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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알아. 그저 조금 감정이 북받쳤을 뿐이야.”

온하랑은 눈을 내리깔며 그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내가 재단을 설립한 일로 왜 민재 오빠 때문에 떠난다고 생각한 거야? 오빠가 민재 오빠를 주범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이유가 증거를 찾을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잖아? 아니면 혹시 애초에 민재 오빠가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속으로는 알고 있어서야?”

“아니야. 난 그저 네가 내 곁을 떠날까 봐 두려웠어.”

“하지만 며칠 전, 오빠는 나더러 믿고 시간을 달랬잖아. 난 그러기로 했는데 오빠는 날 믿지 않았어...”

온하랑은 허벅지를 힘껏 꼬집으며 눈물을 흘렸다.

“항상 내 기분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오빠만 생각하잖아.”

부승민은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했다.

“미안해, 하랑아. 울지마. 네 기분을 신경 안 쓴 게 아니야. 난 그냥...”

그는 두 팔을 벌려 온하랑을 끌어안았다.

“널 떠날 수 없어서... 앞으로 다시는 널 의심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온하랑은 그를 노려보았다.

“예전에도 다시는 나에게 치근덕거리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잖아.”

부승민의 어떤 말은 그냥 방귀라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된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알아차린 온하랑이었다. 부승민은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 온하랑의 볼에 입을 맞췄다.

“너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

“뻔뻔스럽기 짝이 없네.”

온하랑은 미간을 찡그렸다. 부승민은 온하랑이 불쾌해하는 표정이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워서 다시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오늘 밤 같이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을래?”

온하랑은 그를 째려보았다.

“됐어, 얼른 가. 난 피곤해서 집에 가서 잘래.”

그녀는 부승민을 밀어내고 문을 열었다. 부승민이 따라가려고 발을 뻗는데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부승민은 걸음을 멈추고 앞에 있는 문짝을 바라보았다. 그는 멋쩍게 코를 매만지며 안에 대고 외쳤다.

“하랑아, 잘 자. 난 위층으로 올라갈게.”

집에 들어온 온하랑은 김시연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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