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동강 병원의 어느 병실 안.유진우와 조선미는 조용히 침대 옆에 서서 잠든 홍소현을 바라봤고 왠지 모르게 가슴이 미어졌다.다행히 수술로 골절된 부위는 다시 이어졌지만, 몸 곳곳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체내의 어혈도 유진우의 은침 덕분에 체외로 배출되었다.비록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공포감과 충격은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여전히 큰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걱정하지 말아요. 소현이 괜찮을 거예요.”유진우는 조선미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아이한테까지 손을 대다니... 정말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네요.”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조선미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 일은 제가 끝까지 파헤칠 생각이에요. 배후에 누가 있든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유진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선미와 홍소현의 부상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본능을 건드렸고 주제를 망각한 채 선을 넘는 상대에게는 자비를 베풀 생각조차 없었다.“선미야!”“언니!”이때 조군수와 조아영이 부랴부랴 달려왔다.두 사람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조선미를 보더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재빨리 상황을 물었다.“아빠, 저 괜찮아요. 피부가 조금 까졌을 뿐이에요.”조선미는 일부러 여유로운 척 웃으며 답했다.“괜찮으면 됐어. 그러면 된 거지.”조군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교통사고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별일 없으니 망정이지. 정말 다행이야.”“언니,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게 말이 돼? 설마 음주 운전 한 건 아니지?”조아영은 은근슬쩍 떠보며 물었다.“우리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계획하고 저지른 일이야.”조선미는 숨기지 않고 간단히 경위를 말했다.이를 들은 조군수와 조아영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대낮에 사람을 해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미쳤구나. 누구인지는 알아냈어?”“지금 조사중이에요. 내일이면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유진우가 답했다.“누가 됐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요.”조군수
“보물 지도 관련해서는 네 아버지랑 큰아버지께도 설명드렸다. 이미 몇 년 전에 도둑맞아서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조군수가 답했다.“삼촌, 이러시면 곤란해요.”조일명은 옆에 놓인 바나나 한 개를 쥐더니 천천히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삼촌이 보물 지도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잃어버렸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설마 비밀리에 숨겨놓고 독식하려는 건 아니죠?”“아무 증거도 없이 날 의심하는 거니?”“들키고 싶지 않은 일은 처음부터 저지르면 안 돼요.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요.”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조군수와 달리 조일명은 여유롭게 바나나를 깨물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그간의 정이 있어서 충고하는데... 순순히 내놓는 게 좋을 거예요. 오늘 같은 일 두 번당하고 싶지는 않잖아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여러 사람의 표정이 바뀌었다.특히 조선미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망설일 틈도 없이 달려가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방금 뭐라고 했어? 오늘 교통사고, 설마 네가 한 짓이야?”“장난 좀 친 건데 왜 이렇게 흥분했어?”조일명은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태연하게 바나나를 먹었다.“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아! 선미는 네 동생이잖아. 어떻게 동생한테 그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니?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조군수는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삼촌, 농담이에요. 그냥 장난친 건데 다들 왜 이렇게 예민해요?”줄곧 웃으며 말을 이어가던 조일명은 순간 표정이 돌변하더니 정색했다.“물론 보물 지도를 내놓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지금 날 협박하는 거니?”조군수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그냥 충고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네요.”조일명은 입을 씰룩이며 말했다.“삼촌, 그동안 많은 사람의 원수가 된 건 아시죠? 조씨 가문이라는 큰 버팀목이 없어졌으니, 앞으로 사는 게 훨씬 힘들어질 거예요. 그걸 감안해서 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진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수술실을 향해 달려갔다.마침 혼수상태인 김정아가 실려 나왔고 그녀의 옆에는 흰 천으로 가려진 무언가도 함께 있었다.유진우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흰 천을 젖혀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아기의 시신이 들어있었다.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유진우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김정아와 홍소현을 지켜주겠다고 홍길수와 약속했다.그러나 교통사고로 인해 모녀가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한 것도 모자라 배 속에 있던 아이까지 잃었으니 그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죄책감을 밀려왔지만 분노가 모든 걸 덮어버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요? 말도 안 돼...”조선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현실을 부정했다.임신 9개월이면 태아도 자리를 잡아 곧 출산을 앞둔 상태였다.금방이라도 울부짖으며 세상의 빛을 맞이할 작은 생명체가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니?“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의사 한 명이 안타까워하며 입을 열었다.