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 제374화 아이 아빠가 누구야

공유

제374화 아이 아빠가 누구야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엄마의 말을 듣고 나는 멈칫했다. 나는 엄마가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 엄마는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나와 이우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눈앞의 이 화기애애한 장면은 엄마가 보고 싶어 하던 그런 장면이다.

하지만 어떤 일은 억지로 끼워서 맞춘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같이 걸을 수 없는 사람을 억지로 붙여놓는다 해도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나와 배인호도 마찬가지였다.

이우범과 나의 시선이 부딪쳤지만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해산물로만 준비할 건데, 먹을 거지?”

이우범이 화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먹을래요. 식자재 있어요? 나가서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도 맞장구를 쳤다. 저번에 임신했을 때는 비린내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 특히 해산물은 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뭐든 다 먹었고 다 좋아했다.

내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웃으며 말했다.

“내 쪽에 있어요. 가서 가져올게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해산물을 가지러 갔다. 엄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놀라운 말을 꺼냈다.

“지영아, 우범이 정말 너한테 잘해주는 것 같아. 우범이와 사귀어보는 건 어때? 그럼 배인호와의 악연도 끊을 수 있잖아.”

이 말은 이우범이 전에 꺼냈던 제안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보며 말했다.

“엄마, 미쳤어요? 우범 씨가 좋은 남자라고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돼요. 자기 애도 아닌데 아빠가 된다는 건 우범 씨에게도 밑지는 장사에요.”

“하...”

엄마도 자기가 한 말이 적합하지 않다는 걸 느낀 것 같았다. 나무랄 데 없는 남자가 뭐가 모자라서 다른 사람의 애를 책임질까?

이우범의 속마음은 사실 조금 무서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도시아를 대하는 태도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그와 사귀었다가 뒤에 무슨 모순이라도 생기면 나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사실 정리가 잘 되진 않았지만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긴 했다.

“지영이 자꾸 다그치지 마. 앞으로 그냥 아이 낳아서 잘 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75화 이우범 아이예요

    나는 바로 배인호와 빈이가 생각났다.민설아가 이미 이쪽 병원에서 출근하고 있다면 그들도 이쪽에 머물면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진짜 그들이라면 민설아도 조금 있다 건너올 것이다.하지만 여기는 산부인과 병실이다. 빈이가 머리를 다쳤다 해도 여기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음이 불안했지만 최대한 긴장하지 않게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나는 지금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했다.“지영아, 내가 아까 누구를 봤는지 알아?”엄마가 돌아왔다. 하지만 조금은 불안한 표정이었다.“누구요?”사실 난 엄마가 누구를 봤는지 대개 알 것 같았지만 바로 말하진 않았다.엄마가 깊게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진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배인호 아직 여기를 떠나지 않았나 봐. 그리고 그 애도 다쳐서 병원 1층에서 애를 안고 있는 걸 봤어. 근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를 보지는 못한 거 같았어. 정말 다행이지.”엄마는 천만다행이라는 말투로 말했다.“그 아이가 많이 다치진 않았으면 좋겠네요.”내가 한마디 했다.한편으로 나는 아이는 억울하다고 생각하기에 무슨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 빈이가 별로 다치지 않아서 빨리 병원을 떠나 나와 마주칠 확률을 줄이고 싶었다.엄마도 아직 나쁜 마음을 먹지는 않았기에 당연히 빈이가 괜찮기를 바랐다. 모녀 둘이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가 엄마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맞다. 아까 우범이가 너 보러 오겠다고 하는 걸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 만약 배인호와 마주쳐도 시끄러워지니까.”“엄마, 민설아 이미 내가 임신한 거 알고 있어요. 내가 여기 입원해 있는 것도 알고요.”나는 아까 전화를 받은 일을 엄마에게 알려주었다.“뭐? 그 여자가 알았다고?”엄마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엄마가 지금 제일 걱정하는 건 내 배 속의 아이였다. 근데 이 일을 민설아가 알았다는 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네, 그리고 애 아빠가 누군지 되게 신경 쓰는 거 같아요. 아직 알려주지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76화 배인호가 내 비명을 듣다

