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라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 통했다. 정희는 이진이 전화를 걸어 병원에 오라고 한 뜻을 바로 깨달았다. 병원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이다!정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나 모레 공연 예복도 고쳐야 하는데 같이 가줄래?”두 사람은 바로 일정을 정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윤이건이 음식을 포장하고 돌아올 때 병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물어보니 정희가 이진을 데려간 것이다.윤이건 이마에 핏줄이 불뚝불뚝 솟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당장 네 여자에게 내 아내를 돌려달라고 해!”전화 너머 민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 여자한테 아내를 돌려주라는 게 뭐야?’‘누가 할 소리, 이진이 내 여자를 돌려줘야지!’생각은 그렇지만 윤이건 질투심이 얼마나 강한지도 잘 알고 있는 민시우는 바로 정희에게 문자를 보내 주소를 물었다.30분 후, 두 남자가 만났다.윤이건은 민시우를 노려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딱 사람 잡아먹을 표정이다. 드레스숍에서 손님을 접대하던 여점원은 그 표정에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이진의 위치를 확인하고 윤이건은 이진 뒤로 다가갔다.“이진아!”윤이건의 냉담한 목소리이다. 그는 이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가 들고 있던 드레스를 한쪽으로 던졌다.“너 왜 여기 있어? 너 지금 병원에서 쉬고 있어야 할 타이밍이 아니야?”“그리고 너!”윤이건이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정말로 이진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희는 다르다.윤이건은 한 걸음 다가서며 심각하게 물었다.“이진이 다쳤다는 걸 알면서도 말리지 않고 이곳에 데려와요? 친구라며, 이렇게 친구를 대해도 되나요?”“이건 씨, 뭐하는 거예요?”이진은 어쩔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정희 앞에 나섰다. 지금 윤이건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됐다.이진은 윤이건 앞에서 무고하게 물었다.“봐요, 저 아무 일 없어요.”“이진 씨 말이 맞아.”민시우는 윤이건이 정희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귀에 거슬려 정희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
사업에 있어서 한시혁은 항상 대단한 야심가였다. 갑자기 귀국을 선언하고 다른 회사에도 자주 연락하는 그의 목적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이진이 눈썹을 찡그렸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돌아온 목적이 뭔지 빨리 알아봐.”“알겠습니다.”임만만이 답했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즉시 이 일에 착수했다.옆에서 가뜩 질투한 윤이건은 이진의 마지막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한시혁?“한시혁은 왜?”이진이 전화를 끊고 윤이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여전히 질투의 맛이 가득하다.“왜? 미련이 남아 또 돌아온 거야?”이진이 멍하니 전화를 보고 있을 때 정희와 민시우는 이미 사라졌다.넓은 방에는 그녀와 윤이건 두 사람만 남았다.“오늘 내 잘못이예요. 일부러 속인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만 화내요, 네?”이진은 걱정 없이 윤이건의 팔을 붙잡고 모처럼 그의 품에 안겨 응석을 부렸다.성의가 부족할까 봐 이진은 발끝을 세우고 자발적으로 그의 입술을 찾았다.윤이건은 원래 그녀의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다가오니 더더욱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긴 키스 타이밍이다. 이진은 얼굴을 붉히며 그의 품에서 가볍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이제 화 안 내는 거죠? 그리고 한시혁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별일 아니에요.”지금의 이진은 너무 매혹적이다.윤이건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을 겨를도 없이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올리고 다짜고짜 재잘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최근 한시혁이 접촉한 회사를 조사하는 건 임만만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임만만은 조사한 최신 정보를 가지고 다시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시혁이 최근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는 새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고?”이진은 침묵을 지키며 듣고나서 눈을 가늘게 떴다.