“태아는 교통사고 당시에 활력징후를 잃은 거로 보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아 씨의 목숨을 지킨 것만으로도 천운입니다.”“내 아이... 우리 아가...”어느새 눈을 뜬 김정아는 의사의 말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몸이 너무 허약해져 울 힘조차 없었고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 찬 그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졌다.“미안해요... 괜히 저희 때문에...”조선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 교통사고는 조선미를 겨냥한 게 틀림없었기에 김정아와 홍소현은 억울하게 연루된 것이다.그러니 그녀는 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소현... 소현이는요?”순간 정신을 차린 김정아는 조선미의 손을 힘껏 잡으며 물었다.“소현이는 괜찮아요. 며칠 뒤면 퇴원해도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위로의 말을 듣고서야 김정아는 안
레드카펫은 별장 입구부터 거실까지 몇백 미터가 넘는 길이로 깔려있었다.오늘은 조군해가 조씨 가문의 수장을 맡는 자리로,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면 오늘은 공식적으로 대외에 발표하는 날이다.이에 조씨 가문은 특별히 손님을 초대하여 축하 파티를 열었다.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거나 그들과 친해지고 싶어 아부하는 사람들이 잇달아 방문하여 인사를 건넸다.가문을 이끄는 수장이 바뀌었으니 너 나 할 것 없이 찾아와 축하를 건네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그 시각, 회의실.조군해를 비롯한 조씨 가문의 권력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 비해 인원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여러 차례의 사건으로 핵심 구성원의 절반이 쫓겨났기에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모두 조군해의 측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오늘부터 형님은 조씨 가문의 수장이네요. 축하드립니다.”조군표는 아부를 떨며 인사를 건넸다.“형님처럼 현명하고 재능있는 사람이 수장이 되는 게 가문의 발전에 훨씬 이로울 겁니다. 전략적인 분이시니 앞으로 조씨 가문은 더 잘될 일밖에 없겠네요.”“맞아요! 전 조씨 가문이 더욱 번영하리라 굳게 믿습니다.”“당연한 것 아닙니까! 하하하.”조씨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분분히 치켜세우기 시작했다.한바탕 아첨으로 기분이 좋아진 조군해는 싱글벙글 웃으며 거들먹거렸다.뭔가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된다는 게 위엄 넘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만인의 칭찬과 존중을 받으니 그 기분은 짜릿하기 그지없었다.“제가 이 자리에 앉게 된 건 여기 계신 모든 분의 공이 크니 추후에 섭섭하지 않을 만큼 두둑한 보상을 드리도록 하죠.”조군해는 호기롭게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사람들은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잇달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큰아버지가 수장이 된 것에 더불어 윤지 누나가 곧 선우 가문에 시집을 가다니, 이거야말로 겹경사 아니겠어요?”조일명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맞는 말이야.”조군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X발, 이게 뭐야!”사람 머리가 굴러나오자 모두 깜짝 놀라 무의식중에 뿔뿔이 흩어졌다.상황을 파악하고선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고 좋은 날에 이딴걸 선물로 보냈다는 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아니,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단지 한방 먹이고 싶어 도발하는 걸 수도 있다.“누구야! 누가 감히 이딴걸 보내?”좋았던 기분마저 산산조각난 조군해는 버럭 화를 냈다.“개자식이, 넌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조군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집사의 뺨을 후려갈겼다.조씨 가문의 집사로서 물건을 확인하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들여보내다니... 만약 그 안에 폭탄이라도 담겼으면 다 같이 죽는 거나 다름없다.“전... 그냥 평범한 하객인 줄 알았어요. 정말 이럴 줄은 아예 몰랐어요.”집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발이 손이 되도록 빌었다.활짝 웃는 얼굴로 선물 상자를 건넸으니 당연히 아부하러 온 손님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 사람 머리가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X발, 왜 멍하니 있어? 당장 가서 조사해!”조군표가 집사를 발로 차자, 그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저... 죽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제 측근이에요.”이때 조일명이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처음 머리를 봤을 때는 겁이 났지만, 어딘가 낯이 익은 모습에 자세히 보니 다름 아닌 그의 부관이었다.“아는 사람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조군표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제 일 좀 봐줬는데 들켜서 보복당한 모양이에요.”조일명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불과 얼마 전 교통사고를 주선한 사람이 바로 이 부관이었는데, 하룻밤 만에 사망했다.예상이 맞다면 이건 조선미가 벌인 일이 틀림없다.“그러니까 이 일은 너 때문이라는 거네?”조군표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아마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조일명은 어깨를 으쓱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작은 일은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만
