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서는 이진의 이런 모습과 거칠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자 입가의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너무나도 통쾌했다.‘오랫동안 잠을 설쳤는데 오늘에야말로 제대로 된 잠을 자겠네.’그녀가 기뻐하던 찰나 가게 문이 큰 힘에 의해 열리고 말았다.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에 유연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는데 눈앞의 윤이건을 보자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이건 오빠…….”눈앞의 윤이건을 보자 유연서는 온몸을 벌벌 떨고 말았다.그의 차가운 눈은 붉게 달아올랐는데 조금만 정신을 판다면 당장 죽임을 당할 것만 같았다.“한 번만 물어볼게, 어디에 숨겼어?”윤이건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차가웠는데 지금의 그는 목소리만으로 상대방을 두려움에 질리게 할 수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유연서는 줄곧 윤이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심지어 그의 무서운 모습도 본 적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그녀의 착각이었다. 지금 두 사람은 1미터 정도 밖에 거리 두지 않았는데 유연서는 눈앞의 사람을 알아볼 수 없었다.윤이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을 죽일 듯한 카리스마에 유연서는 온몸을 벌벌 떨고 말았다.유연서는 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이 대답을 들은 윤이건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어 보였다.그러나 그의 곁에 서 있던 이 비서는 윤이건의 얼굴 근육이 조금 움직였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오랫동안 윤이건의 곁에서 일해온 이 비서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이 비서는 침을 살짝 삼켰지만 유연서가 전혀 불쌍해 보이진 않았다.“제대로 찾아봐.”윤이건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자 부하들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게를 구석구석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러나 한 바퀴 수색한 결과 그들은 이진은커녕 이문권조차 찾지 못했다.부하들의 보고를 듣자 윤이건의 이마에는 핏줄이 솟아났다.방금 이진이 전화를 끊었을 때 들려온 것에 의하면 이문권은 분명히 이진과 함께 떠났
윤이건은 말을 마치고는 이진을 안았는데 그의 턱은 마침 이진의 볼에 닿았다.그들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이문권이 부은 얼굴로 천천히 땅에서 일어났다.“윤 대표님, 이제서야 만나 뵙네요.”방금 손에 넣은 이진을 잃게 되자 이문권은 엄청 불만스러웠다.이문권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부하들을 부르려고 했다.윤이건은 그의 이런 행동을 보더니 차갑게 웃기만 했다.만약 지금 이진을 안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히 이문권은 반쯤 죽여놨을 거다.“윽…….”이때 윤이건의 품에 안겨있던 이진이 갑자기 소리를 냈는데 그녀의 볼은 이미 이상할 정도로 붉어있었다.윤이건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더 이상 이문권을 상대하지 않으려고 했다.“이문권, 만약 당신이 남양에 있는 보금자리를 빚쟁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멀리 꺼지는 게 좋을 거야.”이문권의 놀란 표정을 볼 겨를도 없이 윤이건은 이진을 안은 채 성큼성큼 호텔을 떠났다.윤이건이 이진을 안은 채 차에 오르자 이 비서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액셀을 밟았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작은 사모님은 반드시 괜찮으실 거예요…….”이 비서는 백미러로 이진을 꼭 안은 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윤이건을 보더니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진은 이미 미친 듯이 윤이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시간이 꽤나 지났기에 약효가 극대화된 게 분명하다.윤이건은 옷을 사이 두고도 이진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기에 매우 초조했다.이 비서는 급히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열고는 얼른 별장의 문을 열었는데 윤이건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짙은 카리스마가 별장 전체에 퍼지자 집사와 하인들도 감히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윤이건은 별장의 안방에 도착한 뒤 이진을 가볍게 침대 위에 눕혔다.몸을 돌려 뜨거운 수건을 가지러 가려던 찰나 이진이 그의 옷깃을 세게 잡았다. “가지 마, 당신, 가지 마…….”이진의 이런 연약한 모습과 붉어 오른 얼굴을 보자 윤이건은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갑작스러운 욕설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그러나 이진의 붉어 오른 얼굴과 어깨에 생긴 자국을 보자 윤이건은 소리 없이 웃었다. “우리 자기의 몸이 회복된 것 같으니 마음이 놓이네.”