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혁이 무시하자 유연서는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지고 목소리도 자기도 모르게 약간 처량함이 깃들었다.이 말을 들은 이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음속으로 냉소하였다. 이제서야 그녀가 말한 ‘마지막 기회’ 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한시혁도 웃었다. 이번 웃음은 원하는 것을 얻은 후의 쾌활함이 더 많았다.“이진아, 너 이 여자에게 속았어.”한시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유연서의 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가정폭력으로 헤어진 거 아니었어.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차도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손에 그 상처도 널 속이기 위해 혼자 꼬집은 거고. 정말 독한 여자야!”“내 말이 맞죠? 사랑하는 여친님?”유연서는 그를 노려보았다.“난 당신 여자친구 아니예요, 당신 같이 약속 어기는 남친을 둔 적 없어요!”“저 사람 말 믿지 마세요, 난 다 저자가 시켜서 그런 거라고요!”“허!”한시혁은 자기 여자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쓰러뜨리고는 긴 다리를 벌려 이진을 향했다.이진은 계속 뒷걸음질하였다. 그리고 더는 도망갈 길이 없어 벽에 몸을 기대였다.그녀의 가운 눈이 갑자기 한칼처럼 남자의 얼굴을 쏘아보았다.“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그녀는 머리를 빠르게 돌려 자구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녀의 뒤쪽 벽에 있는 스텔스 스위치를 눌렀다.작은 소리와 함께 밀실 문이 열렸다.이진은 고개를 돌려 옆 밀실 안의 어두컴컴한 곳을 바라보며 속으로 조심성이 부족한 자신을 꾸중하였다. 이렇게 명백한 밀실 기관을 그녀는 발견하지 못했다!그녀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한시혁은 힘껏 이진을 밀실로 밀어 넣었고 곧이어 거대한 철제 새장이 천장에서 빠르게 떨어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진은 철창 속에 갇혀 도망갈 곳이 없었다.한시혁의 얼굴에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먹빛 눈동자 속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웃음은 눈 밑까지 미치지 못했다.“원래 그 차로 너를 쓰러지게 하고 밀실로 옮기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도 고
윤이건은 얇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감이야.”“네?”이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큰 눈을 깜박이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이런 눈동자에 윤이건의 눈빛은 반짝이고 심방이 일순간 부드러워졌다. 그는 자신의 불편함을 감추기 위해 가벼운 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어설픔을 감추기 위해 가벼운 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그날 카페에서 돌아온 이후로 네가 줄곧 불안해하는 거 같았어, 근데 물어보아도 말하지 않고 해서, 분명 나한테 뭘 숨기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지.”이 말을 할 때 그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지고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한시혁에게 갇힌 장면을 떠올리고 윤이건은 또 냉기를 뿌렸다. “근데 숨긴 일이 이리 큰 사건이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내가 오지 않았다면 넌 여기에 계속 갇혀야 했고 그 미친 자식에게 어디에 끌려갈지도 몰라!”그 말에 이진은 고개를 약간 숙였다. 가슴이 찔리는 것 같았다.“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만난 장소는 내가 정한 거라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가 한시혁 것이라는 걸 놓쳤어요!” “그래도 나한테는 말했어야 했어!”윤이건은 여자의 손을 잡고 검의 눈동자로 그녀의 작고 정교한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아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넌 모를 거야, 회의 중에 카페에 달려왔어, 네가 안전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니까.”“다음엔 안 그럴 거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절대 숨기지 않고 제일 먼저 알려줄게요.”“맹세할 수 있어?”“맹세…….”이진은 손가락 세 개를 들고 진지하게 맹세했다.윤이건은 그제서야 만족한 듯 그녀의 머리를 문지르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룸 밖으로 나갔다.“집에 가자.”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이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구석에 있는 녹색 분재로 달려갔다. 