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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10 19:00:01
연도진이 대답한 후 경찰은 노트를 덮고 펜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갑시다. 세 분은 저희와 함께 서로 가서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네? 소변 검사라뇨?”

김시연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쳐들었다.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어안이 벙벙해진 온하랑은 마음 한구석에서 이유 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다시 말하죠.”

김시연은 다른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연도진이 그녀를 말렸다. 지금 당장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진정하려고 애썼지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 네 탓이야! 일부러 날 골탕 먹인 건 그렇다 쳐도 하필이면 골라도 뭔 이런 개떡 같은 장소를 골라?”

김시연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연도진을 노려보았다.

“그래, 그래. 다 내 탓이야, 내 탓.”

앞에 있던 경찰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두 분 소개팅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방금 만난 사이 아니에요?”

“...”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세 사람은 경찰차로 끌려갔다. 온하랑은 혼자 다른 차에 탔고 두 명의 경찰이 양옆에 앉았다.

온하랑은 무엇 때문인지 마음이 극도로 흥분되며 확 터뜨리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이유도 모른 채 경찰서로 끌려가게 되어 짜증이 나서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김시연과 연도진은 한차에 타고 경찰이 옆에 앉았다. 연도진은 몸을 뒤척이더니 경찰의 의심스러운 눈빛 아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경찰관님, 전화 한 통만 할 수 있을까요?”

“누구한테요?”

“친구요.”

“전화해요.”

한 번호로 전화를 건 연도진은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동철 씨, 저예요.”

연도진은 눈앞에 상황을 최동철에게 설명하며 온하랑의 증상에 대해 강조했다.

“아마도 누군가 하랑 씨를 노리는 것 같은데요.”

최동철이 대답하자 연도진은 전화를 끊었다. 김시연은 그 말을 듣고 뒤늦게 알아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하랑 씨가...”

김시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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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청장님이 말해주셨어. 그 두 여자애는 네 친구야?”연도진의 삼촌, 서정훈이 물었다.“네, 제가 알기로는 절대 불법적인 약물에 손댈 사람들이 아니에요. 바에서 술 마실 때 누군가 술에 손을 쓴 것 같아요.”연도진의 말을 들은 서정훈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옆에 있는 류지태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러자 류지태가 말했다.“그랬군요. 도진 씨, 서 의원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부하 직원들에게 빨리 확인하고 두 친구분을 풀어주라고 할게요.”“고마워요, 류 청장님.”연도진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취조실 안으로 들어온 심문관은 경험과 대화를 통해 온하랑이 처음이고 아직 중독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온하랑은 두통을 참으며 술집에서 있었던 일을 필사적으로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당시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 사항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잘 생각해 보세요. 술잔이 시야에서 사라진 적이 없는지.”미간을 찌푸린 온하랑은 두통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안절부절못하며 씁쓸하게 말했다.“전 정말 생각이 안 나요.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보시면 안 돼요?”심문관은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이때 밖에서 한 경찰이 들어와서 심문관의 귀에 무언가를 말했고, 두 사람은 함께 취조실을 나갔다.몇 분 후 심문관은 다시 들어와 온하랑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이만 나가봐요.”“네?”온하랑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터질 것 같던 머리가 순식간에 편해지는 것 같았다.“심문 안 해요?”“더 하고 싶은 거예요?”그녀는 두말없이 일어나 취조실에서 나왔다.“하랑 씨! 괜찮아요?”이미 취조실에서 나온 김시연은 문 앞에서 온하랑을 기다렸다가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앞으로 다가갔다.“난 괜찮아요. 그냥 머리가 좀 아파요. 시연 씨는 어때요?”김시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난 아무 반응도 없어요. 검사 결과가 아니었다면 내가 마신 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거예요. 대체 누구 짓인지. 아무튼 이 바는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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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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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진은 차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말했다.“당연히 차 타야지. 좀 안쪽으로 가줄래?”김시연은 뒤늦게 연도진과 최동철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아마 연도진이 최동철에게 미리 말을 해두었을 것이 뻔했다. 그러니 최동철이 연도진도 함께 차에 태워 데려다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김시연은 입술을 삐죽이며 어쩔 수 없이 안쪽으로 옮겨 연도진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연도진이 김시연의 옆자리에 앉으며 문을 닫았다. 익숙한 향기가 김시연의 코끝을 간지럽혔다.온하랑이 물었다.“동철 오빠, 오빠가 오 여기 있어요?”“연도진이 알려줬어.”최동철이 대답했다.“괜찮지? 오늘 저녁에 너무 놀라진 않았고?”“괜찮아요.”“무슨 일인지는 알아냈어?”“… 알아냈어요.”최동철이 고개를 돌려 온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누가 한 짓이래?”온하랑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연도진이 먼저 선수를 쳐 입을 열었다.“네 사촌 동생이랑 오재원이라는 사람.”최동철이 멈칫하더니 연도진을 바라보았다.연도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최동철에게 확신의 의사를 표했다.최동철의 눈빛은 지옥의 신처럼 진지하고도 엄숙하게 변했다. 그러던 것도 잠시, 최동철의 시선은 이내 온하랑에게로 옮겨지더니 미안한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 하랑아. 내가 가족이랑 친구 간수를 잘 못 해서 그래. 이번 일은 내가 오씨 가문 통해서 잘 처리할게.”온하랑이 웃으며 답했다.“동철 오빠, 오빠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최동철은 최동철이고 임연지는 임연지였다.최동철은 고개를 다시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가늘게 실눈을 떴다.보아하니 최동철이 여태껏 임연지를 너무 오냐오냐 대한 모양이다. 임연지를 정말 자시의 친사촌 동생이라고 생각한 듯했다.연도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긴 다리를 편하게 놓은 채 눈을 비비고 물었다.“이 일, 알려지지는 않았지?”“이미 다 막았어.”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온하랑은 그제야 누군가에 의해 찍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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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12화