    “그래요, 민설아 씨도 그 사람이 이 일을 모르게 할 거죠? 아니면 번거로우니까.”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민 선생님도 바쁠 텐데 더 붙잡아 두지는 않을게요.”민설아는 내가 그녀를 내쫓는다는 걸 알고 아무 말 없이 병실에서 나갔다.그녀는 총명한 사람이다. 내가 배인호와 그렇게 오래 얽혀 있었으니, 그녀도 눈치는 있다. 내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가 이우범인 걸 알았으니, 배인호에게 나에 대한 얘기를 하지않을 확률이 컸다.민설아가 원하는 건 배씨 집안에 시집가서 배인호와 영원히 함께하면서 전에 남겼던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다. 지금 그 자리가 비었고 둘 사이에 아이도 있으니,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멍청하지 않고서야 이때 자기에게 불리한 일을 만들 리가 없다.민설아가 가고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 간단하게 검사를 해줬다. 검사하는데 갑자기 아래쪽에 뜨거운 무언가가 왈칵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의사 선생님 얘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나는 멍해서 물었다.“선생님, 혹시 쌍둥이 만삭이면 요실금 오나요?”“그럴 수 있죠? 왜요?”의사가 물었다.“조금인가요? 저 이불에 실수한 거 같은데.”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저번에 실수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이우범은 병실 앞에 서 있었다. 검사할 때 병실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도 우물쭈물할 필요가 없었다.의사는 황급히 내 이불을 걷었다. 내 몸 아래에 흥건한 물을 보더니 다급히 말했다.“양수가 터졌어요!”‘이렇게 양수가 터졌다고?’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며칠 더 빨랐다.의사 선생님이 알려준 적 있었다. 아이가 배 속에 며칠 더 있으면 발육에 더 좋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배 속의 말썽꾸러기들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나오려고 했다.“그, 그럼 어떡해요?”나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진통이 느껴지나요?”의사가 물었다.“그냥 배가 아픈 느낌이 있나요?”“그냥 조금 아파요. 아주 조금.”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77화 나에게 캐묻다

    나는 아직도 배에 통증이 느껴졌다. 특히 칼을 댄 그쪽이 더 아팠다.“알았어요. 엄마. 일단 애들 좀 보게 안아다 줘요.”지금 내 마음속엔 두 아이밖에 없었다. 그들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존재 같았다.엄마는 그중 한 아이를 안아다 주었다.“아까 우유 조금 먹였어. 그리고 의사가 모유 수유할 수 있게 시도해야 한다고 하셨어.”“그래요, 그래요. 지금 바로 시도해 볼게요.”나는 내 옆에 누운 작은 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핑크 핑크하고 말랑말랑하니 너무 귀여웠다. 순간 모성애가 넘쳐나는 것 같았다.“엄마, 다른 애도 보고 싶어요.”나는 한쪽만 편애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른 아이도 내 침대에 놓아달라고 했다. 일인실 침대는 그나마 넓은 편이라 세 명이 동시에 누울 수 있었다.상처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배에서 통증이 전해졌다. 하지만 나는 고통을 참으며 몸을 돌려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려 했다.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엄마가 옆에서 가르쳐줬다.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큰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나는 이우범이나 의사 선생님 혹은 간호사일 줄 알았으나 내 눈앞에 나타난 건 배인호였다.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찾아왔다는 건 병원에서 엄마 아빠를 마주치거나 민설아가 알려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나는 민설아가 알려줬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아마 부모님이나 이우범이 여기 있으니 나도 이 병원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나를 찾아낸 것이었다.“나가요!”배인호를 보자마자 나는 이불을 다시 고쳐 덮고 두 아이와 훤히 드러나 있는 내 가슴을 가렸다. 엄마는 아까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걸 까먹었고 이는 정말 위험했다.배인호의 표정은 유달리 화난 표정이었고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엄마가 앞으로 다가가 막으려고 했지만, 배인호는 아주 쉽게 엄마를 밀쳐냈다.나는 지금 움직여도 크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지금 제일 허약할 때라 그저 배인호가 코앞까지 다가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배인호는 시선을 아래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78화 말썽꾸러기

