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말을 들은 이건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트렁크를 닫았다.그리고 자상하게 이진을 촬영장에 가는 차에 태우고는 말했다.“도착하면 바로 연락 줘야 돼. 촬영하면서도 꼭 몸조심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네, 알겠어요.” 차가 대략 서너 시간을 계속해서 달리자, 이진은 드디어 촬영장에 도착했다.이진은 챙겨온 짐들을 여인숙에 놓은 후, 바로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그리고 무대 뒤로 가서 정희를 찾았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이진은 이미 수차례 정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진이 보낸 메시지들도 답장이 없었기에 그녀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진은 수소문을 거쳐, 정희가 지금 백스테이지의 27호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지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27호.”이진은 번호를 따라 찾기 시작했다.이진은 27호 대기실의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남녀가 서로 껴안은 채 키스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들의 숨결은 이미 뒤섞여졌고, 대기실 안은 두 사람으로 인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남녀는 이진이 엄청나게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바로 정희와 시우다.이진은 이런 경험을 수없이 해왔지만, 직접 보게 되자 여전히 낯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하지만 그동안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게 되어, 이진은 두 사람이 눈치채기 전에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이진이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대기실 안에 있던 정희는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와 동시에 정희는 문 앞을 스쳐 지나간 익숙한 실루엣을 보게 되었다.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린 정희는 단번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정희의 아름답고 작은 얼굴에는 놀라움과 수줍음이 스쳤다.“이진아!”이진의 모습이 사라지려고 하자, 정희는 급한 마음에 얼른 두 손을 뻗어 시우를 힘껏 밀어버렸다.“비키세요!”정희는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이진을 찾으러 가려고 했다.시우는 정희의 행동에 기분이 좀 언짢아졌다.‘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이런 생각에 이진은 무심코 정희가 사라진 후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했다.“네가 말도 없이 사라져 시우 씨가 얼마나 널 걱정했는지 알아? 며칠 사이에 살이 엄청 빠진 것 같지 않아? 눈 밑의 진한 다크서클과 부어오른 얼굴을 보고 판다인 줄 알았어. 나와 이건 씨가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꺼낸 첫 마디가 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거였어.”전엔 정희의 기분을 고려하여, 이진과 이건은 시우에 관한 이야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오늘 전부 말해주는 것은, 정희가 시우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길 바랐기 때문이다.이진의 예상했던 대로, 정희는 이 말을 듣자 짐을 정리하던 동작을 늦추더니, 혹시라도 중요한 이야기를 빠뜨릴까 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이때 이진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시우 씨는 분명 널 엄청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저 너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것뿐이야.”정희는 사실 시우의 마음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갔었다.“그렇다고 해도, 난 시우 씨를 못 받아들이겠어.”정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마침내 이진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이런 감정은 너무 허무해서 도저히 확신이 생기지 않아. 시우 씨는 엄청나게 좋은 분인데, 이렇게 좋은 남자가 내 곁을 둘러싸주고 있으니,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아.”정희는 이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정희는 틀림없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충격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차라리 지금처럼 그 선을 넘지 않는다면, 각자 잘 지낼 수는 있을 것이다.이진은 정희의 마음이 이해되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시우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그럼 당분간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모두 시간에게 맡기는 게 좋을 거야.”“응!”정희는 심호흡을 하고 빠르게 마음을 가다듬었다.눈길을 돌리자 정희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기획서를 보게 되었다. 그 위에는 ‘음악 행성’ 네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기에, 정희는
“당신이 이진이에요?”문혁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이진이 고개를 돌리자 문혁은 도발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돈을 얼마나 들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거죠?”이진은 문혁의 터무니없는 도발과 모욕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는, 아무 자리나 찾아 앉았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휴게실 안을 둘러보고는, 정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이진이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자, 문혁은 오히려 득의양양하더니 더욱 비꼬듯이 말하기 시작했다.“참, 돈 주고 들어온 거면서 잘난 척하기는.”문혁은 자기가 이진보다 잘났을 것이라고 확신하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어차피 나중에 무대에 올라가면 다 들통나겠죠, 그 정도 재능으로는 이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실 거예요.”