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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아이를 그의 성을 따르게 하다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이 선생님이 이렇게 놀러 와주니 좋네. 서울을 떠나 이후로 그쪽과는 거의 인연이 끊겼었어. 이렇게 친구가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

아빠가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우리 가문에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많은 분들이 의도적으로 우리와 거리를 두었다. 게다가 아빠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셨고 우리 회사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니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도 좁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이 그저 작은 것에 행복해하며 즐길 수 있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현재의 일상이 더 좋았다.

나는 아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을 때 마침 엄마가 돌아오셨다. 엄마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삼계탕을 테이블에 올려놓으시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셨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이우범 앞에서 폭풍 같은 식사를 시작했다. 예전에 말랐을 때는 입맛도 별로 없었다. 심지어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잘 못 느꼈었다. 하지만 두 녀석을 임신한 이후로 배가 불러오면서 마도 점점 더 많이 먹게 되었다. 덕분에 살이 쪄서 꽤 글래머처럼 보였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먹는 것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셨다. 이우범은 조금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천천히 먹어요. 사레들리면 위험해요.”

나는 맛있는 닭고기를 입 안에 넣은 채 이우범을 째려봤다. 그가 신경 쓸 일인가?

내 눈빛이 너무 안 좋았는지 엄마가 다급하게 이우범에게 설명했다.

“이 선생님, 여자는 원래 임신하면 호르몬 변화 때문에 예민해져. 지영이도 요즘 성질을 많이 부리네...”

내가 한 번 이우범을 째려본 것을 엄마는 마치 내가 뺨이라도 때린 것처럼 사과했다.

“정상적인 현상이에요.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건강에 더 안 좋아요.”

이우범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뭐라고 하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식사했다.