남자의 의심에 찬 눈길 속에서 그녀는 초소형 카메라를 찾아냈다.“방금 한시혁 범죄에 대한 모든 증거가 기록되어 있어요. 이걸 경찰에 넘기면 돼요.”곧이어 두 사람은 룸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한시혁을 보고 유연서는 눈을 크게 떴고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부주의로 의자에서 떨어져 몹시 낭패한 자세로 바닥에 쓰러졌다.한시혁은 웃으며 쪼그려 앉아 손을 뻗어 그녀의 긴 머리를 움켜쥐고 뒤로 잡아당겼다.유연서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들었고 커다란 두 눈은 그 앞에 있는 무서운 남자를 응시했다.다음 순간 남자의 큰 손바닥이 그녀의 얼굴에 휙 날아갔다.“아!”유연서는 큰 소리로 외쳤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지더니 뜨거운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치는 것 같았고 입에서 피비린내가 확 퍼졌다.유연서의 빨갛게 부어오른 한쪽 뺨에 한시혁의 화는 풀리지 않았고 그윽한 눈동자에는 오히려 흥분이 가득했다.그는 다시 손을 들어 손바닥을 내리쳤다.유연서의 처량하기 그지없는 비명은 무려 30분이 지나서야 멈췄다.맑은 전화 벨소리에 한시혁은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든 여인도 놓아주었다.이때 유연서는 이미 한시혁한테 맞아 볼품없었다. 그녀 눈 안의 빛은 사라지고 온몸도 상처투성이였다. 그러나 호한의 눈에는 가엾은 기색이 전혀 없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 저편에서 매우 초조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네가 경찰서에 들어간 사진 지금 검색 1위에 올랐어! 빨리 봐봐!”그 말에 한시혁은 급히 앱을 열었고 관련 링크를 한눈에 보았다.링크를 열자 눈에 들어온 사진 몇 장이 그가 파출소로 들어가는 과정을 거의 다 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안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힘들어하는 모습까지 찍혀졌다. 이는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겼다.“지금 빨리 수습해야 하는 게 먼저가 아닌가, 나한테 이딴 걸 보아라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이미 오랫동안 한시혁 곁을 따라다녔기에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10분 내에 처리할게!”그리고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이때 이진도 마침 이 기사를 보았다.사진을 찍은 사람은 정말 포인트를 잘 잡아냈다. 각도도 까칠하고 하여 모두 한시혁의 흐려진 얼굴표정을 잘 포착하였다.이때 윤이건이 들
“됐고 이 일은 이대로 진행할 거니 그렇게 다들 알아요.”윤이건은 결국 귀찮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근데…….”윤이건은 손을 들어 그 사람들의 하려는 말을 끊었고 차가운 눈동자가 여러 이사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달이나 남았으니 남들 걱정하기 전에 축사나 한 번 더 체크하세요. 아니면 망신은 누가할 지 모르니까!”윤이건이 그렇게 말한 이상 또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건 윤이건과 공공연히 대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이진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때 식당에서 이진은 YS그룹 기념일에 오프닝 주연을 맡기로 한 사실을 친한 친구 정희에게 알렸다.커피를 딱 한 모금 들이키던 정희는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맞은편 이진의 얼굴에 커피를 뿌릴 뻔했다.그러고 불행히도 그 커피에 목이 메었다.정희는 진정이 되고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너 요즘 너무 한가한 거 아니야, 할 일 없어? 그러면 나랑 같이 클럽 가서 춤 추든가.”정희가 놀리는 것을 알고 이진은 입꼬리를 올리고 같이 농담을 건넸다.“정말 클럽 가려고?”“응응!”여자는 병아리가 쌀을 쪼듯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이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뒤를 바라보았다.“시우 씨가 뒤에 있는데, 너 다시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정희는 깜짝 놀라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진이 그녀를 희롱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금치 못했고 두 뺨도 빨리 붉어졌다.“갑자기 민시우는 왜 꺼내는데!”정희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진은 마음 속으로 뭔가를 알아차리고 더는 정희를 놀리지 않고 용건을 말했다.“오프닝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그 말에 정희는 갑자기 흥미를 보였다.“좋아, 내 최상의 발레 실력을 누구한테 보여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잘 됐네!”이진이 그녀의 말에 웃어버렸다.“됐거든요!”이진은 잠시 눈썹을 여미며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했다.“네가 발레 하면 내가 반주 해줄게. 내가 피아노 좀 알거든, 반주하는 거는 아무 문제없을 거
