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심했어. 오늘부터 나도 예쁘게 꾸미고 다닐 거야. 미뤘던 다이어트도 할 거야! 다시 예전 몸매로 돌아갈 거야!"어제 이미연의 외모 비하로 남가현은 큰 충격을 받았다. 자존심에 스크래처가 났다. '누나는 예전부터 예뻤어. 조금만 노력하면 아주 아름다워질 거야.'티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누구보다 그녀를 응원했다.귀티 나 보이는 옷을 걸친 남가현을 바라보며 그가 물었다. "누나, 이 옷 되게 비싸 보인다.""옷이랑 화장품이랑 전부 합쳐서 6백만 원 정도야."자기 귀를 의심한 남지훈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정우 씨 카드를 내가 빼앗았거든. 부부의 공동재산을 내연녀한테 쓰는 게 말이 돼? 그 여자도 쓰는 마당에, 난 왜 아껴야 하는데? 내가 그동안 아낀 돈들로 둘이 알콩달콩 사는 걸 어떻게 눈 뜨고 보고만 있니? 나도 나한테 아낌없이 쓸 거야!""가현 씨 말에 동의합니다!"이현수는 남가현의 편을 들었다."아낀 돈은 곧장 내연녀 주머니로 들어갈 텐데! 차라리 가현 씨를 위해 쓰는 게 훨씬 좋은 일 아니겠어요?"남지훈은 말없이 남가현을 바라보았다.이건 그녀가 신정우에게 복수하는 방법 중 하나 같았다.사실 그동안 신정우가 벌어온 돈은 남가현이 사치를 부리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돈을 아껴가며 두 아이를 키웠다. 7, 8년 동안 남가현은 비싼 옷이나 비싼 화장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족들과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억척스럽게 생활했다.어제 남지훈은 우연히 신정우의 차에서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내리는 이미연을 목격했다. 전부 신정우가 그녀에게 사준 것 같았다.그는 독하게 마음먹고 자신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은 남가현이 보기 좋았다.울고 불며 신세 한탄만 하는 여자가 아니라서 좋았다.남가현은 이내 스파 마사지 예약을 잡았다며 자리를 떴다.한편, T 그룹에서 한창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신정우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그는 휴대폰으로 계속해서 날아오는 카드 잔액 문자만 뚫어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그렇다고 그 여자가 날뛰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이미연이 풀이 죽어 말했다.사실 남가현과 신정우 사이에 끼어든 가장 큰 이유는 신정우가 대기업 T 그룹의 팀장이기 때문이었다. 신정우와 만났기에 그녀는 전보다 훨씬 편한 삶을 살 수 있었고 돈에 쪼들리지 않고 그의 돈으로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일자리를 잃은 신정우는 이미연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이다.신정우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먼저 가서 일해. 카드 가져올 방법 연구해 볼 테니까, 내일 월급날인데... 어우, 눈앞에서 그 돈이 전부 남가현한테 들어갈 생각 하니까..."착잡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머리를 굴렸지만 그렇다 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한편, 남지훈은 S 그룹에서 계약서를 체결한 뒤 다시 대승 테크로 돌아가고 있었다.S 그룹은 T 그룹과 체결한 계약서와 동일한 계약서를 제시했고 역시나 선금으로 동일한 금액을 이체하겠다고 했다.'소연이가 나 대신 힘 써준 건가? 그것도 아니면 태수 형님이 S 그룹과 미리 얘기해 두신 건가?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아무래도 태수 형님이 힘 쓰신 것 같은데.'계약서까지 정식으로 체결하고 나자 남지훈은 새삼스레 두 어깨가 무거워진 것 같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공일이 다가왔다.남지훈은 긴장감을 한치도 놓을 수 없었다.이현수는 돌아다니면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다졌다.이현수는 명덕 테크를 제외한 회사 사람들에게 살갑게 다가갔다.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현수와 언제든지 협력하길 원했다.그들도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자주 경험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어둑어둑해져야 남지훈은 회사를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있었다. 전부 표정이 좋지 않았다.가까이 다가가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훑은 남지훈은 그제야 그들을 알아봤다.지난번 병원에서 그를 때린 사람들이었다."여긴 무슨 일이죠?"남지훈이 입을 열자 빡빡이 머리를 한 남자가 남지훈을 흘겨보
