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집사는 기세등등하게 밖으로 나와 임지환을 보고 먼저 멈칫했다."꼴을 보니 배씨 집안에서 보낸 사람이지? 하찮은 사람들이라 정말 아무리 말해도 듣지를 않네! 뻔뻔스럽게 남한테 부탁이나 하는 게 소용 있을 것 같아?"원 집사는 야박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입을 열었고 도도하게 말했다.보잘것없는 배가는 그에게 있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이다.‘찰싹!’임지환은 단번에 그의 뺨을 때렸다.따귀를 맞고 원 집사는 제자리를 몇 바퀴씩이나 뱅글뱅글 돌았다."뚫린 입이라고 막말하네. 이 따귀는 배가를 위해 때린 거야!"말을 마치고 그는 화를 내는 원 집사를 무시하고 여유롭게 진가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임지환, 네가 왜 우리 집에 온 거야?"진화는 갑자기 나타난 임지환을 보고 경계했다.임지환은 담담하게 그를 힐긋 쳐다본 뒤 시선을 진성에게 옮겼다."진가주에게 왜 배가와의 협력을 중단했는지 묻고 싶어서 왔습니다.""배가에서 보낸 사람이냐? 아주 건방지구나! 설마 둘째 도련님이 뒤에서 지지해 주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잘난척하는 거야?"진성은 눈살을 찌푸렸고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진성 가주님, 잘못 말하셨어요. 저 사람은 배가 사람이 아니라 진운 도련님조차도 건드리지 못하는 큰 인물입니다!"홀 소파에 앉은 노유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임지환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싸늘한 살기가 숨김없이 담겨 있었다."내 추측이 맞는다면 당신이 바로 연경 진가 큰 도련님의 약혼녀겠네요? 이 모든 것은 당신이 뒤에서 음모를 꾸민 거죠? 왜 배가를 겨냥한 겁니까?"임지환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눈앞의 낯선 여인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는 이 여자의 눈빛에 담긴 살기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소식이 참 빠르네요!"노유미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마디만 할게요. 난 배가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겨낭하는 겁니다!""우리 처음 보는 거 아닌가요? 당신과 무슨 원수가 있는지 모르겠네요."임지환은 눈살을 찌푸렸고 여자가 영문 없다고 느꼈다
"진가에 꿍꿍이가 있는 사람은 당신과 진운이지 내가 아니에요!"노유미가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이분은 장차 진가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야! 너 같은 보잘것없는 녀석이 어떻게 연경 진가와 같은 거물을 알겠어?"진화는 이 기회를 틈타 전력을 다해 임지환을 비웃었다."불효자 녀석, 어서 입 다물어! 이 일은 우리가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야!"진성은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이 빠르게 변했고 바로 입을 열어 호통쳤다.그는 임지환의 신분이 절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마... 그가 바로 진운 도련님이 말한 그 신비한 큰 인물일 것이다."보잘것없는 진가에 내가 도모할 것이 뭐가 있나요?"임지환이 고개를 저었다."거만하구나! 네가 감히 진씨 가문을 얕보다니."노유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서 있던 검은 망토를 입은 늙은이가 먼저 나섰다."진무한 어르신이 내 앞에 서 있다고 해도 똑같이 말했을 거예요!"임지환은 그 늙은이를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내가 너무 오랫동안 나서지 않았구먼. 이름 없는 젊은이가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방자하다니."자신을 전무쌍이라고 칭한 검은 망토 늙은이는 고개를 들었고 눈빛에 차가운 빛이 서려 있었다.그의 얼굴은 수척했고 학발동안에 눈썹은 눈처럼 하얬다. 마치 전설 속의 득도한 고수와도 같았다.그저 서 있기만 해도 고수의 기품이 흘러넘쳤다."아니... 백미 살신 전무쌍이라니! 전무쌍은 진씨 가문에서 가장 강한 공봉이셔. 진 어르신조차도 예의를 차려서 대해야 하는 인물이야!"줄곧 침착했던 진성은 늙은이가 스스로 이름을 말하자 참지 못하고 냉기를 들이마셨다.노유미는 진성을 힐긋 보고 차갑게 웃었다."작은 방계에서도 전 어르신의 명성을 들은 적 있다니 의외네요.""5년 동안 전 어르신께서 진가를 위해 많은 외적을 처리하여 명성이 자자하십니다! 방계라고 해도 어르신에 관한 사적을 많이 들었어요."진성의 말투는 유난히 깍듯했다.진씨 가문의 공봉이 되려면 실력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다. 못해도 내경 지상의
