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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끝자락에 피어난 사랑
이별 끝자락에 피어난 사랑
Author: 신포도

제1화

송준기는 집에 들어온 지 3일이 되었으나 그동안 나에게 메시지 한 통도 보내지 않았다.

오늘 밤은 유난히 추웠다. 창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몸은 떨렸고, 손발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얼굴은 불처럼 뜨거웠다. 열이 나는 게 분명했다.

나는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준기에게 보낸 메시지를 하나씩 되짚어 읽었다.

[준기야, 오늘은 집에 돌아올 거야?]

[준기야, 어디에 있는 거야?]

[왜 내 메시지에 답을 안 해?]

[진짜로 많이 걱정하고 있어.]

...

내가 준기와 나눴던 지난 대화들을 뒤적였다. 그는 한 번도 이렇게 오랫동안 내 메시지에 답을 안 한 적이 없었다.

눈이 시큰해지고, 어지러워질 때쯤 휴대폰이 진동했다. 깜짝 놀라 눈을 떴지만 준기가 아니었다.

카톡 목록에 숫자 1이 떠 있어, 궁금한 마음에 그 번호를 눌렀다. 여자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친구 추가 요청이 와 있었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송준기, 지금 내 옆에 있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낯선 사람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싶었고, 준기를 믿고 싶었다. 그런데도, 마치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듯, 친구 추가를 눌러버렸다.

친구 추가를 하자마자, 즉시 나에게 답장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나는 손이 떨리는 채로 사진을 열어보았다. 그 사진 속엔, 3일 동안 보지 못했던 준기가 있었다. 상의를 벗은 채로 여자의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믿을 수 없었다. 사진 속 세부 사항을 확대해 가며, 저 남자가 준기가 아닌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준기가 맞았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그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준기가 왜 당신 집에 있는 거야?]

그러나, 내 메시지는 아무 답장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앉아 멍하니 밤을 지새웠다.

...

새벽이 밝아올 때쯤 잠에 들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잠자리가 불편했다.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준기는 어떤 여자와 함께 있었다. 여자는 그의 품에 안겨 사랑스럽게 미소 지었고, 준기는 그 여자를 다정하게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준기의 눈에는 온통 다정함만이 담겨 있었다.

나는 꿈속에서 미친 듯이 달려가 그들 앞에 섰다. 필사적으로 둘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준기는 나를 매정하게 밀쳐냈다. 그는 나를 바닥에 내던지며,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너, 정말 뻔뻔하구나.”

나는 그 말에 몸을 떨며 꿈에서 깼다. 가슴 한구석에 날카로운 통증이 남아 있었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니,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준기가 와서 나를 달래주지 않을 것이다.

띵동! 휴대폰에서 다시 메시지 알림이 울렸는데, 이번에도 그 여자였다. 이번에는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나는 자해하듯 하나씩 사진을 열어봤다.

구겨진 셔츠를 걸친 준기가 그 여자의 옆에 서 있었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고, 눈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여자가 거울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었고, 준기는 옆에 서서 그녀의 허리를 꽉 감싸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진에서는 준기가 앞치마를 두르고, 진지한 표정으로 채소를 씻고 있었다. 예전에는 나에게만 요리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던 그는 여자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를 쏟아냈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그 남자는 내 남자친구야. 당신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어, 알아?]

[지금 어디에 있어? 왜 돌아오지 않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 남의 남자를 뺏는 파렴치한 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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