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베개 하나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윤이건은 민첩하게 베개를 피하고는 더 환하게 웃었다.그는 이진이 정말 화가 났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그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윤이건은 행복에 취해 있었지만 사실 걱정되기도 했다.그런 약은 사람의 몸에 큰 영향을 주기에 이제 그만 장난치고 일단 밥부터 먹는 것이 더 중요했다.괜히 이진이 아프기라도 한다면 윤이건의 마음은 찢어질 것이다.이런 생각에 윤이건은 허리를 굽혀 베개를 주워 이진의 허리 뒤에 놓은 뒤 죽을 담은 그릇을 들었다.“자기야, 먼저 밥부터 먹고 다른 일은 나중에 이야기할까?”“먹긴 뭘 먹어요! 안 먹을 거예요!”사실 윤이건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진은 죽의 향긋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덕분에 위가 벌써 텅 비었기에 그릇을 안은 채 허겁지겁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그렇다고 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한편 윤이건이 죽을 한 숟가락 뜨고는 가볍게 불자 이진은 뚫어져라 죽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런데 윤이건이 자연스럽게 침대에 앉자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화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저리 떨어져요!”그러나 윤이건은 마치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제멋대로 숟가락을 내밀었다.“먼저 조금이라도 먹고 나서 화를 내든지 해.”이진의 말은 전혀 공격성이 없었고 그녀의 불룩한 볼을 보자 윤이건은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왜? 어젯밤에 너무 배불리 먹어 밥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야?”낮고 섹시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이진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이진은 줄곧 센 성격이었는데 처음에는 자신을
이진의 갑작스러운 말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떨었다.‘우리 자기는 화를 내면 정말 무섭네. 앞으로 우리 자기 말을 잘 들어야겠어.”손이 빠른 윤이건은 이진이 죽을 빼앗으려고 할 때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결국 이진은 단단히 허탕을 치고 침대에 넘어졌는데 그녀의 뽀얀 등이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뽀얀 피부에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는데 분명 어젯밤의 열기를 증명하는 것이다.윤이건의 눈동자가 곧 어두워졌는데 이건 그마저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진은 곧 등 뒤의 뜨거운 시선을 느껴 바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침대 머리 위의 셔츠를 가져다 입었는데 다 입고 나서야 그것이 윤이건의 옷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진은 마음이 더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입지 않은 것보단 나았다.다만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이 윤이건의 눈에는 더욱 섹시해 보인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도 윤이건은 이진이 배고픈 것이 일 순위였다. 어제 이진을 품에 안았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워 마음이 아팠었다.‘우리 자기를 살 찌워야겠어, 너무 가벼워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만 같네. 우리 자기 같은 여자가 없으니 잘 잡아둬야겠어.’윤이건은 어색하게 다시 침대에 앉아 이진을 한 번 보더니 명령을 내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먹여줄게.”이 말을 듣자 이진은 눈을 홉뜬 채 윤이건을 쳐다봤다.그가 먹여주는 게 싫긴 했지만 그래도 굶는 것보단 나았기에 이진은 다가오는 숟가락을 보더니 윤이건을 노려본 후 천천히 입을 벌려 죽을 먹었다.딱 좋은 온도인 데다가 그녀의 입맛에도 맞았다.따뜻한 죽이 배속으로 들어가자 이진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어색하긴 해도 보살핌 받는 게 나쁘진 않네.’그녀가 유일하게 불만스러웠던 것은 윤이건이 일부러 동작을 늦추듯이 천천히 그녀에게 먹여주는 것이다.이진은 아무리 조급해도 다른 방법이 없어 눈을 부릅뜨며 그가 먹여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두 사람은 침묵을 지키며 조금씩 그릇을 비워갔다.이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윤이건의
