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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낼 때, 손이 심하게 떨렸다. 마음속에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들었다.

나는 한 번도 낯선 여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

여자가 내게 답장을 보냈다.

[진실을 알고 싶으면 한남팰리스로 와요.]

나는 그 메시지를 보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했다. 거울도 제대로 보지 않고, 옷장 속에서 옷을 아무렇게나 꺼내 입은 뒤, 서둘러 한남팰리스로 향했다.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사실, 내가 여기에서 뭘 하려는 건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나는 그저 답을 알고 싶었을 뿐이었고, 송준기의 배신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 여자가 준기의 팔짱을 끼고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몸매가 뛰어나고, 얼굴은 화려하게 예뻤다. 젊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에는 탄력이 가득했고, 온몸에서 생기와 활력이 넘쳐흘렀다.

준기가 옆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여자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가 내 귀에는 너무나 거슬렸다.

나는 그들에게 달려가 두 팔을 벌려 그들 앞을 막아섰다. 분명 따지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갑작스럽게 길이 막히자 준기는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놀란 눈빛을 보였고, 그 안에는 분명한 혐오감도 담겨 있었다.

옆에 있던 여자는 도발적인 표정으로 내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윽고 준기는 여자를 자기 뒤로 감싸며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준기를 바라보았다.

“저 여자는 누구야?”

준기는 대답 대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밀쳤다.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준기가 나를 밀어내자, 나는 미칠 것 같았고, 그를 세게 밀치며 소리쳤다.

“저 여자가 누구냐고!”

내 목소리는 절규하듯 갈라졌고, 준기는 내 힘에 밀려 휘청거렸다.

“미쳤어? 너 지금 네 꼴을 좀 봐! 창피하지도 않냐?”

준기가 화를 내자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준기가 나를 향해 날리는 비난의 말들이 믿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준기는 아무 거리낌 없이 여자의 손을 잡고 자신의 차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신사답게 여자가 조수석에 앉을 때까지 기다린 후, 차를 몰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화면을 켰다. 거기엔 밤새 잠도 못 자고, 초췌해진 얼굴과, 생기 없이 텅 빈 눈동자, 헝클어진 머리를 한 내가 비쳐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4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준기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오랜 시간 걸어 다녔더니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고, 물집이 터져 발바닥이 아팠다. 온몸이 쑤셨다.

나는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웠다. 시선을 앞으로 돌리니,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화분이 보였다. 그 화분 속의 다육식물은 준기가 나를 달래기 위해 사준 것이었다.

준기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다육식물은 생명력이 강하대. 너처럼 꿋꿋하게 자라났잖아.”

며칠 동안 물을 주지 않았더니, 다육식물은 가장자리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화분에서 쓸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몸이 너무 아팠다. 문득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렸을 때 잠들지 못했던 수많은 밤, 엄마는 나를 안아주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 품에 안기면 언제나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지금, 엄마가 나를 다시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저 집에 며칠만 있을 수 있어요? 이제 준기랑 같이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엄마는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나는 기대감에 부푼 채 메시지를 열었다.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온 희미한 빛을 따라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바뀌었고, 미소 짓던 입꼬리는 차츰 내려갔다.

엄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연주야, 말 잘 들어야지. 준기는 외모도 좋고, 직업도 좋잖니. 너한테도 잘해주는데, 왜 그래? 이럴 때일수록 이해해 주고, 가정 잘 돌봐야지.]

[화를 내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준기랑 잘 이야기해 봐. 살아가면서 싸움 없이 지내는 부부는 없는 법이야.]

[준기가 화나게 했다면, 좀 너그럽게 넘어가. 남자들은 원래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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