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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말을 마친 안나는 원준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다급히 방에 들어가 우는 아이를 달랬다.

그러나 하예와 안나의 예상 밖으로 원준도 따라서 들어간 것이다.

원준은 안나 품속에 있는 아이를 보고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예쁘게 생겼네, 이름 지었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 송하예에 대한 건 안 알려줄 거니까!”

안나는 원준에 대해 경각심을 세웠다.

“요 몇 달 너 송하예 보러 가지도 않았잖아. 넌 걔가 너 원망할 거라고 생각 안 해?”

원준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

“송하예 어디다 묻었어? 당장 얘기해.”

잔잔했던 분위기가 원준의 고함에 급격히 공포스러워졌다.

안나 품속에 안겨있던 아기가 무엇을 감지한 듯 울기 시작했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원준은 정신을 차리고 사과했다.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난 그냥 송하예 보러 가고 싶어서.”

원준은 귀여운 아기를 안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안나가 불안한 듯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결국 안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준에게 다 알려주었다.

안나가 원준을 데리고 하예가 묻힌 곳으로 왔을 때, 땅에는 이미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다.

하예가 좋아하는 장미였다.

하늘에서 갑자기 작은 비가 내려 조금 춥고 스산해 보였다.

원준은 무릎을 꿇고 무덤 앞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

“하예가 정말 아무 말도 안 남겼어?”

“몇 번 물어보는 거야? 하예가 너 보고 더 이상 하예 미워하지 말래. 너 할 수 있겠어?”

“나 할 수 없어. 어떡해?”

원준은 한평생 자신과 함께하겠다던 여자가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으면 가서 죽던가!”

안나는 심한 말을 하려다가 삼켜버렸다.

“하예가 너 쫓아다닐 때 너 어떻게 행동했어? 하예가 자존심 다 버리고 했을 때, 넌 어떻게 하예한테 행동했는데? 하예를 비웃었던 것도 너고, 지금 후회하는 사람도 너야. 송하예 돌아오게 하고 싶으면 죽어서 갚아!”

안나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다 뱉었다.

원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안나는 미쳐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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