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임직원 모두 주년 기념행사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중 걱정이 가득한 분들도 있었다.바로 그룹의 이사들이다.이사회에서 이사들은 다시 한번 오프닝 공연의 문제를 제기했다.윤이건은 여전히 이진의 참여를 주장했고 이사들은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저으면서 탄식했다.회의실 안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이때 한 이사가 소리를 냈다.“사모님이 정말 대표님 말대로 재주가 뛰어난 분이라도 오프닝 공연인데 혼자는 힘들지 않을 가요?” 그러면서 그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 이사들에게 눈빛으로 시그널을 보냈다.이사들은 즉시 그의 뜻을 이해했고,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 전문팀을 불러 분위기를 띄워야 하죠!”“저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사모님이 공연을 망치더라도 전문팀의 도움이 있으니까 너무 창피하지는 않을 거예요.”결국 이진에 대해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그러나 윤이건은 그들의 제안을 서슴없이 거절했다.그날 리허설에서 그는 이미 이진의 피아노 연주를 보았고 그녀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자신도 있었다. 그가 보기에 전문팀 도움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제 부인 혼자만으로도 감당 가능합니다. ‘미스터리 게스트’ 딱 어울리는 타이틀인데요!”윤이건의 우렁찬 목소리이다. 그러나 옆에 앉은 왕 이사 귀에는 오히려 풍자와 도발적으로 들렸다.포스터에 오프닝 공연자를 '미스터리 게스트'로 적으라고 지시한 자가 바로 왕 이사이기 때문이다.왕 이사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마음속에 조용히 계획을 세웠다.이사회가 끝난 후, 왕 이사는 비서를 자기 앞으로 불러내고 당부하였다.“박윤설 제자의 연락처를 알아봐.”박윤설은 국제 피아노계의 내로라하는 거장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어 제자가 대신 공연하고 있다.박윤설이 제자는 세 차례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였고 어린 나이에 벌써 수십 곡의 명곡을 독자적으로 작곡하였다. 피아노계에서의 성취는 그야말로 출중할 정도로 대가다웠다.왕 이사는 이진의 공연이 아무리
한 곡이 끝나자 무대 아래 왕 이사의 얼굴빛은 이미 흐려지고 마치 폭풍우에 휩싸인 것처럼 어두웠다.줄곧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사람도 그의 기분을 느끼고, 다정하게 한마디 물었다.“왕 이사님, 괜찮으세요?”그 사람은 왕 이사가 오프닝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고 이진을 위해 한마디 했다.“왕 이사님, 제가 보기에 이번 오프닝 공연 아주 완벽한데요, 특히 그 피아노 치는 여자아이는 정말 대단합니다.”그 사람은 이진과 정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 말을 들은 왕 이사는 다소 달갑지 않았다.그는 냉소하며 일부러 말했다.“난 모르겠는데!”그리고 잠시 멈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당신 박윤설 제자라며, 그러면 그런 기세 꺾는 말 하면 안 되지. 내가 비싼 돈 들여 초대한 건데 돈 들인만큼 저들 보다 더 좋은 공연을 보여줘야 해!” 제자는 이제서야 왕 이사님이 자신을 초대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 그 전이라면 자신만만했을 텐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피아노계에 다년간 몸담았던 그녀는 무대 위의 그 여자와의 차이를 똑똑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차이를 인정하고 바로 왕 이사의 요구를 거절했다.“죄송합니다. 그건 힘들 것 같아요!”왕 이사는 언짢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뭐라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초대했는데 할말이 고작 이건 가?”“전 아직 저만큼 칠 수 있는 실력이 되지 않습니다. 요구가 너무 가혹하네요!”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제자는 갑자기 화를 내고 말투도 무례해졌다.“왕 이사님, 잘못은 그쪽인 것 같은데요. 대표님 부인이시면 왕 이사님도 어떤 실력인지 잘 아시겠네요, 근데 알고도 저를 불렀다는 거는 일부러 저를 모욕하려는 건가요?”제자는 말하면서 일어섰다.“근데 초대한 덕분에 오늘 이런 멋진 공연도 보게 되었습니다. 전 지금 이진 씨 사인을 받으러 갈래요!”이 말을 마치고 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왕 이사는 떠나는 제자의 뒷모습을 보며 분노하며 주먹을 불