바로 이때, 정희가 안으로 뛰어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방금 뭐라고 하신 거죠?”정희의 얼굴은 화가 나다 못해 빨갛게 달아올랐고, 두 눈은 세게 찌푸려졌다. 그녀는 분명 문혁이 한 말을 모두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것이다.정희는 누군가가 근거 없이 이진을 비꼬는 것을, 절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얘가 누군지 제대로 알고 말씀하신 거예요? 제가 보기에, 당신은 우리 이진이가 당신보다 더 주목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당신!”문혁은 정희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줄곧 옆에 앉아 침묵하고 있던 이진을 차갑게 노려보더니,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당신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반드시 알아낼 거야! 다신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널 이 바닥에서 없애 버릴 거야!”문혁은 이 말을 마치고는 화가 난 표정으로 휴게실을 나섰다.“당신이야말로 이 바닥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그 입 다무는 게 좋을 거야!”정희는 화가 나서 따라가 따지려고 했지만 이진이 그녀를 막았다.정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이진아, 저 사람한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팬들 앞에서는 착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이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핸드폰 스크린을 보더니, 이진은 얼른 핸드폰을 들고 옆으로 걸어가 수신 버튼을 누르고는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이건 씨? 무슨 일 있어요?”전화 너머의 사람은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저도요, 금방 돌아갈 테니 집에서 밥 잘 먹고 일찍 자야 돼요!”“응.”두 사람 모두 표현이 서툴렀기에 몇 마디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이진이 핸드폰을 거두고 고개를 들자, 정희가 히죽거리며 웃는 얼굴로 물었다.“이건 씨인가 보네? 아이고, 정말 한시도 너와 떨어지기 싫으신 가 보네. 정말 부러워 죽겠어!”정희는 부러워하는 말투로 말했지만, 히죽거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나저나 네가 떠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벌써 보고 싶다고 하는 거야? 보고 싶다는 이유로 연락을 하시다니!”정희는 말하면서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계속 고개를 저었다.“정말 못 봐주겠네!”이진은 정희의 이런 모습을 보자 웃음을 터뜨렸고, 곧 곁눈질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왜? 부부끼리 그런 말도 못 해?”“쳇, 재미없어!”한편 진 감독은 연습생들을 열심히 훈련시키고 있는 문혁을 찾으러 갔다.“밥은 제대로 먹은 거야? 이 다리와 허리를 곧게 펴라고 말했잖아!”진 감독이 들어섰을 때, 문혁은 마침 한 남자 연습생을 엄하게 훈계하고 있었다.그 남자 연습생은 고개를 숙인 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다행히 진 감독이 제때에 나타나 그 연습생을 구한 셈이다.“사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시 나와주실래요?”문혁은 그 남자 연습생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연습실을 나서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진 감독을 보았다.“무슨 일이죠?”문혁의 이런 태도에 진 감독은 어이가 없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는 그의 비위를 맞춰가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이 선생님과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이진을 언급하자 문혁의 안색은 더욱 보기 흉해졌다.“저한테
녹화실에 앉아 있던 진 감독은 이 장면을 보자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역시 저 새끼는 내 말을 귀 등으로 들었네. 그분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진 감독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나서서 막지 않았다.하나는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그도 문혁이 엄청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진은 고개를 돌려 무례하게 자신을 가리키는 문혁을 조용히 쳐다보았다.모두들 이진이 화를 내며 대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 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제작진분들이 절 이 자리에 앉히신 건, 적어도 저한테 의견을 발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겠죠.”“참나, 무슨 수단을 통해 들어온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문혁은 이진이 화를 내지 않자 그녀를 더욱 얕보고는 말을 이어갔다.“당신 같은 사람이 무대를 볼 줄 알기나 해? 네까짓 게 뭔데 내가 준비한 무대에 함부로 평가를 해?”이 말을 듣자 이진의 눈빛이 조금씩 차가워졌다.이진이 노래를 배우고 있을 때 문혁은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방송 중이라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뻔뻔한 인간일 줄이야.’“일단 당신 팀의 선보인 곡은 전체적으로 너무 평범해요. 게다가 선택하신 주제와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이진을 책상 위의 대본을 들고 말했다.“심지어 가사는 엉망진창이네요. 점수를 드릴만 한 점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높은 점수를 드리죠?”이진은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를 보였다.“당신!”문혁은 이진이 감히 이렇게 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히 좋은 공연 효과를 얻기 위해 그는 주목받을 단어들만 가득 써넣었던 것이다.문혁은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진이 말했다.“당신이 꽤나 괜찮은 가수인 줄 알았는데, 이번 상황은 왠지.”이진은 잠시 멈추고는 말을 이어갔다.“이 곡은 당신이 만든 게 아닌 거죠? 설마 자기가 맡은 팀이라고 부정행위를 하신 건 아니죠?”이진의 얼굴에는 ‘자애로운’ 미소가 번
