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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속는 척하다

이때 자기가 똑똑한 줄 알고 있던 미정은, 자신이 이진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미정이 룸에서 나오기도 전에, 루트는 이미 영상을 이진에게 메일로 보냈다.

이진은 루트가 보낸 CCTV 영상을 진지하게 본 후,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만만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만아, 하고 있던 일을 먼저 좀 내려놓고,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어.”

앞으로 이틀 동안 이진과 정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가할 때는 티타임이나 즐기고, 바쁠 때에는 각자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며 일상을 보냈다.

두 사람은 마치 인터넷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모습을 보이기만 했다.

곧 미정의 전화를 받게 된 정희는 몹시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전화 너머의 미정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지난번의 일에 대해 반성을 했다.

미정의 달라진 태도에 정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미정에게 디자인 원작자를 만날 기회를 주었다.

몹시 급했던 미정은 정희가 동의하자마자,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바보 같은 년, 내가 하는 말들을 모두 믿나 봐. 이제 너희들은 모두 끝이야.”

손에 든 핸드폰을 꽉 쥐고 있던 미정은, 조급해하기는커녕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 날, 오전 10시.

만만은 약속 시간을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식당은 유난히 텅 비어 있었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이 식당은 카메라를 설치해 몰카를 찍기 엄청나게 적합했다.

만만은 주위의 환경을 대충 훑어보더니, 몰래 핸드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눌렀다.

약속한 시간은 10시였지만, 미정은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정은 도착하자마자 만만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일어나세요. 뭐 하는 짓이에요?”

안 그래도 경계심을 가지고 있던 만만은, 미정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바로 한걸음 물러서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일어나라고?’

이건 미정이 일부러 연기한 것이기에, 그녀가 쉽게 일어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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