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두 사람은 모두 잠시 조용해지고 말았다.이문권은 이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하는 거지? 무슨 확실한 자료를 찾았거나 약점을 잡기라도 한 건가?’사실 이진은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이번에 꺼낸 말은 확실히 지난번보다 흥미로웠다.방금 유연서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이진은 갑자기 재미를 느꼈다.유연서가 성격이 급해 일을 망치는 건 자주 있었던 일이다.그들의 전화를 통해 이진은 이번 일이 GN 그룹도 참여했다는 걸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안 그러면 그들이 굳이 유연서를 주주대리인으로 GN 그룹에 내세우진 않았을 거다.이진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문권 씨께서 뒷정리를 해주신다니 너무 감사하네요.”이진의 말을 듣던 이문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얼른 입을 열었다.“이런 일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그럼요, 이문권 씨께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말씀해 주신다면 제가 제시간에 도착하도록 할게요.”그러자 전화 너머에서 바로 장소와 시간을 말했는데 분명히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이진은 이런 농락당하는 듯한 느낌에 대해 유난히 불쾌함을 느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이문권이 정한 장소는 별로 크지 않은 가게였는데 오후인 탓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이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문권은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특별히 꾸민 것 같아 보였다.“제가 늦은 건가요?”이진은 마음속의 의혹을 억누르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이문권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신사같이 이진의 의자를 빼주었다.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별 이상을 느끼진 않았을 거지만 이문권이 이렇게 행동하자 이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약간의 메스꺼움을 느꼈다.두 사람이 모두 자리에 앉은 뒤 이진은 질질 끌지 않은 채 먼저 입을 열었다.그녀는 이번
“왜 그래요? 혹시 제 질문에 대답 못하시는 거예요?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이문권이 자신의 눈빛을 피하자 이진을 실눈을 뜨고는 계속해서 물었다.‘이런 일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나를 속이겠어?’두 사람이 잠시 조용해진 찰나 웨이터가 따뜻한 차 한 잔을 가져왔고 두 사람은 모두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이진이 계속해서 입을 열려던 찰나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려 이 정적을 깨뜨렸다.핸드폰을 꺼내 보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윤이건 이였는데 이진은 그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조금 의혹을 느꼈다.두 사람은 일하는 동안에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와 명령의 말투가 들려왔다.“이진아, 당장 그곳에서 도망쳐!”“뭐라고요? 지금…….”이진이 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말에 어리둥절하던 찰나 윤이건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너 지금 이문권이라는 사람과 만나고 있는 거 맞지? 그 사람들 지금 네 주위에 매복하고 있어! 유연서가 몰래 손을 쓰고 있어!”그러자 핸드폰을 잡던 이진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더니 손등에 푸른 핏줄이 살짝 튀어나왔다.이진은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져오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이문권을 보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쩔 줄 몰라 하던 이문권은 갑자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이진은 온몸에 소름이 끼쳐 떠날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녀의 동작이 아무리 빨라도 이미 준비를 마친 이문권보다는 느렸다.자신의 손목이 이문권에게 잡히자 이진은 그제야 자신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되였다는 걸 알게 되였다.“당신들 뭐 하는 거야!”“이진 씨, 그렇게 경계심을 가지실 필요 없어요. 그저 가볍게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에요.”“이문권…….”이진은 이를 악물며 자신의 섣부른 행동에 후회하고 있었다.‘내가 이렇게 무방비로 이문권을 만나러 오다니? 게다가 유연서가 이렇게까지 미친 여자일 줄이야. 빌어먹을…….”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은
유연서는 이진의 이런 모습과 거칠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자 입가의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너무나도 통쾌했다.‘오랫동안 잠을 설쳤는데 오늘에야말로 제대로 된 잠을 자겠네.’그녀가 기뻐하던 찰나 가게 문이 큰 힘에 의해 열리고 말았다.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에 유연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는데 눈앞의 윤이건을 보자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이건 오빠…….”눈앞의 윤이건을 보자 유연서는 온몸을 벌벌 떨고 말았다.그의 차가운 눈은 붉게 달아올랐는데 조금만 정신을 판다면 당장 죽임을 당할 것만 같았다.“한 번만 물어볼게, 어디에 숨겼어?”윤이건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차가웠는데 지금의 그는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을 두려움에 질리게 할 수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유연서는 줄곧 윤이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심지어 그의 무서운 모습도 본 적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그녀의 착각이었다. 지금 두 사람은 1미터 정도 밖에 거리 두지 않았는데 유연서는 눈앞의 사람을 알아볼 수 없었다.윤이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을 죽일 듯한 카리스마에 유연서는 온몸을 벌벌 떨고 말았다.유연서는 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이 대답을 들은 윤이건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어 보였다.그러나 그의 곁에 서 있던 이 비서는 윤이건의 얼굴 근육이 조금 움직였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오랫동안 윤이건의 곁에서 일해온 이 비서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이 비서는 침을 살짝 삼켰지만 유연서가 전혀 불쌍해 보이진 않았다.“제대로 찾아봐.”윤이건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자 부하들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게를 구석구석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러나 한 바퀴 수색한 결과 그들은 이진은커녕 이문권조차 찾지 못했다.부하들의 보고를 듣자 윤이건의 이마에는 핏줄이 솟아났다.방금 이진이 전화를 끊었을 때 들려온 것에 의하면 이문권은 분명히 이진과 함께 떠났
