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픔을 느낀 유연서는 머리가 어질어질 하였고, 반나절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몸을 지탱하고 돌아섰더니 윤이건의 그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순간 유연서는 마치 무슨 흉악한 맹수라도 본 것처럼 침을 삼켰다.“너…….”“지금 뭐하는 짓이야?”유연서의 말이 끝내기도 전에 윤이건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 눈빛은 마치 얼음 같았다.병상에 누워있는 이진도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진은 원래 유연서의 뺨을 맞을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대로 아픔을 느끼지 못하였다.다시 눈을 뜨고 보니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산과 같이 앞을 막아주었다.이미 다 보았으니 유연서도 뭐라고 변명하지 않았다.주먹을 꽉 잡고 한참동안 참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외침이었다. “윤이건!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 너의 생명의 은인이야!”이 핑계 그녀는 수없이도 썼고 매번 이에 윤이건은 타협하였다.비록 이미 부정된 사실이기는 하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상 설령 마음에 꺼려도 여전히 이 핑계를 써먹으려고 하였다.그리고 윤이건의 망설이는 눈빛을 보고 유연서는 계속 소리쳤다. “이진이가 너로 인해 유명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면 그만 손을 떼는 것이 좋을 거야.”“너 이 말, 무슨 뜻이야.”윤이건이 이를 갈았다. 그는 누가 자신을 협박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그러나 생각지 못하게 유연서의 협박을 받은 것이다.“내 뜻은 만약 윤이건이 이진을 위해 생명의 은인도 해쳤다는 보도가 나면 어떨 가?”윤이건은 유연서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진도 이젠 그의 약점이 되었으니 말이다.원래 꿋꿋하게 서있던 그는 잠시 몸을 휘청거리고 몸을 풀었다. 이는 물러나려는 뜻이다.그는 보도가 무섭지 않다. 이진을 보호할 수 있다면 두렵지 않았다.그러나 유연서가 이런 미친 짓을 하고나서 그가 바로 보도를 내려도 그로 인해 이진이 욕을 먹고 꾸중을 듣게 될 것이다. 이것은 그가 용납할 수 없었다.
이진의 말투와 표정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구경꾼의 자세로 냉담하게 이 모든 것을 대하였다.두 사람은 몇 초 동안 대치하였다. 이진의 눈빛은 점점 밝아졌고, 유연서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렸다.아까 그 의기양양한 모습은 어디인지 사라지고 지금은 이진을 마주칠 용기조차 없었다.“왜? 아까 그 확고함 어디 갔지? 너도 널 의심하지.”이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미간을 가볍게 치켜세우며 마음속은 아주 통쾌하였다.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로 유연서는 가질 것을 다 가졌다. ‘여태까지 입 다물고 있었는데 이젠 이 특권 회수해야 겠어.’“이진 너, 뭐라고 말하는 거야!”속으로 겁을 먹고 또 말로 이진을 이기지 못한 유연서는 그녀가 이미 사실을 알았을 가봐 너무 걱정되었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윤이건 앞에서 이 일을 들어내면 손해를 보는 것은 그녀밖에 없다.더욱이 유연서가 이해 안되는 것은 이진이 입원 전 두 사람은 분명히 갈라진 것 같았다.그러나 지금…….‘이번 사고로 이진은 죽지도 않고 윤이건과도 화해했단 말이야?’‘젠장’생각할수록 답답한 유연서를 이를 갈았고 몸을 벽에 기대었다.“난 이미 충고했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이 말이 나오자 유연서는 윤이건의 표정이 더 어두워진 것을 보았다.어디에서 나온 힘인지 유연서는 앞에 선 이진을 번쩍 밀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뛰쳐나갔다.그 비틀거리는 자세는 그녀의 마음속의 당황스러움을 완전히 드러냈다.유연서가 나가고나서 윤이건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까 유연서의 그 태도, 그는 이진이가 자기가 그 사람이라고 말할 거라 생각했다.그 당시 몸을 던져 화재 현장에서 자신을 구해낸 그 어린 소녀 말이다.그러나 아쉽게도 끝내 듣지 못한 그는 얼굴에 실망을 가득 담았다.이때 이진이가 마침 돌아섰고 윤이건의 그 표정을 보고는 조금 놀래 하였다.“괜찮아요?”표정이 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윤이건은 급히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아니야, 너만 괜찮
