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소연아! 나랑 같이 가자!”유지아가 말하면서 다시 유승조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오빠는 일단 이쪽에서 먼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지훈이의 결백을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해요!”“그래, 알았어! 어서 가봐!”유승조가 고개를 끄덕였다.시간상으로 봐도 맞지 않았고 남지훈은 누명을 쓴 것이 틀림없었다.소연과 유지아는 서둘러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은 이미 폴리스라인으로 봉쇄되었고 폴리스라인 밖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별장을 지키고 있었다.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 중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당신들은 누구세요?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소연이가 서둘러 말했다.“제가 이 집 주인이고 죽은 사람은 저희 집 가정부예요. 제발 들어가 보게 해주세요!”소연은 걱정이 되면서도 하루 빨리 남지훈의 혐의를 벗고 싶었다.그녀는 별장 입구에 CCTVC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지만 바로 그 CCTV가 남지훈의 죄를 입증하고 경찰이 그를 체포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그 남자가 얼른 대답했다.“볼 게 없어요. 시신은 이미 부검을 위해 보내졌고 이곳은 당분간 봉쇄될 예정이에요. 모든 조사가 끝나면 그때 다시 해제할 겁니다.”소연과 유지아는 헛걸음한 셈이었다.이곳은 사건 현장이기 때문에 경찰은 현장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그들을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다.소연이가 그래도 걱정이 되어 다시 물었다.“혹시 권수란 가족에게는 알렸나요? 집에 남편과 손자 한 명밖에 없다고 하시던데…”그녀의 눈가에 또다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그녀가 권 이모님에 대해 알고 있기로는 세 식구 모두 권 이모님의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었다.가족의 생활비와 손자의 학비까지 전부 권 이모님의 월급으로 충당했었다.그런데 이 불행한 가족에게 이제 새로운 불운이 또 닥쳤다.이에 소연의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권 이모님이 돌아가시면 남편과 손자는 이제 어떻게 살아?’불운은 항상 고달픈 사람을 따라다
경찰이 유씨 가문 측의 CCTV를 확인해 범행 시간에 남지훈이 사건 현장에 없었다는 증거만 확인이 되면 그는 바로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되면 경찰은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똑같게 생긴 두 사람이 똑같은 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나타난다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경찰이 조사하기도 전에 유승조가 고용한 변호인단이 증거를 가지고 나타났고 예상대로 남지훈의 알리바이는 매우 완벽했다.남지훈과 소연은 별장에서 나와 공항으로 이동한 후 다시 유씨 가문으로 돌아가기까지 남지훈이 나타난 모든 장소와 시간은 완벽하게 일치했다.오전 10시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쯤 남지훈은 별장이 아니라 유씨 가문에 있었으니, 이만큼이나 확실한 알리바이가 없었다.두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나타났으니, 사건은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이에 경찰은 뜻밖의 혼란에 빠졌다.뒤이어 변호인단은 남지훈을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줬다.남지훈이 떠나면서 말했다.“혹시 모르니까 이선호라는 자에 대해 한 번 조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를 사칭한 사람이 바로 이선호가 심어놓은 사람입니다. 일부러 저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하는 수작이에요.”말을 마치고 남지훈은 떠났다.차에 타자 그의 얼굴은 침울하기 그지없었는데 여기저기 난 흉터 때문에 그의 얼굴은 더욱더 흉측해 보였다.자신을 사칭한 사람이 권 이모님을 죽였다는 사실에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아무리 그의 의술이 매우 뛰어나다 한들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그는 애써 눈을 감고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변호사들이 남지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들조차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유씨 가문에 돌아오자, 소연은 곧장 달려가 남지훈의 품에 와락 안겨 구슬프게 울며 말했다.“지훈아! 그 자식들이 권 이모님을 죽였어!”소연은 권 이모님의 집안 사정만 생각하면 너무 슬퍼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남지훈이 입술을 깨물며
