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알았어!”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진은 갑자기 진 감독한테서 연락 왔었던 일이 기억났다.진 감독은 정희의 춤 실력이 마음에 들어 매번 정희를 초대하기도 했다.이진은 이 일을 정희에게 알려주며 그녀의 의견을 물어보려고 했다.“난 관심이 없지만, 넌 어때? 진 감독한테서 이미 여러 번 연락이 왔었거든.”정희는 이 일을 듣자마자 흥분한 듯이 말했다.“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당연히 가야지! 게다가 엄청난 분들이 출연할지도 모르잖아!”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이진은 자신의 좋은 친구인 정희가, 이런 것들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진 감독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나를 초대한 건, 나한테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거겠지?”전화 속의 정희는 흥미진진하더니, 마음속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의 일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정희는 말을 하면서 이진에게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이진아, 이참에 아예 네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는 게 어때? 내가 네 회사에서 데뷔해 스타가 되어, 큰돈을 벌어다 줄지도 모르잖아!”이진은 정희의 말을 듣자 웃음을 터뜨리더니 느릿느릿 대답했다.“나는 별로라고 생각해. 내가 분명 엄청나게 손해 볼 거야.”이것은 당연히 농담이었다.이진은 갑자기 빠르게 생각을 하더니 정희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진은 다른 방법을 가지게 되었다.정희가 여전히 전화 너머에서 이진의 무정함을 탓하고 있었는데, 이진은 정희와의 전화를 끊은 후 바로 진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의 전화를 받게 되자 진 감독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그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온 이상, 거절하려는 건 아니겠지?’이런 생각에 진 감독은 수신 버튼을 누르고 먼저 입을 열었다.“이진 씨, 안녕하세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정희 씨와 이야기를 마친 건가요?”“제 대답은 여전히 같아요. 전 관심 없지만, 제 친구 정희는 참여하고 싶다는 데 괜찮은 거죠?”진
12시가 지나자, 정아는 자신을 쳐다보던 눈빛이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챘다.요 며칠 동안 12시만 되면 그 사람은 술집을 떠났다.‘혹시 가정이 있는 사람인 건가? 뭔가 아내한테 혼날까 봐 매번 일정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정아가 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남자가 자기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정아는 그 남자를 보자 경계심을 높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뭐 하시려는 거예요? 며칠 동안 계속 지켜보더니 드디어 손을 쓸 생각인 거예요?”정아는 이 남자가 갑자기 자신에게 손을 대기라도 할까 봐 무도장에 있던 경호원을 불러오려고 했다.정아는 술을 마신 탓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만약 남자가 무엇을 하려고 한다면 전혀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남자는 정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침착하게 말했다.“백정아 씨, 당신이 윤이건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남자의 예상대로 정아는 이건의 이름을 듣자마자 동작을 멈추더니,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정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다.“그렇게 훌륭한 남자는 당연히 많은 여자들이 좋아하게 되어있죠. 이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이상하지 않죠.”그 남자는 눈썹을 찡긋거리더니 자연스럽게 탁자 위의 술을 한잔 집어 들었다.“그런데 당신처럼 훌륭한 여자를 봐주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잖아요?”이 남자가 은근히 비꼬는 듯이 말을 꺼내자, 정아는 그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정아 씨께서 요 며칠 술을 계속 이곳에서 술을 마시는 건, 모두 윤이건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겠죠. 사진 속 두 사람은 엄청나게 행복해 보이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다정한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잖아요.”정아는 술잔을 든 손을 멈추고, 경계심이 가득 한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당신, 도대체 누구예요?”이진을 언급하자 정아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는데, 알 수 없는 질투의 불길
“지금 제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제가 대신 이진을 해결해 드리죠. 가장 골치 아픈 라이벌이 사라진다면 윤이건은 자연히 당신의 남자가 될 거예요.”정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이건 정아 씨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좋은 거래가 아닌 가요?”정수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정아의 귓가에 울리자, 정아는 현혹되기라도 한 듯 마음이 흔들렸다.정아는 적어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 데다가, 이번 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반드시 이 기회를 이용해, 전에 받았던 모욕과 고통들을 백 배 천 배 이진에게 갚아줄 거야!’정아는 이런 생각을 하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제가 지금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이진 때문이고, 그년이 저한테 빚진 거예요. 전 이건 오빠 때문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그년이 지옥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겠어요.”정아의 정교한 얼굴에 짙은 원한이 새겨지자 다소 험상궂고 무서워 보였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연예계에서 봤던 여배우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정수는 이런 정아의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어 정아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런 년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그래야 만이 남에게 짓밟히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깨달을 거예요.”정수의 말을 듣자 정아는 화가 조금 풀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고, 정수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 내려놓았다.두 사람이 지금 동맹 관계라고 생각하자, 정아는 마음이 놓였는지 취한 몸을 그대로 정수의 품에 기대며 가늘고 긴 눈을 천천히 감았다.정아는 마치 정수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듯한 나른한 모습을 보였다.계획했던 대로 일이 풀리자 정수는 갑자기 교활한 미소를 보이더니, 술값을 지불한 후 이미 술에 떡이 된 정아를 부축하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진과 이건 두 사람의 A 국 여행이 끝나갔고, 두 사람은 마침내 귀국하기로 결정했다.그동안 두 사람이 여행 도중에 찍힌 사진들이 널리 유포되었기에, 그들과 관
