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석은 코웃음 치고 나서 응찰패를 들고 회의장으로 들어섰다.그가 보기에 임지환은 고집에 불과했다. 그래서 저렇게 버티고 있는 거로 생각했다.이씨 집안에서 4조를 낼 수 없다면 임지환도 당연히 할 수 없을 것이다!“임지환 씨, 허풍이 좀 지나치시네요.”진성은 난감하게 말했다.“만약 한재석 씨가 정말로 가격을 인상할 마음이 있다면, 저도 아마 도울 방법이 없을 거예요.”“괜찮아요.”임지환은 싱긋 웃었다.“임지환 씨가 미리 계획을 세웠나 봐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진성은 임지환이 자신 있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많이 침착해졌다.“이 대표님, 빨리 임지환을 설득하세요.”“계속 이렇게 큰소리치다가는 진씨 집안까지 말려들 것 같아요.”배지수는 임지환이 점점 더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이청월에게 도움을 청했다.현장에 있던 사람 중에 아마 이씨 집안의 아가씨만이 임지환을 말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배지수의 예상과 달리 이청월은 고개를 저었다.“큰소리친다고 생각해요? 아닐 거예요. 저는 임지환가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어요.”그녀의 눈동자에는 이 남자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다.“그가 능력이 있었다면 이 대표님에게 의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하지는 않았을 거예요.”배지수는 그녀를 힐끗 보며 차갑게 말했다.“조금만 기다리면 이 대표님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될 거예요.”“닥쳐요!”그녀를 힐끗 보며 이청월은 차갑게 말했다.“여기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생각해 봐요. 명심해요, 매번 누군가가 뒤처리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말이에요.”“이 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경매 증서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배지수는 얼굴을 붉히며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경매가 곧 시작되니 서둘러 입장하세요.”임지환은 진성의 안내로 이청월 함께 토지 경매 회장으로 들어섰다.“저 자식이 정말 들어왔군, 정말 한재석 도련님과 겨루려나 봐.”‘옷차림을 보니 부자 같지도 않고
처음부터 2,000억 원을 부르다니!역시 명문자제는 달랐다. 이들에게 돈은 그저 종잇장일 뿐이었다.“급해 할 필요 없어, 일단 지켜보자고.”임지환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청룡 타운 아주 괜찮은 곳이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고.”“2,400억 원!”이때, 강한의 한 부동산 대부가 가격을 제시했다.이제는 정부에서 청룡 타운을 개발하려는 것이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었다.한재석에게 재산이 많긴 했지만 강한에 돈 많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작 400억 원을 올려?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3,000억 원!”한재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격을 올렸다.“4,000억 원!”부동산 대부가 다시 한번 손들었다.“6,000억 원!”한 번에 겁주지 못해 이번에는 아예 2,000억 원을 올렸다.“한재석, 네가 이겼어!”상대방도 청룡 타운을 탐내고 있었지만 한재석의 겁도 없는 행동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도 이 부동산 대부와 똑같은 생각이었다.한재석이 고가의 6,000억 원을 부르자 아무도 그와 빼앗을 자가 없었다.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뭐야, 벌써 끝났어? 재미없게.”“임지환 씨, 아까는 그렇게 나대더니 왜 가만히 있는 거예요?”한재석은 아무 말도 없는 임지환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무술 대가? 전설적인 인물 이긴 개뿔. 돈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내면서.’이 순간, 한재석의 답답했던 마음이 드디어 뻥 뚫렸다.“저도 참여했으면 해요? 그러면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죠!”임지환은 진성의 손에서 번호판을 빼앗아 높이 들었다.그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경매가를 불렀다.“제가 1조 원에 사겠습니다!”이 말에 주위가 떠들썩하기 시작했다.임지환의 한마디에 모두 다 놀란 것이다.