이때 두 사람 사이는 점점 좁아지고 대방의 숨을 느낄 정도로 가까워졌다.그러나 병실 문이 열리면서 윤이건의 비서가 들어왔다.방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진은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윤이건을 밀어냈다.윤이건은 밀쳐진 자세 그대로 일어났다. 얼굴 표정은 조금 부자연스러웠지만 바로 냉담한 모습으로 돌아갔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진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웃을 뻔했다.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막으려고 이불을 얼굴에 덮었다.비서 또한 윤이건 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눈치가 빨라 윤이건과 이진의 모습을 보고 그가 그들의 일을 그르친 것은 알았다.그러나 지금 물러나려고 해도 소용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얼른 일을 보고하고 일찌감치 사라지는 것이다.아니면 자기 1년치 보너스가 갑자기 날아갈 수도 있다.비서는 마음을 단단히 굳힌 후 가볍게 기침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도련님, 사모님, 운전자 그쪽에 새로운 것이 드러났습니다.”사실 윤이건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처벌할 작전이다.다행히 용납할 수 있는 이유였다. “어떻게 된 거야?”윤이건의 표정이 잠시 완화된 것을 보고 비서도 마음을 내려놓았다.“주원부에서 소식이 왔는데 그자가 잠시 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가족분들도 여기에 왔고요.”“사람을 붙잡아 놔. 내가 지금 갈게.”윤이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시선은 이진의 얼굴에 두었다.“걱정 안 해도 돼요, 나 뭐 정말 80세 노인인 줄로 알아, 빨리 가서 조사해요.”이진의 말을 듣고 윤이건이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손을 이진의 머리에 댔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비서와 함께 병실을 나섰다.병실안이 다시 조용해지자 이진은 혼자 전반 사건을 다시 생각해봤다. 어쩐지 놓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생각하자 또 생각이 안 났다.눈을 감고 한참 있다가 다시 눈을 뜨고 케빈에게 전화를 하였다.“일이 어떻게 되고 있어? 그쪽 소식은?”“보스, 아직 뒤에 숨은 자가 누구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근
“사실 이진 씨가 사고 난 거 윤이건이 꾸민 일이예요.”이때 이진은 그가 겪은 사람과 일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 그 때문에 이문권 그자의 황당한 거짓말에 놀라지 않았기 때문이다.‘말할 것은 안 말하고 정말 겁도 없어, 이런 일도 꾸며낼 수 있다니.’“윤이건 씨요? 그건 저도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무슨 목적으로 저를 해치고자 하나요? 이유는 있을 거 아닙니까?”이진이 말을 이으니 이문권도 기뻐하였다.그가 판 함정에 이진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일이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당연히 이유가 있죠, 바로 윤이건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에요.”이문권의 눈은 점차 밝아졌다. 흐뭇함과 쾌감이 그의 정서를 높이 올렸다.“이 땅 이진 씨 외가에서 당신 어머니에게 남겨준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예요. 지금 재사권도 보유하고 있고요.”모순도 있고, 이유도 충분하고, 이진도 이문권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듣기에 그럴 듯하다.사실 이문권의 이 말은 사실이기도 하다. 만약 주인공을 자기로 바꾼다면 말이다.이 생각이 있는 것은 윤이건이 아니라 그자이다.정부에서 한 경제구역을 개설하려고 하는데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이진 손에 있는 그 땅이다.이때 전화 속 두 사람 모두 침묵하였다. 그리고 이문권이 참지 못하고 떠보는 듯 입을 열었다. “이진 씨? 괜찮아요? 나도 이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제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아마 더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이에요.”“네, 그 마음 저도 잘 알아요.”병상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이진의 눈빛은 차가워졌다.‘이자들 날 바보로 생각하나, 윤이건이 살인자라?’‘너무 오래 방치해둔 거 아니야? 다들 제멋대로야.’이진은 손을 뻗어 자신의 손톱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러나 아주 가슴 아픈 말투였다.“정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증거가 필요한데, 제가…….”“당연히 증거는 제가