    오재원은 새벽에 체포되어 기소되었다.오재원의 부모님은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강남까지 달려왔다. 모든 일을 전해 들은 오재원의 부모는 자신들의 아들이 임연지에게 철저히 이용당했음을 알게 됐다.임가희조차 술집 여자라며 무시해왔던 그들이니 임연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런 임연지에게 홀려도 제대로 홀린 아들은 부모가 어떻게 설득하든 절대 임연지를 배신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하랑에게 복수하고 싶어 혼자 저지른 짓이라고만 잡아뗐다.오씨 일가 역시 경주에서 알아주는 명문 세가로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여론을 잠재우고 일을 덮는 것쯤은 식은 쭉 먹기였다.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오재원이 저지른 짓은 생각보다 심각한 사안이었다.첫째, 이 일은 경주가 아닌 강남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명문가라고 해도 경주 가문의 세력이 강남까지 뻗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둘째, 위에서 내려온 정부 감사 때문에 강남 시 경찰들도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 부승민도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지금이야 어떻게든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언론에 알려지는 순간,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일이었다. 여론이 돌아선다면 오재원에게도 좋을 건 없었다.오재원의 부모는 철없는 아들 때문에 심장을 졸이고 있었다.부승민은 이튿날이 되어서야 이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온하랑의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온하랑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약효가 돌기 시작하니 온하랑은 낯빛이 창백해지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지쳐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무기력해지니 그 어떤 일에도 무감각하게 반응하게 되었다.이게 부작용이라는 것을 온하랑 역시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부승민은 마음 아프다는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며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온하랑은 뜨거운 햇볕 아래 시들어버린 꽃과도 같아 보였다. 뜨거운 햇볕에 바짝 말라버려 그 어떠한 향기도, 생기도 뿜어내지 않는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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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13화