    비록 나는 나의 두 아이가 너무 예뻤지만, 아이들이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되는 건 싫었다.배인호는 뭐든 다 좋았지만, 감정 면에서는 꽝이었다.“인호 씨, 당신은 지금 민설아 씨도 있고 빈이도 있고 새로운 가정도 생겼는데 이제 서로 귀찮게 구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다시 서울로 돌아갈 일은 없으니까 민설아 씨 설득해서 여기 있지 말고 빨리 서울로 올라가요.”내가 입을 열었다. 나와 배인호 사이의 일이니, 이우범만 내세워서 말할 수는 없었다.“너 말없이 떠난 거 아직 따지지도 않았어.”배인호가 매서운 눈빛으로 거의 이를 악물다시피 나를 보며 말했다.서울을 떠날 때 배인호와 인사를 하지 않은 것 맞았다. 오히려 정아와 애들한테 절대 누구와도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굳이 배인호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때는 배인호도 나와의 연락을 줄였고 매체들도 민설아가 돌아온 일에 대해 폭로하기 시작했다. 첫사랑을 신경 쓰느라 바쁜데 그를 방해하기 그랬다.“내가 말없이 떠난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우리 집 일에 대해 더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인호 씨, 그때 우리 집에서 회사 양도하는 거 정말 몰랐어요? 아니면 민설아 일 때문에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거예요?”배인호가 멈칫하더니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다소 정 없어 보이는 얇은 입술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신경 쓰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내 쪽 상황이 변한 걸 뻔히 알면서도 민설아 일을 처리하는 걸 선택했다.그때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배인호의 마음속에 나는 영원히 민설아보다 뒷전이라는 걸 말이다.민설아가 그렇게 심한 일을 저질렀어도 결국 배인호는 그녀를 거절하지 못했다.“지영 씨가 이미 알아듣게 잘 얘기한 거 같은데 이제 가 봐.”이우범이 병실 문을 열며 배인호에게 나가달라고 했다.“아마 최근에는 여기를 떠나지 않을 거야. 이 두 아이가 내 아이가 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79화 집으로 찾아오다

    #예전에 민설아는 먼저 이우범을 쫓아다니다가 배인호와 사귀게 된 거라 이우범은 민설아에게 일반 친구와는 조금 다른 존재였다.이우범이 지금 한 말은 그녀에게 조금 무겁게 여겨질 수도 있었다.“마미, 아까 그 아저씨 누구예요?”나는 빈이의 질문을 들었다.“마미와 전에 친구였어. 대디와도 아는 사이야.”민설아는 빈이에게만큼은 참 인내심 있었다. 말할 때도 항상 부드러운 걸 봐서는 아이를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다.차에 오르자마자 나는 엄마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아 아이를 품에 안았다. 정말 매 순간 그들을 안아주고 싶었다.하지만 엄마는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엄마는 창밖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진짜 이게 다 무슨 일이니. 서란이 가니 민설아가 있네. 지영아, 진짜 배인호는 깔끔하게 잘라내야 해. 배인호는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배인호가 나를 찾아오자, 부모님은 많이 불안해 보였다. 지금 그의 아이까지 낳았으니 내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배인호 옆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할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내 몸이 멀리 떠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갈 생각이었다.민설아도 아이를 데리고 외국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지내면서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했는데 나라고 안 될 건 없었다.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시도할 생각이다.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내 생각을 부모님께 털어놓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동의하지 않았다.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외국에 있으면 고생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어떨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심적으로 힘든 게 더 문제였다.만약 내가 기어코 외국으로 가겠다면 부모님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나는 마음속으로 당연히 부모님이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나는 국내에 남아있을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엄마는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었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도 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80화 독한 말

    “그때는 내가 좀 바빴어. 허지영, 너도 알고 있을 텐데.”배인호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기세등등해서 말했다.나는 앉은 채로 약간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인호의 눈이 빨개지더니 이내 충혈되었다.“나와 약속한 건 다 거짓말이야?”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계속해 물었다.“나는 네 아빠 사건을 해결하고 너는 나와 재결합해서 아이를 낳겠다고 했잖아. 근데 아무 말 없이 떠났고 낳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아이라고 하고. 도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민설아가 돌아오면서 내 가슴에 박혀 있던 가시도 점점 더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조금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배인호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나를 되돌리고 싶다고 한순간 나는 민설아와 대적할 힘이 조금 생긴 것 같았다.이우범이 내게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줘도 나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특히 민설아가 배인호 앞에 두세 번 정도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 나타난 적이 있는데 배인호는 목소리로 민설아를 알아보지 못했다.이 점이 나를 기쁘게 했다. 나는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굳이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목소리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배인호가 민설아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 배인호의 마음속에 민설아는 이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내가 너무 단순했다.민설아가 배인호와 서란의 약혼식에 아무런 숨김없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몇 초 나타난 것만으로 배인호는 나를 가차 없이 버렸다.그 순간 내 마음속의 마지막 환상도 같이 사라졌다.배인호가 아무리 마음속으로 망설여도, 나에게 미련이 남아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이미 되돌릴 수 없어요. 그냥 내가 미안한 걸로 하죠.”내가 답했다.“그렇게 간단하게?”배인호는 약간 삐뚤어진 미소를 지었다.“민설아 때문이라면 왜 민설아가 나타나기 전에 임신한 거야?”“민설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81화 나를 향한 사과