소연은 평소보다 일찍 스카이팰리스로 돌아왔다.슬리퍼로 갈아 신은 그녀는 곧장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평소 이맘때쯤이면 남지훈도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S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고 회사로 돌아가 봐야 했기에 평소보다 늦을 거라고 했다.하지만 일곱 시가 넘어가도록 남지훈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어떻게 된 거야?"소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감당할 수 없는 계약을 체결해서 내뺀 거 아니야?'남지훈에게 전화를 걸자 몇번의 연결음이 들리더니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지훈아, 너 용감하다? 이렇게 늦었는데 집에도 안 와, 문자도 안 해?"하지만 전화기에서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안녕하세요, 여긴 병원입니다. 혹시 환자분과 어떤 사이가 되실까요? 환자분 보호자나 가족분들과 연락이 되면 연락 좀 해주시겠어요?"병원이라는 말에 소연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병원 위치를 물은 뒤 급히 나갈 준비를 했다.남자들끼리 싸우면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얘기를 소한용에게 자주 들은 적 있었지만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질 줄 몰랐다.허둥지둥 병원 수술실 앞에 도착한 소연은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 2명을 발견했다."지훈이 상태 어때요? 살 수 있는 거죠?""남지훈 씨 가족이신가요?"소연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남지훈 씨 복부를 칼이 관통했습니다. 저희가 발견했을 땐 이미 과다출혈로 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경찰 한 명이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남지훈 씨 휴대폰입니다. 잠금 설정이 되었더라고요. 피해자분께서 깨어나시면 대신 전해주세요. 저희는 사건 현장에 가서 CCTV부터 확보한 뒤 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보호자 분께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도록 할 테니 조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소연은 남지훈의 휴대폰을 건네받았다.'과다 출혈이라고? 살아날 수 있겠지?'그녀는 핸드백에서 자기 휴대폰을 꺼내 병원장에게 연락했다."원장님, 저 소연이에요. S 그룹 소연이요.""아, 아가씨, 어쩐 일이세요?""제 남편이
소연의 말에 소한용은 소름이 쫙 돋았다. 어쩐지 여동생이 화를 저렇게 낸다 싶었는데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소연아, 일단 진정하고, 어느 병원인지 알려줘. 지금 바로 갈게!”소 씨 가문의 첫째 소한진과 셋째 소한민도 매제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고 그들이 도착했을 때, 남지훈은 여전히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고 있었으며 오 원장은 수술실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소 씨 가문의 세 도련님이 오 원장에게 한걸음에 달려갔고 평소에 화가 좀 많은 소한용이 오 원장의 목덜미를 확 잡더니 언성을 높였다.“오 원장! 내 매제는 어떻게 됐어? 그 사람 살리지 못하면 오늘 이 병원 밀어버릴 거야!”여동생의 말투로 보면 남지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느껴졌기에 여동생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소 씨 삼 형제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왜 오 원장님한테 그래? 평소에 오빠가 지훈이를 감시하고 있었잖아! 오늘은 뭐 하러 간 거야!”소연이 소한용을 밀쳐내며 소리를 질렀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렸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남지훈에게 마음이 쓰였으며 오랜 시간 함께 한 만큼 정이 많이 들었던 것이다.“아니, 난… 남지훈이 송태수와 형제를 맺은 뒤로부터 감시를 안 했지.”소한용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고 곁에 있던 오 원장은 그 말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수술실에 있는 저 환자가 소 씨 가문의 사위일 뿐만 아니라 송태수와 형제까지 맺은 사이라니. 저 정도로 대단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만약 오늘 남지훈을 살리지 못하면 병원이 무너지는 건 고사하고 이 강력한 압박 하에 그는 원장 자리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을 듯했다.“다들 조용히 해! 이렇게 난동을 부린다고 매제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소연아, 경찰에 신고는 했어?”그나마 차분한 소한진이 냉정함을 유지한 채, 소연에게 물었고 소연은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으