“정말 1조 원 확실한가요?”사회자마저 30초 동안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네. 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요?”임지환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록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았지만 이청월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임지환 이 자식, 정말 끝까지 가려나 본 데?’“임 대사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진성도 나서서 말렸다.임지환이 계획을 어기고 마구 값을 부르는 모습에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상한선이 없었다면 아마도 1조 원은 넘게 불렀을 것이다.“아니. 누구한테 돈이 많은지 대결하는 거 아니야. 난 전혀 두렵지 않아!”임지환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이청월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우리 이씨 가문 재산은 고작 1조 2천억 원이라고! 장난치지 마!”“이번엔 이씨 가문의 도움 필요 없어. 내 돈으로 하면 되니까.”임지환이 태연하게 말했다.“임지환! 허세 좀 그만 부려! 난 너한테 정말 그 많은 돈이 있다고 안 믿어!”그제야 평정심을 되찾은 한재석이 계획을 바꿨다.임지환이 언제까지 잘난 척할 수 있을지 지켜보려고 경매를 포기하려고 했다.낙찰받은 임지환이 어떻게 이 밑 빠진 항아리를 채워 넣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1조 원은 절대 그렇게 호락호락한 액수가 아니었다. 한재석은 임지환한테 절대 그렇게나 많은 재산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첫 번째 경매가 끝나고, 두 번째 경매가 시작되었을 때 저마다 신중을 가했다.임지환과 한재석이 나서지 않자 이 부지는 결국 전에 한재석과 다투었던 부동산 대가가 2천억 원에 낙찰받게 되었다.하지만 1조 원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파장도 일으키지 못했다.드디어 청룡 타운 경매가 시작되었다.이번이야말로 하이라이트였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시선을 임지환과 한재석에게 돌렸다.그런데 한재석이 경매를 포기할 줄이야.따라서 경매는 별로 치열하지 않았고, 청룡 타운은 결국 임지환이 3천억 원에 낮찰 받게 되었다.경매가 끝나고, 사인을 마친 임지환이 먼저 이곳을 떠나려고 했을 때, 한재석이 껄렁거리면서 걸어왔다.“임 대사님 정말 통이 크시네요. 이 1조 3천억 원, 이씨 가문에서 바로 내놓지는 못할걸
뺨 한 대에 금성 도련님의 자존심이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어릴 때부터 풍족하게 살아온 그는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러게 그런 허튼수작할 때 이런 결말을 예상했어야지!”임지환이 차가운 표정으로 경고했다.“젊은이가 겁도 없네. 이곳이 무슨 저잣거리인 줄 알아?”한 올백 머리에 배불뚝이 중년남성이 인파를 뚫고 이쪽으로 걸어왔다.그의 뒤에는 7, 8명의 사나워 보이는 심상치 않은 보디가드들이 서 있었다.포스만 봐도 꽤 잘나가는 사람인 것 같았다.한재석은 이 중년남성을 보자마자 순간 표정이 환해졌다.“삼촌, 어떻게 오셨어요?”“내가 안 오면 이놈이 너한테 무슨 짓 할 줄 알고. 걱정하지 마. 삼촌이 네 편을 들어줄 테니까.”정광명은 고개돌려 임지환을 쳐다보았다.“오늘 이 일 없었던 일로 해줄 수는 있지만... 알아서 스스로 뺨을 때리고 우리 조카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면 없었던 일로 해줄게. 아니면 바로 감옥으로 보낼 테니까.”그 말투는 난폭하기만 했다.“말투가 장난 아니네요. 제가 그쪽 뺨을 때렸다간 바로 저를 총살할 기세인데요?”임지환은 정광명이 우습기만 했다.“내가 누군지 알아? 나 시청 주임이야!”정광명이 눈살을 찌푸렸다.“너 감옥에 보내는 거 전화 한 통이면 돼.”“시청이면 뭐 어떻고, 국청이면 또 어떤데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아 했다.정광명은 지금까지 살면서 임지환과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아직 어려서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폭행하든, 살인하든 아무것도 아닌 거야.”정광명이 피식 웃었다.“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내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말이야. 그러면 맞아야지. 뭐 어떡해?”정광명의 손짓하나에 그의 보디가드들이 신속히 임지환을 포위했다.“이 병신들은 내 상대가 안 될 텐데.”임지환은 이들을 힐끔 쳐다보더니 기지개를 켰다.이때 이청월이 말렸다.“네가 먼저 손대면 바로 함정에 빠지는 거야.”“아주 똑똑한 아가씨네.”정광명이 뒷짐을 졌다.“주
