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말투와 표정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구경꾼의 자세로 냉담하게 이 모든 것을 대하였다.두 사람은 몇 초 동안 대치하였다. 이진의 눈빛은 점점 밝아졌고, 유연서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렸다.아까 그 의기양양한 모습은 어디인지 사라지고 지금은 이진을 마주칠 용기조차 없었다.“왜? 아까 그 확고함 어디 갔지? 너도 널 의심하지.”이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미간을 가볍게 치켜세우며 마음속은 아주 통쾌하였다.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로 유연서는 가질 것을 다 가졌다. ‘여태까지 입 다물고 있었는데 이젠 이 특권 회수해야 겠어.’“이진 너, 뭐라고 말하는 거야!”속으로 겁을 먹고 또 말로 이진을 이기지 못한 유연서는 그녀가 이미 사실을 알았을 가봐 너무 걱정되었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윤이건 앞에서 이 일을 들어내면 손해를 보는 것은 그녀밖에 없다.더욱이 유연서가 이해 안되는 것은 이진이 입원 전 두 사람은 분명히 갈라진 것 같았다.그러나 지금…….‘이번 사고로 이진은 죽지도 않고 윤이건과도 화해했단 말이야?’‘젠장’생각할수록 답답한 유연서를 이를 갈았고 몸을 벽에 기대었다.“난 이미 충고했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이 말이 나오자 유연서는 윤이건의 표정이 더 어두워진 것을 보았다.어디에서 나온 힘인지 유연서는 앞에 선 이진을 번쩍 밀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뛰쳐나갔다.그 비틀거리는 자세는 그녀의 마음속의 당황스러움을 완전히 드러냈다.유연서가 나가고나서 윤이건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까 유연서의 그 태도, 그는 이진이가 자기가 그 사람이라고 말할 거라 생각했다.그 당시 몸을 던져 화재 현장에서 자신을 구해낸 그 어린 소녀 말이다.그러나 아쉽게도 끝내 듣지 못한 그는 얼굴에 실망을 가득 담았다.이때 이진이가 마침 돌아섰고 윤이건의 그 표정을 보고는 조금 놀래 하였다.“괜찮아요?”표정이 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윤이건은 급히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아니야, 너만 괜찮
이때 두 사람 사이는 점점 좁아지고 대방의 숨을 느낄 정도로 가까워졌다.그러나 병실 문이 열리면서 윤이건의 비서가 들어왔다.방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진은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윤이건을 밀어냈다.윤이건은 밀쳐진 자세 그대로 일어났다. 얼굴 표정은 조금 부자연스러웠지만 바로 냉담한 모습으로 돌아갔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진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웃을 뻔했다.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막으려고 이불을 얼굴에 덮었다.비서 또한 윤이건 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눈치가 빨라 윤이건과 이진의 모습을 보고 그가 그들의 일을 그르친 것은 알았다.그러나 지금 물러나려고 해도 소용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얼른 일을 보고하고 일찌감치 사라지는 것이다.아니면 자기 1년치 보너스가 갑자기 날아갈 수도 있다.비서는 마음을 단단히 굳힌 후 가볍게 기침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도련님, 사모님, 운전자 그쪽에 새로운 것이 드러났습니다.”사실 윤이건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처벌할 작전이다.다행히 용납할 수 있는 이유였다. “어떻게 된 거야?”윤이건의 표정이 잠시 완화된 것을 보고 비서도 마음을 내려놓았다.“주원부에서 소식이 왔는데 그자가 잠시 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가족분들도 여기에 왔고요.”“사람을 붙잡아 놔. 내가 지금 갈게.”윤이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시선은 이진의 얼굴에 두었다.“걱정 안 해도 돼요, 나 뭐 정말 80세 노인인 줄로 알아, 빨리 가서 조사해요.”이진의 말을 듣고 윤이건이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손을 이진의 머리에 댔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비서와 함께 병실을 나섰다.병실안이 다시 조용해지자 이진은 혼자 전반 사건을 다시 생각해봤다. 어쩐지 놓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생각하자 또 생각이 안 났다.눈을 감고 한참 있다가 다시 눈을 뜨고 케빈에게 전화를 하였다.“일이 어떻게 되고 있어? 그쪽 소식은?”“보스, 아직 뒤에 숨은 자가 누구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근
“사실 이진 씨가 사고 난 거 윤이건이 꾸민 일이예요.”이때 이진은 그가 겪은 사람과 일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 그 때문에 이문권 그자의 황당한 거짓말에 놀라지 않았기 때문이다.‘말할 것은 안 말하고 정말 겁도 없어, 이런 일도 꾸며낼 수 있다니.’“윤이건 씨요? 그건 저도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무슨 목적으로 저를 해치고자 하나요? 이유는 있을 거 아닙니까?”이진이 말을 이으니 이문권도 기뻐하였다.그가 판 함정에 이진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일이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당연히 이유가 있죠, 바로 윤이건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에요.”이문권의 눈은 점차 밝아졌다. 흐뭇함과 쾌감이 그의 정서를 높이 올렸다.“이 땅 이진 씨 외가에서 당신 어머니에게 남겨준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예요. 지금 재사권도 보유하고 있고요.”모순도 있고, 이유도 충분하고, 이진도 이문권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듣기에 그럴 듯하다.사실 이문권의 이 말은 사실이기도 하다. 만약 주인공을 자기로 바꾼다면 말이다.이 생각이 있는 것은 윤이건이 아니라 그자이다.정부에서 한 경제구역을 개설하려고 하는데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이진 손에 있는 그 땅이다.이때 전화 속 두 사람 모두 침묵하였다. 그리고 이문권이 참지 못하고 떠보는 듯 입을 열었다. “이진 씨? 괜찮아요? 나도 이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제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아마 더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이에요.”“네, 그 마음 저도 잘 알아요.”병상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이진의 눈빛은 차가워졌다.‘이자들 날 바보로 생각하나, 윤이건이 살인자라?’‘너무 오래 방치해둔 거 아니야? 다들 제멋대로야.’이진은 손을 뻗어 자신의 손톱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러나 아주 가슴 아픈 말투였다.“정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증거가 필요한데, 제가…….”“당연히 증거는 제가
