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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퇴사하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불안했다. 돈 벌 길이 없고, 적은 예금마저 빠르게 줄어들 것 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송준기는 내 불안을 알아차렸다. 그는 나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 안 좋은 일이라면 그만둬. 힘들어할 거 없어. 내가 네 남편이잖아. 내 것이 곧 네 거야.”

“내가 열심히 벌어서 집안을 지킬 테니까 걱정 마. 난 언제나 네 든든한 버팀목이 될게.”

그때 나는 얼마나 믿었는지 모른다. 나는 마음을 놓고 준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다양한 메뉴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그의 행복을 바랐다. 하지만 지금, 내 실업 상태는 준기의 공격 도구가 되어버렸다.

준기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왔다.

[그럼, 이혼해.]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나는 정말, 한 번도 준기와 이혼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

그날의 싸움 이후, 나는 준기와 다시는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고, 준기는 나와 연결된 계좌를 정리해 버렸다.

내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매일 밤 잠이 오지 않아 꼬박꼬박 밤을 새웠다. 몸이 자꾸 늘어지고, 감기에 걸린 건가 싶었다.

나는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의사는 나에게 뇌 CT를 찍어보라고 했다. 마음이 불안하고 흔들렸다.

반시간 뒤, 나는 위층으로 올라가던 중,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임연희가 병원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나오는 모습이었다. 연희는 헐렁한 옷을 입고 배를 쓰다듬고 있었고, 그 뒤에는 준기가 따라 나왔다.

연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배를 어루만졌고, 준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준기가 얼마나 신경 쓰는지, 두 사람이 마치 사랑스러운 부부 같았다.

나는 손에 쥔 접수증을 꽉 움켜잡고, 뒤돌아 내려가려고 했지만 연희가 나를 발견하고, 내 이름을 불렀다.

“연주 씨!”

나는 몸을 굳히고, 연희가 다가오며 묻는 소리를 들었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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