이진은 한시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단지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신형 기업과 접촉을 하는 것은 아마 기업 확장만은 아닐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임만만은 잠시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협력하려면 먼저 충분한 성의를 보여줘야 했다.이진은 자신이 한시혁과 구면이라는 것과 사적으로 한시혁을 조사한 일을 숨기지 않았다. 바로 이 솔직함에 기명은 분명해졌고 그녀에게 더욱 탄복했다.“이 대표님, 정말 솔직하시네요!”기명은 환하게 웃으며 처음의 조심스러움을 떨쳐 버리고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이번에 GN 그룹과 손을 맺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이젠 우리 회사 대주주이시니 회사 일원이기도 하죠. 회사 지분 35%를 이 대표 명의로 이체하고 싶습니다!”“35%요?”이진이 웃었다. ‘내가 어떻게 할 줄 알고, 두렵지도 않은가 봐.’“그럼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다 괜찮습니다.”이진의 웃음을 헤아릴 수 없는 기명은 그저 이진이 적다고 생각하는 걸로 이해했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진이 이마를 약간 찡그렸다.“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이진이 투자 목적은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명의 회사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 이유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기명의 태도로부터 만약 그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마 그는 더 미안할 것이다.이진은 몇 초 동안 생각에 잠긴 후 바로 말했다.“저 15%면 됩니다.”말이 끝나자 기명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한참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술로 마음을 표현하고 끊임없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두 사람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편 다시 좌절한 한시혁.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기명의 회사로 직행했다.그때의 기명은 이진과의 회식에서 막 돌아왔다. 갑자기 한시혁을 보고 바로 경계했다.한시혁은 그의 반응을 한눈에 보고 나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가볍게 코웃음을 했다.“사장님, 전화로 제 의사가 잘 전달되지 못해 오해한 것 같은데요. 저 이 회사 기술 반드시 가질 거예요. 근데 여러 번 제 성의를 거절하시네요.”한시혁이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제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한밤중에 한시혁은 컴퓨터를 켜고 자신의 해킹 기술을 이용해 기명의 컴퓨터를 해킹했다.한시혁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계획이 이진이 일찍부터 눈치챘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기술을 바꿔 한시혁의 시선을 현혹시키는 동시에 기명에게 플랜B를 준비시켰다.그래서 한시혁이 손을 쓰기 시작했을 때, 기명은 제일 먼저 소식을 받았다.잠을 푹 자고 있던 기명은 컴퓨터와 연결된 휴대전화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1분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자세히 살폈다.이진이 예상했던 대로 한시혁이 한밤중에 그의 개인 컴퓨터에 침입하여 회사기술을 훔치려고 했다.기명은 즉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비록 작은 회사이긴 하나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기술을 얻기 위해 이런 방법도 쓰다니 그야말로 비열한 인간이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기명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이런 비열한 수단에는 반드시 받은 그대로 갚아줘야 한다는 것이 기명의 생각이다.기명은 신속하게 한시혁이 다른 회사를 훔쳤다는 증거를 보존하고 따지러 가려고 했다. 그러나 떠나기 전에 잊지 않고 먼저 자신의 행동을 문자로 이진에게 알렸다.“한시혁을 찾으러 간다고요?”이진은 깊게 잠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기명의 소식을 받고 순간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바로 기명에게 전화했다.기명은 이진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를 갈았다.“이 대표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저희 두 회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 다만 한시혁의 이런 행위는 이미 상업범죄에 해당되는 거라 제가 증거를 가지고 찾아가서 따지면 한시혁도 감히 저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추잡한 일을 벌리다니,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화를 통해서도 기명의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들렸다.이진은 그 말에 바로 거절을 표시했다.“안 돼요! 한시혁 찾으러 가면 안 돼요!”“왜요?”외투를 걸치고 있던 기명이 동작을 멈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한시혁이 기술을 훔쳐갔어요, 제
