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루트도 곧 그곳에 도착했다.이건이 방금 외출할 때 이곳의 주소를 루트에게 보낸 것이다.이진과 이건은 때로는 눈빛 하나로도 상대방이 무슨 뜻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진은 매우 바빴다.이진은 루트의 강습을 도와주면서 정희와 함께 춤을 연습하기도 했다.비록 바쁜 일상 덕분에 피곤한 마음이 들었지만, 매일이 충실하게 느껴졌고 수확도 유난히 많았다.일주일이 지난 후, 이진의 지도하에 루트의 해킹 기술은 엄청나게 늘었다.하지만 여전히 이진보다는 못했다.루트는 결국 10 라운드도 못 버티고 지게 되었다.테스트가 끝난 후, 이진의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려왔다.이진은 핸드폰 스크린을 힐끗 보고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정희야, 무슨 일이야?”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정희였다.“이진아, 빨리 이곳으로 와줘! 네 도움이 필요해. 주소는 이미 문자로 보냈으니 얼른 와야 돼! 내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정희의 목소리는 엄청 급해 보였다.이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이 계집애는 왜 무슨 일인지 말하지도 않는 거야.’“대표님, 혹시 무슨 일이 생기신 거예요? 제가 뭐라도 도와드릴 가요?”이진의 어두운 표정을 보게 된 루트는 자진해서 나섰다.“아니에요, 일단 이곳에 남아 혼자 연습을 하세요. 잠깐 다녀올 테니, 무슨 일이 있으시다면 저한테 전화를 주시면 돼요.”이진은 한바탕 당부를 한 후, 바로 몸을 돌려 정희가 말한 주소로 달려갔다.정희의 다급한 목소리를 떠올리자, 이진은 차를 빠르게 몰았다.이진은 스포츠카를 경주용 차량처럼 운전하여, 예정보다 10분이나 빨리 그곳에 도착했다. 15분 후.이진의 차는 제시간에 문자에 적힌 주소에 도착했다.이때 정희는 이미 그곳에서 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일이야? 누가 다치기라도 한 거야?”이진은 정희를 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시우 씨의 부하인데,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구체적인 상황은 그가 깨어나야 알 수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기세를 보였다.“민 대표님은 참으로 유머러스하시네요. 요즘에 누가 불을 끄는데 소화기를 써요? 하지만 제가 마침 다른 선물을 가지고 왔어요.”분위기가 잠시 경직되자, 양 대표는 서둘러 화제를 바꾸었다.양 대표도 똑똑한 사람이기에 시우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시우도 자신의 부하를 죽일 뻔한 사람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양 대표의 말이 끝나자마자, 양 대표의 부하가 사진 한 뭉치를 시우 앞에 던져 놓았다.“눈이 멀기라도 한 거야? 명성이 자자한 민 대표님 앞에서는 무엇이든 가볍게 놓아야 돼. 민 대표님, 부하들이 어리석어 실수를 하게 되었어요.”양 대표는 그 부하를 한번 걷어차고는, 손을 뻗어 책상 위에 흩어진 사진들을 모아 시우에게 다시 건넸다.“모두 고화질 사진이에요.”양 대표는 마치 시우를 일깨워 주듯이 입을 열었다.사진은 확실히 고화질이었다. 시우는 대충 훑어보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뻗어 양 대표의 멱살을 잡았다.“말해봐, 원하는 게 뭐야?”‘감히 내 부하들을 모함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보네.’시우의 이런 행동은 현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아 올렸다.“모두 움직이지 마. 민 대표님은 똑똑한 분이셔서 나한테 손대지 않을 거야. 게다가 법률을 어기는 행동을 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인지, 민 대표님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야.”양 대표는 뒤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달려드려는 부하들을 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이 늙은 여우 같은 놈!’이것은 분명 시우에게 들려주려는 말이었다.시우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양 대표의 멱살을 풀어주었다.“말해 봐요, 제가 뭘 해야 사진 원본을 내놓으실 거예요?”“역시 민 대표님은 똑똑한 분이시네요. 이렇게 된 이상 본론을 이야기하죠. 최근에 민 대표님이 새로운 자원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자원들을 저에게 넘기시는 게 어때요?”“당신.”“민 대표님, 이 제안을 생각하는 데 3