"네가 아직 어려 보이니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이제 절대 양보하지 않을 거야."전무쌍은 새하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필사적으로 핑곗거리를 생각해 냈다.‘임지환이 전무쌍이라는 고수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가 바로 둘째 도련님이 말한 큰 인물인 것이 틀림없어!’옆에 서 있던 진성은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임지환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조금의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내가 당신을 죽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에요."임지환도 웃음기를 거두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는 싸늘한 한기가 담겨있었다.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딘 순간 바로 발아래의 땅에 금이 갔다.두 사람에게 그는 이미 살기를 품고 있었다!전무쌍은 마치 산에 깔린 것처럼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의 등은 순식간에 식은땀으로 뒤덮였다."악..."전무쌍은 너무나도 괴로운 느낌을 받았다.초조함으로 인해 그는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힘껏 임지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바로 그때."잠깐!"우렁찬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그리고 이내 누군가가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홍 시장님... 시장님께서 어떻게 오신 건지?"온 사람을 보고 진성의 말투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밖에서 들어온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닌 바로 시장 홍진이었다. 그리고 이성봉 부녀와 이성강도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안 올 수 있겠나?"홍진은 싸늘하게 말을 한 후 임지환을 향해 웃어 보였다."임 대사, 괜찮은가?""무슨 일 생긴 것처럼 보여요?"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쥐고 있던 은침을 거두었다. 만약 홍진이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전무쌍은 지금쯤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노유미 아가씨, 이 불청객들을 모조리 처리할까요?"전무쌍은 눈썹을 치켜올렸고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에게 있어 이 불청객들은 그저 일반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죽이면 그만이다!"됐어요. 보는 사람이 많아서 상황이 복잡해요. 만약 여기서
"걱정하지 마세요. 나와 노유미의 원한은 당신과 상관없어요. 하지만 경성 그룹 쪽에는 직접 배지수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겁니다."임지환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이미 배가와의 협력을 끊겠다고 선포한 상황입니다.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용인데, 이렇게 바로 말을 바꾼다면 아마..."진성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진성 가주. 좋기는 오해하지 말게, 지금 임 대사가 기회를 주는 것이니 자네는 그냥 그대로 하면 되네."홍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네 알겠습니다. 임 대사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진성은 이를 악물고 반항을 포기한 눈치였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그와 같은 작은 방계 진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에게는 반항할 용기가 조금도 없었다."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그저 오늘처럼 찾아오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임지환이 담담하게 말했다.진성이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임 대사의 말을 반드시 마음속 깊이 새기겠습니다!""임 대사, 일이 해결되었으니, 이가로 가서 술 한잔하지 않겠나?"홍진이 그를 초대했다."다음에 다시 마십시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요!"임지환이 손을 흔들고 이청월을 보며 물었다."내 상자는?""차에 있어. 지금 용은 저택으로 데려다줄까?"이청월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이성봉이 그 틈을 타 말했다."임 대사, 청월이와 함께 바래다주겠네.""네, 좋아요."임지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성봉 부녀와 함께 밖으로 향했다."매형, 저 임 씨 녀석 너무 오만하네요. 매형조차도 신경을 쓰지 않다니!"이성강은 화가 난 얼굴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닥쳐! 네가 임 대사를 비난할 자격이 돼? 이번에는 봐주지만, 또다시 이런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홍진은 말을 마치고 바로 소매를 뿌리치고 갔다.형부에게 혼난 이성강은 풀이 죽어 진가 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모두가 떠난 후