유진우는 대충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파란 옷을 입은 여자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은 뒤 같이 온 친구들을 불러 함께 앉았다.유진우의 수수한 옷차림은 친근함을 자아냈고 테이블에 빈자리가 가장 많아 어쩔 수 없이 다들 이쪽으로 다가왔다.툭 까놓고 말하면 이 장소에서 유진우가 가장 접근하기 쉽고 부담 없게 생겼기 때문이다.“안녕하세요. 전 서인아예요. 여긴 연지유, 그리고 여긴 진성혁이에요.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서인아는 모두를 소개한 뒤 솔선해서 질문을 했다. 보아하니 성격이 활발한 편인듯하다.“이런 자리에서 굳이 이름 교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유진우는 싸늘하게 말했다.그는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지 친구를 사귀러 온 것이 아니다.“음...”서인아는 멋쩍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이봐요, 당신이 뭔데 이러는 거죠?”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연지유는 참다못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름을 물어본 게 그렇게 큰일이에요? 당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나 봐요? 옷차림 보니까 돈도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허세를 부리는 거죠?”“우리를 알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어이가 없네.”진성혁 역시 경멸하는 기색을 보였다.“됐어. 너희들도 그만해.”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서인아는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인아야, 저런 찌질한 놈한테는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연지유는 팔짱을 낀 채 매우 거만하게 말했다.“왜 당신 곁에 아무도 안 앉는지 알아요? 그쪽이랑 엮이는 게 불쾌하거든요. 누가 봐도 격 떨어지잖아요?”절세의 미녀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유진우의 태도가 그들은 이해되지 않았다.“인아야, 네가 왜 저런 사람을 상대해? 우린 수십조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라고. 저런 인간이랑은 노는 물이 다르잖아.”진성혁은 명품 넥타이를 단정하게 정리하더니 내친김에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과시하기 시작했다.“여기 시계 보이죠? 1억 6천만 원이에요. 당신 같은
“네?”갑작스러운 유진우의 목소리에 세 사람은 잇달아 곁눈질했고 하나같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봐요! 지금 무슨 헛소리 하는 거죠? 곧 죽게 되는 사람이라뇨?”연지유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보 같은 그의 모습에 눈빛이 더욱 경멸스럽게 변했다.“설마 조일명을 질투하는 거예요? 그쪽보다 뛰어난 게 배 아파서 욕하는 건가?”진성혁은 확신에 차서 얘기했다.“능력도 없는 주제에 남을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 난 모습을 보니 참 역겹네요.”예전부터 속 좁은 사람을 싫어했던 연지유는 팔짱을 낀 채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배짱이 있으면 크게 말하지 그래요? 지금처럼 뒤에서 험담하는 게 쪽팔리지도 않아요?” 진성혁은 그를 비웃었다.“맞아요.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면 조일명과 정면 대결해 봐요. 뒤에 숨은 건 겁쟁이와 다를 바가 없잖아요.”연지유는 입을 삐쭉이며 말했다.비록 서인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도 이미 유진우에 대해 약간의 혐오감을 느꼈다.유진우는 세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더니 무게를 쟀다.“조일명!”유진우의 고함에 장내가 떠들썩해졌다.“누구 감히 내 이름을 입에 올려?”조일명은 고개를 홱 돌리고선 매서운 눈빛으로 사방을 쏘아봤다.그러나 그 순간 와인병이 날아와 정확하게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펑!와인병이 깨지는 동시에 붉은 와인이 그의 온몸에 쏟아졌고 너무 세게 맞은 탓에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이게 뭐야...”갑작스러운 광경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장내에 있던 하객들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런 날에 감히 조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헐...”서인아, 연지유, 진성혁 세 사람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할말을 잃었고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두려움에 휩싸였다.그들은 유진우가 와인병으로 조일명의 머리를 내리친 것을 똑똑히 보았다.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일을 저지른 거지?조일명이 누구인가?명문가 출신의 범표사 고급
“어딜 감히!”“건방지네.”“감히 조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죽고 싶어 환장하는구나.”잠시 어리둥절하던 사람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하나같이 화를 내며 그를 질책하기 시작했다.소란 소리를 들은 조씨 가문 경호팀도 즉시 모여들어 그를 에워쌌다.“내 목숨? 네까짓 게 뭔데?”조일명은 표정이 어두워졌다.“네 곁을 졸졸 따라다니는 경호원이 있다면 모를까, 너처럼 쓸모없는 인간이 감히 혼자서 나한테 덤비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 죽고 싶어 환장했냐?”장 어르신에게 혼난 적이 있지만, 유진우 앞에서 그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또래 중에 선우희재를 제외하고 아무도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며 확신했다.“이봐, 오늘 같은 좋은 날에 사람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눈치 있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조군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그는 유진우가 유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가 조직을 형성한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씨 가문에 비하면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이제는 선우 가문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조일명 씨, 당신은 오늘 무조건 내 손에 죽을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요.”유진우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놀아주니까 우리가 만만하냐?”조군해는 버럭 화를 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여봐라! 당장 저 사람 잡아.”“잠시만요.”조일명은 손을 들어 제지하더니 곧바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고작 이 자식 처리하려고 사람을 동원하는 건 인력 낭비 아니겠어요? 저 혼자로도 충분해요.”“형님, 일명이 스스로 해결하게 맡게 보는 게 어때요?”조군표는 침착하게 말했다.많은 사람이 유진우 한 명을 상대로 덤벼들면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게 되겠지만 일대일로 싸우면 설사 맞아 죽더라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 너한테 맡기마.”조군해는 조일명의 어깨를 툭툭 쳤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는 눈감고서도 처리하죠.”자신감이 넘치는 조일명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도발했다.“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