“이진 씨, 당신도 이 일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의 조서를 써야 합니다.” 공식적인 절차였기에 이진도 자연히 반대하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협조했다. 사건 발생 시간, 장소 등 몇 가지에 대해 물었고 이진도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다.“네, 이진 씨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또 폐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두 분 별말씀을요.” 이진은 말을 마치고 입구의 경호원을 불러 두 경찰을 배웅했다. 두 경찰관이 나간 후 윤이건이 마침 돌아왔다. “방금 경찰이 온 겁니까?” “무슨 일인데요?” 이진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윤이건은 계속 물었다. 별생각 없던 이진은 지금 보니 그녀가 생각한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 입원 후 지금까지 자살시도를 몇 차례나 했다고 합니다.” “교통사고 전에는?” 이진은 윤이건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그녀가 어떤 기분일지 알 수조차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위협을 받았기에 이런 불가사의한 일을 연달아 일으킬 수 있는 것 일가? “그런데 아까 물어보러 갔을 때 한 사람의 이름을 알려줬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진은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 듯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성 씨는 완 씨예요.” 이 일과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완 씨인 사람은 과연 이문권뿐이었다. “서방님,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확립된 후, 이진이 이렇게 엄숙하게 입을 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이진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이문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요 며칠 간의 대화를 전부 윤이건에게 말했다. 말을 마치자 윤이건의 얼굴에는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들어보니 참 이상하군요. 난 이 완 씨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이진은 윤이건을 믿고 있었기에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에게 알려주었다. 사실 다른 목적은 없었다. 미리 윤이건에게 알려주어 그 사람을 경계하게 하기 위한 것뿐이
윤이건의 이런 모습에 이진은 닭살이 돋았다. 처음의 매우 무뚝뚝한 모습만 보다 지금 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네? 부인, 화내지 마세요!” “알겠으니 그만하세요.” 원래 단지 놀리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오히려 자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유이건은 이진의 안색이 누그러들고 화난 기색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실이 말해주다시피 가끔 애교를 부리는 것은 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진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모습에 윤이건은 마음이 꽤 후련해졌다. 하지만 이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지나자가 이진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윤이건도 이진이 또 무슨 생각에 잠겼다는 것을 눈치챘다. 방안에는 짧은 침묵이 감돌았고 갑자기 이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혹시 할아버님께서 저희 외가 쪽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건 아닐까요?” 이렇게 말하면 매우 허황된 느낌이지만 때로는 무의식적인 이런 느낌이 꽤 정확하기도 했다.이진은 고개를 들어 윤이건을 쳐다보았는데 두 사람은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요.” 윤이건은 직진식으로 바로 전화를 꺼내 윤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가 막 연결되자마자 반대편에서는 한바탕 욕설이 들려왔다. “이 자식아, 나한테 전화하는 법은 알고 있었네? 내가 네 할아비인 건 아직 기억하고 있나 보지?” 이 세상에서 윤이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진이 그 한 명이고 나머지 한 명은 바로 윤 회장이었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는 매우 커 이진도 전부 들어버렸다. 이진은 얼른 입을 막고 웃음을 참으려 했다. 윤이건은 살짝 어색한 얼굴을 드러내며 헛기침을 했다. “할아버지, 여기 이진도 있는데…….” “진아가 있으면 뭐? 마침 네가 이 늙은이를 얼마나 소홀히 하는지를 알려야겠다.” 전화기 너머의 할아버지가 점점 더 거세게 말하자 윤이건의 표정은 점점 침울해지기 시작
방금 끊겼던 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때의 이진은 침대에 앉아 있었고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 비록 이진은 마음속으로는 기뻤지만 방금 누군가 쳐들어왔던 기억이 너무 강렬한 듯했다. 막 피하려고 할 때 눈앞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그 후 이진의 입술은 따스한 온기로 뒤덮였다. “읍…….” 갑작스러운 키스에 이진은 무의식적으로 끙끙 소리를 냈고, 머리는 순간 새하얘졌다. 마치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진은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싫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 더 컸다. 이진은 눈을 살짝 뜨고 지척에 있는 윤이건의 훤칠한 얼굴을 보더니 완전 무의식적으로 뺨을 한 대 때려버렸다. 착- 갑작스레 울리는 소리는 조용한 병실에서 유난히 우렁차게 들렸다. 이 한 대에 이진은 비록 힘을 주진 않았으나 확실히 윤이건을 놀라게 했다. 사실 윤이건은 말할 것도 없고 때린 이진조차도 멍해져 눈만 껌뻑거렸고 얼굴은 굉장히 불그스름 해졌다. “저, 저는…….” 이진은 정말로 윤이건을 때릴 마음은 없었다. 