노인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영안실을 떠날 수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없었지만 대신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아마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으면서 이미 메말라 버렸을지도 모른다.영안실 밖으로 나온 노인은 계단에 털썩 주저앉은 채 재킷 주머니에서 담뱃대를 꺼냈다.담배를 조금 집어넣고 다시 주머니 안에 넣은 다음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 모든 순간에 노인의 손은 심히 떨리고 있었다.담배를 한 모금 깊이 들이마신 후 그는 이 마른 담배가 이미 맛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손자는 그의 옆에 꼭 붙어 있었다.노인은 담뱃재를 툭툭 털고 손에 든 담뱃대를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그는 바로 올해 70세가 된 권 이모님의 동반자 진삼용이었다.곧 칠순을 바라볼 만큼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또 이런 견디기 힘든 시련이 닥쳤던 것이었다.남지훈과 소연은 할아버지와 손자 옆에 다가가 묵묵히 서있었다.진삼용의 흐느끼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면서 남지훈과 소연을 더욱 슬프게 했다.운명이라는 것은 공평하면서도 또 불공평했는데 적어도 바로 눈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만큼은 너무나도 불공평했다.진삼용의 낡아빠진 옷차림을 보면 평소에 줄곧 검소하게 생활한 것이 분명했다.아내가 너무 고생하는 것이 원치 않았거나 아니면 훗날 손자의 여윳돈을 남겨두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진씨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이 끊긴 건 마찬가지였다.10여분이 지난 후, 소연은 할아버지와 손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저희는 권 이모님의 친구예요. 권 이모님이 계실 때 저희를 도와 일을 해주셨습니다. 슬프지만 삼가 명복을 빕니다.”그녀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든 그 노인을 위로해야 할 것 같았다.진삼용이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당신들도 오셨군요… 우리 집사람 전화로 두 분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두 분께서 집사람을 아주 잘해 주셨다고. 두 분이 이렇게 와주신 걸 우리
그래도 진삼용은 담배를 피지 않았다.그는 약간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집사람 방에 있던 물건들은 나중에 장례식이 끝나면 고향에 돌아가서 태워 주고 싶어요. 옷장에 집사람이 평소 좋아하던 옷도 몇 벌인가 있던데 거기서도 춥지 않게 같이 태워주려고요.”남지훈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동안 그는 이 세상에는 자신이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소연의 얼굴이 망가진 후에도 그것을 치료할 수 있었다.이제야 그는 어떤 일 앞에서는 자신도 그저 힘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마음이 가라앉지를 않고 분노도 쉽사리 가라앉지를 않았다.남지훈이 입을 열었다.“며칠 뒤에요, 일단은 여기서 며칠 지내도록 하세요. 그 후에 제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권 이모님을 섭섭하지 않게 잘 보내드리겠습니다.”결국 나는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듯이 세대를 막론하고 타향에서 죽더라도 고향에 묻혀야 했다.이것은 고향에 대한 일종의 유대감이었다.“고마워요…”진삼용이 울컥하며 말했다.할아버지와 손자는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한 데다 마음의 상처로 인해 소파에 기댄 채 잠들어 버렸다.권 이모님의 죽음은 남지훈의 분노한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히기 어려웠다.이제 해야 할 일은 범인을 잡고 권 이모님의 장례를 치르는 것이었다.이 두 가지 일 모두 할아버지와 손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진삼용은 연세가 많았고 손자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이런 큰 짐을 짊어지기가 어려웠다.게다가 진삼용에게는 형제자매가 없으니 이 일은 자연스레 남지훈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남지훈은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당연히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소연은 용역 회사에 연락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했고 이제 며칠 동안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생활을 돌볼 예정이었다.그리고 유씨 가문에서 차량과 운전기사를 조달하여 할아버지와 손자의 운전기사로 충당했다.이 모든 일을 끝내자, 남지훈의 휴대폰이 울렸고 발신자는 유지아였다.“지훈아!”유지아의 목소리는 약간 흥분한 듯했다.“방금 누군가가 너를 사칭한 사람이 서울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마! 그냥 순순히 따라오기만 해!”윤호가 싸늘하게 말했다.