윤이건은 말을 마치고는 이진을 안았는데 그의 턱은 마침 이진의 볼에 닿았다.그들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이문권이 부은 얼굴로 천천히 땅에서 일어났다.“윤 대표님, 이제서야 만나 뵙네요.”방금 손에 넣은 이진을 잃게 되자 이문권은 엄청 불만스러웠다.이문권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부하들을 부르려고 했다.윤이건은 그의 이런 행동을 보더니 차갑게 웃기만 했다.만약 지금 이진을 안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히 이문권은 반쯤 죽여놨을 거다.“윽…….”이때 윤이건의 품에 안겨있던 이진이 갑자기 소리를 냈는데 그녀의 볼은 이미 이상할 정도로 붉어있었다.윤이건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더 이상 이문권을 상대하지 않으려고 했다.“이문권, 만약 당신이 남양에 있는 보금자리를 빚쟁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멀리 꺼지는 게 좋을 거야.”이문권의 놀란 표정을 볼 겨를도 없이 윤이건은 이진을 안은 채 성큼성큼 호텔을 떠났다.윤이건이 이진을 안은 채 차에 오르자 이 비서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액셀을 밟았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작은 사모님은 반드시 괜찮으실 거예요…….”이 비서는 백미러로 이진을 꼭 안은 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윤이건을 보더니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진은 이미 미친 듯이 윤이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시간이 꽤나 지났기에 약효가 극대화된 게 분명하다.윤이건은 옷을 사이 두고도 이진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기에 매우 초조했다.이 비서는 급히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열고는 얼른 별장의 문을 열었는데 윤이건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짙은 카리스마가 별장 전체에 퍼지자 집사와 하인들도 감히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윤이건은 별장의 안방에 도착한 뒤 이진을 가볍게 침대 위에 눕혔다.몸을 돌려 뜨거운 수건을 가지러 가려던 찰나 이진이 그의 옷깃을 세게 잡았다. “가지 마, 당신, 가지 마…….”이진의 이런 연약한 모습과 붉어 오른 얼굴을 보자 윤이건은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갑작스러운 욕설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그러나 이진의 붉어 오른 얼굴과 어깨에 생긴 자국을 보자 윤이건은 소리 없이 웃었다. “우리 자기의 몸이 회복된 것 같으니 마음이 놓이네.”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베개 하나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윤이건은 민첩하게 베개를 피하고는 더 환하게 웃었다.그는 이진이 정말 화가 났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그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윤이건은 행복에 취해 있었지만 사실 걱정되기도 했다.그런 약은 사람의 몸에 큰 영향을 주기에 이제 그만 장난치고 일단 밥부터 먹는 것이 더 중요했다.괜히 이진이 아프기라도 한다면 윤이건의 마음은 찢어질 것이다.이런 생각에 윤이건은 허리를 굽혀 베개를 주워 이진의 허리 뒤에 놓은 뒤 죽을 담은 그릇을 들었다.“자기야, 먼저 밥부터 먹고 다른 일은 나중에 이야기할까?”“먹긴 뭘 먹어요! 안 먹을 거예요!”사실 윤이건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진은 죽의 향긋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덕분에 위가 벌써 텅 비었기에 그릇을 안은 채 허겁지겁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그렇다고 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한편 윤이건이 죽을 한 숟가락 뜨고는 가볍게 불자 이진은 뚫어져라 죽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런데 윤이건이 자연스럽게 침대에 앉자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화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저리 떨어져요!”그러나 윤이건은 마치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제멋대로 숟가락을 내밀었다.“먼저 조금이라도 먹고 나서 화를 내든지 해.”이진의 말은 전혀 공격성이 없었고 그녀의 불룩한 볼을 보자 윤이건은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왜? 어젯밤에 너무 배불리 먹어 밥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야?”낮고 섹시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이진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이진은 줄곧 센 성격이었는데 처음에는 자신을
이진의 갑작스러운 말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떨었다.‘우리 자기는 화를 내면 정말 무섭네. 앞으로 우리 자기 말을 잘 들어야겠어.”손이 빠른 윤이건은 이진이 죽을 빼앗으려고 할 때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결국 이진은 단단히 허탕을 치고 침대에 넘어졌는데 그녀의 뽀얀 등이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뽀얀 피부에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는데 분명 어젯밤의 열기를 증명하는 것이다.윤이건의 눈동자가 곧 어두워졌는데 이건 그마저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진은 곧 등 뒤의 뜨거운 시선을 느껴 바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침대 머리 위의 셔츠를 가져다 입었는데 다 입고 나서야 그것이 윤이건의 옷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진은 마음이 더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입지 않은 것보단 나았다.