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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허무하다

이런 생각에 이진은 무심코 정희가 사라진 후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했다.

“네가 말도 없이 사라져 시우 씨가 얼마나 널 걱정했는지 알아? 며칠 사이에 살이 엄청 빠진 것 같지 않아? 눈 밑의 진한 다크서클과 부어오른 얼굴을 보고 판다인 줄 알았어. 나와 이건 씨가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꺼낸 첫 마디가 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거였어.”

전엔 정희의 기분을 고려하여, 이진과 이건은 시우에 관한 이야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늘 전부 말해주는 것은, 정희가 시우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진의 예상했던 대로, 정희는 이 말을 듣자 짐을 정리하던 동작을 늦추더니, 혹시라도 중요한 이야기를 빠뜨릴까 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이때 이진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시우 씨는 분명 널 엄청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저 너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것뿐이야.”

정희는 사실 시우의 마음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갔었다.

“그렇다고 해도, 난 시우 씨를 못 받아들이겠어.”

정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마침내 이진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런 감정은 너무 허무해서 도저히 확신이 생기지 않아. 시우 씨는 엄청나게 좋은 분인데, 이렇게 좋은 남자가 내 곁을 둘러싸주고 있으니,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아.”

정희는 이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정희는 틀림없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충격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처럼 그 선을 넘지 않는다면, 각자 잘 지낼 수는 있을 것이다.

이진은 정희의 마음이 이해되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시우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당분간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모두 시간에게 맡기는 게 좋을 거야.”

“응!”

정희는 심호흡을 하고 빠르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눈길을 돌리자 정희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기획서를 보게 되었다. 그 위에는 ‘음악 행성’ 네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기에, 정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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