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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볼일 있으면 가.”

송준기는 전화를 받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떠났다. 밖에 있던 권다연이 그에게 소리쳤다.

“야, 너 이렇게 그냥 가는 거야?”

“그렇게 떠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마!”

나는 준기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월요일 아침 8시, 동사무소 앞에서 만나. 늦지 않길 바랄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준기를 모든 연락처에서 차단해 버렸다.

...

월요일 아침, 내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특별히 연한 화장을 하고, 다연에게 부탁해 머리를 땋았다. 거울에 비친 나는, 마치 한층 더 젊어진 것 같았다.

잠시 나는 대학 시절 활기 넘치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다만, 그 시절의 나는 준기를 만나지 않았었다.

8시 정각, 나는 동사무소에 도착했다. 상욱이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기는 서류를 손에 쥔 채 고개를 숙이고 건물 앞에 서 있었다.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며칠 사이에 준기는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짙은 다크서클, 창백한 얼굴, 핏기 없는 입술, 초점 잃은 두 눈은 예쁘게 꾸민 내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그의 곁에는 임연희가 서 있었다. 몇 달 사이 배가 많이 불러 있었고, 준기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그는 피했다.

연희는 고집스럽게 준기의 옆에 서서 나를 향해 도발하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이제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준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연주야, 정말 이혼해야겠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말했다.

“네가 지금 몸이 좋지 않잖아. 내가 너를 챙길 수 있어. 이혼하지 않으면 안 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앞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괜찮아. 나를 돌봐줄 사람은 있어.”

차 안에 있던 상욱이 내 시선을 느끼고 손을 흔들었고,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서둘러. 빨리빨리 끝내자.”

준기는 풀이 죽은 채 내 뒤를 따라왔다.

이혼 절차는 금방 끝났다. 공무원은 여러 차례 안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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