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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쓰러지다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0-31 19:00:00
무거운 마음으로 허성재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하루 종일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퇴근 후 바로 회사를 떠나 집으로 향했다.

이우범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범 씨가 웬일로?”

내가 의아해서 물었다.

“서란 심장병 때문에 입원한 거 알고 있어요?”

이우범이 되려 나한테 물었다.

“네, 근데 자세히는 몰라요.”

내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잘 알아요. 올라가서 얘기해요.”

그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바로 이우범을 끌고 집으로 올라갔다. 문을 여는데 맞은편 문이 열렸다. 우지훈이 쓰레기봉투를 들고나오다가 나와 이우범을 보고는 티 나게 멈칫했다.

“우범아, 너 지영 씨랑...”

우지훈이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지영 씨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

이우범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도 우지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우범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소파에 앉자, 이우범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서란이 현재 입원해 있는 병원, 같은 의사 친구가 그 병원 심장외과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서란 얘기를 하더라고.”

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서란이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데 심장 이식이 필요하대.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조금 안정되면 독일에 있는 병원에 가서 장기 이식받을 수도 있고 인공 심장 선택할 수도 있대.”

머리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가짜 같았다.

서란이 갑자기 이렇게 심한 심장병에 걸리다니, 배인호의 말 못 할 사정이라는 게 이건가?

