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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말할 수 없는 고충

배인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의 현명함이라면 서란의 일에서 이렇게 흐리멍덩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다.

나한테 시간을 주면 서란을 정리하겠다고 하고서는 계속 흐지부지 넘기려 했다.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일부는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모르는 일도 있다고.”

배인호의 얼굴에 먹구름이 한 층 끼어 있었다. 마치 풀리지 않은 실타래를 쥐고 있는 것처럼 거기에 얽매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럼, 그게 뭔지 알려줘요!”

내 목소리가 선명하게 커졌다.

“알려주면 오해가 다 풀리는 거 아니에요?”

배인호의 입을 뗐다가 다시 닫더니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차갑게 웃고는 말했다.

“허, 인호 씨, 서란을 정리한다고 전에 나한테 말했던 게 이렇게 정리하는 거였어요? 행사장에서 처음 만난 뒤로 서란이 먼저 연락한 거 나한테도 그렇고 외부에도 알린 적 없어요. 서란이 상처받을까 봐 불륜이라는 죄명을 혼자서 다 떠안겠다는 거잖아요.”

“당신이 먼저 서란에게 반해서 이성을 잃고 억지로라도 가지려고 잘 만나고 있는 사람한테 헤어지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내가 오해하더라도 당신은 괜찮았던 거죠?”

내가 계속 몰아붙였다.

“그러고 이혼까지 했는데 왜 다시 못살게 구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진짜 내가 알던 그 배인호 맞아요?”

나는 가끔 이런 생각까지 했다. 내가 환생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이 배인호에게 빙의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까딱하면 그는 배인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영혼에 점령당했을 수도 있다.

배인호가 이를 꽉 깨물었다. 나는 그의 턱선이 움직이는 걸 보았다.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서란의 그 가식으로 뒤덮인 얼굴을 보면서 바비큐를 먹자니 너무 역겨웠다.

손을 닦고 가려는데 서란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서란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훑어보았다.

“지영 언니, 오늘 일 인호 씨는 모르는 일이에요. 제가 오자고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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