시우는 화를 내는 정희를 보더니 덩달아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아, 정희 씨. 이거 놓아주세요, 너무 아파요!”정희는 손에 전혀 힘을 주지 않았기에, 시우가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우의 높아진 목소리를 들은 후 자기도 모르게 손을 놓아버렸다.정희는 화가 난 듯이 비꼬며 말했다.“장난도 적당히 치셔야죠!”시우는 이 말을 듣자 다소 불쾌해하며 반박했다.“정희 씨는 손이 이렇게 험하셔서, 시집 못 가시기라도 어떡해요?” 정희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그럼 시우 씨는 왜 자꾸 절 괴롭히시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 봐요, 저 좋아하죠? 시우 씨가 솔직히 말한다면, 저도 시우 씨랑 사귈지 말지 고민해 볼게요.”정희가 이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한편 정희는 몰래 방금 꺼낸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어쩌다가 생각했던 말들을 입 밖에 꺼낸 거지? 시우 씨가 날 가벼운 여자로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시진 않겠지?’이런 생각에 정희는 얼른 고개를 숙여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커피를 마시면서, 몰래 시우의 대답을 기다리기만 했다.결국 정희는 시우의 깊은 눈동자 속에 반짝이는 눈빛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분위기가 이렇게 되어버리자, 시우도 이 기회를 통해 정희의 생각을 묻고 싶었다. 정희가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괜히 정희를 놀라게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한참 동안 망설였지만 시우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우의 반응을 본 정희는 조금 실망스러웠다.‘난 줄곧 시우 씨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내 착각이었나 보네.’이런 생각에 정희는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지만, 이런 마음을 숨기기 위해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로 웃었다.“그저 장난일 뿐인데, 그렇게 놀라실 것 까진 없잖아요!”정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화제를 돌렸다.“지금 기분이 좀 안 좋은데, 같이 술이라도 마시러 갈래요?”정희가 갑자기 우울해 보이자, 시우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정희를 위로해 주고 싶었
이진은 전화가 갑자기 끊기자 조금 놀라고 말았다. 정희가 처음으로 먼저 전화를 끊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이진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정희의 목소리는 좀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대표님, 회의 들어가셔야 돼요!”이 말을 듣자 이진은 하던 생각을 멈추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정희가 요즘 많이 힘들었나 보네, 여행 가서 제대로 쉬어야 할 텐데!’이런 생각에, 이진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핸드폰을 거두고는 회의실로 걸어갔다.한편 YS 그룹.이건은 사무실에 앉아 자신의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핸드폰 스크린을 내리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진의 피아노 실력을 칭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왕 이사가 특별히 큰돈을 들여 박윤설의 제자를 불러 연주를 준비했지만, 그 제자는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자신의 실력이 이진보다 못하다고 말했다.왕 이사는 이진의 기를 꺾으려고 특별히 박윤설의 제자를 부른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달리 왕 이사의 체면이 깎이게 된 것이다.이것들을 생각하자 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찡긋거렸는데, 그의 올라간 입꼬리는 어딘가 득의양양해 보였다.바로 이때, 이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는 단번에 이건의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비서는 눈동자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바로 이건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 비서는 얼른 손에 든 서류를 놓고 이진을 칭찬하기 시작했다.“대표님, 작은 사모님께서 준비하신 무대는 정말 최고였어요! 대표님께서 그렇게 훌륭한 무대를 처음으로 안배하신 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어요!”이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 비서를 보자, 이건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곧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 비서를 보며 말했다.“이 비서, 이번 달 월급 세 배로 올려주지.”이 비서는 느닷없는 기쁜 소식에 감사를 전하고는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이때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이건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제가 듣기로는 왕 이사가 이번 일 때문에 화병이 걸려 입원하셨대요.”이
