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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이우범을 부려 먹다

“우범 씨, 사실 우범 씨가 이 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인호 씨가 나를 찾지 않은 이상, 그리고 내가 아이를 가진 걸 알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나는 이우범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이를 가진 사실을 배인호가 알까 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일 때문에 다시 이우범과 엮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우범이 되물었다.

“인호가 사람을 찾아내는 능력이 얼마나 센지 알잖아요.”

그건 확실히 알고 있다. 찾고 싶은 사람이나 증거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내는 게 배인호다. 하지만 지금 민설아가 옆에 있으니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일단 이 일은 이렇게 해요. 우범 씨는 엄마와 약속한 부분만 해내면 돼요. 내 일에 대해서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범 씨를 탓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나는 이우범의 뜻대로 따를 생각이 없었다. 이 제안은 나 자신도 이상하게 느껴졌고 이우범에게도 좋지 않았다.

전에 이우범과 커플로 지내려 했지만 결과는 뻔했고 결국 좋게 끝나지 못했다. 그걸 지금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그래요. 이건 그냥 제안일 뿐 억지로 받아들이라는 건 아니에요. 만약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최근에는 계속 이쪽에 있을 거예요.”

이우범은 나의 거절로 딱히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다. 그저 부드럽게 내게 말할 뿐이었다.

나는 그가 필요한 날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그때가 되면 나는 또 배인호와 이우범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것이고 그러면 아이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

이우범이 떠난 후 나는 아예 잠에서 깼다. 블랙 리스트에 넣어둔 전화번호를 가끔 훑어봤다. 전에 차단했던 배인호의 전화번호도 같이 들어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메일함을 열었다. 안에 그 전화번호로 온 메시지를 발견했다.

「어디야?」

「만나서 얘기 좀 해.」

나는 메시지를 한동안 확인하지 않았다. 연락이 온 것도 정아와 애들이었고 거의 카톡으로 연락하다 보니 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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