아닐 것이다. 서란의 심장병이 배인호 때문에 걸린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면 그는 진짜 서란을 많이 사랑해서 무슨 일 생길까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순간 눈앞이 까매지면서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눈이 보였다 안 보이기를 반복했고 이우범의 목소리도 멀리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지영 씨, 괜찮아요?”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임신한 지 14주 차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요. HCG 수치도 낮고 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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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거 아니에요, 업무 스트레스 때문인가 봐요. 얘기들 나누세요.”나는 태연하게 답하고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이어서 저녁 준비를 했고, 입맛이 없는지라 아주 간단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이제 막 저녁을 먹으려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문 앞에 다가가 인터폰을 보니 우지훈이었다. 만약 서란과 유정이었다면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 했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우지훈이라 그냥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지영씨, 저희 쪽에 와서 같이 먹지 않을래요?”문을 여니 우지훈이 미소를 띠며 나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이미 먹기 시작했거든요. 고마워요.”나는 정중히 그를 거절했다.“같이 먹어요. 원래는 인호가 저녁에 올 줄 알고 요리를 많이 준비했는데, 일 때문에 못 온다네요. 그 많은 요리를 낭비하기도 아깝고.”우지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는 낭비 좀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아니면——”“지훈 오빠, 저 여자는 왜 불러요? 그냥 우리끼리 먹어요, 괜히 밥맛 떨어지네.”유정이가 문 앞에 나타나더니, 경멸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참고, 담담하게 이 못난 광대를 바라봤다.“유정아, 지영 언니 몸도 안 좋은데 그렇게 말하지 마.”서란이 유정을 막아 나서며 착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유정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란아, 저 여자 생각해서 말하지 마. 몸이 안 좋으면 뭐? 심장 안 좋은 것보다 더 심각하게? 저 여자가 너 화나게 해서 입원도 시켰는데, 저 여자 편들어서 뭐 해!”유정의 말을 들은 우지훈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서란의 심장병 발작이 지영씨랑 뭔 상관이야?”“당연히 상관있죠. 저 여자가 란이를 자극해서 심장 발작을 일으킨 건데 왜 상관이 없어요? 란이 평소에는 침착하고 화도 잘 안 내요. 그런 애가 갑자기 이렇게 될 수는 없죠.”유정은 흥분해서 말했다.나를 바라보던 우지훈의 표정은 의문 가득함에서 약간의 비난 섞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몇 마디 말로 나에 대한 인상이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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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이젠 알겠죠? 배인호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란 걸요.”그녀의 얼굴은 더는 창백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운 넘치는 모습이었다.“이번에도 저 걱정한다고 바로 독일에 수술 일정 잡으러 갔어요. 당연히 모든 비용은 인호 씨가 지급하는 거고, 저와 같이 갈 거예요.”“그래서?”나는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자랑하는 그녀가 이해 가지 않았다.만약 배인호가 이혼을 제안했고, 내가 그것을 받아들인 상황이었다면, 이 자랑이 나한테 먹힐 건데,현실은 내가 배인호를 찼고, 그가 누구와 함께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그런데 서란은 왜 아직도 나한테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걸까?“그래서 언니가 제 행복을 깰 수 없게 만들 거예요.”서란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고, 그녀는 약병을 올려다보았다.“지금, 태아 보호 중이에요?”그 순간 나는 강한 불안함을 느꼈다. 때마침 내 간병인은 과일 사러 나갔고, 이우범도 퇴근 후에야 나를 보러 올 수 있었다.전에는 내 임신 사실을 서란이 알고 있는지 확실치 않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보고 묻는 듯했다. 솔직히 이런 거 알아내는 것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나는 두말없이 손을 뻗어 벨을 누르려 했다.서란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내 손을 내쳤고,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내 어깨와 허리에 손을 얹었다.그다음 나는 그녀에게 밀려 침대에서 떨어졌고,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하반신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그렇게 지키고 싶어 하던 아이, 못 지키게 됐네요!”서란은 바닥에 웅크려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뒤이어 유정이가 상황을 확인하러 문을 열고 들어왔고, 서란은 이미 휠체어에 다시 앉은 채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유정아, 지영 언니가 갑자기 침대에 떨어졌어. 빨리 의사 선생님 좀 불러줘. 나, 나 심장이 너무 아파...”“뭐? 또 아프다고? 얼른 가서 의사 선생님 부를게!”유정이는 아예 나는 신경도 안 썼고, 서란을 데리고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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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 내 친구들에게는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노성민한테 절대 알려주지 말라고 이우범에게 당부했으며, 그녀들도 아직 이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게다가 정아는 아직 임신 중이므로, 나는 그녀가 큰 충격을 받는 걸 원치 않았다.나와 이우범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쯤 간호사가 들어와 링거를 놔주었고, 문이 열리면서 그 사이로 배인호의 모습이 보였다.그는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왔지만 내 부모님은 그를 들여보내지 않았고, 나도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간호사가 나간 후, 나는 이우범에게 물었다.“서란은 어떻게 됐대요?”“상황은 안정됐대요. 근데 당분간 독일에 갈 수 없어 아마 한동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네요.”이우범이 답했다.나는 머리를 끄덕였고, 일부 계획은 한국에 돌아간 후 다시 말하려고 더는 말 하지 않았다.이튿날 나는 퇴원 절차를 밟고 엄마 아빠와 같이 귀국했다. 퇴사 문제와 내가 살았던 집은 허성재가 나 대신 처리해 줄 것이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우범한테서 문자 한 통이 왔다.「저도 조만간 귀국할 거니까 먼저 가서 기다려요.」내가 답했다.「그래요.」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였다. 엄마는 부랴부랴 요리하기 시작했고, 아빠는 나와 같이 TV를 시청했다.아무리 웃긴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나는 전혀 웃기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가 있었다.잠시 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정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정아야, 혹시 아는 언론사 기자님 있으면 나 연락처 좀 알려줘.」정아는 내가 뭘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기자님의 연락처를 나에게 알려줬다. 기자님의 이름은 이훈이다. 그는 각종 연예계 뉴스나 사회 뉴스를 좋아했고, 전에 배인호의 수많은 스캔들 기사도 모두 그가 쓴 것이다.나는 기자님에게 배인호에 대해 폭로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서란의 심장이 안 좋다고 하니, 때마침 제대로 자극을 주고 싶었다.한참을 이야기 후, 나는 녹음본 하나를 이훈에게 전송했고, 그건 서란이 내 병실에 왔을 때 녹음한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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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144화 서란이 날 보자고 했다

