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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원준이 내가 그렇게 죽었으면 하는데, 마지막으로 서프라이즈 해주지 뭐.’

“누가 너 다이어트 하지 말래? 굶어 죽어!”

원준은 하예를 건너 물 한 컵 떠서 탁자 위에 놓았다.

“너 봐서 정말 짜증 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오는 건데!”

원준은 하예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증오해서 부어놓은 물도 마시는 것을 깜빡하고 급히 외투를 챙겨 저택에서 나갔다.

원준의 미움을 받는 생활을 하예는 6년이나 겪었다.

‘난 도대체 무슨 힘으로 버텨낸 거지?’

컵의 물이 일렁이는 것을 본 하예는 참지 못하고 한 모금 마셨다. 익숙한 온도였다.

그 순간 하예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사실 하예도 원준과 헤어진 뒤에 예전처럼 원준을 따라다닌 이유가 뭔지 알지 못했다.

진흙탕 속에 빠져있던 하예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네줘서? 아니면 고통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원준이 하예에게 준 일 년이 6년의 고통을 이기게 해 주었다.

하예는 자신이 간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정말 원준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곧 죽기 때문에 하예는 그냥 계속 사랑하기로 했다.

마치 자신이 쓴 각본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이 정말 순수한 사랑을 했었다고 소리칠 수 있다고 말이다.

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원준을 다시 만났다.

하예는 친구 허안나의 검진을 위해 왔고 원준은 예비 아내인 고유미의 검진을 위해 왔다.

하예는 빛을 보면 안 되는 쥐처럼 숨을 곳을 찾았다. 그러나 행동이 너무 이상해서 주위의 사람들이 다 이상한 눈길로 하예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은 하예를 피하고자 돌아서 갔다.

그러나 하예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머릿속에 원준이 웃으며 유미를 바라보던 모습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하예는 아주 오랫동안 원준이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원준은 항상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목소리도 차가웠다.

하예는 일을 시작하면 누구나 다 그렇게 차가워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하예의 착각이었다.

원준은 그저 하예한테만 차갑게 대했다.

하예는 원준이 갔는지 보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원준과 눈이 마주쳤다.

원준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다른 쪽으로 갔다. 분명 하예와 눈이 마주쳤지만 하예를 찾아오지 않았다.

하예는 자신이 엄청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예는 자신이 뭘 갖고 싶은지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고 정말 아무것도 선물해 주지 않으면 혼자 숨어서 화를 내고는 했었다.

이 점은 친엄마인 김설아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원준과 연애를 한 그 일 년 동안 그녀는 공주처럼 예쁨을 받았다.

원준은 하예가 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를 사다가 하나씩 그녀 앞에 배열해 주곤 했었다.

처음에는 어렸을 때 갖지 못했던 공주 인형이었고 뒤에는 공주 치마였다.

‘내 마음을 다 가져간 원준을 내가 어떻게 잊겠어?’

하예는 또다시 가슴이 아파졌다.

안나의 검진이 끝나고 의자에 앉아 있는 하예를 발견하고 마음이 아파 울기 시작했다.

“하예야, 아기가 널 이모라고 부르고 싶대. 조금 더 버텨.”

하예는 부러운 듯 불러온 안나의 배를 보고 또 자신의 홀쭉한 배를 보았다.

전에 하예의 배에도 ‘생명’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아쉽게도 이 세상의 빛은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안나야, 울지 마. 임산부는 우는 거 아니래.”

하예는 안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모 소리 듣기 위해 나 몇 년 더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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