“웃기고 있네, 내 사람 당신이 뺏고 싶으면 뺏아갈 수 있어요? 뭘 믿고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지?”윤이건은 매섭게 코웃음을 쳤다. 한시혁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몸은 유난히 성실했다. 그는 긴 다리를 벌리고 앞으로 나아가 이진을 향하는 한시혁의 눈길을 막았다.반면 이진은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윤이건에게 고정된 시선, 그리고 기꺼이 뒤에서 보호받는 모습은 이미 그녀가 어느 편인지 충분히 보여줬다.한시혁은 웃으며 양복에 묻은 먼지를 손가락으로 튕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예 두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어쨌든 그가 원하는 것은 이미 얻었으니 그리 손해 볼 것은 없었다.한시혁은 떠났지만 윤이건의 차가운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입술은 뻣뻣하게 오므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윽한 눈동자와 이진의 맑은 눈빛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 안에는 먹물처럼 깊고 흐린 그림자였다.윤이건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진은 짐작이 갔다.“일부러 말하지 않은 게 아니에요.”이진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며 손끝으로 윤이건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하고는 달리 강하고 횡포한 대표의 자세가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상당히 성실하다.“요즘 YS 그룹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검토해야 한다면서요. 괜히 이런 일로 신경 거슬리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적어도 한시혁과 만나는 거는 나랑 얘기해야지.”윤이건은 여전히 불쾌했다. 설령 이진이 한시혁에게 마음이 없고, 또 아까 일도 이진 스스로도 해결 가능하지만 윤이건은 여전히 질투를 멈출 수 없었다.자기 것을 그 누가 탐내고 있다는게 아주 기분 더러운 일이다.“이진아, 넌 내 거야.”윤이건은 이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애정과 강한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진의 마음은 달콤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윤이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래요, 난 당신 거예요.”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거리도 점점 가까워졌다. 카페에 있다는 것도 잊고 뜨거운 키스를 하려고 하던
시혁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 자료를 직접 검사해 보지 않았지만, 카페에서 이진이 보인 담담한 태도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어제 전화에서 이진은 나라 기술을 지키기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그랬던 이진이 친환경 기술 자료가 훔쳐진 사실을 알고도 이렇게 침착할 리가 없어.’시혁은 이런 생각에 호텔로 돌아와 컴퓨터를 열어 자신이 훔쳐 온 자료들을 살펴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가 훔쳐 온 자료는 친환경 핵심 기술이 아니라, 친환경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쓰레기들이었다.시혁은 바보같이 그들에게 속은 것이다.사실을 알게 된 시혁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그는 자신이 도둑질한 사실마저 잊은 채, 다짜고짜 기명을 찾아 이 일에 대해 결판을 내려고 했다.‘훔칠 수 없다면 빼앗을 수밖에 없지.’얼마 지나지 않아 시혁은 QS그룹에 도착했고, 만만은 기명이 걸어온 전화를 받자마자 이진에게 연락했다.이진은 차분히 만만이 전달한 말들을 듣고는 이건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녀는 중요한 회의 중인 이건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곧 갈 테니까 먼저 가서 지켜보고 있어.”이진은 전화를 끊은 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고는, 뒷좌석에 앉아 회의하는 이건을 보았다.이건이 마침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백미러를 통해 뜨거운 시선이 오가자, 이진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계속 차를 몰았다.스포츠카는 곧 YS 그룹에 도착했고, 이진은 이건을 회의실에 데려다주고는 이 비서에게 당부했다.“전 따로 처리해야 될 일들이 있으니, 이건 씨가 혹시라도 묻는다면 한눈팔지 말고 일에 전념하라고 전달해 주세요. 부탁드릴 게요.” “네, 알겠습니다.”이 비서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이진이 당부하지 않아도 그는 온갖 방법을 써서 이건을 제지할 것이다.오늘 이 회의는 그들에게 무척 중요한 회의였기에, 두 번 다시 이건을 뛰쳐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이진은 한숨을 돌리고는 이미 QS그룹에 도착했을 만만이 걱정되어