용은 저택 안.임지환은 선옥초와 훼손된 동조각을 좌우로 한백옥으로 만들어진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순간 두 갈래의 미약한 기운이 솟아올랐고 태극 속의 음양처럼 완벽히 조화를 이루었다.임지환은 전 용은 저택의 영기가 모두 동원된 것을 느꼈다.영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짙고 강했다.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임지환은 바로 공법을 쓰고 양반다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그 순간 집안의 기운은 모였고 안개처럼 자욱하게 임지환의 모습을 점차 덮어씌웠다.이른 아침, 햇살이 별장을 비추자, 임지환은 천천히 눈을 뜨고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그는 안개 같은 영기를 단숨에 물 마시듯 체내로 집어삼켰다.마지막 한 가닥의 영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자, 임지환의 몸에는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은은한 빛은 자세히 살펴보면 선옥초가 뿜어내는 빛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맥의 눈은 역시 선옥초의 성장에 가장 적합한 영기를 갖고 있어. 기껏해야 보름만 더 지나면 아홉 번째 잎이 자랄 거야!"임지환을 자리에서 일어나 희열로 가득 찬 표정으로 희미한 빛을 뿜고 있는 선옥초를 바라보았다."지환 씨, 아침부터 왜 바보처럼 웃고 있는 거야?"이청월이 임지환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았다.임지환은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일이 있어서 찾아온 거야."이청월은 일부러 신비한 척했다."이따가 나랑 같이 경성 그룹으로 가자.""그곳엔 왜 가는데?"임지환이 물었다."진성 가주님이 너를 찾지 못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했어."이청월은 눈웃음을 지었고 놀리는 뜻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설마 전처를 만나는 게 두려워서 경성 그룹에 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무섭기보다는 오해를 더 깊게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야. 하지만 진성 가주가 초대한 이상 한번 가봐야지."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별장을 나섰다."가식적이네, 마음속으로 아직도 그 여자를 놓지 못한 게 틀림없어!"이청월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 그의 뒤를 쫓아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수년간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지수야, 큰아버지도 너를 위해 생각하고 있다. 여기는 지분 양도 계약서야, 네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나한테 양도하기만 한다면 회사에 남을 수 있어. 그리고 위약금은... 내가 대신 내마. 양도비라고 생각해."배전중은 노파심에 찬 척했다.배지수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회장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그래요. 사인할게요!"배지수는 이를 악물고 지분 양도 계약서를 건네받았다. 필을 잡고 있는 손이 가볍게 떨려왔다.비록 내키지 않지만 일이 이미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는 순간."잠깐만요!"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배지수는 고개를 들었고 진씨 가문의 주인 진성이 여유롭게 회의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진성 가주님, 위약금을 받으러 오신 건가요?"배전중이 웃으며 배지수를 가리켰다."지수가 서명만 마치면 바로 주식을 팔아 위약금을 내겠습니다!""큰아버지, 방금 저 대신 위약금을 내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배지수가 다급히 물었다."주식을 팔지 않으면 무슨 돈으로 위약금을 물어? 우리가 정말 호구인 줄 알아?"배전중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조롱하듯 웃기 시작했다."사고를 친 사람은 너니까 네가 갚아야지!""전에는 뭐하고 이제 와서 가식이야?""..."주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듣기 거북한 말들로 그녀를 탓했다.마치 배지수가 극악무도한 죄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그만해요! 잘못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법. 모두 다 제 탓이에요!"배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성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진성 가주님, 위약금은 제가 방법을 생각해서 갚을 테니 며칠만 더 시간을 주세요.""배지수 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나는 오늘 진가에서 경성 그룹과 합작을 하기로 결정한 것을 통지하러
