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4화 밥을 챙겨주다니

“그래요, 갑시다.”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 데려다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우범은 현재 병원에서 마련해준 기숙사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내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에둘러 가다 보니 반 시간은 더 걸렸다.

그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길에서 둘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내 기분도 별로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파트 밑에 도착했지만, 그는 바로 올라가지 않았고 오히려 나에게 물었다.

“지영 씨, 만약 배인호가 당신이 생각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다시 받아줄 거예요?”

이 질문은 배인호가 했던 질문과 많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요. 이미 받은 상처가 많아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더 아플 거예요.”

이우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건 맞아요. 근데 만약 다 오해였다면 그래서 지영 씨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나는 응원할 거예요.”

“응원한다고요?”

그의 말에 내가 멈칫했다.

‘나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내가 다시 돌아간다 해도 응원한다고?’

이우범이 웃으며 말했다.

“네. 근데 그전까지는 계속 쫓아다닐 거예요. 지영 씨가 자기 마음 확인할 때까지요.”

이렇게 말하고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창문 너머로 이우범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조금 멍하니 있었다.

‘이우범이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인가?’

저번 생에 이우범은 서란을 위해서라면 배인호한테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20, 30년 되는 우정도 사라졌지만 전혀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나는 서란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혈투를 벌이는 건 원하지 않았다.

오늘 밤도 머리가 복잡했고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뒤죽박죽 섞여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튿날 휴가를 냈다. 이대로는 도저히 출근이 어려웠다.

허성재는 이런 면에서 나한테 무척 관대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성장일 뿐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