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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잉꼬부부

시우는 기가 죽은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날 아침, 시우가 깨어났을 때 그의 곁에는 정희가 없었고, 그녀와 연관된 물건들도 모두 깨끗이 사라졌다.

시우는 급한 마음에 정희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정희의 핸드폰은 줄곧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정희가 여행을 간 것은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라, 한 번도 시우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시우는 자기도 모르게 그날 밤에 발생한 일을 떠올리더니, 자기가 정희한테 상처를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시우는 이미 이 일을 제대로 책임을 지기로 결정했고, 심지어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정희에게 고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우가 말하기도 전에 정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정희 씨는 틀림없이 나한테 화난 걸 거야.’

이런 생각을 하자 시우는 더욱 자책하기 시작했다.

시우가 나타난 후, 이건은 줄곧 그의 표정을 관찰하고 그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기에,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이유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

“너 어젯밤에는 왜 밤새 술을 마신 거야?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거야?”

시우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곧 씁쓸하고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걱정 가득한 표정을 보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으려고 했다.

시우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었어, 별일 아니야.”

시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손에 든 물건들을 보더니 물었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

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그제야 눈치 있게 자리를 떠났다.

시우가 떠날 때의 시무룩한 뒷모습을 보자, 이진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분명 시우 씨와 정희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거야. 게다가 큰 문제인 것 같은데.’

이진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이건이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성인이니까 자기들만의 생각이 있겠지. 시간이 좀 지나면 분명 다시 잘 지낼 거야.”

“하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그날 정희한테서 전화 왔을 때 목소리가 좀 이상했거든요.”

이진은 그날 급히 회의에 들어가야 했기에, 이상함을 알아차렸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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