다만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이 윤이건의 눈에는 더욱 섹시해 보인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도 윤이건은 이진이 배고픈 것이 일 순위였다. 어제 이진을 품에 안았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워 마음이 아팠었다.‘우리 자기를 살 찌워야겠어, 너무 가벼워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만 같네. 우리 자기 같은 여자가 없으니 잘 잡아둬야겠어.’윤이건은 어색하게 다시 침대에 앉아 이진을 한 번 보더니 명령을 내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먹여줄게.”이 말을 듣자 이진은 눈을 홉뜬 채 윤이건을 쳐다봤다.그가 먹여주는 게 싫긴 했지만 그래도 굶는 것보단 나았기에 이진은 다가오는 숟가락을 보더니 윤이건을 노려본 후 천천히 입을 벌려 죽을 먹었다.딱 좋은 온도인 데다가 그녀의 입맛에도 맞았다.따뜻한 죽이 배속으로 들어가자 이진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어색하긴 해도 보살핌 받는 게 나쁘진 않네.’그녀가 유일하게 불만스러웠던 것은 윤이건이 일부러 동작을 늦추듯이 천천히 그녀에게 먹여주는 것이다.이진은 아무리 조급해도 다른 방법이 없어 눈을 부릅뜨며 그가 먹여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두 사람은 침묵을 지키며 조금씩 그릇을 비워갔다.이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윤이건의
이진이 다리에 힘을 주긴 했지만 결코 윤이건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정도의 힘은 아니었다.첫째는 그녀도 그렇게까지 힘을 주기엔 미안했던 거고, 둘째는 어제 밤새 실랑이를 벌인 탓에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던 거다.사실은 윤이건이 일부러 침대 아래로 떨어진 것인데 이진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이진이 갑자기 화를 내자 윤이건도 마음이 불편했고 그녀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당시 그는 그저 이진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것이었기에 절대로 그녀가 약을 먹었다고 함부로 그녀에게 손을 대진 않았을 거다.그렇지만 그녀가 너무 좋았기에, 너무 신경 쓰였기에 다 알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든 거다.그가 방금 말을 꺼낸 것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서로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다.다만 그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가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침대에 앉아 있던 이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는 거다.그 순간, 윤이건은 모든 것을 이진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그 후 윤이건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죽 한 그릇을 더 떠온 후 또 한 입 한 입 이진에게 먹인 후 그녀를 재웠다.이진은 이튿날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그제야 체력이 모두 회복되었다.“자기야, 그냥 앞으로 쭉 내 방에서 지내는 건 어때? 내 방이 훨씬 편하고 좋잖아, 안 그래?”아침 식사를 하던 이진은 이 말을 듣자 매섭게 유이건을 노려보고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반면 윤이건은 조금 붉어진 이진의 얼굴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두 사람의 분위기가 딱 좋았을 때 김 집사가 문을 열고 공손하게 걸어왔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밖에 이씨 성을 가진 분이 방문하셨습니다.”이진은 이 말이 끝나자마자 분위기가 엄청 차가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말 어디서 난 배짱인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는 거야…….”김 집사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시선을 이진에게 돌렸다.“안으로 들여보내세요.”어쨌든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데다가 그녀는 이문권이 또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김 집사가 몸을
소파에 앉은 이문권은 그제야 몰래 한숨을 쉬었다.윤이건한테 쫓겨나지 않았다는 건 그나마 그들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거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긴장된 모습을 그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이문권 씨, 당신은 제 아내의 어머니와 어떻게 아시게 된 거죠?”이진에 대한 윤이건의 호칭을 듣자 이문권은 조금 놀란 눈빛을 보였지만 곧 표정관리를 했다. 그는 팔꿈치를 무릎에 받치고 두 손을 맞잡더니 잠시 망설인 뒤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저희는 친척이었기에 서로 아는 건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이문권의 근심 가득한 표정을 보자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이진의 마음도 복잡해졌다.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와 관련 있는 일이기에 도저히 담담하게 들을 수 없었다.“지금 생각해도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저희가 알고 지냈을 때 이진 씨 어머니 집의 형편이 그다지 좋진 않았어요.”이문권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눈을 반짝였다.이곳에 오기 전에 그는 이미 많은 수단을 생각했기에 이야기를 술술 지어낼 수 있었다.“나중에 우리 집에서 이진 씨의 어머니 댁을 많이 도와드렸는데 경제가 조금 회복된 후에 이기태 씨를 알게 된 거예요.”“그렇다면 그때부터 두 분이 연애를 하신 거예요?”이진은 그의 말을 듣자 궁금한 마음에 입을 열었는데 윤이건이 그녀를 위로해 주듯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아줬다.“네, 그때 이기태 씨는 가난뱅이였기에 저희는 그가 당신의 어머니에게 접근한 이유가 따로 있을 거라고 추측했었어요.”이건 이진도 진작 알고 있었던 일이다.이기태는 자신만의 수단과 방법이 있었지만 사실은 이문권이 말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사실 이진 씨의 어머니가 이기태한테 시집간 것에 대해 저는 여전히 후회하고 있어요. 제가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이문권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약간 붉어진 그의 눈은 정말 진심을 말하는 것 같았다.“애초에 저는 이진 씨의 어머니께서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찾은 거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