차가운 얼굴의 정광명은 여전히 꼰대 말투였다.“정 주임, 대단한 척하고 있네? 오늘부로 너는 주임직에서 해고야!”이때 이청월의 전화기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설마... 시장님? 젠장, 큰일 났네...”아까까지만 해도 안하무인이던 정광명은 목소리마저 떨리기 시작했다.“정 주임님, 계속해 보시지 그러세요?”이청월은 얼굴에 전혀 핏기가 없는 정광명을 보면서 깨 고소했다.“아가씨, 그것이 아니라... 오해야.”그제야 정신 차린 정광명은 애써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다.“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제발 나 대신 시장님께 잘 설명해 줘.”이청월이 핸드폰을 건네면서 웃었다.“직접 설명하시는 게 좋겠어요!”“설명은 됐고. 오늘 네 목숨은 임 선생한테 달렸어. 기회를 줄지 안 줄지는 모르겠지만내 할 말은 여기까지야. 알아서 해!”홍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아무리 시장이라고 해도 정광명을 해고하려면 쉽지만은 않았다.그럴 바에 정광명에게 겁이라도 주고 임지환한테 넘기려고 했다.정광명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보디가드한테 버럭 소리 질렀다.“거기 가만히 서서 뭐 해! 당장 안 꺼지고!”그제야 정신 차리게 된 것이다.‘이놈이... 시장님마저 체면을 세워주는 존재였다니!’보디가드들이 물러나고, 정광명이 냉큼 임지환의 앞으로 다가갔다.“임 선생님, 제가 눈에 뵈는 것이 없어 그만 무례를 범했습니다.”정광명은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조심스레 사과했다.아까 허세를 부리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시장님께서 나서지 않았다면 제가 살아서 이곳을 떠날 수 있었을까요?”임지환이 차갑게 말했다.어딘가 찔린 정광명은 일부러 모르는 체했다.“임 선생님도 참. 법치 사회에서 제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겠습니까.”“주임님, 연기 그만하시고. 저는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하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말했다.“임지환, 절대 없었던 일로 하면 안 돼!”이청월이 제때 나서서 말렸다.이 자들이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다들 바보가 아닌 이상 임지환이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벗으면... 벗으면 될 게 아닌가요?”정광명의 입가가 움찔댔다.지금 이 위치에 오르기 위해 정광명은 30년이란 시간을 바쳤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힘들게 올라간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었다.정광명은 신속하게 상의를 벗고 불룩 튀어나온 배를 흔들며 홀에서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험담과 삿대질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존엄 자체를 모르는 사람처럼 미친 듯이 뛰었다.“임 대사, 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오늘은 내가 네게 졌다고 깔끔하게 인정하마.”한재석의 얼굴은 당장 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불었고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모든 걸 자초한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스스로 깨진 이를 삼키는 일밖에 없었다.“다시 한번 말할게... 정정당당한 경쟁은 나도 환영해. 하지만 다시 뒤에서 더러운 수단을 쓰며 뒤통수를 치려고 하면 그땐 절대 널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후 임지환은 여유로운 자태로 자리를 떠났다.“오늘 당한 이 치욕, 언젠가 꼭 100배로 갚아줄 거야!”한재석은 발 바로 옆 안경을 밟아 깨뜨렸고 온화한 얼굴에는 살벌한 기운이 가득했다....“방금 너무 시원했어.”시청 건물을 나온 후, 이청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이번에는 홍 시장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야. 그 도움이 없었다면 정광명이 이렇게 쉽게 내 말을 따를 수 없었을 거야.” 임지환이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다.“어쨌든 악인은 더 악랄한 악인이 다스려야 해.”이청월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근데 배지수 이 여자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사람이 너무 착해서 문제야. 착한 사람은 권력을 장악하지 않는다는 도리는 너도 잘 알잖아. 배지수를 계속 이사장 자리에 두게 한다면 네가 지금까지 힘들게 이룬 성과를 한순간에 날려 보낼 수도 있어.”임지환은