    온하랑은 입을 벌려 부승민이 건네준 오렌지를 받아먹었다.그녀의 표정에는 방금 츄르를 받아먹은 송이처럼 애교 섞인 귀여움이 어려있었다.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마음껏 귀여워해주며 쓰다듬어주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드는 모습이었다.온하랑도 송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부승민의 손길에 완전히 길들여져 버렸다.금방 부승민과 이혼을 했던 때를 떠오리면 온하랑은 부승민을 피하기에 급급했지 이런 말랑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지금 둘의 관계는 딱 봐도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섰다. 그저 부승민에게 온하랑에게 다시 청혼 할 명분이 부족할 뿐이었다.부승민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오렌지 한 조각을 더 뜯어 온하랑의 입가에 갖다주었다.“오재원 부모가 널 찾아올 거야. 오재원을 용서해달라는 부탁을 하겠지.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최대한 가벼운 판결이 나와야 할 테니까.”마약까지 연루된 탓에 경찰 측에서 이 일을 형사사건으로 입건하는 바람에 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오씨 일가에서는 어떻게든 오재원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갖은 방법을 총동원 할 것이 뻔했다.온하랑이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만약에 내가 합의 안 해준다 그러면, 나만 곤란해 지는 거 아니야?”“그럴 거야. 하지만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부승민의 말을 듣자 온하랑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도움은 필요 없어. 나한테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기꺼이 한 발짝 물러나주지, 뭐.이미 떠나기로 마음 먹은 판에 온하랑은 부승민이 자신 때문에 나서길 바라지 않았다.부승민의 감정을 얻을 생각도 없었고 부승민이 자신 때문에 오씨 일가와 척을 지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다.부승민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부승민은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온하랑이 점점 자신을 멀리 하며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부승민도 진작 알고 있었다.그리고 부승민이 여태껏 도와줬던 것들도 온하랑은 아주 당연하게 그 도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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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 변화 하나 없던 오재원의 엄마인 오승은의 얼굴이 삽시에 붉어지더니 말했다.“아가씨들, 저희는 우리 재원이를 구하고 싶었던 거지, 아가씨들의 친구를 다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아가씨들도 아시잖아요, 세상 그 어떤 부모가 아들이 감옥에 가는 걸 그저 두고만 보겠어요? 이런 결정을 내린 것도 저희 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서로 원수 져서 좋을 거 없잖아요. 생각 잘 해보셨으면 좋겠네요.”“말은 청산유수시네요!”김시연이 어이없다는 듯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솔직히 말씀하세요. 우리가 댁네 착해 빠진 그 아드님 용서해줘야 한다는 거잖아요.”“김시연 씨, 욕하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실컷 하세요.”오승은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라도 김시연 씨 화가 어느 정도 풀린다면 실컷 하세요. 진정 좀 하고 잘 생각해보세요. 아가씨들의 자존심이 더 중요한지, 친구가 더 중요한지.”오승은의 침착한 태도에 김시연도 힘이 빠져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졌다.김시연은 온하랑과 눈을 마주쳤다. 오재원 모의 말만 들으면 쉬운 일처럼 들렸지만 그녀들에게는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온하랑이 비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이미 저희가 그쪽이랑 타협할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거 아닌가요? 저희가 고민해야 할 게 뭐가 있는데요?”오승은이 가볍게 웃으며 가방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저희도 방법이 딱히 없어서 꺼내든 최후의 수단이에요. 아가씨들 의리 하나는 지키는 사람들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여러분들과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요. 자, 여기 탄원서만 다 써주시면 아가씨들 친구는 바로 풀려날 겁니다.”온하랑은 자신의 앞에 놓인 노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들고 물었다.“그전에 내걸었던 조건들도 아직 유효한 거죠?”어차피 이미 타협하기로 한 거, 뭐든 많이 얻는 편이 좋지 않을까. 뭐 하나라도 손해 보면 배 아파서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오형일이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당연히 유효하죠.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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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7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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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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