“안 돼.”윤이건은 생각지도 않고 거절했다.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어길 수 없는 단호함 배어 있었다.“여자들은 찬 거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돼, 위가 상해.”“그리고 아직 쌀쌀해, 조금 덥다고 해서 찬물을 막 마시고 그러면 병 나.”윤이건은 손을 들어 이진의 머리를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말 잘 들어야지, 따뜻한 게 건강에도 좋아, 그러니까 따뜻한 물 마시자.”이진은 약간 화내며 똥그란 두 눈을 뜨고 남자의 얼굴을 노려보았다.“그건 너무 오바예요, 책에는 가끔 얼음물을 마시면 체력이 단련된다고 했어요. 나 그리 허약한 거 아니예요!”이때 집안의 두 사람은 얼음물을 마실 수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다투고 있었지만 정희와 민시우 두 사람은 정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민시우는 문득 그녀들이 방금 집안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던 일을 물었다.“이진 씨 피아노 실력에 대해서는 크게 놀라지 않았어요, 뭐든 다 잘하는 여자라 윤이건 곁에 있으면서 이미 익숙해졌거든요, 근데 정희 씨가 발레를 잘하는 거 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그가 알고 있는 정희는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녀로 오늘 그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발레리나로서의 ‘숙녀성’ 과 전혀 연결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민시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희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자신의 숨겨진 장점이 갑자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킨 것에 정희의 작은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붉어지고 귀뿌리도 은근히 뜨거워졌다.수줍음을 감추기 위해 정희는 화난 척하며 옆 남자를 노려보았다.“만난지도 오래 됐는데 아직도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네요. 내 특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다니!”그 말에 민시우는 급히 웃음을 짓고 용서를 빌었다.“그건 정희 씨가 이진 씨처럼 비밀이 많다고 생각해서 조금 신비감을 남기려고 하는 거죠!”정희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나 발레한지 오래 되었어요, 예전에 발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적도 있었고요!”이 말을
유연서의 애원에도 윤이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 여자 목소리만 들어도 그날 커피숍에서 이진이가 하마터면 한시혁에게 납치될 뻔한 사건이 생각나는데 하물며 직접 대면하다니, 정말 꼴도 보기 싫다.만약 그가 경찰을 데리고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이진은 지금쯤 행방불명되었을지도 모르고 심지어 한시혁의 부하들 밑에서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당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유연서와 한시혁의 계획적인 음모 때문이다!전화 속 여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의 귓전을 감싸고 있었지만윤이건의 얼굴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다음 순간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윤이건 앞에 다가간 이진은 그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물었다.“누구 전화예요? 왜 얼굴빛이 어둡죠?”이진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윤이건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이때 한시혁 저택.넓은 객실에서 유연서는 또 한 번 심하게 땅에 넘어졌다.유연서는 도망치지 않고 눈만 꼭 감았다. 그렇게 하면 몸 구석구석에서 오는 극심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이미 광기 상태에 빠진 한시혁은 그녀가 저항을 포기하는 모습에 눈이 찔려 힘찬 긴 팔을 뻗어 그녀의 옷을 잡아당기며 찢기 시작했다.30분도 안 돼 유연서의 옷은 모두 갈기갈기 찢어졌다.유연서는 옷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워서 그 날카로운 특질의 가죽 채찍이 그녀의 부드러운 살갗을 후려갈기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녀의 살갗은 찢어지고 흐려졌다.그녀는 이미 몇 번이나 비명을 질렀는지 모른다. 목소리는 점점 낮아지고 이제는 더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목구멍에 걸려 몇 번이나 실신했다.지금의 유연서는 숨질 일보직전이다. 계속 때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한시혁은 그제서야 만족한 듯 손을 멈추었다. 멈추기 전 유연서에게 또 한 발 내리쳤다. 여자의 몸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한시혁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그 웃음소리에는 짙은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윤이건이 구해준다고요? 근데