“애송이들아, 너희들은 아직 시야가 너무 좁아.” 배준영은 머리를 높이 쳐들고 자랑스럽게 가르치려고 했다. “이 2억 원을 계약금으로 내고 포르쉐 718 스포츠카를 사면 BBA보다 훨씬 더 멋지잖아.”“하하, 맞아. 역시 준영 동생은 멋있어. 앞으로도 준영 동생만 원한다면 우리에게는 협력할 기회가 수없이 많을 거야.”배인국은 배준영의 어깨를 톡톡 쳐주고 머리를 돌려 배영지와 눈을 마주쳤다.두 사람의 얼굴에는 음모가 성공한 듯한 미소가 배어 있었다.확실히 적을 이기려면 그들의 내부에서부터 분열시키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인 것 같았다.사람들이 축하의 술잔을 비우고 있을 때, 귀빈실 문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왈칵 열렸다.배지수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귀빈실에 들이닥쳤다.“배준영, 너 이제 대가리가 다 커졌구나. 너 감히 이 누나까지 속여?”배지수가 나타나자 거만하고 당당하기 짝이 없던 배준영은 순식간에 주눅이 들었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누나... 누나가 어떻게 여길 찾아왔어?”“너 내가 아직 누나로 보이긴 하니? 너 얼마나 큰 사고를 칠 뻔했는지는 알고 있어?”배지수는 배준영 때문에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그냥 누나 파일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야?”배준영은 여전히 사죄 대신 뻔뻔하게 자기 주장을 꺼내 들었다.“누나가 ‘뻔했다'라고 말하는 걸 보니 누나가 이 일을 이미 잘 해결했다는 거겠지.”“난 예전에 네가 그냥 장난삼아 어리석게 행동하는 줄 알았어. 근데... 네가 이 정도로 심보가 고약한 사람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배지수는 배준영을 삿대질하며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배지수, 연기가 끝났어? 이곳은 널 환영하지 않아. 얼른 나가.”배인국은 차가운 얼굴로 축객령을 내렸다.“배인국, 네가 내 동생을 상업 스파이로 이용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 네 이런 행동이 얼마나 비열한지 몰라?”배지수는 분노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배인국을 쏘아봤다.“퍽!”배
‘구씨면 어떻고 종친이면 또 어떤데? 다 개소리야!’배인국 오누이는 배지수 오누이를 발로 밟고 실컷 유린하고 싶었다.“배인국, 적당히 해. 준영이를 그만 놔줘!” 배지수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배인국을 바라봤다.“난 딱 너희 오누이를 괴롭힐 거야. 너 따위가 감히 날 어쩔 건데?”배인국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오늘의 경매에서 너희 회사는 쫄딱 망했을 거야, 맞지? 그리고 넌 며칠만 지나면 경성 그룹에서 쫓겨날 거야. 이게 바로 네가 그 개 같은 임씨 부부를 도와서 한씨 가문에 맞선 대가야!”말을 마친 후, 배인국은 의도적으로 배준영의 몸을 세게 두 번 밟았다.“누나, 날 살려줘...”배준영은 바닥에 누워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배지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배지수는 동생이 배인국의 발에 밟히고 있는 것을 보며 마음이 급해졌다.그래서 결국 배지수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배인국, 내가 뭘 하면 준영이를 놓아줄 거야?”배인국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을 놓아주는 건 간단해. 네가 내게 무릎 꿇고 잘못을 빌면 내가 너그럽게 마음을 써서 너희를 여기서 떠나게 할 수 있어.”배지수는 그 말을 듣고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분노를 꾹꾹 참으며 물었다.“내가 너희 오누이를 홀대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넌 날 이 정도로 미워해?”“그건 네 착각이야. 이건 너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너에 대한 질투야. 분명 내가 배씨 가문의 장남인데 할아버지는 너에게 경성 그룹을 전부 맡기셨어. 반면에 나는 홀로 연경에서 힘겹게 일해야 했어. 이번에 강한시로 돌아와서 번거로운 일을 잘 마무리하면 성공을 거머쥘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네 전남편과 그 망할 여자가 우리 가족을 그룹에서 쫓아냈지. 네가 나라면 화풀이할 것 같아? 아니면 조용히 입을 다물고 패배자로 살 거 같아?”배인국의 얼굴은 보복 때문에 밀려오는 변태적인 쾌감으로 심하게 일그러졌다.“이 두 가족 사이에 이렇게 큰 원한이 있었을 줄은 몰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