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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저녁 8시 15분, 선셋 바. 약속 시간은 8시였는데 김시연과 온하랑은 일부러 조금 늦게 왔다.

김시연의 말에 따르면 상대방이 한참 기다렸다가 그녀가 오지 않아서 자리를 박차고 가버릴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서였다.

술집 내부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두 사람은 안쪽 테이블에 앉아 음료 두 잔을 주문했다.

김시연은 휴대폰을 꺼내 상대방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 도착했어요. 어디예요?”

[아직 도착하지 못했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상대방이 얼른 답장을 보냈다.

[네.]

김시연은 답장을 보내며 투덜거렸다.

“미친, 나보다 너 늦네!”

멀지 않은 구석진 테이블에 훤칠한 남자가 나른히 자리에 앉아 지루하게 와인을 음미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가끔 문 쪽을 힐긋 쳐다보았다.

세련되고 깔끔한 외모에 금테 안경을 낀 남자는 온몸에서 우아하고 상쾌한 분위기가 풍겼다. 상큼한 봄바람 같은 남자의 매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다.

얼마 앉아 있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이 몰려와 대시했다. 그중에는 남자도 여자도 있었지만 모두 그에게 거절당했다.

어떤 사람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 것을 본 그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천천히 와인을 다 마셨다. 잔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가려고 할 때 갑자기 누군가 그를 불렀다.

“도진 오빠?”

임연지는 웃으며 다가갔다.

“어머, 강남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연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

임연지는 뒤에 있는 오재원에게 소개했다.

“재원아, 이쪽은 우리 사촌 오빠 친구 연도진 씨야.”

“이쪽은 오재원이고 사촌 오빠 소꿉친구예요.”

연도진에게 친절하게 말하는 임연지의 말 속에 약간의 호감이 담겨 있는 것을 본 오재원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연도진을 훑어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연도진도 눈을 들어 그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손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겠어요.”

임연지는 미소를 지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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