“이진 씨, 당신도 이 일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의 조서를 써야 합니다.” 공식적인 절차였기에 이진도 자연히 반대하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협조했다. 사건 발생 시간, 장소 등 몇 가지에 대해 물었고 이진도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다.“네, 이진 씨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또 폐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두 분 별말씀을요.” 이진은 말을 마치고 입구의 경호원을 불러 두 경찰을 배웅했다. 두 경찰관이 나간 후 윤이건이 마침 돌아왔다. “방금 경찰이 온 겁니까?” “무슨 일인데요?” 이진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윤이건은 계속 물었다. 별생각 없던 이진은 지금 보니 그녀가 생각한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 입원 후 지금까지 자살시도를 몇 차례나 했다고 합니다.” “교통사고 전에는?” 이진은 윤이건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그녀가 어떤 기분일지 알 수조차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위협을 받았기에 이런 불가사의한 일을 연달아 일으킬 수 있는 것 일가? “그런데 아까 물어보러 갔을 때 한 사람의 이름을 알려줬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진은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 듯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성 씨는 완 씨예요.” 이 일과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완 씨인 사람은 과연 이문권뿐이었다. “서방님,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확립된 후, 이진이 이렇게 엄숙하게 입을 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이진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이문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요 며칠 간의 대화를 전부 윤이건에게 말했다. 말을 마치자 윤이건의 얼굴에는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들어보니 참 이상하군요. 난 이 완 씨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이진은 윤이건을 믿고 있었기에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에게 알려주었다. 사실 다른 목적은 없었다. 미리 윤이건에게 알려주어 그 사람을 경계하게 하기 위한 것뿐이
윤이건의 이런 모습에 이진은 닭살이 돋았다. 처음의 매우 무뚝뚝한 모습만 보다 지금 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네? 부인, 화내지 마세요!” “알겠으니 그만하세요.” 원래 단지 놀리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오히려 자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유이건은 이진의 안색이 누그러들고 화난 기색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실이 말해주다시피 가끔 애교를 부리는 것은 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진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모습에 윤이건은 마음이 꽤 후련해졌다. 하지만 이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지나자가 이진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윤이건도 이진이 또 무슨 생각에 잠겼다는 것을 눈치챘다. 방안에는 짧은 침묵이 감돌았고 갑자기 이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혹시 할아버님께서 저희 외가 쪽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건 아닐까요?” 이렇게 말하면 매우 허황된 느낌이지만 때로는 무의식적인 이런 느낌이 꽤 정확하기도 했다.이진은 고개를 들어 윤이건을 쳐다보았는데 두 사람은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요.” 윤이건은 직진식으로 바로 전화를 꺼내 윤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가 막 연결되자마자 반대편에서는 한바탕 욕설이 들려왔다. “이 자식아, 나한테 전화하는 법은 알고 있었네? 내가 네 할아비인 건 아직 기억하고 있나 보지?” 이 세상에서 윤이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진이 그 한 명이고 나머지 한 명은 바로 윤 회장이었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는 매우 커 이진도 전부 들어버렸다. 이진은 얼른 입을 막고 웃음을 참으려 했다. 윤이건은 살짝 어색한 얼굴을 드러내며 헛기침을 했다. “할아버지, 여기 이진도 있는데…….” “진아가 있으면 뭐? 마침 네가 이 늙은이를 얼마나 소홀히 하는지를 알려야겠다.” 전화기 너머의 할아버지가 점점 더 거세게 말하자 윤이건의 표정은 점점 침울해지기 시작