윤호는 조상우가 함부로 입을 잘못 놀렸다간 사람들 앞에서 그를 죽여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그는 조상우를 끌고 공항에서 빠져나와 밴에 올라탄 뒤 유씨 가문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사람이 이미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 유승조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사실 그들의 행위가 이미 법을 어긴 행동이었지만, 이런 사소한 일들은 유승조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 사람을 잡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윤호는 아주 빠르게 사람을 유씨 가문으로 데려왔고 남지훈과 다른 사람들도 돌아왔다.그들은 조상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정말 역겨워 죽겠네!”유지아는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대충 보아도 조상우와 남지훈은 거의 차이가 없었고 심지어 헤어스타일마저 똑같았다.이선호가 이미 이 지경까지 미쳤던 것이었다.유승조 역시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가짜가 진짜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똑같아서 굉장히 놀랐다.두 사람이 함께 서 있으면 정말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당신도 정말 애쓰네.”남지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조상우, 우리 집 이모님을 네가 죽인 게 맞지? 나한테 누명을 씌우려고?”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조상우가 화들짝 놀랐다.“헉, 뭐야?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그는 남지훈과 거의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도 자신을 알아봤던 것에 흠칫 놀랐다.“궁금해?”남지훈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랭했다.“네 배후에 있는 사람이 L 가문의 현세대 수장 이선호라는 것도 알고 있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시답잖은 수작을 부린다니?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한 정보화 사회라 신분을 숨기기가 어렵다는 걸 몰라? 얼굴이 똑같으면 뭐? 넌 언제까지나 너고 난 나야!”누군가를 사칭한다는 것은 확실히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외모뿐 아니라 말투와 행동, 태도 하나하나까지 똑같아야 하기 때문이었다.이 모든 것을 똑같이 모방한다고 해도 지문, DNA 같은 정보는 아무리 뛰어난
이선호는 비록 큰 대목이 될 만한 인물은 않았지만, 상당히 교활해서 쉽게 막을 수 없었다.남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두고 봐, 이번에는 내가 내 이름 석 자 걸고 반드시 처벌받게 할 거야! 그는 소연에게 우선은 유씨 가문에 머물도록 하고 별장에도 당분간 돌아가지 말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신신당부했다.조상우의 요새는 남지훈이 유씨 가문 측 경호원에게서 얻었다.빌라.흑호는 아직 이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남지훈의 공격으로 그는 하마터면 숨을 잃을 뻔했고 비록 죽지는 않았더라도 지금은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흑호는 남지훈을 보자마자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조상우! 왜 돌아온 거야? 내가 먼저 숨어 지내라고 하지 않았냐?”그는 조상우가 반항심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에 조상우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나타날 줄은 몰랐다.남지훈이 자리에 앉으며 무심하게 말했다.“뭐가 무섭다고 피합니까? 경찰이 쫓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남지훈인데, 게다가 당신들이 날 해외로 보내 놓고 나 몰라라 할까 봐 무섭잖아요!”그 말에 흑호는 이마를 찡그렸다. 사실 이 말은 조상우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지만 실제로 이선호와 그가 그렇게 할 계획이었다.조상우를 그곳에 내버려둘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내 조상우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고 했었다.그렇게 되면 변명할 여지 없이 남지훈이 범인이라는 것이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될 것이다.“L 가문의 수장을 뵙게 해주세요!”남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흑호는 죽었다 깨도 눈앞의 이 조상우가 진짜 남지훈이라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그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조상우! 내가 그전부터 네 주제를 좀 알라고 했지! L 가문의 수장이 뭐 네가 보고 싶다면 볼 수 있는 그런 존재인 줄 알아?”남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래요? 만나기 싫으면 뭐 어쩔 수 없죠! 그럼, 제가 L 가문 수장이 저한테 죽이라고 사주했다고 자수하면 되겠네요. 수장님이 이제 막