이진이 다리에 힘을 주긴 했지만 결코 윤이건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정도의 힘은 아니었다.첫째는 그녀도 그렇게까지 힘을 주기엔 미안했던 거고, 둘째는 어제 밤새 실랑이를 벌인 탓에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던 거다.사실은 윤이건이 일부러 침대 아래로 떨어진 것인데 이진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이진이 갑자기 화를 내자 윤이건도 마음이 불편했고 그녀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당시 그는 그저 이진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것이었기에 절대로 그녀가 약을 먹었다고 함부로 그녀에게 손을 대진 않았을 거다.그렇지만 그녀가 너무 좋았기에, 너무 신경 쓰였기에 다 알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든 거다.그가 방금 말을 꺼낸 것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서로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다.다만 그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가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침대에 앉아 있던 이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는 거다.그 순간, 윤이건은 모든 것을 이진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그 후 윤이건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죽 한 그릇을 더 떠온 후 또 한 입 한 입 이진에게 먹인 후 그녀를 재웠다.이진은 이튿날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그제야 체력이 모두 회복되었다.“자기야, 그냥 앞으로 쭉 내 방에서 지내는 건 어때? 내 방이 훨씬 편하고 좋잖아, 안 그래?”아침 식사를 하던 이진은 이 말을 듣자 매섭게 유이건을 노려보고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반면 윤이건은 조금 붉어진 이진의 얼굴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두 사람의 분위기가 딱 좋았을 때 김 집사가 문을 열고 공손하게 걸어왔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밖에 이씨 성을 가진 분이 방문하셨습니다.”이진은 이 말이 끝나자마자 분위기가 엄청 차가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말 어디서 난 배짱인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는 거야…….”김 집사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시선을 이진에게 돌렸다.“안으로 들여보내세요.”어쨌든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데다가 그녀는 이문권이 또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김 집사가 몸을
소파에 앉은 이문권은 그제야 몰래 한숨을 쉬었다.윤이건한테 쫓겨나지 않았다는 건 그나마 그들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거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긴장된 모습을 그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이문권 씨, 당신은 제 아내의 어머니와 어떻게 아시게 된 거죠?”이진에 대한 윤이건의 호칭을 듣자 이문권은 조금 놀란 눈빛을 보였지만 곧 표정관리를 했다. 그는 팔꿈치를 무릎에 받치고 두 손을 맞잡더니 잠시 망설인 뒤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저희는 친척이었기에 서로 아는 건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이문권의 근심 가득한 표정을 보자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이진의 마음도 복잡해졌다.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와 관련 있는 일이기에 도저히 담담하게 들을 수 없었다.“지금 생각해도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저희가 알고 지냈을 때 이진 씨 어머니 집의 형편이 그다지 좋진 않았어요.”이문권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눈을 반짝였다.이곳에 오기 전에 그는 이미 많은 수단을 생각했기에 이야기를 술술 지어낼 수 있었다.“나중에 우리 집에서 이진 씨의 어머니 댁을 많이 도와드렸는데 경제가 조금 회복된 후에 이기태 씨를 알게 된 거예요.”“그렇다면 그때부터 두 분이 연애를 하신 거예요?”이진은 그의 말을 듣자 궁금한 마음에 입을 열었는데 윤이건이 그녀를 위로해 주듯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아줬다.“네, 그때 이기태 씨는 가난뱅이였기에 저희는 그가 당신의 어머니에게 접근한 이유가 따로 있을 거라고 추측했었어요.”이건 이진도 진작 알고 있었던 일이다.이기태는 자신만의 수단과 방법이 있었지만 사실은 이문권이 말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사실 이진 씨의 어머니가 이기태한테 시집간 것에 대해 저는 여전히 후회하고 있어요. 제가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이문권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약간 붉어진 그의 눈은 정말 진심을 말하는 것 같았다.“애초에 저는 이진 씨의 어머니께서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찾은 거라고 생각
