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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김시연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사람이 좀 눈치가 있으면 안 돼?”

“눈치가 있으라니 무슨 말이야?”

“그냥 못 본 척 지나칠 것이지. 내가 너 보기 싫어하는 거 몰라서 그래?”

지난번 쇼핑몰에서 만났을 때도 김시연은 그랬다. 연도진은 시선을 떨어트리고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무례한 짓은 못 하거든.”

그 말인즉 김시연이 무례하다는 말이다. 김시연은 흥, 콧방귀를 꼈다.

“이제 인사했으니까 그만 갈래?”

“이렇게 큰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운명인데 같이 술이나 한잔할까?”

김시연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온하랑은 연도진을 흘겨보며 속으로 그의 뻔뻔함이 부승민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연도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 벌써 쫓으려고 그래? 설마 여기서 소개팅이라도 하는 거야? 내가 보는 게 두려워서 그래?”

“그 사람이 너 때문에 역겨워할까 봐 그러는데.”

김시연이 대답했다.

“마침 나도 약속이 있는데, 난 그 여자가 너 때문에 역겨워하는 게 두렵지 않거든. 그러니까 같이 기다렸다가 서로 소개할까.”

“...”

김시연과 온하랑 두 사람 다 할 말을 잃었다. 온하랑은 세계관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소개팅 자리에서 서로 전 애인을 소개한다고? 연도진이 몇 년 동안 해외에 있으며 배운 게 이거란 말인가?

김시연은 알고 있었다. 연도진이 일부러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어 한단 걸. 그녀가 씩씩거리며 폭발하기 일보 직전 연도진이 말했다.

“중매인이 내 소개팅 상대가 성이 김씨라고 했는데 설마 넌 아니겠지?”

김시연은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키다가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켜며 부인했다.

“아니야.”

“왜 아니라고 생각해?”

“카톡 이름이 다르잖아.”

“아, 그래. 나 닉네임이 DJ인 카톡도 있는데.”

김시연의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온하랑도 입꼬리가 떨렸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방금 김시연의 휴대폰 화면 대화창 상단에서 보았던 그 닉네임도 DJ였다.

“연,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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