한편, 클럽의 한 룸에서.김명덕이 다리가 긴 한 여인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이때, 한 남자가 급하게 달려들어와 김명덕을 보며 말했다.“명덕 형님!”“어떻게 됐어? 그 자식 제대로 혼 좀 냈어?”고개를 든 김명덕이 여유로운 얼굴로 물었고 남자 얼굴의 상처들로 보면 남지훈 그 자식은 오늘 밤 제대로 혼난 듯했다.“명덕 형님… 제가… 제가 그 사람을 죽인 거 같습니다…”남자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말을 더듬자 깜짝 놀란 김명덕이 품에 안고 있던 여인을 밀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예전에 깡패 노릇을 한 적이 있던 김명덕은 칼로 여러 명을 찌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엄하게 다루고 있기에 다툼이나 싸움은 많아도 살인은 거의 없었다.살인은 근본적인 성질부터 다른 것이다!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명덕이 화가 나서 남자를 발로 힘껏 차면서 언성을 높였다.“빌어먹을! 내가 혼 좀 내주라고 했지 언제 죽이라고 했어! 이제 큰일 났다고!”“명… 명덕 형님… 저도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그 사람이 소보다 힘이 더 세서 몇 명이 달려들어도 넘어트릴 수가 없었어요! 저를 향해서 주먹을 날리길래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칼로 찌른 거예요! 절대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남자가 고개를 들고 변명을 하자 김명덕이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됐어, 그만해!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어! 일단 네 친구들을 데리고 도망가! 절대 잡히면 안돼! 안 그러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거야!”“형님, 저희는 돈이 없어요!”남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김명덕이 그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돈이 없으면 알아서 방법을 생각해야지!”김명덕도 돈이 궁한데 그들에게 줄 돈은 더욱 없었지만 남자가 갑자기 배를 째라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형님, 막말로 저희는 형님을 위해서 이 일을 저지른 겁니다. 도망가라고 하셨으면 당연히 돈을 주셔야죠! 그렇다고 저
소한용이 나서게 되면 J 도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소한용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쪽 소식을 소연에게 전하러 경찰서를 나섰다.한편, 병원에서. 네 시간 만의 응급 구조로 수술실 불빛이 드디어 꺼졌고 담당 의사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마스크를 벗으며 수술실을 나섰다.“남지훈 씨 가족분들 어디 계신 가요?”의사의 부름에 소연과 남가현, 그리고 소한민이 한걸음에 달려갔고 의사가 말을 이어갔다.“환자분 위급 상황에서 벗어났습니다. 칼에 찔린 상처가 깊긴 하지만 체내의 중요한 장기들을 찌른 건 아닙니다. 환자분 현재는 아직 혼절 상태이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의사의 말에 세 사람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남가현이 눈물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동생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겼다면 남가현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며 나이가 드신 부모님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큰 문제가 없으면 일단 개인 병실로 옮겨주세요.”소연의 말에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의사 몇 명이 수술실에서 남지훈을 끌고 나왔으며 창백한 얼굴로 눈을 꼭 감은 남지훈은 생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남지훈의 모습을 보자 남가현이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소연은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으며 이런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내가 남지훈을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있었나?’병실로 옮겨진 뒤, 소한용과 소한진도 병원으로 돌아왔고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난 남지훈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한진은 항공사와 서울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소한용은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만약 그가 남지훈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감시 카메라 판독 결과 나왔어. 범인은 총 여섯 명이고 사진도 받아 놨어. 이 사건을 담당하는 유 팀장이 수사 협조도 신청했어.”소한진의 말에 소연이 그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사진 봐 봐.”그녀는 혹시 저번에 병원에서 봤던 사람들일까 의심이 들었지만 사진을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
