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배에 통증이 느껴졌다. 특히 칼을 댄 그쪽이 더 아팠다.“알았어요. 엄마. 일단 애들 좀 보게 안아다 줘요.”지금 내 마음속엔 두 아이밖에 없었다. 그들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존재 같았다.엄마는 그중 한 아이를 안아다 주었다.“아까 우유 조금 먹였어. 그리고 의사가 모유 수유할 수 있게 시도해야 한다고 하셨어.”“그래요, 그래요. 지금 바로 시도해 볼게요.”나는 내 옆에 누운 작은 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핑크 핑크하고 말랑말랑하니 너무 귀여웠다. 순간 모성애가 넘쳐나는 것 같았다.“엄마, 다른 애도 보고 싶어요.”나는 한쪽만 편애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른 아이도 내 침대에 놓아달라고 했다. 일인실 침대는 그나마 넓은 편이라 세 명이 동시에 누울 수 있었다.상처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배에서 통증이 전해졌다. 하지만 나는 고통을 참으며 몸을 돌려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려 했다.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엄마가 옆에서 가르쳐줬다.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큰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나는 이우범이나 의사 선생님 혹은 간호사일 줄 알았으나 내 눈앞에 나타난 건 배인호였다.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찾아왔다는 건 병원에서 엄마 아빠를 마주치거나 민설아가 알려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나는 민설아가 알려줬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아마 부모님이나 이우범이 여기 있으니 나도 이 병원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나를 찾아낸 것이었다.“나가요!”배인호를 보자마자 나는 이불을 다시 고쳐 덮고 두 아이와 훤히 드러나 있는 내 가슴을 가렸다. 엄마는 아까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걸 까먹었고 이는 정말 위험했다.배인호의 표정은 유달리 화난 표정이었고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엄마가 앞으로 다가가 막으려고 했지만, 배인호는 아주 쉽게 엄마를 밀쳐냈다.나는 지금 움직여도 크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지금 제일 허약할 때라 그저 배인호가 코앞까지 다가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배인호는 시선을 아래로
비록 나는 나의 두 아이가 너무 예뻤지만, 아이들이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되는 건 싫었다.배인호는 뭐든 다 좋았지만, 감정 면에서는 꽝이었다.“인호 씨, 당신은 지금 민설아 씨도 있고 빈이도 있고 새로운 가정도 생겼는데 이제 서로 귀찮게 구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다시 서울로 돌아갈 일은 없으니까 민설아 씨 설득해서 여기 있지 말고 빨리 서울로 올라가요.”내가 입을 열었다. 나와 배인호 사이의 일이니, 이우범만 내세워서 말할 수는 없었다.“너 말없이 떠난 거 아직 따지지도 않았어.”배인호가 매서운 눈빛으로 거의 이를 악물다시피 나를 보며 말했다.서울을 떠날 때 배인호와 인사를 하지 않은 것 맞았다. 오히려 정아와 애들한테 절대 누구와도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굳이 배인호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때는 배인호도 나와의 연락을 줄였고 매체들도 민설아가 돌아온 일에 대해 폭로하기 시작했다. 첫사랑을 신경 쓰느라 바쁜데 그를 방해하기 그랬다.“내가 말없이 떠난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우리 집 일에 대해 더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인호 씨, 그때 우리 집에서 회사 양도하는 거 정말 몰랐어요? 아니면 민설아 일 때문에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거예요?”배인호가 멈칫하더니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다소 정 없어 보이는 얇은 입술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신경 쓰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내 쪽 상황이 변한 걸 뻔히 알면서도 민설아 일을 처리하는 걸 선택했다.그때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배인호의 마음속에 나는 영원히 민설아보다 뒷전이라는 걸 말이다.민설아가 그렇게 심한 일을 저질렀어도 결국 배인호는 그녀를 거절하지 못했다.“지영 씨가 이미 알아듣게 잘 얘기한 거 같은데 이제 가 봐.”이우범이 병실 문을 열며 배인호에게 나가달라고 했다.“아마 최근에는 여기를 떠나지 않을 거야. 이 두 아이가 내 아이가 아
#예전에 민설아는 먼저 이우범을 쫓아다니다가 배인호와 사귀게 된 거라 이우범은 민설아에게 일반 친구와는 조금 다른 존재였다.이우범이 지금 한 말은 그녀에게 조금 무겁게 여겨질 수도 있었다.“마미, 아까 그 아저씨 누구예요?”나는 빈이의 질문을 들었다.“마미와 전에 친구였어. 대디와도 아는 사이야.”민설아는 빈이에게만큼은 참 인내심 있었다. 말할 때도 항상 부드러운 걸 봐서는 아이를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다.차에 오르자마자 나는 엄마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아 아이를 품에 안았다. 정말 매 순간 그들을 안아주고 싶었다.하지만 엄마는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엄마는 창밖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진짜 이게 다 무슨 일이니. 서란이 가니 민설아가 있네. 지영아, 진짜 배인호는 깔끔하게 잘라내야 해. 배인호는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배인호가 나를 찾아오자, 부모님은 많이 불안해 보였다. 지금 그의 아이까지 낳았으니 내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배인호 옆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할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내 몸이 멀리 떠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갈 생각이었다.민설아도 아이를 데리고 외국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지내면서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했는데 나라고 안 될 건 없었다.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시도할 생각이다.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내 생각을 부모님께 털어놓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동의하지 않았다.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외국에 있으면 고생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어떨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심적으로 힘든 게 더 문제였다.만약 내가 기어코 외국으로 가겠다면 부모님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나는 마음속으로 당연히 부모님이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나는 국내에 남아있을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엄마는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었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도 비
