박 상품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정오 무렵.동성에 있는 당씨 의약 그룹 이사장 사무실.단정하게 차려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회전의자에 조용히 앉아 여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이사장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장에 갑자기 등장한 회춘약은 송씨 가문과 안씨 가문이 공동으로 연구 개발한 제품입니다. 약효가 매우 신비롭고 당씨의 금창약을 훨씬 능가합니다.”“이대로 가다간 우리 당씨 의약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여비서는
“그분들을 안내해 주세요.” 당지효가 대답했다.“네.”전화가 끊겼다.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렸다.송영명과 안세리가 손을 잡고 들어왔다. 두 사람의 얼굴엔 봄바람이 가득했고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당 이사장님, 오늘 불쑥 찾아와 폐를 끼치진 않았겠죠?” 송영명이 겉으로는 공손하게 말했다.안세리는 좀 더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았는데, 마치 상사 같은 태도였다.“송영명 씨, 안세리 씨, 두 분이 방문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당지효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번에 찾아온 건 당 이사장님과 사업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송영명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사업이라고요? 어떤 사업인가요?” 당지효는 태연한 표정으로 모르는 척했다.“당 이사장님, 최근 저희 송씨 가문과 안씨 가문에서 개발한 회춘약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송영명이 물었다.“들어본 것 같아요.” 당지효는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들어보셨다니 다행이네요.”송영명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희가 만든 회춘약은 상처 치료의 성약입니다. 전면적으로 보급만 되면 시중의 모든 외상약을 압도할 겁니다. 당씨의 금창약도 포함해서요.”“영명 씨,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요? 당신들의 회춘약이 좋긴 하지만, 우리 당씨의 금창약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지효가 말했다.“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송영명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사장님,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둘 사이의 차이를 아실 겁니다. 대세를 거스를 순 없죠. 인정하지 않아도 소용없습니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뭔가요? 차라리 솔직히 말씀해 주시죠.” 당지효는 여전히 차분했다.“시원시원하시군요!”송영명이 손가락을 튕기며 웃었다. “이사장님, 저희 회춘약은 곧 전체 시장을 휩쓸 겁니다. 하지만 더 순조로운 발전을 위해 당씨 의약과 협력하고 싶습니다.”“어떤 식의 협력인가요?”당지효는 손가락을 맞잡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
“안세리 씨,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안세리의 거친 태도에 당지효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당씨 가문의 판매망과 의약계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누군가와 협력할 때 40-50%의 이익을 나누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게다가 이는 판매하는 물건의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다.눈앞의 이 여자는 협력을 요청하러 왔으면서 오히려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당씨 가문을 무시하고 있었다.10%의 이익만 주겠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정말 당씨 가문을 만만하게 보는 것인가?“이사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세리는 그저 농담을 한 거예요.”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자 송영명이 급히 중재에 나섰고, 동시에 계속해서 안세리에게 눈치를 주었다.‘젠장! 이 여자, 약이라도 잘못 먹은 건가?’30%의 이익을 주기로 했던 걸 갑자기 10%로 낮추다니, 이게 무슨 얘기인가?이건 명백히 당씨 가문을 바보 취급하는 거였다.게다가 당씨 가문은 상위 4대 가문 중 하나로, 여러 면에서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보다 우위에 있었다.특히 의약 분야에서는 업계 선두주자였다.이런 거대 기업과 틀어지는 건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농담이라고요?”당지효가 차갑게 비웃었다. “제가 보기엔 안세리 씨가 전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은데요.”“이사장님, 시세를 아는 자가 영웅이라고 하죠. 10%의 이익도 적지 않아요. 우리의 회춘약은 필연적으로 대박 상품이 될 겁니다. 누구도 이를 막을 순 없어요.”안세리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당씨 가문의 손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거예요. 이에 대해서는 당신도 잘 알고 계시겠죠.”안씨 가문은 처방을 제공하고, 송씨 가문은 생산과 홍보를 담당하기로 했다. 약속대로라면 두 집안이 이익을 균등하게 나눠야 했다.만약 당씨 가문에 30%를 준다면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은 각각 35%씩밖에 가져갈 수 없었다.이건 정말 너무 손해였다.당씨 가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판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