“증거를 수집해.”이진이 입을 열자, 루트는 손에 든 USB를 컴퓨터에 꽂아 계속 조작을 진행했다.이 조작은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대략 10분 정도 걸렸다.“완성했어요!”10분 후, 루트는 USB를 뽑아 이진에게 넘기며 기대하는 눈빛을 보였다.이진은 루트에게 있어서 신과 같은 존재였기에, 그녀의 평가는 루트에게 무척 중요했다.“괜찮네요.”이진은 루트를 한 번 보고는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늘 엄격했던 이진에게 있어서, 이런 평가는 매우 훌륭하다는 것과 다름없었다.반면 루트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서 있는 높이가 다르기에, 심사 기준도 달라진 거다.훈련 전, 이진이 본 루트의 수준은 그저 합격할 만한 정도였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실력이 엄청나게 제고된 것이다.이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상대의 약점을 손에 넣게 되자, 순식간에 상황이 뒤집혔다.하지만 아직은 만족할 때가 아니다. 양 대표에게 치명타를 주기 위해, 시우는 최근 며칠간 의기소침하거나 난폭한 모습을 보였다.시우의 이런 반응을 본 양 대표는 매우 만족스러운 나머지, 자신의 컴퓨터에 문제가 생긴 것조차 발견하지 못했다.양 대표는 인터넷이 마비된 것이 의외라고 생각했다.3일째 되는 날, 이진의 건의를 따라 시우는 주동적으로 양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시간을 좀 더 늘이는 것을 조건으로 그의 제안에 동의하는 척을 했다.양 대표는 기꺼이 시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암야 클럽.“아이고 양 대표님.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으신 거예요? 한동안 찾아주지 않으셔서 바쁘신 줄 알았어요.”클럽 매니저는 양 대표를 보자 돈 냄새를 맡기라도 한 듯이 얼른 달려들었다.“요 며칠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느라 많이 바빴어. 이건 우리 회사에서 최근에 제작한 신제품이야. 이따가 간판들에게 한 세트씩 나눠주도록 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내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되는 거지?”양 대표가 손을 휘두르자, 뒤의 부하들은 얼른 정교하게 포장된 화장품 세트 몇
“이진아, 저 위에 서 있어야 할 사람은 너인데, 시우 씨가 올라가 득의양양해하고 있네.”군중 속에 있던 정희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어차피 관심 없어.”이진은 정희의 머리를 툭 치며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해커 시합이 진행될 시간이 다가왔다.두 주일 후, 이진은 이건과 함께 루트를 공항에 데려다주었다.“전 루트 씨가 꼭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이진은 루트를 보면서 긍정적인 눈빛을 보냈다.“대표님, 걱정 마세요. 전 반드시 최선을 다해 영예를 따올 거예요!”루트는 이진을 보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비행기에 올랐다.이진은 루트가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보고 나서야, 이건과 함께 공항을 떠났다.“자기야, 오늘 저녁에 할 수 있는 거지?”이건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이진을 보며 물었다.“뭘 하신다는 거예요?”이건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이진은 어리둥절했다.이건은 말하는 것 대신 눈빛으로 자신의 뜻을 전했는데, 그의 눈에는 욕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안 돼요!”이진은 발끝을 세우고 손을 뻗어 이건의 입을 막았다.“왜?”이건은 이진의 대답을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이진이 엄청나게 바빴기에, 이건은 그녀가 힘들기라도 할까 봐 매일 밤 자신의 욕망을 가라앉혔다.하지만 이건은 정상적인 남자였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요.” 이진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이유를 말해주었고, 그를 달래기 위해 차에 오른 후 이건에게 뽀뽀를 해주었다.그러나 기회를 이렇게 쉽게 놓칠 이건이 아니었다.이건은 이진을 붙잡고는 뜨겁게 키스를 하더니, 만족하고 나서야 입을 뗐다.“그럼 이건 이자인 거야.”이건은 만족스러운 듯 입술을 핥고는 이진의 귓불을 가볍게 물었다.순간 이진은 온몸에 전류가 흐르듯이 짜릿했다.이건은 아쉬운 마음을 참으며 먼저 이진을 회사에 데려다주고는, 차를 돌려 YS 그룹으로 돌아갔다.“안녕하세요, 대표님.”이진이 회사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모두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