"가주께서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셨는지 알고 싶습니다."배지수는 잠시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어 물었다.진가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변했기에 그녀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배지수 씨, 당신 뒤에는 귀인이 돕고 있어요. 나는 그저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진성이 웃으며 말했다."가주님이 말씀하신 귀인은... 누구입니까?"배지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도 그가 말하는 귀인이 누구인지 생각해 낼 수 없었다."배지수 씨, 왜 알면서 일부러 묻는 거죠? 당신을 위해 나섰으니 물론 당신을 가장 신경쓰는 사람이죠. 오늘 자리에 초대하여 함께 계약을 보게 하려 했는데 길에서 지체되었는지 아직 오지 않았네요. 잠시 후 혹시 만나게 된다면 나에 관해 좋은 말 좀 부탁드립니다!"진성은 공수했고 말투에는 겸손함이 담겨있었다.‘설마... 또 둘째 도련님께서 몰래 도와주신 건가?’배지수는 몰래 추측했다.진가 가주인 진성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연경 진가의 둘째 도련님인 진운밖에 없을 것이다.진성은 통유리 앞에 서서 무심히 창밖을 힐긋 보았고 문득 낯익은 두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저건... 임 선생과 이청월 씨? 상황을 보니 문제가 생겼나 본데, 어서 내려가서 도와야겠어!’진성은 배지수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배지수가 정신을 차렸을 때 진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경성 그룹, 대문 입구."임지환, 배가는 이미 너와 선을 그었는데 왜 또 찾아온 거야?"한수경은 임지환이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게 길을 막아섰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요. 이렇게 당신이랑 말다툼 할 시간 없습니다."임지환은 난감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중요한 일? 네가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 설마 회사에 도둑질하러 온 건 아니지?"한수경은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매섭게 임지환을 노려보았다."오늘은 누가 와서 돕는다고 해도 절대 들어갈 생각 하지 마!""지환 오빠, 저 여자랑 쓸데없는 소리 해서 뭐해? 그냥
말을 마치고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경찰이 와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때릴 수 있어요!"이청월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청월 씨, 임 선생, 두 분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여기서 한참 기다렸어요!"진성은 종종걸음으로 두 사람 곁으로 와 숨을 헐떡였다."진 가주님, 오늘 정말 재수가 없는 날인지 밖에서 똥 밟았네요."이청월은 손을 뻗어 한수경을 가리켰다."문 앞에 막아서서 우리를 들어가지 못하게 했어요!""너 어느 부서 사람이야? 왜 문 앞을 막고 사람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거야?"진성은 진가의 주인이자 경성그룹의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직원인 한수경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당신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사람이에요? 경성 그룹에서 이렇게 날뛰다니,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까지 잡아줘요?"한수경은 진성을 알아보지 못해 말을 아주 무례하게 했다."나를 잡는다고? 너 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진성은 화가 치밀어 올라 고개를 돌려 말했다."임 선생님, 맡기신 일은 이미 처리되었으니 이곳은 나한테 처리 맡기세요!""그래요!"임지환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그냥 넘어가는 거야?"이청월은 내키지 않았다."소란도 피웠고 사람까지 때렸으니, 화가 풀릴 만도 하지 않아?"임지환이 눈살을 찌푸렸다."어휴, 그래. 당신 말 들을게!"이청월은 한수경을 노려보고 씩씩거리며 떠났다.쫓아가려는 한수경은 진성에게 가로막혔다."좋은 말 할 때 비키세요!"한수경이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진성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한마디만 할게. 너를 경성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내 이름 진성을 거꾸로 쓸 거야!"‘진성...? 왜 이렇게 이름이 귀에 익지?’한수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다 이내 안색이 확 변했다."설마...""아직 너무 멍청한 건 아니네. 하지만 이미 늦었어!"진성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나를 겁주려고 하는 거죠? 진가의 주인이 어떻게 임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