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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풀도 흔들릴 리 없다

방금 끊겼던 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때의 이진은 침대에 앉아 있었고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

비록 이진은 마음속으로는 기뻤지만 방금 누군가 쳐들어왔던 기억이 너무 강렬한 듯했다.

막 피하려고 할 때 눈앞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그 후 이진의 입술은 따스한 온기로 뒤덮였다.

“읍…….”

갑작스러운 키스에 이진은 무의식적으로 끙끙 소리를 냈고, 머리는 순간 새하얘졌다.

마치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진은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싫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 더 컸다.

이진은 눈을 살짝 뜨고 지척에 있는 윤이건의 훤칠한 얼굴을 보더니 완전 무의식적으로 뺨을 한 대 때려버렸다.

착-

갑작스레 울리는 소리는 조용한 병실에서 유난히 우렁차게 들렸다.

이 한 대에 이진은 비록 힘을 주진 않았으나 확실히 윤이건을 놀라게 했다.

사실 윤이건은 말할 것도 없고 때린 이진조차도 멍해져 눈만 껌뻑거렸고 얼굴은 굉장히 불그스름 해졌다.

“저, 저는…….”

이진은 정말로 윤이건을 때릴 마음은 없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친밀감이 그녀를 놀라게 했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윤이건은 잠시 얼어붙어 눈을 껌뻑거리더니 순간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내가 너무 급했나 봐요.”

윤이건이 오히려 화라도 냈다면 이진의 마음은 조금 더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이건의 이런 자상함은 이진으로 하여금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입꼬리를 오므리고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윤이건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윤이건은 전화기 쪽에서 들려오는 간단한 보고를 몇 마디 듣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회사 쪽에 처리할 일이 생겼습니다. 먼저 가볼 테니 푹 쉬세요.”

말을 마친 윤이건은 일종의 위로의 의미로 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윤이건은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방금 그가 말한 것도 사실이고 자신의 마음이 조금 급한 것뿐이었다.

윤이건은 두 사람 사이의 시간은 아직 충분하기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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