다만 갑작스러운 친밀감이 그녀를 놀라게 했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윤이건은 잠시 얼어붙어 눈을 껌뻑거리더니 순간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내가 너무 급했나 봐요.” 윤이건이 오히려 화라도 냈다면 이진의 마음은 조금 더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이건의 이런 자상함은 이진으로 하여금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입꼬리를 오므리고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윤이건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윤이건은 전화기 쪽에서 들려오는 간단한 보고를 몇 마디 듣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회사 쪽에 처리할 일이 생겼습니다. 먼저 가볼 테니 푹 쉬세요.” 말을 마친 윤이건은 일종의 위로의 의미로 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윤이건은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방금 그가 말한 것도 사실이고 자신의 마음이 조금 급한 것뿐이었다. 윤이건은 두 사람 사이의 시간은 아직 충분하기에 이렇게
윤이건의 설명을 들은 이진은 모든 것을 이해한 듯했다. 유연서가 이 땅에 투자를 하려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해를 보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분명 이진을 함정에 빠뜨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필경 지금 유연서의 신분은 GN 그룹의 주주였기에 이 화가 이진에게 전부 미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을 생각한 이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더니 즉시 핸드폰을 들고 케빈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그러나 이진이 손가락이 막 스크린에 닿으려 할 때 마침 케빈에게서 먼저 메시지가 전송되어 왔다. [대표님, 아랫사람이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유연서가 이문권을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계속 주시하거라. 어떤 정보도 놓쳐서는 안 된다.]사실 아직 이진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케빈은 이미 유연수와 이문권을 추적하도록 두 사람을 더 보내 정보 수집량을 늘리도록 했다. 그리고 마침 유연수와 이문권의 뒤를 밟던 이진의 부하들은 마음속으로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그들은 유연수와 이문권이 자신들의 실력을 너무 믿어서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위기의식이 부족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런 담판의 만남을 호텔 로비의 커피숍에서 갖다니, 정말 조금도 경계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문권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커피 두 잔을 주문한 후 다리를 꼬고 앉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유연수를 바라보았다. “안색이 이렇게 안 좋은 걸 보니 유연수 씨의 복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나 봅니다?” 이문권의 한 마디는 유연수의 정곡을 크게 찔렀고 그녀는 커피를 받아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는 잔을 탁- 하고 내려놓았는데 마치 분노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난 이진 그 년을 반드시 죽게 할 거야!” 이 말을 들은 이문권은 두 눈이 번쩍였는데 그것이 도대체 기쁨인지 노여움인지 전혀 구별해 낼 수 없었다. “제가 유연서 씨를 찾을 때부터 저는 이미 유연서 씨가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필요한 것이 있기에 즐
이문권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유연수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지금 유연수가 이진 앞에서 센 척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문권 쪽의 세력 덕분이었다. 만약 이문권 쪽 세력을 잃게 된다면 유연수는 정말 의지할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걸 생각한 유연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결국 울분을 참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머물러 커피를 마시던 이문권도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그들을 관찰하던 부하들도 조용히 떠났고 그들은 촬영한 영상을 정리해 이진에게 보냈다. 이 영상은 화면은 아주 또렷했으나 소리가 매우 흐릿했다. 하지만 이것은 해커 마스터인 이진에게 있어서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이진은 동영상을 컴퓨터로 옮긴 후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 앉아있던 윤이건은 놀란 나머지 입을 떡 벌렸다 다시 다물었는데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깊은 무력감이 또 밀려왔다. 윤이건은 한쪽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부인인 이진만 정신없이 바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지만 윤이건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동영상 화면과 소리를 모두 조정한 이진이 그의 팔소매를 끌어당겼다. 이에 따라 컴퓨터에서는 또렷한 대화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문권과 유연수 각자의 목적을 들은 이진은 콧방귀를 뀌었고 옆에 있던 윤이건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주 죽으려고 발버둥을 치는구나.” 이 말을 들은 이진은 원래 컴퓨터 스크린에로 향했던 시선이 멍한 표정으로 윤이건을 향했다. 말하자면 윤이건이 독설을 퍼붓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건 정말 신기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이 말을 내뱉은 윤이건도 그제야 반응했고 자신의 이 난폭한 모습을 이진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듯했다. 윤이건은 입을 오므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보고 난 이진은 갑자기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저, 갑자기 어머니의 일기가 생각났어요.”“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