”너 미쳤어?”이선호가 고함을 질렀다.“네가 정말 뭐 진짜 남지훈이라도 된 줄 알아? 미친놈!”그는 노발대발했다.‘이놈의 자식이 L 가문의 재산을 노릴 생각을 한다니, 정말 기가 막혀!’진짜 남지훈한테도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은데 가짜는 말할 것도 없었다.남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수장님, 이게 바로 제 조건입니다. 만약 싫다고 하시면 저는 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장님이 주범이고 저는 단지 수장님 말만 따랐을 뿐인데 실형을 받게 되더라도 그 죄가 저보다는 무겁겠죠. 대단한 우리 L 가문 수장님께서 평생 감옥에서 보내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남지훈의 이 발언은 이선호를 미쳐버리게 했다.“망할 놈!”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조상우! 욕심이 너무 과하시네! 나는 내 권력을 위해 친아버지와 강 신의까지 죽였어! 하물며 그깟 가사도우미? 너를 내가 못 죽일까 봐?!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지! 방금 했던 말 취소해! 그리고 다른 나라로 당장 꺼져!”남지훈이 피식 웃었다.우물쭈물하던 이선호가 결국에는 직접 입을 열었다.남지훈은 놀란 척 공포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다 사실이었군요! 수장님, 정말 신통하세요, 그렇게 많은 살인을 계획했으면서도 무사하다니!”이선호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알았다니 다행이군! 널 죽이기는 내가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해!”“수장님은 제가 개미라고 생각하십니까?”남지훈이 피식 웃었다.남지훈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본 이선호는 자신이 약간 없었다.‘대체 조상우가 무슨 배짱으로 감히 이런 막말을 하는 거지?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나? 아니면 정말 나를 협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건가?’이런 생각에 이선호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말했다.“조상우!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너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하는 건 일도 아니야! 어서 이놈을 잡아!”슉슉슉! 그가 손짓하자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남지훈을 가운데로 둘러쌌다.남지훈이 쓱
몸을 옆으로 움직이자 그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갑자기 주먹 한 대가 튀어나왔다.“하하하!”이번에는 이선호가 웃을 차례였다.“남지훈, 날 잡겠다고? 넌 아직 한참 어려! 내가 아무 의지할 데 없이 여기까지 온 줄 알아? 죽여라!”남지훈이 쓱 훑어보니 자신을 가로챈 사람이 빨간 로브를 입고 가면으로 완전히 무장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홍포!이 의상을 보자마자 남지훈은 레드 조직을 떠올렸다.‘L 가문이 레드 조직과 관련이 있었다고?’레드 조직 앞에서는 남지훈도 감히 방심할 수 없었다.게다가 방금 그 강력한 펀치 한 방으로 상대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남지훈은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선호를 보며 이번에도 이선호를 놓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다.“비켜!”남지훈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그는 눈앞에 있는 이 홍포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아마 자기와는 아무런 원한도 갈등도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홍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지훈을 쳐다보기만 했다.남지훈은 분노했다.홍포가 양보하지 않으니, 상대방을 때려눕힐 수밖에 없었다.남지훈은 발끝으로 쏜살같이 홍포를 향해서 공격을 가했다.홍포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전설급?”그는 손을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쾅폭음과 함께 두 사람은 나란히 뒤로 물러났다.남지훈의 안색이 바로 굳어버렸다.뜻밖에도 그 홍포도 전설급의 무술인이었다.‘이 정도 레벨의 무술인은 모두 멸종했다고 하지 않았나? 전천행만 남은 거 아니었어? 어디서 또 한 명이 나타난 거지?’이 순간 남지훈은 마음속으로 이 홍포는 레드 조직 소속으로 지위가 매우 높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남지훈은 주저하지 않고 다시 쏘아붙였다.그를 당황케 한 것은 돌연 홍포가 피하면서 그를 가로막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게다가 이선호는 이미 차에 타고 있었다.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홍포가 아닌 이선호였다.빌라에서 빠져나온 그는 곧장 차에 올라타 이선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그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