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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대답하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송준기가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온갖 달콤한 말들을 쏟아내며 엄마와 동생 부부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들과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준기는 말했다.

“장모님, 다 제 잘못이에요. 어제 연주를 화나게 했는데, 오늘 아침 일찍 서둘러서 왔어요. 엄마도 화나실까 봐 걱정돼서요. 연주를 제게 보내주시지 않을까 봐요.”

엄마는 준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

그러고는 준기에게 나를 데려가라고 했다. 나는 따라가기 싫어 고개를 저었지만, 엄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몰래 팔을 꼬집었다.

나는 결국 준기와 함께 나섰고,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그의 손을 홱 뿌리쳤다. 그러자 준기는 고개를 돌리며 이마를 짚었다.

“연주, 이제 그만해. 너희 엄마도 나랑 같이 가라고 했잖아. 지금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으면, 네가 갈 곳이 어디 있겠어?”

그는 마치 나 없이는 내가 살 수 없다는 듯, 조목조목 내게 이득과 손해를 따져가며 이야기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차갑게 비웃었다.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내가 다리 밑에서 자든, 강가에서 자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너야말로 바쁘잖아. 얼른 가서 네 예쁜 임신부 챙겨.”

내 말투에 깔린 비꼼을 들은 준기는 다시 짜증을 냈다.

“연주, 제발 좀 철들어. 너도 이제 나이가 있잖아.”

나는 씁쓸하게 쏘아붙였다.

“맞아. 내 젊음을 네게 다 버렸으니까.”

준기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우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팽팽하게 대치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았다.

“연주가 어디로 가든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없지 않을까요?”

고개를 돌리자, 오상욱이 서 있었다. 그는 내 어린 시절 친구로, 우리 둘은 함께 자랐다. 하지만 어릴 때 그는 늘 고집이 세고, 사소한 문제로 얼굴이 붉어지도록 싸우곤 했다.

착한 일을 해도 인정받는 게 싫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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