그룹 임직원 모두 주년 기념행사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중 걱정이 가득한 분들도 있었다.바로 그룹의 이사들이다.이사회에서 이사들은 다시 한번 오프닝 공연의 문제를 제기했다.윤이건은 여전히 이진의 참여를 주장했고 이사들은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저으면서 탄식했다.회의실 안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이때 한 이사가 소리를 냈다.“사모님이 정말 대표님 말대로 재주가 뛰어난 분이라도 오프닝 공연인데 혼자는 힘들지 않을 가요?” 그러면서 그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 이사들에게 눈빛으로 시그널을 보냈다.이사들은 즉시 그의 뜻을 이해했고,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 전문팀을 불러 분위기를 띄워야 하죠!”“저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사모님이 공연을 망치더라도 전문팀의 도움이 있으니까 너무 창피하지는 않을 거예요.”결국 이진에 대해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그러나 윤이건은 그들의 제안을 서슴없이 거절했다.그날 리허설에서 그는 이미 이진의 피아노 연주를 보았고 그녀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자신도 있었다. 그가 보기에 전문팀 도움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제 부인 혼자만으로도 감당 가능합니다. ‘미스터리 게스트’ 딱 어울리는 타이틀인데요!”윤이건의 우렁찬 목소리이다. 그러나 옆에 앉은 왕 이사 귀에는 오히려 풍자와 도발적으로 들렸다.포스터에 오프닝 공연자를 '미스터리 게스트'로 적으라고 지시한 자가 바로 왕 이사이기 때문이다.왕 이사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마음속에 조용히 계획을 세웠다.이사회가 끝난 후, 왕 이사는 비서를 자기 앞으로 불러내고 당부하였다.“박윤설 제자의 연락처를 알아봐.”박윤설은 국제 피아노계의 내로라하는 거장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어 제자가 대신 공연하고 있다.박윤설이 제자는 세 차례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였고 어린 나이에 벌써 수십 곡의 명곡을 독자적으로 작곡하였다. 피아노계에서의 성취는 그야말로 출중할 정도로 대가다웠다.왕 이사는 이진의 공연이 아무리
한 곡이 끝나자 무대 아래 왕 이사의 얼굴빛은 이미 흐려지고 마치 폭풍우에 휩싸인 것처럼 어두웠다.줄곧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사람도 그의 기분을 느끼고, 다정하게 한마디 물었다.“왕 이사님, 괜찮으세요?”그 사람은 왕 이사가 오프닝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고 이진을 위해 한마디 했다.“왕 이사님, 제가 보기에 이번 오프닝 공연 아주 완벽한데요, 특히 그 피아노 치는 여자아이는 정말 대단합니다.”그 사람은 이진과 정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 말을 들은 왕 이사는 다소 달갑지 않았다.그는 냉소하며 일부러 말했다.“난 모르겠는데!”그리고 잠시 멈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당신 박윤설 제자라며, 그러면 그런 기세 꺾는 말 하면 안 되지. 내가 비싼 돈 들여 초대한 건데 돈 들인만큼 저들 보다 더 좋은 공연을 보여줘야 해!” 제자는 이제서야 왕 이사님이 자신을 초대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 그 전이라면 자신만만했을 텐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피아노계에 다년간 몸담았던 그녀는 무대 위의 그 여자와의 차이를 똑똑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차이를 인정하고 바로 왕 이사의 요구를 거절했다.“죄송합니다. 그건 힘들 것 같아요!”왕 이사는 언짢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뭐라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초대했는데 할말이 고작 이건 가?”“전 아직 저만큼 칠 수 있는 실력이 되지 않습니다. 요구가 너무 가혹하네요!”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제자는 갑자기 화를 내고 말투도 무례해졌다.“왕 이사님, 잘못은 그쪽인 것 같은데요. 대표님 부인이시면 왕 이사님도 어떤 실력인지 잘 아시겠네요, 근데 알고도 저를 불렀다는 거는 일부러 저를 모욕하려는 건가요?”제자는 말하면서 일어섰다.“근데 초대한 덕분에 오늘 이런 멋진 공연도 보게 되었습니다. 전 지금 이진 씨 사인을 받으러 갈래요!”이 말을 마치고 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왕 이사는 떠나는 제자의 뒷모습을 보며 분노하며 주먹을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