한편 음악회장.“임만만, 누가 멋대로 내가 있는 곳을 한시혁에게 알려주라고 했어? 이번 달 보너스는 원하지 않나 봐?” 만만의 말을 들은 이진은 핸드폰을 들고 노발대발했다.“대표님,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전 이 기회를 틈타 윤 대표님이 위기감을 가졌으면 해요. 대표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공연하실 차례인 거죠? 그럼 대표님께서 바쁘신 것 같으니, 전 이만 끊을 게요.”이진이 화를 내자, 만만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을 마치고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그러나 만만이 들은 것이 맞았다.방금 확실히 누군가가 이진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오늘 밤, 이진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피아노곡 한 곡을 연주할 것이다.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재빨리 마음을 가라앉혔다.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이진은 이미 준비가 된 상태였다.이진의 손가락이 피아노 위에 놓인 순간, 이진은 피아노에 특별한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지금 이 순간, 그것은 피아노가 아니라 영혼이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아,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했다.이진의 연주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이 순간, 커다란 음악회 현장에는 듣기 좋은 피아노 소리 외에, 다른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마지막 음을 마치자 이진의 연주가 끝났다.“좋아! 피아노 연주 실력이 이렇게 뛰어나다니, 역시 내가 좋아할 만한 여자야!”갑자기 귀를 찌르는 목소리와 박수 소리가 뒤섞여 사람들의 귓가에 울렸다.그 목소리는 음악회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깨뜨렸다.‘진영?’이진은 진영을 힐끗 보더니 곧 고개를 돌려 무시했다.그러자 진영은 민망한 마음에 얼른 옆에 있는 부하에게 손짓을 보냈는데, 그 부하는 곧 큰 꽃다발을 이진에게 건넸다.“이진 씨, 이것은 저희 진 대표님이 특별히 준비하신 것이니 받아 주시 길 바랍니다.”부하는 이진을 보며 말했다.“전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안 받아요!”이진은 진영을 신경 쓰지도 않은
한편 화장실 내의 큰 유리거울에는 이진의 정교하고 하얀 얼굴이 비쳐 있었다.이진은 입안에 넣고 있었던 커피를 뱉고는 입안을 헹구었다. 입안에 약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진은 수도꼭지를 닫고는 비꼬는 듯한 미소를 보였다.‘이 정도 수작으로 날 이기려는 거야? 꿈도 꾸지 마!’그러나 진영이 오늘 한 무리의 부하들을 데리고 음악회에 참가하는 건,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이진도 이대로 그들을 놔주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상대방이 먼저 문제를 일으킨 것이기에, 이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음악회 장소를 이건에게 보냈다.이건은 홀로 집에 있게 되자 우울한 마음에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이때 알림 소리가 울리더니 핸드폰 스크린에는 이진이 보낸 주소가 뚜렷이 적혀 있었다.이건은 그 메시지를 보더니 말할 필요도 없이, 이진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건의 차가운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부하들을 부르고는 음악회장으로 달려갔다.한편 진영은 한참을 기다려도 이진이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자, 다급한 마음에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하의 머리를 찧었다.“도대체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라도 화장실에서 끌어내!”진영은 성급하게 한마디 외쳤다.오늘 밤, 그는 이진 외에 또 다른 큰 비즈니스를 따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양쪽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부하들은 여자 화장실인 데도 불구하고, 정말 뛰어들어 이진을 잡아내려고 했다.바로 이때, 누군가가 그들을 그대로 뒤집어엎었다.이건이 마침내 부하들을 데리고 제때에 도착한 것이다.화장실 쪽이 꽤나 좁았기에, 이건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진영을 둘러싼 부하들을 깔끔하게 해결했다.게다가 이건은 앞으로 나가 진영을 땅바닥에 세게 눌러 쓰러뜨렸다.마침 하연 가루가 담긴 비닐봉지와 신분증이 진영의 주머니에서 떨어졌다.“윤 대표?”부하들은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방금 윤이건이 사람을 데리고 진영과 싸우는 과정에서 이미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드러날 것을 우려한 다른 무리들은, 바로 원래 계획을 바꿔 마약을 가지고 제일 먼저 도망갔다.