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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래서 너 아직도 못 믿는 거야?”

안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만약 정말 안 믿으면 그러면 그냥 출국했다고 생각해.”

안나가 하예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믿게 하고 싶었지만, 원준은 이 모든 것이 안나와 하예가 짠 판이라고 생각했다.

“허안나, 너 지금 거짓말하는 거지?”

“응, 내가 그냥 거짓말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안 믿을 거잖아.”

안나는 더 이상 설명하기 싫었다. 하예의 일로 뒤처리하느라 힘들어서 임신 때문에 동글했던 얼굴이 갸름해졌다.

안나가 가려고 하자, 원준이 안나의 손목을 잡았다.

“이거 놔!”

“안 돼. 송하예 일 제대로 얘기 안 해주면 가려고 하지 마!”

원준이 목소리가 떨렸고 호흡도 가빠졌다.

“나 말할 건 다 말했어. 너 남은 인생 송하예 볼 생각도 하지 마, 겁쟁이 자식!”

“너 이렇게 말하고 입 다물지 마, 송하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 다 얘기했어.”

안나는 힘겹게 원준의 손을 떼내고 물티슈를 꺼내 원준이 만졌던 부분을 닦았다.

“서원준, 나쁜 자식. 너희 엄마, 아빠가 전부터 감정이 안 좋은 줄 알면서 가정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어? 너희 아버지께서 재혼한 게 하예랑 무슨 상관인데? 아버지를 탓하지는 못하면서 하예만 뭐라고 했잖아. 하예가 전생에 너한테 뭐 빚진 거라도 있어? 너 같은 걸 좋아한 하예가 무슨 죄야?”

안나의 말은 점차 빨라졌고 점점 듣기 거북한 말이 나왔다. 그러나 안나는 말하다가 울기 시작했다.

“서원준, 다 너 때문이야!”

안나가 간 뒤, 원준은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에 원준은 정신을 차렸다.

하예는 순서에 따라 원준과 유미의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목사가 유미를 한평생 사랑할 거냐는 질문에 원준은 세 번째에서야 쉰 목소리로 그럴 거라고 대답했다.

원준의 대답에 하예는 자신의 몸이 더욱 투명해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곧 이 세상을 떠날 것 같았다.

그날 밤, 원준은 혼자 서재에서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다. 갑자기 무엇인가 떠오른 듯 서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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