이때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가 전국에서 가장 큰 빌딩의 꼭대기 층에 앉아 회사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비서 에밀리가 업무를 보고한 후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이건은 깊은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말해 봐, 또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없으면, 이만 나가 봐.”이건은 꽃처럼 아름다운 비서에게도 차가운 모습을 보이기만 했다.“대표님, 최근 인터넷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어요. 작은 사모님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한 게스트와 불화설이 떴거든요.”이건은 만년필을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계속해서 글을 써갔다.“그래, 알겠으니 이만 나가 봐.”에밀리가 나간 후, 이건은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일벌레로 상업계에 유명한 윤 대표가 뜻밖에도 아내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하던 일을 멈출 줄이야.그러나 이진의 일이라면 이건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했다.전화가 곧 연결되었고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 씨, 이 시간엔 어쩐 일로 전화하셨어요?”이진은 조금 놀라며 시계를 보았는데, 지금은 출근시간이라 평소대로라면 이건은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혹시 촬영장에서 누가 괴롭혔어?”이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었다. 이건이 이렇게 작은 일마저 신경 써주자 감동되기도 했다.“아니요.”이진의 간단하게 얼버무리는 대답을 듣자, 이건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나한테 말해야 돼! 널 건드리는 놈들을 내가 대신 혼내 줄게!”이진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진짜 아무 일도 없어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괴롭혀도 제가 남을 괴롭히죠!”이건은 이 말을 듣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미소를 지었다.이진이 아무리 우수하고 강해도, 이건은 평생 그녀를 보호해 줄 것이다.두 사람은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이건은 전화를 끊은 후, 핸드폰을 보며 한참 동안 미소를 지었다.오랫동안 이진을 보지 못했기에 정말 보고 싶기도 해, 이건은 즉시 일어나 자신의
문혁은 모두의 시선이 마침내 흩어지자 즉시 식사 자리에서 도망쳤다.정희는 문혁의 당황한 모습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겁쟁이, 전엔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더니 이제야 무서운가 보네.”아직 화가 채 풀리지 않았던 정희는 문혁이 떠난 방향에 대고 주먹을 휘둘렀다.이진은 정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그런 사람 때문에 화를 낼 필요 없어. 얼른 밥부터 먹어, 네가 가장 좋아하는 찜닭도 시켰어.”즐겁게 떠드는 두 여자를 보자 이건은 마음이 불편했다.‘나랑 오랜만에 만난 건데, 친구와 이야기하느라 날 쳐다보지도 않는 거야?’사실 이건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이진은 정희와 이야기를 나눈 지 2분도 채 되지 않았다.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이건은 간단하게 정희와 인사를 나눈 후, 이진의 손을 잡고 미리 예약해 두었던 스위트룸으로 향했다.이건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것보다는 이진과 단둘이 있고 싶었다.룸에 들어선 이건은 왼손으로 문을 닫고, 오른손으로 이진의 허리를 껴안고는 사정없이 키스를 했다.이진은 거절하지 않았고 심지어 함께 입을 맞추었다.결국 이진은 이건을 밀어냈는데, 지금 밀어내지 않는다면 분명 저녁 식사를 놓칠 것이기 때문이다.이건은 허리를 굽힌 채 고개를 숙이고는 이진의 목덜미에 조금씩 입을 맞춰갔다.“자기야, 도대체 언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올 건데?”이진은 남자의 머리카락에 간지러움을 느꼈는데, 이렇게 자신에게 딱 달라붙는 이건을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윤 대표님은 오늘따라 더 저한테 달라붙으시네요.”이진은 말을 하면서 이건의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건의 차가운 성격과 달리 그의 머리카락은 유난히 부드러웠다.이건은 이진이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기는커녕 자신을 비웃자, 얼른 고개를 들어 삐진 듯한 표정을 보였다.“누구처럼 집에 붙어있지 않는 것보단 낫잖아! 내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기나 해?”이건의 목소리는 무척 억울해 보였다.“하하하.”이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
정희는 발레 황후의 무대극 티켓을 탐낸 지 오래되었다.이번 공연은 전 세계에서 유명한 안틸라가 출연하기로 했다.현재 S 시에서 판매되고 있는 티켓은 한 장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뒷좌석마저 400만 원이 넘게 팔렸다.“그래요, 내일 비서를 시켜 보내 드릴 게요.”이건에게 마침 안틸라가 보내온 VIP 입장권이 2장이나 있었다.“저한테 두 장이 있으니, 이진과 함께 보러 가시면 되겠네요.”촬영장으로 돌아온 이진은 기분이 다소 우울했다.오랜만에 이건을 만난 것이기에, 조금이나마 그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진과 이건은 모두 표현이 서툴렀는데, 이진도 그동안 이건을 많이 그리워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 혼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이진아, 왜 그래?”정희는 이진의 우울한 모습을 보더니 걱정되어 물었다.“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이때 정희는 재빨리 눈을 가리고는 고개를 돌렸다.“뭐야, 이러지 마. 나 아직 어리단 말이야!”이진은 정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어리둥절해 물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정희는 두 손가락을 벌려 빛을 통해 이진을 쳐다보았다.“네 목에 있는 모기 자국 같은 것들을 봐. 내가 어떻게 딴 생각을 하지 않겠어?”이진은 얼른 핸드폰을 꺼내 비춰보았는데, 목뒤에도 키스마크가 있었던 것이다.이때 갑자기 어젯밤의 격렬했던 상황을 떠올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정희는 얼른 컨실러를 들고 다가와 그 자국을 가려주었다.“이제 기운 좀 내. 공연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 끝나면 다시 이건 씨를 만나러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난 이건 씨가 보고 싶다고 말한 적 없거든?”이진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 안 했던 걸로 쳐 줄게.”정희는 얼버무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머니에서 두 장의 티켓을 꺼냈다.“짠, 이것 좀 봐!”이진은 티켓을 건네받더니 덩달아 눈을 반짝였다.안틸라는 이진이 매우 좋아하는 연예인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