소연은 이효진보다 훨씬 예뻤고 같은 여자가 봐도 남가현은 소연이 예쁨을 벗어나서 아름다워 보이는데 대체 왜 저런 여자가 자신의 동생과 혼인 신고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조금 전부터 계속 이 문제만 고민하고 있었다.“조금 전 세 분은 제 친오빠들입니다. 지훈이는 아직 모르고 있는데 형님이 비밀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직접 지훈이에게 얘기할 겁니다. 형님이 지금 지훈이에게 얘기하면 저와 지훈이 사이에 큰 모순이 생길 것 같아서 그래요.”소연이 먼저 말을 꺼내자 남가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말 안 할게요.”동생 남지훈과 예쁜 이 여인 사이에 뭔가 남모를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고 사고가 난 남지훈을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걸로 봐서는 서로 정이 꽤 깊은 듯했다. 남가현과 신정우는 이제 미래가 없기에 그녀는 동생이랑 올케까지 다투거나 모순이 생기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남가현은 비밀을 지켜줄 것이다. 솔직히 소연은 아직 남지훈 가족을 만날 계획이 없었지만 이렇게 사고가 난 지금, 그런 문제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때 봤던 책에서 부부는 서로 보살피고 의지해야 한다고 봤었고 물론 남지훈과 계약 결혼이긴 하지만 그래도 법적으로는 부부였고 더군다나 남지훈은 그녀를 위해 송태수에게 땅에 관한 문제까지 물어봐 주려고 했었으니.한편, 클럽.김명덕은 클럽으로 오고 있다는 소한용의 말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으며 소 씨 가문 도련님을 자주 만나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었다.더군다나 김명덕은 S 그룹의 입찰에 어떤 문제가 생겼길래 대승 테크가 낙찰된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바로 그때, 소한용이 룸에 들어섰고 김명덕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한용 도련님, 어서 오세요!”예전부터 김명덕은 소한용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신분 차이가 너무 컸기에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달만 해도 소한용과 여러 번 만나게 됐으니 앞으로는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누님을 떠나도 이 바닥에 아는 사람이 생긴 셈
남지훈과 소한용은 절대 연관이 없을 것이다.“명덕 오빠, 괜찮아요?”이효진은 소한용이 떠나고 나서야 김명덕에게 달려가 물었고 김명덕이 참고 있던 화를 이효진에게 퍼부었다.“괜찮냐고? 빌어먹을! 넌 눈이 없어? 내가 한용 도련님에게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한 거 못 봤어?”“명덕 오빠, 저희 그냥 경찰에 신고해요. 저렇게 건방진 한용 도련님에게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 가요?”이효진이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조심스럽게 말하자 김명덕이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욕을 퍼부었다.“너 진짜 미친년 아니야? 머리에 벌레가 들었어? 경찰에 신고하자고? 한용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 줄은 알고 하는 말이야? 넌 경찰에 신고해서 합의금을 받아내려고 하는 거지? 빌어먹을! 돈밖에 모르는 게! 한용 도련님이 돈을 내 앞에 가져다 놔도 내가 그걸 가져갈 수 있을 거 같아? 신고를 해서 한용 도련님이 경찰에 잡힌다고 해도 며칠 가둘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다가 나중에 나오면 그날로 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거라고!”신고를 하는 순간, 그에게 더욱 큰 폭풍우가 들이닥칠 거라는 것을 김명덕은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남지훈의 생사도 모르는 지금, 경찰이 찾아올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경찰에게 제 발로 찾아가서 신고를 하라니? 그건 죽으려고 환장한 거나 다름없었다.“저리 꺼져! 내가 한용 도련님과 연관된 사람을 건드린 적이 있는지 잘 생각해서 사과를 해야 돼! 안 그러면 다음에 만났을 때 또 얻어맞을 거 아니야!”화를 버럭 낸 김명덕은 최대한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했고 이효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옆을 지켰다. 예전에 남지훈과 만날 때, 그는 이효진을 보물처럼 애지중지 소중히 대했는데 김명덕과 함께 하면서 그녀는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한편, 병원에서.아직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남지훈은 의사가 상처를 소독할 때만 겨우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다.밤이 되자 잠시 들린 소한용을 더불어 소 씨 삼 형제가 떠났고 소연은 혹시라도 남지훈이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