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6화 치킨 한 마리 뺏기

내가 먼저 영상통화를 걸었고 기선우는 빨리 받았다.

몇 달 사이에 해맑기만 하던 남자애가 성숙해진 듯 보였다. 머리는 짧게 잘랐고 회색 때 탄 재킷을 입고 있었다.

선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혔다.

“누나, 막 퇴근해서 옷이 좀 더러워요. 인턴 기간이라 매일 공사장에서 인부들이랑 먹고 자고 하다 보니 이럴 수밖에 없네요. 꺼리지 마세요.”

“꺼릴 게 뭐가 있어?”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리네. 깔끔하고 보기 좋다.”

“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것보다 머리가 길면 일할 때 불편해서요.”

기선우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일 갓 시작했을 때 옷차림이 일하러 온 것 같지 않다고 놀렸었거든요.”

기선우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이것저것 말하다가 그가 물었다.

“누나, 언제 귀국해요? 월급 나오면 조금은 집에 보내고 조금은 누나랑 밥 먹으려고 남겨뒀거든요. 아니면 작은 선물이라도 해드리고 싶어서요. 아직 너무 비싼 건 못 사드려요.”

“아니야. 네가 번 돈은 일단 모아 둬. 가족들 쓸 수도 있고 결혼 때 보탤 수도 있는데 일단은 허투루 쓰지 말고 모아.”

내심 감동스러우면서도 미안했다.

“매달 조금씩 모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인턴 기간이라 얼마 안 되지만.”

기선우가 대답했다.

“어느 회사서 일해?”

내가 물었다.

“작은 부동산 회사에서 일해요. 아직은 공사장 뛰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승진해야죠.”

기선우가 가볍게 대답했다. 그는 늘 낙천적이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의 이런 마음가짐이 좋았다.

최근에 귀국한다 해도 아마 4월쯤일 것이고 곧이었다. 나는 기선우와 귀국하면 같이 밥 먹자고 약속을 잡았고 서란에 대해서도 직접 보고 물어보려고 했다.

기선우는 많이 기뻐하는 듯 보였고 말투도 흥분에 가득 차 있었다.

“네! 그래요! 기다릴게요!”

“그래, 그때 보자.”

내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는 다시 집을 나섰다. 낮에 너무 오래 자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아 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