이진이 중간에서 방해하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친환경 기술과 QS그룹을 모두 손에 넣었을 것이고, 기명이 그의 앞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없었을 것이다.시혁은 기명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이진을 보며 말했다.“이진아, 한번 잘 생각해 봐.”“그럴 필요 없어.”짧디짧은 몇 분 사이에 이진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그녀는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아직 모르나 본데, AMC는 QS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QS 전체를 손에 넣었어. 내가 왜 이미 손에 넣은 물건을 가지고 너와 거래해야 되는데?”이진의 꺼낸 말은 시혁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시혁은 더 있어 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임을 알고는, 험상궂어 보이는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이 대표님.”간담이 서늘해진 기명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감격에 찬 표정으로 이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이 대표님이 제때에 도착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 그러면 기술을 정말 뺏길 뻔했어요. 그런데 한시혁 씨는.”기명은 시혁이 떠나기 전에 보였던 싸늘한 눈빛을 떠올리더니, 불안해하며 말했다.“한시혁 씨가 친환경 기술을 포기하셨지만, AMC에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해요.”며칠 후, 시혁은 고위층의 명령을 받고 외국으로 돌아갔다.그러나 기명이 예상했던 대로, 시혁은 제자리로 돌아가자마자 AMC가 찜해두었던 프로젝트들을 하나둘씩 빼앗기 시작했다. 이진은 바로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지만 반격할 생각은 없었다.그저 각 부서들을 시켜 빈틈이 보이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강화시켰다.한편 QS 그룹은 AMC의 풍부한 자금이 뒷받침해 주자, 자신의 친환경 기술을 제대로 선보여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었다.하지만 기명의 목표와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기명은 아주 똑똑한 상인이다. 요 며칠 동안 그는 이진과의 대화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그는 모든 제품이 다 팔리기 바쁘게 더욱 뛰어난 신제품을 내놓았다.그러나 제품 효과만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기는 아직 턱없이 부
뜨거웠던 하룻밤이 지나자, 이진은 허리가 녹초가 되고 기진맥진하였다.그래서 이진의 잠든 후, 이건이 짐 정리와 비행기표 구매를 모두 도맡았다.이튿날 아침, 비행기를 놓친다면 교류회를 놓치게 될 것이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이불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이진은 잠이 부족했기에 비행기에서 계속 잠을 보충했는데, 목적지에 어느덧 가까워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이진은 고개를 들자 이건의 수상한 눈빛을 보게 되었는데,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다 와가는데, 좀 안 자도 돼요?”이진은 복잡한 생각을 거두고 한숨을 쉬며 그의 품에 안겼다.이건은 그녀를 더 꽉 껴안고는 말했다.“잠이 안 와.”좀이 따 이진과 떨어질 생각에 그는 이진에게 찰싹 달라붙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잠시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는, 비행기에서 내려 만만이 예약한 호텔로 갔다.1층 로비에 들어선 후 데스크에 가서 체크인을 하려던 찰나, 그들은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이건은 그들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그리고 이진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그의 자세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적을 쓰러뜨릴 치타 같았다.“쯧쯧, 당신은 YS그룹의 윤이건 대표잖아요?”이건을 모를 리가 없는 시혁은 일부러 비꼬기라도 하는 듯이 느릿느릿 말했다.“YS그룹은 세계보건기구의 초대를 못 받지 않았나요? 혹시 윤 대표님은 제가 이진을 납치하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따라오신 거예요?”시혁은 비꼬듯이 웃고는 이건의 뒤에 서있는 이진을 보며 눈썹을 찡긋거렸다.“이진아, 그래도 우리 둘이 더 어울리는 것 같네.”시혁은 일부러 이건을 도발하고 있었다.“한시혁 씨!”이건은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는데, 하마터면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세게 때릴 뻔했다.다행히 결정적인 순간에 이진이 앞으로 나와 그의 손을 잡았다.“쓸데없는 말에 신경 쓰지 마세요.”이곳은 국내가 아니기에 괜한 말썽은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