의사가 떠난 후, 이건은 이진이 누운 침대 앞에 앉아 깊이 잠든 이진을 쳐다보았다.이진의 부드럽고 긴 머리는 볼 옆으로 흘러내려, 뽀얀 이마를 그대로 드러냈다.이때 이진의 이마에는 멍이 몇 개 있었고, 어떤 곳은 심지어 살이 약간 벗겨져 상처가 나기도 했다.이건은 이진의 깊이 잠든 얼굴을 보면서 입술을 오므렸는데, 한껏 기가 죽은 이건의 모습은 마치 이 모든 것들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 같았다.‘역시 내 탓이야. 우리가 공항을 나서기 전에 미리 대비책을 세웠어야 했어. 이진이 바로 내 옆에 있었는데 내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니.’이런 생각을 하자 이건은 가슴이 답답했다.그 후 이건은 줄곧 이진의 침대 옆에 앉아 묵묵히 잠이 든 이진을 지키며, 한 걸음도 떠나지 않은 채 이진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이진은 눈을 뜨자마자 이건이 절박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건의 눈동자에는 온통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이건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살짝 벌렸는데,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이런 멍들은 뜨거운 수선으로 찜질하면 바로 나아질 거예요. 모두 작은 상처일 뿐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이진은 말하면서 일어나 침대 옆에 기대었는데, 한잠 자고 난 탓인지 이진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많이 사라졌고, 방금처럼 허약해 보이지도 않았다.이건이 여전히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진은 침대에 앉은 채 두 발을 흔들며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이건은 이진의 익살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어 이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정말 괜찮은 가 보네. 배고프지? 내가 먹을 것 좀 가져다줄게.”이건은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바로 이때, 이진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정희가 걸어온 전화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정희의 맑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좀 어때? 괜찮아진 거야? 어디 더 아픈 데는 없어?”“괜찮아, 그냥 이마가 좀
이진이 국수를 다 먹은 후, 이건은 휴지 한 장을 꺼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금요일 오전 10시, HP 그룹에서 신제품 발표회가 열리는데, 주최 측에서 나한테 초대장을 두 장이나 보냈어. 나랑 함께 가보지 않을래?”“HP 그룹? 후계자가 얼마 전에 외국 연수를 다녀온, 그 HP 그룹인 가요?”HP 그룹에서 후계자에 관한 소식들을 모두 감췄기에, 일주일 전에 돌아온 후계자는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진도 그 후계자가 누군지 궁금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이 ‘하정수’인 것만 알고 있었다. 이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이번 발표회를 빌어 후계자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들었어.”이진은 마침 금요일에 별일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HP 그룹의 신제품 발표회 날이 다가왔다.아침 9시 반, 이진과 이건은 제시간에 발표회 현장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출중한 외모를 가진 것도 모자라 화려한 옷차림을 하였기에, 나타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그 사람들 중에는, 구석에 잠복해 있던 발표회의 주인공인 하정수도 있었다.정수는 이진을 처음 본 순간부터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이진은 오늘 청색의 보헤미안 스타일의 긴 치마를 입었다. 하이웨이스트 디자인은 이진의 늘씬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그 위의 무늬들은 청신하고 우아하여 이진에게 차분한 느낌을 더해줬다.‘이런 여자는 조용히 구석에서 피어나더라도 아주 눈부신 꽃이 되었을 거야. 어쩐지 윤이건의 마음을 독차지하더라니.’이런 생각을 하던 정수는, 이진의 가냘픈 뒷모습을 보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정수는 뭔가 생각난 듯이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이진의 곁에 있던 이건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정수는 웨이터를 불러 와인 한 잔을 가지고는 이진 쪽으로 걸어갔다.이건은 잠시 볼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것이라, 떠나기 전에 이진더러 제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당부했다.이건의 모습이 사라진 후