정아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이건을 점점 더 가까이하였다. 정아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꽃이 피어 있었고 맑은 눈동자는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미남과 미녀가 함께 서 있으니 엄청나게 눈부셨다.이때 누군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아 언니, 윤 대표님과 정말 잘 어울리세요!”이때 그들은 방금까지 이진이 이건의 곁에 서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심지어 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일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이진은 그저 옆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때 이건이 눈살을 찌푸렸는데, 순식간에 그의 곁을 둘러싼 공기들이 차가워진 것만 같았다.이건은 팔을 홱 뿌리치며 정아를 멀리 밀쳐내고는, 긴 팔을 뻗어 이진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얇은 입술을 열어 말했다.“저랑 당신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아시지 않나요? 더 이상 처참해지기 싫으시다면 그 입 좀 다무시죠!” 그제야 사람들은 이진을 발견한 듯 그녀를 가리키며 또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저 사람, 인스타에서 보던 키나 닮은 이진 아니야?”“저 사람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지?”“그러게, 저 사람은 또 윤 대표와 무슨 사이인 거야?”정아는 방금 밀려났다는 것을 잊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옷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들이 모두 이진의 신분을 궁금해하자, 정아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비꼬듯이 말했다.“저 여자는 이건 오빠의 전처일 뿐이에요. 게다가 이혼당한 전처라 그들은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런데 아직도 껌딱지처럼 이건 오빠 곁에서 맴돌다니, 괜히 자기 때문에 다른 우수한 여자들이 기회를 잃게 된다는 건 알고 있나 몰라요.”정아는 말하면서 자신의 등을 곧게 폈는데, 마치 자기가 그 ‘우수한 여자’임을 암시하고 있었다.정아는 이건의 품에 안겨 있는 이진을 보자 질투심이 들끓었다.정아의 말을 들은 그 사람들은 이진을 아니꼬운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다.특히 이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학생들은, 심지어 이진에 대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온 후, 이진은 앞치마를 매고 부엌으로 들어가 식사 준비를 했다.이건은 여러 차례 부엌에 들어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진은 그가 자신을 도와줄수록 요리가 산으로 가자 인정사정 없이 이건을 주방에서 내쫓았다.“이건 씨는 그냥 앉아서 기다리기만 해요. 더 이상 제가 요리하는 걸 방해하지 마세요!”한 시간 후, 이진은 먹음직스럽고 향기가 넘치는 요리들을 하나하나 식탁에 올렸다.이건은 너무 배가 고팠기에 얼른 젓가락을 들고 한입 맛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우리 자기가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어.”저녁을 먹은 후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이때 이진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진 이건을 발견하고는 물었다.“왜 그래요?”이진의 물음에 이건의 잘생기고 뽀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순식간에 귀밑까지 뜨거워졌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 터질 것 같아.”이진은 이건의 이런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여, 눈썹을 찡긋거리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결국 한참을 웃고 나서야 이진은 허리를 펴고 말했다.“그럼 소화할 겸, 마사지 좀 해줘요. 방금 요리를 했더니 온몸이 뻐근해진것 같아요.” 이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애교가 섞여 이건을 저절로 빠지게 만들었다.“그래.”평소에 YS 그룹을 좌우 지할만큼 위풍당당하고, 그룹 운영이든 프로젝트 투자든 모두 여유롭게 해결하는 이건은, 일상생활에서는 손발이 둔한 어린아이 같았다.지금 집에 있는 이건은 소파에 엎드려있는 이진의 어깨를 주무르며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이건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손을 내밀었다.“힘을 더 주셔야죠.”“아이고, 너무 아파요.”이진이 한참을 가르친 후에야 이건은 힘을 장악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이진은 일어나 책상 위의 핸드폰을 찾았다.“안녕하세요, 혹시 이진 씨 맞으신가요?”“네, 제가 이진이에요.”상대방은 전화를 받은 사람이 이진인 것을 확인한 후