삼계탕을 다 먹은 뒤 나는 일어나서 계속 쉬기 위해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어쨌든 나는 이우범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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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범 씨, 사실 우범 씨가 이 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인호 씨가 나를 찾지 않은 이상, 그리고 내가 아이를 가진 걸 알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나는 이우범의 제안을 거절했다.아이를 가진 사실을 배인호가 알까 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일 때문에 다시 이우범과 엮이고 싶지는 않았다.이우범이 되물었다.“인호가 사람을 찾아내는 능력이 얼마나 센지 알잖아요.”그건 확실히 알고 있다. 찾고 싶은 사람이나 증거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내는 게 배인호다. 하지만 지금 민설아가 옆에 있으니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일단 이 일은 이렇게 해요. 우범 씨는 엄마와 약속한 부분만 해내면 돼요. 내 일에 대해서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범 씨를 탓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나는 이우범의 뜻대로 따를 생각이 없었다. 이 제안은 나 자신도 이상하게 느껴졌고 이우범에게도 좋지 않았다.전에 이우범과 커플로 지내려 했지만 결과는 뻔했고 결국 좋게 끝나지 못했다. 그걸 지금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그래요. 이건 그냥 제안일 뿐 억지로 받아들이라는 건 아니에요. 만약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최근에는 계속 이쪽에 있을 거예요.”이우범은 나의 거절로 딱히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다. 그저 부드럽게 내게 말할 뿐이었다.나는 그가 필요한 날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그때가 되면 나는 또 배인호와 이우범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것이고 그러면 아이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이우범이 떠난 후 나는 아예 잠에서 깼다. 블랙 리스트에 넣어둔 전화번호를 가끔 훑어봤다. 전에 차단했던 배인호의 전화번호도 같이 들어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졌다.그리고 나는 메일함을 열었다. 안에 그 전화번호로 온 메시지를 발견했다.「어디야?」「만나서 얘기 좀 해.」나는 메시지를 한동안 확인하지 않았다. 연락이 온 것도 정아와 애들이었고 거의 카톡으로 연락하다 보니 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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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범은 내가 그와 같이 나가서 산책하겠다고 해서 아주 기쁜 듯 보였다.엄마는 집을 보는 안목이 꽤 좋은 편이다. 이 일대는 전부 오션뷰였고 주변에 관광지도 있어서 가끔 여행객들이 와서 놀고 가곤 했다.점심이 갓 지난 때라 햇볕이 따듯했다. 서울의 겨울과 비기면 아주 따듯했다. 일부러 이곳으로 와서 겨울을 나는 사람도 있었다.바닷가에는 많은 사람이 모래를 놀고 있었다. 애들이 달아 다니면서 듣기 좋게 깔깔 웃었고 그 장면이 매우 벅적벅적했다.나는 긴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편안한 심정으로 눈앞의 풍경을 바라봤다.“저쪽에 간식거리 파네요. 가서 하나 사 올게요.”간식을 파는 노점상을 발견하자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 오려고 했다.하지만 이우범이 나를 말렸다.“기다려요. 내가 가서 사 올게요. 줄을 길게 서서 좀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맞는 말이긴 했다. 배가 많이 불러와 오래 서 있으면 좀 불편했고 그러다 부딪히기라도 하면 일이 더 시끄러워진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우범이 줄을 서서 간식을 사는 사이 나는 많이 커진 배를 이끌고 공용 화장실로 향했다. 임신하니 화장실에 자주 가야 했고 다리를 굽히는 것도 힘들어서 비데를 사용해야 했다.하지만 이 공용 화장실엔 비대가 없었고 나는 아쉬운 대로 그냥 있는 걸 쓰려고 했다.어렵게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빈아, 나가서 대디 찾아. 여기 여자 화장실이라 남자애는 들어오면 안 돼.”“마미, 엄마는 저 사람이 대디라고 하는데 저 사람은 왜 나더러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해요?”빈이는 유창한 영어로 되물었다. 말투는 의문에 가득 차 있었다.나는 멈칫했다. 여기로 이사 와서까지 민설아 모자를 마주친다는 게 이상했다.순간 나는 문을 열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안에서 잠깐 기다렸다. 아니면 민설아가 나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될 텐데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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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말을 듣고 나는 멈칫했다. 나는 엄마가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 엄마는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나와 이우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눈앞의 이 화기애애한 장면은 엄마가 보고 싶어 하던 그런 장면이다.하지만 어떤 일은 억지로 끼워서 맞춘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같이 걸을 수 없는 사람을 억지로 붙여놓는다 해도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나와 배인호도 마찬가지였다.이우범과 나의 시선이 부딪쳤지만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해산물로만 준비할 건데, 먹을 거지?”이우범이 화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먹을래요. 식자재 있어요? 나가서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나도 맞장구를 쳤다. 저번에 임신했을 때는 비린내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 특히 해산물은 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뭐든 다 먹었고 다 좋아했다.내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웃으며 말했다.“내 쪽에 있어요. 가서 가져올게요.”이렇게 말하며 그는 해산물을 가지러 갔다. 엄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놀라운 말을 꺼냈다.“지영아, 우범이 정말 너한테 잘해주는 것 같아. 우범이와 사귀어보는 건 어때? 그럼 배인호와의 악연도 끊을 수 있잖아.”이 말은 이우범이 전에 꺼냈던 제안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보며 말했다.“엄마, 미쳤어요? 우범 씨가 좋은 남자라고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돼요. 자기 애도 아닌데 아빠가 된다는 건 우범 씨에게도 밑지는 장사에요.”“하...”엄마도 자기가 한 말이 적합하지 않다는 걸 느낀 것 같았다. 나무랄 데 없는 남자가 뭐가 모자라서 다른 사람의 애를 책임질까?이우범의 속마음은 사실 조금 무서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도시아를 대하는 태도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그와 사귀었다가 뒤에 무슨 모순이라도 생기면 나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생각은 사실 정리가 잘 되진 않았지만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긴 했다.“지영이 자꾸 다그치지 마. 앞으로 그냥 아이 낳아서 잘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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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바로 배인호와 빈이가 생각났다.민설아가 이미 이쪽 병원에서 출근하고 있다면 그들도 이쪽에 머물면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진짜 그들이라면 민설아도 조금 있다 건너올 것이다.하지만 여기는 산부인과 병실이다. 빈이가 머리를 다쳤다 해도 여기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음이 불안했지만 최대한 긴장하지 않게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나는 지금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했다.“지영아, 내가 아까 누구를 봤는지 알아?”엄마가 돌아왔다. 하지만 조금은 불안한 표정이었다.“누구요?”사실 난 엄마가 누구를 봤는지 대개 알 것 같았지만 바로 말하진 않았다.엄마가 깊게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진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배인호 아직 여기를 떠나지 않았나 봐. 그리고 그 애도 다쳐서 병원 1층에서 애를 안고 있는 걸 봤어. 근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를 보지는 못한 거 같았어. 정말 다행이지.”엄마는 천만다행이라는 말투로 말했다.“그 아이가 많이 다치진 않았으면 좋겠네요.”내가 한마디 했다.한편으로 나는 아이는 억울하다고 생각하기에 무슨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 빈이가 별로 다치지 않아서 빨리 병원을 떠나 나와 마주칠 확률을 줄이고 싶었다.엄마도 아직 나쁜 마음을 먹지는 않았기에 당연히 빈이가 괜찮기를 바랐다. 모녀 둘이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가 엄마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맞다. 아까 우범이가 너 보러 오겠다고 하는 걸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 만약 배인호와 마주쳐도 시끄러워지니까.”“엄마, 민설아 이미 내가 임신한 거 알고 있어요. 내가 여기 입원해 있는 것도 알고요.”나는 아까 전화를 받은 일을 엄마에게 알려주었다.“뭐? 그 여자가 알았다고?”엄마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엄마가 지금 제일 걱정하는 건 내 배 속의 아이였다. 근데 이 일을 민설아가 알았다는 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네, 그리고 애 아빠가 누군지 되게 신경 쓰는 거 같아요. 아직 알려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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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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