    그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본인 아이는 사랑할 것이다.나는 그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그한테 모든 사실을 말해주려 했지만, 결국은 말해주지 않았다. 만약 서란만 없었더라면 그 아이는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나는 다른 이유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받아들일 수 있어도, 서란이 밀어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너 10년 동안 나 사랑했다며? 근데 왜 내가 너 좋아하게 됐다고 했을 때 단호하게 이혼을 선택했어? 내가 뭘 해볼 기회라도 안 줬잖아. 내가 사람을 죽이기라도 했어? 아니면 불이라도 질렀어?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 건데!?”배인호는 빨개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배인호에게 말했다.“그렇게 아이를 사랑하면 서란한테 따져야죠, 걔가 죽인 건데.”배인호의 눈빛은 앞서 모습과 달라졌고, 목소리도 차분해졌다.“반년 뒤에, 만약 그때 가서 걔가 한 게 확실해지면 나 서란 가만 안 둘 거야.”“반년? 왜 반년을 기다려야 하죠?”나는 그가 시간을 또 미룬다고 생각했다.배인호는 눈을 감았다 뜨면서 나를 바라봤고, 그 까만 눈동자 안의 분노는 조금은 사라진 듯했다.“걔 지금 일단 치료받아야 해. 상황 지켜보다가 수술 일정 잡고, 2차 이식 끝나면 서란과 나 각자 갈 길 가는 거야.”나는 이 문제의 포인트가 서란의 수술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뭔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서란 걱정한다는 거네요? 이런 원인 때문이라면 굳이 말 안 해줘도 돼요. 저도 바보가 아니니까.”나는 그저 웃길 뿐이었다. 이런 이유를 굳이 나한테 말해줄 필요가 있을까?“나 못 믿어?”배인호의 빨갛던 눈은 조금은 차분해졌지만, 아직도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그럼 왜 수술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말해줘요.”나는 계속해서 물었다.배인호가 말해주려던 찰나, 그의 전화가 울렸고, 힐끗 보니 서란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할 수 없이 일단 전화를 받았고, 전화에서 뭐라고 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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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에 구조된 사람이 잠에서 깬 뒤 이렇게 급하게 해명하는 걸 보면, 내가 봤을 땐 분명 찔리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 눈에는 그녀가 안타까워 보일 것이다.서란은 나한테 그녀가 그날 일부러 날 구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녹음본과 그날 병실에서의 녹음본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이 해명을 듣고 있는 나는 그냥 웃길 뿐이었다.“얘 일부러 한 거 아니야.”배인호는 결국은 서란을 믿기로 했고, 까만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일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냥 끝내자.”“그래요? 내가 못 끝내겠다면요?”내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었고, 목소리에서도 그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나도 배인호를 쳐다보며 말했다.“이혼했으면 우리 각자 갈 길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난 당신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알고 싶지 않아요. 근데 왜 자꾸 제 앞에 나타나는 거죠?”배인호의 표정은 조금 차가워졌고,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서란은 내가 곁눈질로 그녀를 한번 쳐다본 걸 알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지영 언니, 제가 일부러 언니를 귀찮게 하려던 건 절대 아니에요. 게다가 인호 씨도 언니한테 아직 감정이 남아있고, 언니와 재결합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인호 씨가 저에 대한 감정은 그냥 제가 불쌍해서 걱정해 주는 것뿐이고요...”나와 재결합 할 거라고? 웃기시네, 이게 지금 나랑 재결합하려는 태도인 건가?“우리 나가서 얘기 좀 해!”배인호는 갑자기 내 팔을 잡으며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내 힘은 그보다 약하기에 할 수 없이 그를 따라 밖에 나왔다.밖에 나가는 길에도 배인호는 말 한마디 없었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주차장에 내려왔다. 그의 명의로 된 마이바흐가 때마침 그 앞에 멈춰져 있었고, 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차에서 얘기해.”“뭘 더 얘기해요?”나는 그를 거절했다.“허지영, 너 지금 내가 서란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이렇게 화내는 거야?”