시우는 기가 죽은 듯이 고개를 저었다.그날 아침, 시우가 깨어났을 때 그의 곁에는 정희가 없었고, 그녀와 연관된 물건들도 모두 깨끗이 사라졌다.시우는 급한 마음에 정희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정희의 핸드폰은 줄곧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정희가 여행을 간 것은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라, 한 번도 시우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시우는 자기도 모르게 그날 밤에 발생한 일을 떠올리더니, 자기가 정희한테 상처를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시우는 이미 이 일을 제대로 책임을 지기로 결정했고, 심지어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정희에게 고백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시우가 말하기도 전에 정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정희 씨는 틀림없이 나한테 화난 걸 거야.’이런 생각을 하자 시우는 더욱 자책하기 시작했다.시우가 나타난 후, 이건은 줄곧 그의 표정을 관찰하고 그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기에,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이유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너 어젯밤에는 왜 밤새 술을 마신 거야?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거야?”시우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곧 씁쓸하고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걱정 가득한 표정을 보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으려고 했다.시우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냥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었어, 별일 아니야.”시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손에 든 물건들을 보더니 물었다.“어디 가시려는 거예요?”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시우는 그제야 눈치 있게 자리를 떠났다.시우가 떠날 때의 시무룩한 뒷모습을 보자, 이진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분명 시우 씨와 정희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거야. 게다가 큰 문제인 것 같은데.’이진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이건이 말했다.“두 사람 모두 성인이니까 자기들만의 생각이 있겠지. 시간이 좀 지나면 분명 다시 잘 지낼 거야.”“하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그날 정희한테서 전화 왔을 때 목소리가 좀 이상했거든요.”이진은 그날 급히 회의에 들어가야 했기에, 이상함을 알아차렸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이진이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만만이 전화를 걸어왔다. 만만은 그동안 외국에서 고찰하던 일상 업무에 대해 보고했다.“대표님, 현재 그 프로젝트의 책임자와 함께 현지 고찰을 마쳤어요. 관련 데이터들은 바로 대표님의 메일로 보내 드릴 게요. 그리고 그 땅의 정확한 가치는 상대방과 이미 상의를 마쳤으니, 구체적인 토지 분석 보고서가 나오면 정할 수 있을 것이에요.”만만의 보고를 듣자 이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통화 중이라 만만이 자신의 동작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더니, 곧 가볍게 “응” 이라고 대답했다.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만만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물었다.“대표님, 혹시 윤 대표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셨어요? 오후에 두 분께서 데이트하던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왔거든요. 두 분께서 드디어 이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시려는 거예요?”이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으로 빠르게 스크린을 내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찾았다.[타이틀: 잉꼬부부가 A 국에 나타나다!]글을 끝까지 내려보자 온통 네티즌들의 댓글이 가득했다.[두 분께서 당장 결혼을 하시 길 바랍니다!][덕분에 눈 호강하고 갑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아이 사진까지 합성해 내고는 글을 올렸다.[만약 잉꼬부부가 결혼한다면, 두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는 얼마나 뛰어난 비주얼을 가질 것인가?]이진은 이 글들을 보더니 정신을 차리지 못해, 만만이 몇 번을 불러도 듣지 못했다.만만은 인터넷이 끊긴 줄 알고 이진을 몇 번 더 부르더니 전화를 끊었다.이때 이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렇게 이건 씨와의 관계를 공개해도 괜찮을까? 이건 씨가 신경 쓰진 않을까?’옆에 앉은 이건은 자연히 핸드폰에 적힌 글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는 단번에 이진의 생각을 알아맞힐 수 있었다.이건은 손을 내밀어 이진을 자신의 품에 안고는, 달래듯이 이진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괜찮아.”이진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이자 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