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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온하랑은 잠시 침묵했다.

“무슨 소리야. 시간이 나면 지금이라도 당장 할머니를 뵈러 갈 거거든.”

“그럼 난데없이 왜 그딴 재단을 세운 건데?”

부승민의 질문에 온하랑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그 돈을 내 손에 쥐고 있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차라리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어렸을 때 자신도 버려진 아이로 여겨졌고, 얼마 전 임가희의 정체를 알게 된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때마침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고 싶었기에 자연스럽게 재단을 설립했을 뿐이다.

그녀의 이런 생각을 부승민은 절대 믿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나면 넌 아무 걱정 없이 떠나도 되겠네?”

“...”

그녀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그녀는 촬영할 장면이 몇 개 남았고, 이 동안 재단에 적합한 부이사장과 기타 관리 인력을 뽑아 재단을 운영하게 할 생각이었다. 촬영이 끝나면 그녀는 원하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릴 수 있었다.

예전에 그녀는 부승민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미래의 삶을 위해 부승민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마음에 찔려서 당황하는 온하랑의 모습을 바라보던 부승민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짙은 어둠이 마음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왜 갑자기 떠나려고 해? 형 때문에 그래? 만약 형이 장인어른을 살해한 주범이 아니라고 해도 날 버릴 거야?”

온하랑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부승민이 부민재를 꺼내기 위해 가짜 증거까지 만들어 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부승민의 어두운 눈동자를 마주한 온하랑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숨이 막혔다.

“떠나려는 거 아니야.”

금방 이혼하고나서 밖에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동안 그녀는 부승민의 집착을 몸소 경험했다. 몇 번이고 밀어냈지만 그는 번번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마음만 먹으면 그녀가 어디를 가든 찾아낼 수 있었다. 따라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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