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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협조하는 척하다

이진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열어 루트가 보내온 영상을 보았다.

이건도 옆에서 함께 보았는데, 원래 아무렇게나 늘어졌던 손은 점차 주먹을 쥐었다.

마침 영상이 끝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진 씨, 저 연서예요. 문 좀 열어 주실래요? 이진 씨와 할 얘기가 좀 있어요.”

이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건이 먼저 일어섰는데, 이진은 자신을 믿어달라는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괜찮아요, 절 믿어요.”

이진은 이건에게 걱정 말라는 눈빛을 보내고는 문을 열었다.

“이진 씨, 저 좀 도와주세요. 생리가 왔는데 생리대를 깜빡하고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 생리대 사려는 데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호텔 부근에 큰 백화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생리대만 사고 돌아올 게요.”

이진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연서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요.”

이진은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굳이 죽고 싶어 달려드니,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지.’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왔다.

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연서는 또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참, 제가 급하게 나오느라 차 키를 가져오는 것을 깜빡했네요. 혹시 이진 씨 차를 몰고 가도 될까요?”

이진은 연서의 발 연기를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했다.

모든 일이 생각대로 풀리자, 연서는 기분이 매우 좋았지만 긴장감을 잃지는 않았다.

연서는 이진의 주의력을 돌리기 위해, 줄곧 이진의 귓가에 재잘거리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진 씨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 제 잘못이에요. 그동안 제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많이 저질렀는데, 앞으로 다시는 이진 씨를 해칠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게요.”

연서는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하마터면 자기도 속아 눈물을 보일 뻔했다.

이에 이진은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서도 이진의 반응에 습관이 되었는데, 차가 달리던 도중에 연서는 시간을 보며 마음속으로 카운트를 세었다.

‘5, 4, 3, 2.”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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