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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

하예는 코를 한번 만져보고는 익숙한 듯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닦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심해서 그런지 아무리 막아도 멈추지 않았다.

“몸에 열나서 그래? 이렇게 나이 먹고도 아직도 자기 몸 제대로 못 챙기냐?”

원준은 하예의 손에 들었던 휴지를 가져다가 세심하게 하예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원준의 세심한 모습에 하예는 의아했다.

하예의 눈은 깊이 들어가 있었고 창백한 낯빛에 두꺼운 패딩에 피 묻은 얼굴까지, 이런 그녀지만 원준의 챙김을 받은 것이다.

원준은 항상 이렇게 차가웠다가 따듯했다. 하예가 포기하려고 하면 따듯하게 대해줘서 그녀가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됐어, 다음에는 나 좀 기 살려줘!”

원준은 결혼식 때도 하예가 패딩을 입고 올까 봐 시름이 안 놓인다는 듯 재차 강조했다.

말을 마친 원준이 그 자리를 떠났다.

하예는 멀어져가는 원준의 뒷모습을 보고 자신의 병을 알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날 동안 하예는 원준과 함께이고 싶었다.

하예는 높은 소리로 원준을 불렀다.

“서원준!”

원준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예는 유미가 원준의 팔짱을 끼고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용기가 사라졌다.

“뭐 중요한 일이라도?”

“아니야,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나 얼마나 오랫동안 원준을 자세히 보지 못했지?’

원준은 예전의 원준이 아니다. 예전의 순수함이 사라졌다.

“왜? 앞으로 나랑 연락 안 하게? 너희 엄마랑 네가 나한테 빚진 거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걸?”

‘이번 생에 다 못 갚으면 다음 생에 계속 갚지, 뭐.’

시야가 희미해졌지만, 하예는 원준이 오른손을 조물조물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원준이 거짓말을 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하예는 원준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하예는 원준이 곧 결혼하니까 자신의 병 때문에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예는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병실의 침대에서 보냈다. 원래 혼자 조용히 죽으려고 했는데, 안나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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