배인호는 차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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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도착했을 때쯤 정아는 입원 병동 여기저기서 사람을 찾고 있었고, 의사와 간호사들은 차마 서란이 어디 있는지 말할 수 없었다.노성민은 그 옆에서 애원하듯 그녀를 달랬다.“정아야, 너 이러다 다쳐! 우리 그냥 집에 가자, 응?”내가 온 것을 본 노성민은 생명선이라도 찾은 듯 냅다 손을 흔들었다.“여기요, 여기!”나는 달려가서 정아의 손목을 잡았다.“정아야, 이 늦은 시간에 병원에는 왜 왔어?”나를 보는 정아의 눈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지영아, 내가 너 대신 그 미친년 교육 좀 하려고. 오늘 사과 영상이랍시고 개소리 지껄이던데 보는 내내 역겹더라 진짜!”“그래그래, 일단 화 좀 풀고 노성민 따라서 집에 들어가. 나도 서란 그 일에 대해서는 다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나는 정아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임신한 배를 바라봤다. 그 배를 보는 순간 나는 유산된 내 아이가 생각나면서 가슴이 아파 났다.정아는 끝까지 집에 가려 하지 않았고, 내가 한참을 설득 끝에야 계단 쪽에 가서 앉더니 짜증 섞인 말투로 노성민을 불렀다.“나 망고스틴 먹고 싶어!!”“그래, 금방 갔다 올게, 여기서 기다려!”노성민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바로 망고스틴 사러 갔다.노성민이 떠난 뒤 나는 정아와 함께 앉아서 기다렸다. 정아는 한참을 걸어 다닌 지라 그녀의 체력도 바닥이 난 듯 했다.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고, 마음 한편으로 따뜻함을 느꼈다. 비록 나는 외동딸이지만, 나한테는 정아, 민정이, 세희가 있어 마치 친자매가 있는 듯 든든했다.정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영아, 너 너무 어리석은 거 아니야? 임신했으면 배인호한테 말하지, 서란 그년이 편안하게 살게 내버려 두려 했어?”“원래는 배인호랑 다시 엮이지 않으려고 아이 혼자 키우려고 마음 먹었거든, 근데 생각지 못하게... 그리고 처음에는 임신한 사실도 모른 채 감기약이나 진통제도 먹었어. 의사 선생님도 미리 나한테 아기가 건강할지 장담 못 한다고 했고...”나는 쓴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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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서 받았어?”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고, 또렷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받았어요. 이건 뭔 뜻이죠”내가 물었다.“그 계약서를 우리 부모님께도 보여줬고, 별다를 의견 없다고 하셨어. 내가 너한테 빚진거라 생각해.”배인호가 답했다.“건강상의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내가 널 보상해 줄 방법이 없어. 경제적 피해는 최대한 네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게.”배인호는 그와 관계가 있는 그 어떤 여자에게도 경제적으로 빚진 적이 없었고, 심지어 관계가 전혀 확실치 않은, 즉 그와 스캔들이 난 여자 연예인들한테도 똑같았다.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뒤처진 적 없었다.나는 당연히 서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서명을 하는 순간, 내가 그들한테 받은 상처는 이미 다 보상을 받은 것 같았고, 그들에게 다시는 그런 얘기를 꺼내면 안 될 것만 같았다.“생각해 볼게요. 후회 안 하죠?”나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되물었다.“응, 후회될 게 뭐 있어? 서명하면 전화해, 가지러 갈게.”말을 마친 뒤 배인호는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아빠가 돌아오셨다.아빠는 내 손의 계약서를 보면서 그게 뭔지 물으셨고, 나는 대체로 아빠에게 설명해 드렸다.배인호의 이름만 나오면 아빠의 얼굴색은 어두워지셨고, 그는 그 협의서를 한번 보더니 콧방귀를 끼셨다.“흥, 그래도 이 부분은 통 크네. 근데 이런 부분 빼고 나머지 부분은 사람 됨됨이가 덜됐어.”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지영아, 이건 네가 결정해. 우리는 널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능력도 되고, 네가 나중에 재혼해서 데릴사위를 데리고 와도, 나와 네 엄마는 모두 부양할 수 있어.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존엄과 체면이야, 네가 이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거고, 이 돈을 받지 않는다 해도 그건 자존심 문제인 거라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아빠는 격앙돼서 말했다.아빠는 자존심과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게다가 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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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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