방금 끊겼던 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때의 이진은 침대에 앉아 있었고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 비록 이진은 마음속으로는 기뻤지만 방금 누군가 쳐들어왔던 기억이 너무 강렬한 듯했다. 막 피하려고 할 때 눈앞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그 후 이진의 입술은 따스한 온기로 뒤덮였다. “읍…….” 갑작스러운 키스에 이진은 무의식적으로 끙끙 소리를 냈고, 머리는 순간 새하얘졌다. 마치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진은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싫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 더 컸다. 이진은 눈을 살짝 뜨고 지척에 있는 윤이건의 훤칠한 얼굴을 보더니 완전 무의식적으로 뺨을 한 대 때려버렸다. 착- 갑작스레 울리는 소리는 조용한 병실에서 유난히 우렁차게 들렸다. 이 한 대에 이진은 비록 힘을 주진 않았으나 확실히 윤이건을 놀라게 했다. 사실 윤이건은 말할 것도 없고 때린 이진조차도 멍해져 눈만 껌뻑거렸고 얼굴은 굉장히 불그스름 해졌다. “저, 저는…….” 이진은 정말로 윤이건을 때릴 마음은 없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친밀감이 그녀를 놀라게 했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윤이건은 잠시 얼어붙어 눈을 껌뻑거리더니 순간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내가 너무 급했나 봐요.” 윤이건이 오히려 화라도 냈다면 이진의 마음은 조금 더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이건의 이런 자상함은 이진으로 하여금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입꼬리를 오므리고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윤이건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윤이건은 전화기 쪽에서 들려오는 간단한 보고를 몇 마디 듣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회사 쪽에 처리할 일이 생겼습니다. 먼저 가볼 테니 푹 쉬세요.” 말을 마친 윤이건은 일종의 위로의 의미로 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윤이건은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방금 그가 말한 것도 사실이고 자신의 마음이 조금 급한 것뿐이었다. 윤이건은 두 사람 사이의 시간은 아직 충분하기에 이렇게
윤이건의 설명을 들은 이진은 모든 것을 이해한 듯했다. 유연서가 이 땅에 투자를 하려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해를 보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분명 이진을 함정에 빠뜨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필경 지금 유연서의 신분은 GN 그룹의 주주였기에 이 화가 이진에게 전부 미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을 생각한 이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더니 즉시 핸드폰을 들고 케빈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그러나 이진이 손가락이 막 스크린에 닿으려 할 때 마침 케빈에게서 먼저 메시지가 전송되어 왔다. [대표님, 아랫사람이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유연서가 이문권을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계속 주시하거라. 어떤 정보도 놓쳐서는 안 된다.]사실 아직 이진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케빈은 이미 유연수와 이문권을 추적하도록 두 사람을 더 보내 정보 수집량을 늘리도록 했다. 그리고 마침 유연수와 이문권의 뒤를 밟던 이진의 부하들은 마음속으로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그들은 유연수와 이문권이 자신들의 실력을 너무 믿어서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위기의식이 부족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런 담판의 만남을 호텔 로비의 커피숍에서 갖다니, 정말 조금도 경계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문권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커피 두 잔을 주문한 후 다리를 꼬고 앉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유연수를 바라보았다. “안색이 이렇게 안 좋은 걸 보니 유연수 씨의 복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나 봅니다?” 이문권의 한 마디는 유연수의 정곡을 크게 찔렀고 그녀는 커피를 받아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는 잔을 탁- 하고 내려놓았는데 마치 분노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난 이진 그 년을 반드시 죽게 할 거야!” 이 말을 들은 이문권은 두 눈이 번쩍였는데 그것이 도대체 기쁨인지 노여움인지 전혀 구별해 낼 수 없었다. “제가 유연서 씨를 찾을 때부터 저는 이미 유연서 씨가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필요한 것이 있기에 즐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