“그때는 내가 좀 바빴어. 허지영, 너도 알고 있을 텐데.”배인호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기세등등해서 말했다.나는 앉은 채로 약간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인호의 눈이 빨개지더니 이내 충혈되었다.“나와 약속한 건 다 거짓말이야?”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계속해 물었다.“나는 네 아빠 사건을 해결하고 너는 나와 재결합해서 아이를 낳겠다고 했잖아. 근데 아무 말 없이 떠났고 낳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아이라고 하고. 도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민설아가 돌아오면서 내 가슴에 박혀 있던 가시도 점점 더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조금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배인호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나를 되돌리고 싶다고 한순간 나는 민설아와 대적할 힘이 조금 생긴 것 같았다.이우범이 내게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줘도 나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특히 민설아가 배인호 앞에 두세 번 정도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 나타난 적이 있는데 배인호는 목소리로 민설아를 알아보지 못했다.이 점이 나를 기쁘게 했다. 나는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굳이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목소리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배인호가 민설아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 배인호의 마음속에 민설아는 이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내가 너무 단순했다.민설아가 배인호와 서란의 약혼식에 아무런 숨김없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몇 초 나타난 것만으로 배인호는 나를 가차 없이 버렸다.그 순간 내 마음속의 마지막 환상도 같이 사라졌다.배인호가 아무리 마음속으로 망설여도, 나에게 미련이 남아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이미 되돌릴 수 없어요. 그냥 내가 미안한 걸로 하죠.”내가 답했다.“그렇게 간단하게?”배인호는 약간 삐뚤어진 미소를 지었다.“민설아 때문이라면 왜 민설아가 나타나기 전에 임신한 거야?”“민설아
두 아이 중 딸은 허로아, 아들은 허승현으로 이름 지었다.이름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었고 단지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지었지만, 아빠는 괜히 좋은 이름이 더 있을 거라면서 사전을 훑어보셨다. 그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막아섰다.“아저씨, 굳이 어른들의 바람대로 아이들 이름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아이들도 본인 인생이 있을 거니까요.”그 말을 듣고 아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됐어요. 집에서 그냥 있지 뭔 남정네가 그렇게 오지랖이에요? 내가 지영이랑 같이 가면 돼요.”나는 산후조리 재검사와 산후 복구를 하러 병원에 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빠도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해서 엄마가 아빠를 제지했다.나는 딸은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아들은 집에 아빠에게 맡겼다. 그렇게까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만 같았다.게다가 나와 가깝고 시설도 좋은 그 병원에는 현재 민설아가 근무 중이어서 나는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병원을 옮겼다.“엄마, 잠시 로아 좀 봐줘요. 저 들어가서 검사받고 올게요.”검사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아이를 엄마에게 맡겼다.“그래.”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받아 안은 뒤 의자에 앉아 로아와 놀아주었다.산후 검사를 다 마친 뒤, 의사 선생님은 역시나 나에게 산후 복구를 권하셨다. 비록 내 현재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필경 쌍둥이를 낳은지라 골반 밑 근육을 잘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한창 여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쯤, 의사 선생님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밥? 좋지. 오늘 쉬는 날이야?”그녀는 기쁜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이따 점심에 퇴근하고 너 찾으러 갈게. 너희 집 그분은?”“그 사람 너무 바빠서 서울로 돌아갔어. 그러니까 내가 너랑 밥 약속 잡을 수 있는 거지.”전화를 스피커로 받은지라 통화내용을 다 들을 수 있었고, 전화기 너머로는 민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하였다.이 의사 선생님과 민설아가 서로 아는 사이일 줄 미처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배인호