그러나 도망가고 싶어서 도망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이진은 비웃으며 주소를 확인한 후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상황이 급박하니 여기 남아서 윤이건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이진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주소를 윤이건의 휴대전화에 보냈다.그리고 혼자 음악회를 떠나 질주하여 지름길로 쫓아갔다.불과 수십 분 만에 검은색 고급차 한 대가 다리를 가로질러 그들의 길을 딱 막았다.후방의 차 몇 대가 그녀가 예상한 대로 어쩔 수 없이 멈추었다.유일하게 이진의 예상을 벗어 난 것은, 진영의 이번 거래에 막후의 마약상 보스도 그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위치를 확보할 때 이진은 이미 이 보스의 ‘대단한 행적’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했기에, 무난하게 그를 체포하는 것이 경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더더욱 지나칠 리 없다.이진이 차 문을 밀고 내려왔다. 차가운 눈빛에는 승자의 기세가 드러났다.후방 몇 대의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차에서 내렸다.몇몇 진영의 동생들은 마약상 그 놈의 뒤를 바짝 따르면서 이진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녀의 능력에 겁을 먹어 할 수 없이 화를 참고 보스에게 일러바쳤다.“보스, 저년이요!”“여자?”마약상은 마치 무슨 웃음거리라도 본 뜻 크게 웃었다.상대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 싶었는데 이제 보니 한 여자였다.“니들 여자 땜에 겁먹었어? 꼴도 보기 싫으니까 썩 꺼져!”마약상이 욕설을 퍼부었다. 이진은 턱을 치켜들고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좋은 말 할 때 가시지, 기분 좋으면 내 애인으로 둘 수도 있는데, 아니면 나도 봐줄 수 없어!”“애인?”이진은 코웃음을 하며 얼굴에 경멸을 보였다.“정말 인심이 크네요!”“너 좋은 말할 때 빨리 꺼져!”아마 이진처럼 그의 체면을 보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라 마약상은 바
붉은 피가 마약상의 머리에서 솟아나왔고, 짙은 피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마약상이 쓰러지자 뒤를 따르던 부하들은 모두 당황해 총을 들고 다짜고짜 총격을 가했다.경찰들은 오기 전 방탄조끼를 입었다고 하나 여전히 상처를 받았다.이진은 총기 한 자루를 찾아 마약상들의 거점을 부수고 최대한 빨리 원래 길로 돌아왔다.이진의 사격술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 발에 한 발씩 급소를 찔렀다. 마약상의 두 부하는 이진의 기세에 겁을 먹고 잠시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차라리 집중해서 그녀 한 사람을 상대하는 데 전념했다.총알 두 발이 일제히 이진의 방향을 향해 발사되었다.이진은 재빨리 피했다. 또 다른 총알은 차창 유리에 명중했다. 깨진 유리조각이 노출된 하얀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그 모습을 본 윤이건은 놀라며 총기를 빼앗아 깔끔하게 두 사람을 해결했다.마약상 무리들의 마지막 두 명도 결국 쓰러졌다. 죽은 자에 부상자까지 현장은 혼란하기 그지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완전히 종결되었다.그리고 몸의 상처는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총을 너무 오랫동안 만지지 않아서 그런지 한바탕 쏘고 나니 손목이 약간 비틀렸다. 이진은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달려들래?’윤이건은 총을 내려놓고 이진을 향해 달려갔다. 이진의 손목을 비벼주며 윤이건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오 경위는 두 사람이 떠나고 나서 나중에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까 봐 서둘러 경찰들을 이끌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오늘은 두 분의 덕분에 마약상을 잡게 되었어요, 정말 고마워요.”“별말씀을요.”느닷없이 고마움을 받자 이진은 다소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예요.”오 경위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이진을 경찰대에 불러들이고 싶었다. 이런 인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찰대 간판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오 경위가 입을 열었다.“이진 씨, 혹시 우리…….”“괜찮습니다.”윤이건은 오 경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먼저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