이진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어 말을 이어갔다.“전 이미 결혼했기 때문에, 당신의 대시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에요. 하지만 전 하정수 씨와 친구로 지내는 건 괜찮을 것 같네요.” 이 말을 듣자 정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전 이진 씨가 솔로 일 줄 알았는데, 이미 결혼하셨다니 너무 아쉽네요.”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리며 웃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정수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태도를 바꾸더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이진에게 농담을 했다.“그럼 이진 씨를 훔쳐 간 ‘도둑’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정말 엄청 궁금하네요. 이진 씨는 어떤 남자를 좋아하시나요? 당신의 남편분은 당연히 이진 씨처럼 훌륭하고 눈부신 분이시겠죠?”누군가가 이건을 칭찬하는 말을 꺼내자, 이진은 매우 기쁜 마음에 눈을 반짝였다.이진이 정수의 질문에 대답하려던 찰나, 이건이 그들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이진은 곧 눈썹을 찡긋거리며 이건의 방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이 바로 제 남편이에요.”말을 하던 이진의 목소리는 은근히 자랑스러워 보였다.정수가 이진의 눈빛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이건이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사실 정수는 진작에 이건이 돌아오는 것을 보았지만, 일부러 못 본 척했을 뿐이다.이건은 빠른 걸음으로 재빨리 이진에게 다가왔다.“자기야, 이 분은?”이진은 웃으며 일어서고는 이건의 팔을 잡고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이건 씨, 이 분이 바로 PH 그룹의 후계자인 하정수 씨에요. 제가 방금 알게 된 친구이기도 해요.”이진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자, 정수는 슈트를 정리한 뒤 손에 든 술잔을 살짝 들어 예의를 갖췄다. “안녕하세요.”이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수는 이건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는 듯 와인을 마시며 말했다.“방금 아름다운 이진 씨가 혼자 이곳에 외롭게 앉아있으셔서, 당연히 솔로인 줄 알았거든요. 한창 이진 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참에 남편분이 오게 될 줄은
이진과 이건은 발표회가 끝난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그들은 익숙한 실루엣이, 그들의 집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을 보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사람은 시우였다.오랜만에 만난 시우는 엄청 피곤해 보였고, 눈 가에 진한 다크서클이 있었는데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모습이었다.이진과 이건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정희가 이미 돌아온 사실을 아무도 시우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기에, 시우는 아직 정희의 행방을 알지 못해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시우에게 있어서 정희는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기에, 그는 며칠 동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두 사람이 돌아오는 것을 본 시우는, 한숨을 돌리고는 곧장 그들에게 물었다.“정희 씨한테서 연락 오셨나요?”이진과 이건은 서로 마주 보더니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시우가 자신의 행방을 묻는다면 비밀로 해달라고 정희가 부탁을 했었고, 결국 정희와 약속을 하고 나서야 그녀가 돌아온 거였다.그때 두 사람은 그저 정희의 안전이 걱정되어 약속을 한 것이었기에, 시우가 얼마나 괴로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지.’시우는 두 사람의 표정을 살펴보더니 한숨을 쉬었다.“됐어, 두 사람의 모습을 봐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을 것 같네. 이만 가볼 게.”시우는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늘 활기가 넘쳤던 친구가 지금은 지쳐 걸을 힘조차 없어 보이자, 지켜보던 두 사람은 차마 사실을 말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이건이 그를 불러 세웠다.“정희 씨는 이미 돌아오셨어. 얼마 전부터 ‘음악 행성’이라는 프로그램에 특별 멘토로 출연하신다고 들었어.”행방을 알려줬으니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말지는 시우에게 달려 있다.시우는 이 말을 듣자 정신을 차리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두 사람에게 손키스를 날리고는 흥분한 채 떠났다.이진은 시우가 떠나는 모습을 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정말 시우 씨한테 말해줘도 괜찮을까요?”이건은 위로하듯
이진의 말을 들은 이건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트렁크를 닫았다.그리고 자상하게 이진을 촬영장에 가는 차에 태우고는 말했다.“도착하면 바로 연락 줘야 돼. 촬영하면서도 꼭 몸조심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네, 알겠어요.” 차가 대략 서너 시간을 계속해서 달리자, 이진은 드디어 촬영장에 도착했다.이진은 챙겨온 짐들을 여인숙에 놓은 후, 바로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그리고 무대 뒤로 가서 정희를 찾았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이진은 이미 수차례 정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진이 보낸 메시지들도 답장이 없었기에 그녀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진은 수소문을 거쳐, 정희가 지금 백스테이지의 27호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지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27호.”이진은 번호를 따라 찾기 시작했다.이진은 27호 대기실의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남녀가 서로 껴안은 채 키스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들의 숨결은 이미 뒤섞여졌고, 대기실 안은 두 사람으로 인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남녀는 이진이 엄청나게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바로 정희와 시우다.이진은 이런 경험을 수없이 해왔지만, 직접 보게 되자 여전히 낯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하지만 그동안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게 되어, 이진은 두 사람이 눈치채기 전에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이진이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대기실 안에 있던 정희는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와 동시에 정희는 문 앞을 스쳐 지나간 익숙한 실루엣을 보게 되었다.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린 정희는 단번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정희의 아름답고 작은 얼굴에는 놀라움과 수줍음이 스쳤다.“이진아!”이진의 모습이 사라지려고 하자, 정희는 급한 마음에 얼른 두 손을 뻗어 시우를 힘껏 밀어버렸다.“비키세요!”정희는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이진을 찾으러 가려고 했다.시우는 정희의 행동에 기분이 좀 언짢아졌다.‘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