“배인호 서울로 돌아갔다며? 민설아 방법이 이젠 효과가 없는 건가?”나는 현재는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전에 알고 있던 친구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너 어떻게 알았어?”정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조금 전에 내가 병원에서 산후 검사받았거든? 근데 그 의사 선생님이 민설아와 아는 사이인 거야. 그래서 민설아와 통화하는 거 듣게 됐어.”나는 솔직하게 답했다.그 말에 정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넌 대체 전생에 배인호와 어떤 깊은 악연이 있었을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배인호에 대한 각종 소식은 여전히 들리는구나.”이 부분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전생에 나와 배인호는 확실히 깊은 원한 관계가 있었다. 내가 그와 이혼하려 하지 않아 하마터면 그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걸 방해할 뻔했었다.그렇게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정아 쪽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더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집에 돌아와 보니, 승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빠는 분주하게 승현이를 달랬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나는 아빠한테서 얼른 승현이를 받아안았다. 그제야 아빠는 소파에 앉았고, 허리를 부둥켜 잡으며 많이 불편해 보였다.“아빠, 괜찮아요?”나는 걱정스러워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지금 60대이기에 몸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괜찮아. 늙으면 다 이렇지 뭐.”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이어서 말했다.“이젠 나도 늙었다. 근데 외손주, 외손녀를 보게 돼서 이번 생에 더는 별 아쉬움이 없어.”아빠는 예전에 사무실에 주로 앉아서 일했기에 허리가 별로 좋지 않으시고, 엄마는 여전히 심장이 좋지 않기에 두 분 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되었다.만약 요즘 이우범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동시에 아이 둘을 돌볼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계속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거도 좋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하여 나는 도우미 몇 분을 고용할 예정이었다. 집안일도 하며, 아이도 돌볼 수 있는 아주머니를 고용하여 엄마와 아
“아직 너무 아기라 누구 닮았는지는 잘 몰라. 게다가 세상에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나는 마음속의 불안함을 억누르며, 얼굴에 애써 미소지어 보였다.그 말에 민정이도 바로 가담했다.“내 말이 그 말이야. 우리 딸도 나랑 애 아빠랑 닮지 않았어. 친할아버지네와 외가 쪽도 닮지 않고 말이야. 아마 조금 더 커야 알 것 같아.”민정이는 딸을 하나 낳았고 지금 거의 1살이다. 그런데도 민정이와 장유성과 전혀 닮지 않았다.“아 그러네. 자세히 보니까 누구랑도 안 닮은 것 같아.”박준도 그제야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알았는지 얼른 자신이 했던 말을 정정했다.나는 그냥 웃으며 이 일은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승현이가 배인호와 닮았다고 한들 또 뭐 어쩌겠는가? 나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다.이 대화 주제는 이렇게 끝나고 분위기는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모두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속으로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누구를 닮았는지의 문제는 말 그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승현이도 앞으로 빈이처럼 누가 봐도 부자라고 느낄 만큼 배인호와 닮아가면 어떡하지?그때 가서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점심시간쯤, 엄마와 아빠는 한 상 가득한 요리를 준비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내 기분도 점점 괜찮아졌고, 잠깐은 그 근심거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밥을 먹고 난 뒤, 우리는 티타임을 가졌고, 애들은 애들끼리 놀게 내버려 두었다.이때 노성민에게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발신자표시를 한번 보더니 바로 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 눈빛은 왠지 모르게 나를 불안하게 하였다.그는 핸드폰을 들고 밖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내용은 들을 수 없었지만, 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는 바로 들어오는 게 아닌, 정원 문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서 있었다.“아 나 안 되겠어!”한참 뒤 노성민이 다급하게 들어왔다.“지영 씨, 화장실 어딨어요? 나 조금 전 많이 마셨나 봐요!”나는 화장실 방향을 가리켰고, 그는 부리나케 화장실
나는 그 두 사람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시선을 거두었다. 게다가 더욱이 복잡한 일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안녕하세요. 저는 민설아라고 해요.”민설아가 먼저 적극적으로 모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인호 씨와 모두 친구인 것 같은데 저는 오늘 정식으로 처음 뵙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밥 한 끼 살게요.”그 말에 정아는 콧방귀를 뀌었다.“누가 배인호 친구예요? 저희는 지영이 친구인데요!”민정이도 그 말에 합세했다.“그러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 말이나 하지 마세요.”그 말을 들은 민설아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게 답했다.“노성민 씨 와이프분 되시잖아요? 노성민 씨가 인호 씨와 친구 사이면 다 같은 거 아닌가요? 모두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집안 자녀라 인호 씨네 회사와도 협업할 거고요. 사적인 친구는 아니라고 해도 비즈니스 친구라고는 할 수 있잖아요.”민설아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고, 그 말에 정아도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민설아는 이성적이고, 사로가 명확하고 차분하여 다른 사람의 언행에 절대 감정 기복이 있는 스타일이 아녔다.이때, 노성민이 그제야 찾은 물건을 가져왔고, 그 물건은 도장이었다. 그는 그 물건을 배인호에게 건네준 뒤, 민설아에게도 예의상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민설아도 노성민을 향해 미소로 화답했지만, 노성민은 더는 거기에 화답할 수 없었다. 그러는 순간 아마 정아에게 한 절반은 맞아 죽을 테니 말이다.“그럼 먼저 가볼게요.”배인호가 몸을 돌리며 가는 걸 보고, 민설아도 웃으며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우리는 그 누구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눈으로만 그들이 걸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친구들은 걱정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조금 전 민설아와 배인호의 출현은 나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그렇게 큰 영향은 아녔다.“엄마, 이젠 로아 저주세요.”내 품 안에 있던 승현이는 이미 잠이 들었고 나는 승현이를 방에 데려가 눕혔다. 그리고 다시 엄마한테서 로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