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눈을 반짝였는데 이진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웃었다. ‘하긴 나도 쉽게 속이는 계집애가 어떻게 이문권한테 그렇게 쉽게 속겠어?’손에 든 장부 데이터를 모두 훑어본 뒤 이진은 이문권에게 전화를 걸었다.용건은 매우 간단했다. 이문권한테 그 보상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거다.이문권은 이진이 이렇게 빨리 답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해 전화를 받은 채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그는 마음속으로 좋아 죽을 지경이었는데 전혀 이진과 윤이건이 자신의 속임수를 꿰뚫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그 후 이진은 또 임만만에게 전화를 걸었다.“만만아, 이문권의 회사 주식을 잘 지켜보도록 해. 만약 이 사람이 주식을 버리려고 한다면 모두 사들여.” “신분을 밝힐까요?”이진과 오랫동안 일해 온 임만만은 습관적으로 원인과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묵묵히 일을 처리하기만 했다.“꼭 신분과 경로를 잘 숨겨야 돼.”임만만의 대답을 듣고서야 이진은 전화를 끊었다.요 며칠 이진은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당당하게 회사에 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그녀는 이 일들을 모두 처리한 후 방으로 돌아가 계속 잠을 잤다.서재에 앉아있던 윤이건은 이진이 잘난 척하며 나가는 것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이진과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그녀가 어린아이 같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만약 이렇게 많은 일들이 그녀를 짓누르지 않았다면 그녀도 어린아이처럼 자랄 수 있었을 거다.이렇게 생각할수록 윤이건은 더욱 마음이 아팠고 그녀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더 커졌다.요 며칠 이진의 몸을 돌보기 위해 윤이건도 집에서 업무를 처리했다.이진이 방으로 돌아가 쉬는 틈을 타 그는 고개를 숙이고 채 못한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얼마 후 이 비서는 서류를 하나 손에 든 채 허겁지겁 안으로 달려왔다.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이 비서가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보자 윤이건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류를 건네받았다.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유연서의 몸은 술에 취해 흔들거렸는데 이번 역시 허탕을 치고 말았다.그럼에도 윤이건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유연서는 이러한 방법을 이미 여러 차례 사용했기 때문이다.결국 유연서는 다시 소파에 앉더니 울먹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건 오빠, 오빠가 날 안 믿는다는 거 알아. 나도 이젠 너무 힘들어서 더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 거야.”유연서의 반응과 한 말들은 모두 윤이건의 예상을 벗어났다.그는 속셈을 알아차릴 수 없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정말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윤이건이 생각을 하기도 전에 유연서는 소파에 엎드린 채 잠이 들고 말았다.그는 방금 유연서의 표정을 지켜보았는데 속상해하는 표정은 전혀 거짓이 아니었다.윤이건은 더 이상 머물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유연서의 아파트를 떠났다.곧이어 이 비서한테 방금 유연서가 말했던 일들을 조사하게 했다.윤이건이 별장으로 돌아간 후 이 비서한테서 전화가 왔다.“대표님, 유연서 씨가 말한 것처럼 이문권 씨의 회사는 재무에 문제가 생겨 곧 파산할 직전이에요.”이 소식을 들은 윤이건은 마음이 편해지기는커녕 더욱 복잡해지기만 했다.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변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뭔가 자극을 받았을 건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윤이건은 방금 유연서의 반응을 생각하자 복잡한 마음에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문권은 자신의 회사 회의실에 나타났다.그는 대표의 신분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거다.“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저희 회사의 오랜 주주들이시니 지금 회사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잘 알고 계시겠죠.”사실 이문권뿐만 아니라 주주들조차도 이 회의의 용건을 잘 알고 있었다.“현재로서는 저희 회사의 계좌 결손의 액수가 너무 커서 이미 메울 방법이 없어요.”그는 말을 하며 프로젝터를 열어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현재의 데이터를 주주들에게 보였다.하지만 이런 것들은 주주들에게는 정말 쓸데없는 일이기만 했다.“저도 부득이한 상황이라 이런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