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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하예는요? 오빠가 결혼하는데, 안 와요?”

원준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 앞에서 숨길 줄 아는 사람이다.

서은택 앞에서는 오빠 역할 잘하는 원준이었고 김설아 앞에서는 착한 큰아들이었다.

“하예? 걔는 내 메시지 답장도 안 해. 출국한다고 얘기도 없고, 통화도 안 하고.”

김설아는 하예를 무척 걱정해 보였지만, 원준의 결혼식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말을 바꿨다.

“안나가 하예 요즘 엄청나게 바쁘댔어. 교수님한테서 프로젝트 하나 맡아서 하느라고.”

김설아가 웃는 모습을 보고 하예도 같이 웃었다.

하예는 이 거짓말이 얼마나 더 유지될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길 바랐다.

“그래요? 하예 보고 와서 좀 도와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제 메시지도 답장을 안 해서요.”

원준의 말투에는 실망이 담겨 있었다.

김설아는 어렵게 쌓인 감정이 이렇게 깨질까 봐 다급히 하예를 위해 말했다.

“얘는 독립적인 애라 그래. 너 너무 화내진 마.”

“알겠어요.”

원준은 예의 격식 차리며 대답한 듯 보이지만 사실 다 거짓말이었다.

하예가 원준을 따라 이렇게 여러 날 다녔는데, 한 번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비록 하예가 답장을 보내지 않을 거지만 말이다.

원준은 대충 대답하고 이층에 올라가 손님을 보았다. 이때 그의 눈에서 갑자기 빛이 났다.

하예는 원준이 바라보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배가 나온 안나가 있었다.

“네가 임신한 거야? 송하예가 아니고?”

“무슨 소리야?”

안나는 그런 원준을 노려보았다.

“송하예는? 걔 출국했다면서 넌 왜 같이 안 갔는데?”

“하예?”

안나는 미소를 지으며 점차 원준의 의도를 알았다.

“서원준, 너 다시는 송하예 못 보니까 속이 시원해?”

“난 걔가 나한테서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넌 이런 말로 날 자극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까 너랑 하예가 같이 놀지, 다 상간녀 딸이니까!”

원준은 또다시 오른손을 조물조물했다.

“난 그저 걔가 또 갑자기 돌아와서 내 결혼식 망칠까 봐 그래.”

“걱정하지 마, 하예 안 올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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