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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유도하다

이우범은 내가 그와 같이 나가서 산책하겠다고 해서 아주 기쁜 듯 보였다.

엄마는 집을 보는 안목이 꽤 좋은 편이다. 이 일대는 전부 오션뷰였고 주변에 관광지도 있어서 가끔 여행객들이 와서 놀고 가곤 했다.

점심이 갓 지난 때라 햇볕이 따듯했다. 서울의 겨울과 비기면 아주 따듯했다. 일부러 이곳으로 와서 겨울을 나는 사람도 있었다.

바닷가에는 많은 사람이 모래를 놀고 있었다. 애들이 달아 다니면서 듣기 좋게 깔깔 웃었고 그 장면이 매우 벅적벅적했다.

나는 긴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편안한 심정으로 눈앞의 풍경을 바라봤다.

“저쪽에 간식거리 파네요. 가서 하나 사 올게요.”

간식을 파는 노점상을 발견하자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 오려고 했다.

하지만 이우범이 나를 말렸다.

“기다려요. 내가 가서 사 올게요. 줄을 길게 서서 좀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

맞는 말이긴 했다. 배가 많이 불러와 오래 서 있으면 좀 불편했고 그러다 부딪히기라도 하면 일이 더 시끄러워진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이우범이 줄을 서서 간식을 사는 사이 나는 많이 커진 배를 이끌고 공용 화장실로 향했다. 임신하니 화장실에 자주 가야 했고 다리를 굽히는 것도 힘들어서 비데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 공용 화장실엔 비대가 없었고 나는 아쉬운 대로 그냥 있는 걸 쓰려고 했다.

어렵게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빈아, 나가서 대디 찾아. 여기 여자 화장실이라 남자애는 들어오면 안 돼.”

“마미, 엄마는 저 사람이 대디라고 하는데 저 사람은 왜 나더러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해요?”

빈이는 유창한 영어로 되물었다. 말투는 의문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멈칫했다. 여기로 이사 와서까지 민설아 모자를 마주친다는 게 이상했다.

순간 나는 문을 열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안에서 잠깐 기다렸다. 아니면 민설아가 나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될 텐데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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