    두 아이 중 딸은 허로아, 아들은 허승현으로 이름 지었다.이름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었고 단지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지었지만, 아빠는 괜히 좋은 이름이 더 있을 거라면서 사전을 훑어보셨다. 그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막아섰다.“아저씨, 굳이 어른들의 바람대로 아이들 이름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아이들도 본인 인생이 있을 거니까요.”그 말을 듣고 아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됐어요. 집에서 그냥 있지 뭔 남정네가 그렇게 오지랖이에요? 내가 지영이랑 같이 가면 돼요.”나는 산후조리 재검사와 산후 복구를 하러 병원에 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빠도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해서 엄마가 아빠를 제지했다.나는 딸은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아들은 집에 아빠에게 맡겼다. 그렇게까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만 같았다.게다가 나와 가깝고 시설도 좋은 그 병원에는 현재 민설아가 근무 중이어서 나는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병원을 옮겼다.“엄마, 잠시 로아 좀 봐줘요. 저 들어가서 검사받고 올게요.”검사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아이를 엄마에게 맡겼다.“그래.”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받아 안은 뒤 의자에 앉아 로아와 놀아주었다.산후 검사를 다 마친 뒤, 의사 선생님은 역시나 나에게 산후 복구를 권하셨다. 비록 내 현재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필경 쌍둥이를 낳은지라 골반 밑 근육을 잘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한창 여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쯤, 의사 선생님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밥? 좋지. 오늘 쉬는 날이야?”그녀는 기쁜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이따 점심에 퇴근하고 너 찾으러 갈게. 너희 집 그분은?”“그 사람 너무 바빠서 서울로 돌아갔어. 그러니까 내가 너랑 밥 약속 잡을 수 있는 거지.”전화를 스피커로 받은지라 통화내용을 다 들을 수 있었고, 전화기 너머로는 민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하였다.이 의사 선생님과 민설아가 서로 아는 사이일 줄 미처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배인호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382화 아기가 누구랑 닮은 거지?

    “배인호 서울로 돌아갔다며? 민설아 방법이 이젠 효과가 없는 건가?”나는 현재는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전에 알고 있던 친구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너 어떻게 알았어?”정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조금 전에 내가 병원에서 산후 검사받았거든? 근데 그 의사 선생님이 민설아와 아는 사이인 거야. 그래서 민설아와 통화하는 거 듣게 됐어.”나는 솔직하게 답했다.그 말에 정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넌 대체 전생에 배인호와 어떤 깊은 악연이 있었을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배인호에 대한 각종 소식은 여전히 들리는구나.”이 부분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전생에 나와 배인호는 확실히 깊은 원한 관계가 있었다. 내가 그와 이혼하려 하지 않아 하마터면 그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걸 방해할 뻔했었다.그렇게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정아 쪽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더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집에 돌아와 보니, 승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빠는 분주하게 승현이를 달랬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나는 아빠한테서 얼른 승현이를 받아안았다. 그제야 아빠는 소파에 앉았고, 허리를 부둥켜 잡으며 많이 불편해 보였다.“아빠, 괜찮아요?”나는 걱정스러워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지금 60대이기에 몸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괜찮아. 늙으면 다 이렇지 뭐.”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이어서 말했다.“이젠 나도 늙었다. 근데 외손주, 외손녀를 보게 돼서 이번 생에 더는 별 아쉬움이 없어.”아빠는 예전에 사무실에 주로 앉아서 일했기에 허리가 별로 좋지 않으시고, 엄마는 여전히 심장이 좋지 않기에 두 분 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되었다.만약 요즘 이우범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동시에 아이 둘을 돌볼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계속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거도 좋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하여 나는 도우미 몇 분을 고용할 예정이었다. 집안일도 하며, 아이도 돌볼 수 있는 아주머니를 고용하여 엄마와 아

최신 챕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3화 영원히 함께하자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